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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 기자 이야기-1
2. 잘못된 만남 3. 권 기자 이야기-2 4. 등가교환 5. 우성호 6. 수호신 7. 권 기자 이야기-3 8. 재회 9. 얼음처럼 차가운 울트라마린 블루 10. 화련 11. 균열 12. 내 모든 걸 너에게 주고 싶어 13. 권 기자 이야기-4 14. 그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 15. 권 기자 이야기-5 16. 금성과 은성 17. 그들이 말하는 금성 18. 반짝이지 않는 별 19. 다시 태어나 널 본다 해도 20. 권 기자 이야기-마지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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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예요. 적어도 현준호와의 만남은 그녀의 현재에 영향을 끼쳤을 테니까.”
“네?” 권 기자는 깜작 놀랐다. 금성도 아니고, 뭐, 현준호? 현준호는 예술가로서의 가치가 크지 않은 사람이다. 한때는 현목성 작가가 신진 예술가를 발굴할 때도 옆에 두었다고 하고 현목성의 작업을 종종 도왔다고 하니 미술학도 시절까진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작가로서의 데뷔 이후 그의 작업은 형편없었다. 반면 금성은 은하와 함께 전시도 하고 작업도 하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낳은 예술가다. 금성이 아닌 현준호가 현재의 은하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니, 권 기자로서는 금시초문이었다. 방금의 에피소드도 권 기자는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은하의 초기 유명세는 [TV쇼 진퉁짝퉁]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얻었기 때문이다. 온갖 골동품과 절묘한 모조품들을 보며, 단번에 진품을 맞추는 그녀의 적중률은 백발백중에 가까웠다. 골동품 전문가를 무색케 하는 그녀의 신비한 적중률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훈련이나 공부로 얻어진 게 아닌, 설명할 수 없는 제3의 감이 그녀의 눈 속엔 분명 있었다. “금성이 훨씬 뛰어난 예술가 아닙니까? 그런데 현준호의 영향이 더 크다니요? 방금 이야기도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어요. 현준호가 눈이 뛰어난 작가였다니, 그건 처음 알았는데요? 아니, 그건 그럴 수 있다 쳐도, 은하의 눈은 화가로서 누구보다도 훌륭한데 보는 눈이 없었다고요?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 은성은 씁쓸한 얼굴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 p.38 현준호는 어느 날 은하에게, 화가 로세티와 그의 모델이었던 엘리자베스 시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엘리자베스 시달은 라파엘전파 화가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했던 모델로, 라파엘전파를 대표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밀레이의 오필리어]의 모델이었다. ‘비극적으로 처진 눈꺼풀’을 가진 이 모델은 라파엘전파 화가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으로, 시달은 그중 로세티와 사랑에 빠져 그와 결혼했다. 하지만 로세티는 시달을 여신으로서만, 모델로서만 사랑했다.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로 성욕을 처리하고, 시달은 여신처럼 아꼈지 여자나 아내로서 아끼지 않았다. 결국 시달은 아편 중독 끝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제야 시달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로세티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모델로 한 그림을 그렸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준호는 말했다. “난 로세티가 시달을 여신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작품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해. 성실한 남편이었으면 나오지 못했을 거야. 마지막에 시달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후 그린 그림 역시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그땐 이미 시달이 죽은 후라서 끝까지 여신으로 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 은하는 준호 품에 살며시 기대면서 물었다. “그럼 나는 뭐야? 시달은 아닐 테고, 난 어떤 존재야?” “어쨌든 나의 예술적 영감을 위해 소모된다는 점에선 시달과 다르지 않지. 난 시달이 자신의 불행을 감당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아니, 오히려 영광이라고 생각해야 해. 위대한 예술이 탄생하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해. 