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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큰글자책)
어느 서른 살의 우울증 극복기
얼론북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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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치유 에세이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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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Part 1 _ 서른, 완벽하게 길을 잃다

지독한 장마를 지나가는 중 11
이해할 수 있어요 17
네가 좋은 만큼만 웃으라고 18
내게 무해한 나 24
나는 나를 여행하기로 했다 25
행복한 기억을 리셋하라고요? 그건 싫어요 33
내 몸이 시키는 대로, 자유롭게 42
사랑받는다는 위로감 48
그저 X와 Y, Z일 뿐 50
자신감 56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57

Part 2 _ 안녕, 나의 행복했던 순간들

이젠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겠구나 - 열흘간의 명상 일기 68
나에게 가능한 구원은 100
계속 사랑하기를, 미소 짓기를 102
바람이 지나간다 106
고작 이 정도의 일일 뿐이야 108
성장 114
중요한 건 균형이야 116
나는 나의 영원한 저자이자 독자 124
빈 칸 만들기 128
나의 낮과 밤 136
명반의 의미를 아시나요? 137
오늘의 시를 찾아주세요 143

Part 3 _ 또 다시 넘어져도 괜찮아

어느 겨울의 예상치 못한 선물 146
어둠이 아니라 그늘 153
내 마음의 근육을 믿고 나아가면 돼 154
내가 가지고 있었던 그 색, 참 예뻤던 161
이름은 잘못이 없어요 164
서툴지만, 괜찮아요 172
이렇게 보니, 참으로 어여쁜 당신이군요 174
나라는 게스트하우스에 찾아든 감정이라는 여행자 183
기꺼이 춤을 추며, 자신의 색을 칠해나갈 것 189
괜찮아, 한발 더 나아가 봐 197
우리 때로는 나침반을 내려놓고 205

Part 4 _ 후회하지 않는 오늘을 사는 법

이번 생은 어쩌면 기적 같은 선물일지도 208
달달한 가사를 쓰겠어요 214
먹기 명상을 해볼까요? 216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221
평양냉면, 어때? 232
Don’t make you angry…… 234
묻고, 묻히고, 지우고, 다시 묻고, 그러다 내가 되는 일 240
멈춰, 과몰입! 242
낭만 앞에선 247
향기를 좋아하세요? 248
스치는 건 서울이면 족해요 255
거울 속의 나에게 266

에필로그 : 당신을 가만히 안아주겠어요 268

저자 소개 1

여행자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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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메이

여행 크리에이터. 4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홀로 세계일주를 시작한 후 여행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멈출 때가 더 많고, 이제는 ‘나’를 여행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때때로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2018)』와 『반짝이는 일을 미루지 말아요(2020)』라는 두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곱창과 명상, 나무 냄새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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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210*297*20mm
ISBN13
9791194021025

책 속으로

오랜 고민 끝에 찾은 답은 나였다.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본성이 나오듯, 그런 상황까지 나를 몰았을 때 나는 어떤 꾸밈도 군더더기도 없는, 그저 나인 채로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다워지는 순간이 좋았고, 그래서 온전히 내가 되고 싶을 때면 길을 떠났다.
--- p.31 「나는 나를 여행하기로 했다」 중에서

그대가 불행한 것은 그대가 삶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무거운 것들은 바다 밑으로 침몰하기 마련이지. 오래도록 떠다니다가 마침내 뭍에 도착하는 것은 늘 가벼운 마음들이다.
--- p.52 「그저 X와 Y, Z일 뿐 」 중에서

