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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ony Browne
엄마는 우리를 커다란 방으로 데려갔어요.
그 방에는 옛날 그림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어요. "재미없어." 형이 말하자, 아빠가 입 다물라고 했어요. 나도 재미없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어요. 형이 어떤 그림에 몸을 기대자, 미술관 관리인이 다가와서 비키라고 했어요. 아빠도 비키라고 했지요. 미술관 구경은 처음에는 별로 좋지 않았어요. 특히 형에게는요. 아빠는 형의 기분을 풀어 주려고 했어요. "뭘 물어도 모른다고 하는 몰라쟁이 이야기 알아?" "몰라." 형이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그것 봐. 그게 바로 너야." 아빠가 하하 웃으면서 말했어요. 형은 딴 곳으로 가 버렸어요. 엄마가 어느 가족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물었어요. "이거 보니까 우리가 아는 누구네 집이 생각나지 않니?" 엄마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어요. 엄마는 그림 속의 아버지가, 다른 남자가 자기 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쥐고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림 속에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 했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찾아보았습니다. --- 본문 중에서 |
어느 해 엄마의 생일날, 엄마는 온 가족이 함께 미술관에 갈 것을 제안한다. 아빠와 형은 마지못해 따라 나서지만 텔레비전에서 하는 축구 경기를 못 본다고 투덜댄다. 처음으로 미술관 구경을 간 우리는 그 웅장함에 긴장하고, 또 전시되어 있는 옛날 그림들은 지루하게만 보인다. 하지만 그림을 하나씩 보고 엄마의 설명도 들으며, 차츰 그림에 대한 서로의 느낌과 생각, 추억들을 나누면서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미술관을 나오는 길, 우리는 다시 생기를 되찾고 따뜻한 유대감도 회복한다. 우리는 엄마가 가르쳐 준 재미있는 그림놀이를 하며 돌아오고, ‘나’는 그 일이 계기가 되어 평생 그림 그리는 일을 하게 된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최신작으로, 그가 런던의 테이트 미술관에서 실제 아이들과 함께 한 워크숍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전시 작품들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 아이들의 그림놀이가 작품의 기초가 된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이 책에서 테이트 미술관을 배경으로, 또 거기에 전시된 그림들을 소재로 미술관 구경을 간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에 이 가족은 서로에게 냉담하고 각자 겉도는 느낌이다. 작품을 읽다 보면, 엄마와 아빠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음도 알게된다. 하지만 미술관의 그림들은 이 서먹했던 가족에게 극적인 화해의 열쇠가 된다. 그림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 추억들을 나누는 동안 서로를 가로막고 있던 보이지 않던 벽이 사라지고 한 가족으로서 유대감과 따뜻함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 과정을 통해 예술 작품의 진정한 가치와 감상 방법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기발하고 유쾌하게 보여 준다. <미술관에 간 윌리>에서 그랬듯이, ‘예술’이라는 이름에 주눅들지 말고 자기만의 느낌과 생각에 솔직하며, 떠오르는 대로 상상하고, 서로 이야기 나누어 보라는 것, 그것이 앤서니 브라운이 말하는 작품 감상법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또 함께 나눌 수도 있는 생기발랄한 즐거움이 바로 예술 작품의 소중한 가치이며 힘이라고 말한다. 미술관에 간 가족이 보여주는 따뜻함과 만족감 역시 작품의 큰 매력이다. 그 동안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힘든 가사 노동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가는 엄마, 부모로부터 사랑 받지 못하고 소외된 아이 등 가부장적이고 소통 없는 가족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것이 많았다. 하지만 <행복한 미술관>은 제목처럼 미술관 이야기를 통해 ‘행복’을 전하며, 가족이 서로에 대한 사랑과 유대를 회복하는 만족스런 결말을 보여준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람을 사랑하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과 믿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은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유쾌한 상상력과 기발함, 깊이 있는 주제의 완벽한 결합을 통해 그가 최고의 작가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걸작 그림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