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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뒤죽박죽 비스킷 열대야 담배 나누어 주는 여자 골 생쥐 마누라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주택가 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 손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잃다 작가 후기 역자 후기 |
Kaori Ekuni,えくに かおり,江國 香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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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와 헤어진 지 반년이다. 상실감은 나츠메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표면적으로나마 아무 탈 없이 생활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루이와의 정사가 나츠메에게 남긴 것은 봇물이 쏟아진 듯 무수한 기억이었다. 자신이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한때의, 사랑 하나만으로 어떻게든 인생을 꾸려 나갔던 한때의, 본질적인 기억이었다. 그러나, 정사는 끝나고 말았다. 더구나 나츠메가 그것을 끝내기 전에, 모든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나는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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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 배는 저주했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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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만사에 대처하는 방식은 늘 이 세상에서 처음 있는 것이고 한 번뿐인 것이라서 놀랍도록 진지하고 극적입니다. 가령 슬픔을 통과할 때, 그 슬픔이 아무리 갑작스러운 것이라도 그 사람은 이미 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잃기 위해서는 소유가 필요하고, 적어도 거기에 분명하게 있었다는 의심없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기억을 안고 다양한 얼굴로 다양한 몸짓으로, 하지만 여전히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한 사탕 한 주머니 같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 부르고 싶습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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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별이란, 그 동기가 사랑에 있든 우정에 있든, 그 깊이가 설혹 차이가 나더라도 누구에게나 아쉬움과 슬픔을 안겨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인과의 이별을 두려워하며 조급한 심정으로 상대방을 구속하고, 친구와 멀어질까봐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의 노력과정을 이미 지나쳐버리고 관계의 끝이라는 부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람들을 백지 위에 그려놓았다. 전체적 구도는 서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엮였던 인연의 줄이 어느 순간 이유없이 뚝 끊겨버리거나 오랫동안 쥐가 갉아먹은 듯 어느새 느슨해진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리고는 마치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하고 물었던 '봄날은 간다'식의 물음표를 주인공들이 던진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미 그 질문이 단절이란 상황의 재확인일 뿐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자연스러움은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끊임없이 남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감당치 못할 슬픔이기 때문이다. 절망하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공감하는 우리도 결국은 울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잃음에 대한 두려움이 시작된 아주 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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