주변 누군가가 극단적인 수준의 우울을 겪고 있다면, 나는 내가 그러했듯 죽기 전까지 딱 일 년만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돈이라도 써보라고, 기꺼이 그렇게 말해줄 것이다. 심장이 멈추었다면 갈비뼈가 부러질지언정 심폐소생술을 해주어야 하니까.
--- p.62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중에서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을 갈망하지 말라.’
동네 명상원에서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가장 먼저 거부감이 들었다. 여행 중 행복해하던 무수한 순간을 떠올렸고, 왜 그것들을 그리워하면 안 되는가를 반문했으며, 모든 소중한 기억을 꽁꽁 붙들고자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흘러가는 강물을 막는 어리석은 댐이 결국 오늘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말이다.
--- p.79 「이젠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겠구나」 중에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픈 목을 잊은 채 명상에 완전히 몰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목 통증이 사라진 건 아니었는데, 그렇지만 그것을 괴롭다고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통증이라 부르며 불편하다고 여겨 왔던 그것은, 그저 하나의 감각에 불과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감각과 반응의 연결고리를 깨뜨리면 이토록 평화로워지는구나, 일상 속에서 나를 불편하게 만들던 무수한 것들도 내가 부정적으로 반응하지만 않으면 그저 흘려보낼 수 있겠구나. 나는 이 사실을 몸으로 깨우쳤다.
--- p.83 「이젠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겠구나」 중에서

한 가지 분명한 건, 나만은 기필코 나의 영원한 구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직 나만이 가능하다. 당신 역시 당신만이 당신의 구원이 될 수 있다.
--- p.100 「나에게 가능한 구원은」 중에서

“클라이밍의 본질은 수직의 벽에서 균형을 맞추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힘이 없어 못 하는 게 아냐. 균형을 못 맞추는 것뿐이지.”
--- p.120 「중요한 건 균형이야」 중에서

삶에는 분명 빈 칸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빈 칸을 허용해 주어야 새로운 무엇이 차오를 수 있으며, 설령 아무것도 차오르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온전한 쉼이 되어 삶의 균형을 이루어 줄 것이다. 다른 색과 곱게 어우러진 하얀색 만다라처럼 말이다.
--- p.135 「빈 칸 만들기」 중에서

“잎을 보면 언뜻 보기엔 다 똑같아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모두 다 달라. 특히 꽃술이 참 예뻐. 생김새가 얼마나 제각각인지 몰라. 내가 네 나이 때 이걸 알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 p.180 「이렇게 보니, 참으로 어여쁜 당신이군요」 중에서

- 흘러간 것은 흘러가게 놔둘 것.
-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묵묵히 나의 길을 걸을 것.
- 기대치를 따라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사유하고, 더 많이 쓸 것.
--- p.187 「나라는 게스트하우스에 찾아든 감정이라는 여행자」 중에서

짧지 않은 거리를 긴 호흡으로 등반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에 힘을 몰아 쓰고, 조금 편한 구간에서는 손을 털며 확실히 쉬어줘야 한다. 집중과 휴식을 반복하는 우리네 삶이 그렇듯 말이다.
--- p.190 「기꺼이 춤을 추며 자신의 색을 칠해나갈 것」 중에서

우리는 겉보기엔 오늘을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과거나 미래에 머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으니까요.
--- p.220 「먹기 명상을 해볼까요?」 중에서

그렇게 웅크린 채 보낸 나날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시간은 결국 더 깊고 단단한 나를 만들어 갈 기회를 가져다주었으니까. 다만 이젠 더 이상 그늘로 숨어드느라 일상의 볕을 놓치지는 말자고, 한국으로 고이 안고 갈 오늘의 다짐을 되새겨 볼 뿐이다.
--- p.226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중에서

결국 우리는 외부가 아닌 마음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마지막으로 힘주어 덧붙인다.
“초콜릿케이크가 눈앞에 있든 아니든 우리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아야 해요.”
--- p.229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중에서

“화 자체를 우리의 삶에서 강제로 내쫓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화는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무언갈 창조해 내게 하거든요. 이를테면 열정이나 동기부여 같은 거요.”