그건 고귀하고, 멋지고, 당당한 거야. 그것 때문에 누가 어떤 상처를 받더라도, 어떤 희생을 당하더라도, 멋진 예술이 탄생할 수 있다면 난 신경 쓰지 않아. 인간으로는 쓰레기일지 몰라도, 예술가로는 그게 멋진 거니까.” 그 말에 왠지 ‘눈’이 번쩍 뜨였다. 은하는 그 말을 들은 직후 한 말에 대해 한동안 기억하지 못했다. 그때 은하는 이렇게 말했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어? 평생 그 말에 완벽하게 수긍하며 살아갈 수 있어?” 당시 준호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씩 웃고 은하를 안으며 말했을 뿐이다. “당연하지. 너나 이런 나에 대해 수긍하는 게 좋을 거야.” “정말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어?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은하의 말에 현준호는 거들먹거리며 한껏 폼 잡으며 말했다. “당연한 거 아냐? 자존심? 장난해? 시대에 남을 예술을 위해선 인생도, 심장도, 목숨도 내놓을 수 있어야지. 내 생각은 그래.” --- p.44 “그 여자를 죽여줘.” 그의 말에 깊이 응축된 증오 때문에 은성의 몸까지 떨려왔다. 그의 말은 아주 진지하게 진심이었다. 현준호가 처음으로 ‘은성’을 보고 ‘은성’으로서 그를 안은 것. 바로 이것 때문이었던 것이다. 오싹함에 온몸이 얼어붙으면서 그의 행위가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수축을 느낀 현준호는 오히려 더 흥분한 듯 더욱 거칠게 들이박으며 머리카락을 세게 쥐고 당겨 그의 귓가에 바짝 입을 갖다 대고, 심장에서 솟구친 듯한 진심을 담아 말을 쏟아냈다. “그 여자를 죽여줘. 나는 못 죽여. 그 여자를 증오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그 여잘 증오해. 그 여자의 그 어떤 것도 건드릴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더더욱 미칠 정도로 그 여잘 증오해. 그 여자만 안 만났어도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네가 그 여잘 죽여줘. 아니, 너밖에 그 여자를 죽일 수 없을 거야. 너만이 그 여잘 죽여도 아무 탈이 없을 거야. 넌 금성의 동생이니까. 그러니까 그 여잘 죽여줘. 난 못하니까 네가 죽여줘. 넌 날…… 사랑하잖아.” 그 말과 함께, 현준호는 마지막으로 파정했다. 현준호의 말에 너무 큰 충격을 받은 은성은,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듯 떨며 엎드린 자세 그대로 일어나질 못했다. 그런 은성의 머리를 다정한 손길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현준호가 말했다. “네 형의 일…… 미안해. 그 빚은…… 곧 내 손으로 갚아줄게.” 그리고 그는 바로 옷을 입고, 바로 나갔다. 그때 은성은 현준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 전에 오늘 그가 한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그의 말이 온몸으로 박혀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 p.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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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이지만 매혹적인 그들의 사랑과 예술
“푸른 화가의 진실”은 화가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예술가들 사이의 치정과 성공 이야기이다. 갑자기 얻게 된 재능. 재능의 이동 현상. 그러한 초현실적인 현상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며, 일반성에서 벗어난 그들의 예술가적 선택과 논리를 엿볼 수 있다. 선화예중-선화예고-한예종까지 10여년을 미술전공자로 살았던 방주 작가의 지식과 시선이 담긴 예술가 소설이면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처럼 판타지적이고 관능적인 감성이 들어가 있다. 그러면서 방송/드라마 분야에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드라마적 감성으로 풀어냈다. 숨 막히게 아찔하고 기괴한 그들의 광기와 집착, 사랑은, 책 마지막 장까지 당신의 집중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 차가운 앤디워홀, 강은하 ■ “나는 그 여자가 역겨워요. 강은하가 역겹게 느껴질 정도로 질리거나, 그 여자의 존재감이 혐오스러웠던 사람이 없진 않았을 거예요. 향기가 너무 짙은 향수 같아요. 악취가 나는 건 아니에요. 향기에 가깝죠. 멀리서도 사람들을 끌어당길 만한 향기를 가졌지만, 가까이 가면 부담스러워요. 때론 그 향이 너무 역겹고 머리 아파서 질식당할 것 같은 사람도 있죠.” 매력적이지만 사랑스럽진 않은, 결코 악하진 않지만 차가운, 대체로 올바르지만 인간성이 결여된 여자, 강은하. 시대를 풍미할 재능을 지녔지만 부족한 점도 많다. 하지만 그 부족한 점을 주변에서 빨아들여 자신에게 흡수시키는, 현실감각 뛰어난 앤디워홀형 예술가이다. 원래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던 ‘기적의 눈’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은하를 선택한다. 초현실적인 안목. 그것이 어느 날 갑자기 그녀에게 생기면서, 누군가의 파멸이 시작된다. ■ 위태로운 바스키아, 금성 ■ “난 금성을 망치려 한 적 없어. 