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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하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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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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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팩 오브 보이즈 · 7
2 너무도 인간적인 · 28
3 플뢰르플로어 · 51
4 음의 무한대 · 71
5 진짜 삶 · 89
6 우주의 중심에서 · 108
7 지구의 달 아이들 · 133
8 폴리곤플라자 · 150
9 생크추어리 · 174
10 연 · 194
11 수리공 · 215
12 순수한미래 · 235

옮긴이의 말 막다른 이야기와 고꾸라지는춤 · 252

저자 소개2

에스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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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her Yi

198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독일 라이프치히에 살고 있다.
EBS 다큐멘터리팀에서 작가로, 여성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으나 문학과 더 가까이 지내며 번역을 시작했다.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영미권 문학을 번역하는 한편, 동네 책방에서 독서모임과 북토크 등을 열며 낭독극과 글쓰기 등 창작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이 있고, 옮긴 책으로 『벌들의 음악』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 『Y/N』 『수영 그만두기』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멀고도 가까운 노래들』 『해달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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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132*209*20mm
ISBN13
9791167374301

책 속으로

“이 콘서트가 네 삶을 바꿀 거야.” 그녀가 말했다. “딱 느낌이 와.”
--- p.8

내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죽음이나 전 지구적 대재앙이 아니라 영혼이라는 진중함의 기념비를 야금야금 깎아먹는 일상의 포기들이었다.
--- pp.8~9

“문학이 죽이는 건 흔히 예상하듯 독자가 아니라 실제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작품 속 인물들이에요. 모든 등장인물 뒤에는 실제 사람들이 있거든요. 문학적 변용 과정에서 신성한 영역을 침범당하는 사람들 말이죠. 백지 위에 쓰이는 검은 글자는 전부 총알이에요.”
--- p.30

“우린 한때 신을, 그러니까 우리 이해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해석하기 위해 철학에 의존했었지. 하지만 철학은 데이터에 그 권위를 넘겨줬어. 지금 우린 너무 많은 걸 알아. 특히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그걸 어떻게 주면 되는지를 말이야. (……) 이런 보이그룹은―” 마스터슨은 문의 사진을 흔들었다. “그런 신들 중 하나야. 철학으로 위장한 데이터도 있고, 예술로 위장한 정보도 있으니, 우리는 더는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에 갈 필요가 없어. 1년에 한 번 대형 콘서트에 참석하면 되는 거지.”
--- p.41

하지만 그의 몸에 완전히 흡수되지 못한다면 나는 스스로를 이르쿠츠크로 추방해야 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 사이의 모호한 거리로 씨름할 필요는 더 이상 없어질 것이다. 이대로라면 어느 날은 호사스러운 친밀감, 또 다른 날은 냉랭한 소원함의 반복일 테니까.
--- p.43

이야기는 베를린의 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화자로부터 시작된다. 여자는 눈을 비빈다. 눈에 부유물이 쌓여 시야를 가로막는데, 세상은 흐릿하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상태로 그저 눈앞에 있다. 그러나 세상이 모호해질 거라면, 그녀는 그 모호함을 선명하게 보고 싶어 한다.
--- p.54

아파트 어딘가에서 한 아이가 믿을 수 없다는 울음을 반복해서 내질렀다. 나는 자신에게 작용하는 모든 힘이 점점 더 익숙해져가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그 아이의 지칠 줄 모르는 민감함이 부러웠다.
--- p.73

Y/N은 숨을 쉬기 위해 입술을 벌린다. 혀를 내밀어 두터운 이끼의 곱슬 다발 사이로 흙을 더듬는다. 벌레들이 그녀의 미뢰 위로 기어오르고,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그녀의 눈은 녹색의 어둑한 암시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을 향해 열려 있다.
--- p.105

우리는 마스크가 움직이지 않도록 입을 최대한 작게 움직이며 텅 빈 극장에 앉아 계속 이야기했다. 여자는 자신을 O, 그러니까 ‘알파벳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한국 이름의 첫 음절이 ‘오’였는데 이름 전체를 알려주진 않겠다고 했다. 몸과 마음이 무한대로 확장되길 바라는 희망을 담아 이미지적으로 표현한 글자가 O라고 했다.
--- p.116

방 안의 가장 큰 캔버스는 천장에 닿을락말락했고 두꺼운 검은 선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자 계속해서 되풀이되던 꿈이 떠올랐다. 어둠 속의 자유낙하. 너무도 절대적이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어둠이라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조차 감각할 수 없었던, 그래서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못했던 꿈.
--- p.125

음악 교수가 끼어든 건 바로 이 지점이었다. 폴리곤 플라자는 세상에서 점점 더 희귀해지고 있는 특정한 경험을 위해 출입이 통제된 공간이었다. 그녀는 이 공간을 수도원에 비유하길 좋아했다. 자아의 해체가 엄청난 자기표현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장소.
--- p.160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세계 어딘가에서 문을 찾아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에 직면한 채 낙담하며 깨어났다.