--- p.238 「Don’t make you angry......」 중에서

출판사 리뷰

완벽하게 길을 잃은 서른 살
이따금 죽고 싶지만, 이대로 끝내고 싶지는 않아

서른 살은 어쩌면 가장 길을 잃기 쉬운 나이가 아닐까요? 인생을 조금은 알 것도 같은 나이, 하지만 모든 것이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나이, 서른 살.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지독하게 방황하게 되고, 누구나 한 번쯤 깊이 절망하게 되죠.

우울의 길고 긴 터널을 지나는 것도 삼십 대에 겪는 일입니다.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서른 살이죠. 이 책은 유튜버이자 작가인 ‘여행자메이’가 완벽하게 길을 잃었던 어느 서른 살의 방황과 우울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결국 이겨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와 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여행자메이가 건네는 따뜻한 조언과 힘찬 응원입니다.

어느 날 찾아온 우울이라는 그림자
나를 향한 여행의 시작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의 저자 ‘여행자메이’는 인기 유튜버이자 작가입니다. 그는 세계일주 영상과 두 권의 여행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인도와 중남미,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그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만든 영상에는 그가 만났던 수많은 여행의 풍경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자메이는 그만의 감각적인 영상과 아름다운 내러티브로 많은 구독자를 불러 모았고, 영상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은 책으로 엮어져 독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인기 유튜버이자 작가로 반짝이던 삶을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우울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해일처럼 다가왔습니다. 서른 무렵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서른의 문턱에서 완벽하게 길을 잃었다. 목적을 잃은 상실감, 대상이 불분명한 환멸감, 후회 섞인 자괴감……. 순서조차 알 수 없이 일순간 불어난 눈덩이는 채 대비할 새도 없이 나를 깔아뭉갰다.”

그가 우울에 빠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의 일에 대한 절망, 어디서 비롯됐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생에 대한 환멸, 만사가 귀찮아지는 지독한 무기력 등. 그는 늪에 빠진 듯, 깊은 바닷속에 내려앉은 듯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렇게 아득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그 여행은 바깥세상으로의 여행이 아닌 자기 내면을 향한 여행이었습니다.

과거와 미래의 나가 아닌 지금을 나를 위해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삶의 기술

명상을 공부하며, 전국의 명상원과 인도의 명상원까지 두루 섭렵하며, 그는 자신이 불행한 이유가 “삶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불행한 이유가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며 “행복한 지난 순간들을 완전히 놓아”주어야 “내게 찾아오는 모든 오늘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우연히 접한 클라이밍의 세계는 그에게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강인함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묵묵히 암벽을 오르며 자신을 짓누르던 사사로운 고민에서 벗어나고, 자기 연민에서 탈출하며, 자신을 잠식하던 우울을 이겨냅니다. 그는 산을 오르는 것과 삶을 오르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마침내 깨닫게 됩니다. “추락을 해서 피 좀 보더라도 균형만 잘 잡으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자신이 겪은 우울과 실패, 그리고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경험한 시행착오를 진솔하고 용기 있게 보여주는 작가의 모습이 깊은 감동을 줍니다. 이 책은 서른 살이라는 아득하면서도 정체 모를 절망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입니다.

저자의 말 : 당신을 가만히 안아주겠어요

감정 쓰레기 형태로 첫 페이지를 끄적이던 날이 눈에 선하다.

그 새벽, 나는 자살이라는 글자를 검색창에 적어보았다. 진짜로 죽을 마음은 아니었지만, 그냥 한 번 그래 보았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뻔한 문구와 함께 상담 전화번호가 나왔다. 핸드폰에 그 번호를 찍어 보았다. 고민했다. 상담원이 죽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당장 죽지는 않을 거라고, 무엇이 힘드냐고 물으면 모르겠다고, 그냥 다 피곤할 뿐이라고, 그러면 대체 이 사람 왜 전화 한 거냐고 황당해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래도, 그냥 힘들다고 한마디만 해보면 안 될까? 시간을 오래 뺏지는 않을 건데……, 한참을 망설이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뭐가 됐든 나의 가장 연하고 약한 것들을, 빛나는 무엇이 아닌 시커멓게 타버린 잿더미를 누구에게든 꺼내어 놓고 싶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이 무색하게 연결은 되지 않았다. 통화량이 많다는 안내 음성이 뒤따랐다. 새벽을 헤매고 있는 게 나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오늘, 나는 다행스럽게 몸도 마음도 적당히 건강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런대로 나쁘지도 않다. 12개월 결제한 헬스장은 겨우 2주 나간 후 귀찮아서 미루고만 있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엔 유기농 양배추즙을 마시고 가벼운 스트레칭도 했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이유 없이 쓸쓸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하루 중 웃은 기억이 더 많았다.