금성은 네가 아니야. 걔는 밖에 내놓는 것보단 보호가 필요한 애야. 유명세, 부귀영화, 이런 걸 감당할 수 있는 애가 아니야.” “넌 걔가 감당할 수 없는 세계로 걜 끌어들였어. 그리고 그 속에 그냥 내버려뒀어. 무책임해. 내가 손대지 않았어도 걘 술과 마약에 찌들었을 거야.” 진정한 천재이나 현실감각이 없고 자신을 돌볼 줄 모르는, 바스키아형 예술가이다. 강은하와는 달리 세상을 마음으로 볼 줄 알지만,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이해하거나 세상을 이용할 줄 모르는 그 어리석음과 나약함이 그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하지만 너무나 절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는 그를, 한때 서로 연인이었던 강은하와 현준호는 진심으로 집착적으로 사랑한다. 그 치정 속에서, 자신을 지킬 만큼 강하지 못했던 금성은 부서져간다. 그리고 금성의 쌍둥이 동생 은성은 형과 그들 사이의 진실을 알기 위해, 강은하와 현준호에게 접근한다. 동성애자였던 은성은 그 과정에서 현준호에게 빠져드는데……. ■ 혼돈의 살리에르, 현준호 ■ 「문득 그를 보고 있자니 양형제, 브랜든이 생각났다. 나른한 태도, 풀린 눈, 타락한 분위기가 딱 그 남자 같았다. 스스로 자기 자신의 균형을 찾지 못해 망가져버린 그 혼돈의 분위기.」 「온몸 구석구석 집착적으로 애무하다가 격정적으로 거칠게 몰아붙이는 그의 품속에서, 은성은 아까의 불쾌함과 함께 답답했던 속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비인간적인 논리를 가진 은하에 비하면 혼돈 그 자체인 현준호지만, 그 블랙홀 같은 혼돈 속에 빨려 들어가 차라리 가루가 되어버리고 싶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마성의 매력을 지녔지만, 귀라도 제대로 뚫려 있던 살리에르에 비해 눈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살리에르형 예술가이다. 하지만 그는 천재 원로작가 현목성의 아들로 ‘눈’만은 물려받아, 한때 기적과도 같은 초현실적인 안목의 소유자였다. 다만 그 눈을 제대로 활용할 재능을 갖추지 못했을 뿐. 천재가 되고 싶어, 천재들처럼 자신만 생각하며 상처주고 살았다. 천재를 위해 희생당하는 사람은 영광으로 알아야 하므로, 자신에게 상처받은 사람들도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천재를 위해 희생당하는 양분이 될 거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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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색, 울트라 마린 블루! 이 유별난 색깔은 돈과 명예, 애증을 관통하는 검푸른 일기장 같다. 작가의 번뜩이는 감성과 튼튼한 얼개로 잘 짜인 플롯은 ‘푸른 화가’를 둘러싼 진실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 이익태 (화가, 퍼포먼스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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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란 과연 ‘주어지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혹은 ‘광기의 산물인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어떤 순간은 아름답고, 어떤 순간은 폭발하고, 어떤 순간은 내면을 들키고 만다. 독자들은 젊은 예술가들이 그려내는 이 독특한 세계 안에서 근사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김태형 (연극 〈바스커빌:셜록 홈즈 미스터리〉, 뮤지컬 〈마리 퀴리〉 〈멤피스〉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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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예술과 생을 위해 몸부림치는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이 놀랍도록 매혹적이다. 도저히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가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손에 집힐 듯 오롯이 살아나는 경이를 느낀다. - 경수진 (변호사, 소설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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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팔아서 재능을 산 여인, 여인을 팔아서 꿈을 산 남자, 모든 걸 갖고도 끝내 아무것도 갖지 못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처럼 단숨에 풀어낸다. 인간의 광기를 통속적이면서도 신선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 최선영 (이화여대 특임교수, 영상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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