그동안의 모든 여행은 공항으로 돌아오는 순간 끝이 났다. 입국 심사를 하고 공항 철도를 탄 후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 집 문을 열면 익숙한 침대가 보인다. 대충 씻고 침대 위에 폴짝 뛰어 눕는다. 그렇게 희멀건 천장과 오랜만에 마주한다. 그 위에 새로이 만났던 얼굴들을 그리다가 여독을 이기지 못해 눈을 감는다. 그러면 비로소 내가 만난 수많은 이야기는 과거가 된다. 세상의 많은 것을 보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결국 이번에도 행복하게 돌아왔습니다 라며 제법 깔끔한 결말을 맞는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좀 다르다. 나는 아직 나를 온전히 보았다고, 진정한 평화를 만났다고 선뜻 답할 수가 없다. 나는 여전히 나의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중이다. 그 안에서 수년 혹은 수십 년이 지나도 어느 날 문득문득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때론 도무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날도 생길 거다. 그렇게 나를 향한 여행을 오늘도, 내일도, 아니, 아마 일생에 거쳐 평생토록 하게 될 것이다.

그사이 또다시 무수한 계절을 만나게 되겠지만, 다행히 이제는 겨울이 그리 무섭지 않다. 예상치 못한 매서운 추위를 만나는 날이면, 옷장 깊숙이 넣어둔 두꺼운 털옷을 꺼내어 입곤 쑥차를 한 잔 달여 마시며, 아주 따뜻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전보다는 덜 춥게 겨울을 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으니까.

겨울을 나거나, 겨울로 남거나.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겨울을 나기로 결심한 이가 반드시 봄을 만나게 될 거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겨울에 머물기를 선택한 이에게 봄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혹여 당신이 겨울의 눈밭을 헤매고 있다면, 그러다 우연히 내 자취를 발견한 거라면, 부디 당신이 나아갔으면 좋겠다. 나의 발자국을 따라와도 좋고, 다른 방향으로 가보아도 좋다. 그게 어느 쪽이든 뚜벅뚜벅 걸음 끝에 기어이 피어있는 꽃 한 송이를 발견하고, 꽃 내음을 맡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간 내게 온 모든 겨울이 내 뿌리를 다져갈 기회였노라고, 그렇게 회상할 날이 기필코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차가웠던 시간을 꺼내어 놓는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축축한 진심을 털어놓는다. 홀로 뭍으로 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휘젓던 내 발버둥이 당신에겐 오리발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이 여행기가 당신의 여정에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그렇게 우리 따로 또 같이 자신을 여행하다가, 하릴없이 무너지는 날을 만나면, 고민하고 고민하다 상담 전화번호를 눌렀지만 끝끝내 연결이 되지 않는, 그래서 침몰하는 천장을 홀로 느껴내야 하는 그런 밤이 있다면…….
당신, 내게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누군가의 품이 간절한 당신을 가만히 안아주겠다. 자그마한 나의 품이 당신의 오랜 침대처럼 포근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당신의 마음을 조금은 안다며, 오래된 게스트하우스의 삐걱이는 침대처럼, 그래도 몸을 누일 곳이 있다는 것을, 어느 새벽 내게 그리도 간절했던 그 말을, 당신의 귓가에 속삭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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