--- p.194

출판사 리뷰

매혹의 구덩이로 떨어지는
초현실적이며 환각적인 모험

불안한 목의 소년은 불가해한 논리를 따르고 있었다. (……) 팀워크라는 매끈한 살결 밑에 감춰진 그의 개성이 경련하듯 씰룩이는 모습을 마주한 순간, 그가 다른 멤버들과 다르다는 것이 더욱 확실히 보였고, 내가 다른 네 명보다 이 소년을 더 좋아하며 따라서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_13~14쪽

이름 없는 화자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 “스스로를 비밀스럽게 만들며,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게 하고, 매섭게 하는 것”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를 완전히 붕괴시킨 것은 친구를 따라간 콘서트에서 목격한 케이팝 보이그룹 ‘팩 오브 보이즈’의 가장 어린 멤버 문의 춤. 그의 초월적인 몸짓을 본 순간 화자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그를 평생 볼 운명에 처했음을 깨닫는다. 형언할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화자는 문이 등장하는 Y/N 팬픽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결국 내가 쓰게 된 것은 하나의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베를린의 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화자로부터 시작된다. (……) 고개를 돌렸을 때 남다른 인내심으로 담배를 빨아들이고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 “당신을 위해 내가 부당한 고통을 감내하게 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어요.” _54~55쪽

이야기를 써 내려갈수록, 화자의 상상 세계와 현실 세계는 구분되지 않으며 상호 침투하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화자와 문, 화자의 연인인 마스터슨과 문, 화자와 마스터슨의 전 연인의 정체성 또한 뒤엉키면서 인물과 캐릭터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진다. 삽화처럼 생겨났다 사라지는 인물들은 고정된 정체성에서 달아나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연속”을 이루며 유령 같은 질량을 띤 채 텍스트 이곳저곳에 동시적으로 존재한다.

서사의 해체와 환상의 실험
미끄러지는 욕망의 변주곡

그녀는 그를 지나치게 원한다. 그녀의 욕망은 비정상적이다. 그가 지금보다 더 많이 주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가 아닌 모든 것, 그가 결코 될 수 없을 모든 것을 원한다. 음(陰)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그녀는 그것까지도 원한다. 그러나 이 모순은 결코 넘어설 수 없다. 그녀는 절대로 그것을 가질 수 없을 것이며, 그렇기에 그것을 사랑한다. 그녀는 가질 수 없는 것을 사랑한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면 그녀는 죽을 것이다. _77쪽

도달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한 사랑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내내 설명되지 않는 욕망들로 추동된다. 가령 화자는 자신의 마스터슨과 문의 잠자리를 연출하며 자신에게 문을 향한 성적 욕망이 없음을 깨닫고, 팬픽 속 Y/N이 독일인 철학자 문을 아이돌 문으로 떠나보내며 이별하는 기로에 놓이는 상황을 실험하고 탐닉한다. 당혹스럽고 괴이한 욕망은 서사의 일관성을 끊고 도덕적 정당성을 깨트리며, 시공간이 휘어질 위험을 감수하고, 불가해한 감정들을 매끄러운 언어로 포장하기를 거부하면서 독자를 비밀스러운 열기 속으로 몰아넣는다. 단순히 화자의 만족을 위한 것도 독자의 만족을 위한 것도 아닌 이 낯선 욕망의 정체는 무엇인가? 우글대는 열망을 품고 서울로 향한 화자는 성수의 신발 공장에서 일하는 화가 O를 비롯해 은퇴한 아이돌 스타 ‘문’이라는 텅 빈 궤도를 둘러싼 여러 인물을 만나며 각자가 품은 이질적인 열망과 충돌한다. 어긋나는 대화는 부조리극처럼 이어지고, 안전하게 정착되지 못할 욕망들이 불협화음을 이루며 변주된다.

기이한 사랑의 궤도를 비범하게 질주하는 이야기
“매혹된 자는 철저히 참담하게, 불가능 속에서 사랑을 수행한다.”

사람들은 몹시 다양하고도 무의미한 선택의 연쇄를 개성의 표현이라 착각하며 방향성을 잃었어. 그러나 진정한 개성은 (……) 모든 범주의 침식에 복종하며, 이름 없음과 집 없음과 아무것도 아님의 상태로 추락할 때 드러나는 거야. _160~161쪽

한국어판 출간과 동시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저자 에스더 이는 “내 관심은 누군가가 어떻게 아무런 보장도, 아무런 희망도 없이 공허에 맞서 진지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지”라고 말한다. 무수히 쏟아지는 이미지들이 소란스럽게 자신을 봐달라 외치며 “모두가 받고 싶어만 하고 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사랑하는 능력이 구조적으로” 소진된 현대 사회에서 사랑을 향한 열망과 몰입은 어떻게 실천 가능한가? 화자는 사랑을 받아줄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더 기이하고 용납될 수 없게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 선언하며, 자아를 더욱 미미하게 해체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수행한다. ‘가망 없는 사랑’이라는 시대를 초월한 비유를 통과해 강렬한 익명성과 결합된 이야기는 현시대 존재 방식을 표현하는 탁월한 형식이 된다. 그렇게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없는” 불가해한 아름다움이 탄생한다. 아무것도 아님의 상태로 떨어질 각오가 되었다면, 이 기이한 사랑으로 빨려 들어갈 문은 활짝 열려 있을 것이다.

끝도 없는 간극과 불화와 불협화음들. Y/N. Yes와 No가 다만 얇은 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놓이듯이, Your Name의 약자가 당신이 되었다가 내가 되었다가(잠깐, 당신은 누구고 나는 누구인가?) (……) 무수한 말줄임표들과 주저함들과 망설임들 사이에서, 당신이라는 번역자-독자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번역할지 감히 궁금하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옮긴이의 말

끝끝내 붙들리지 않는 글자들을 어떻게든 붙들려는 절박한 몸짓은 끝도 없이 공중에서 공중으로 미끄러지고 추락하는, 우스꽝스러운 춤에 다름 아니다 (……) 이 이야기는 그렇게 번역되었다. 아무런 확신도 의기양양함도 없이, 들리지 않는 매미들의 울음소리 속에서.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앉듯. 눈 감고 입 다물고 항복하듯.

추천평

"괴상하고 경이로운 작품." - 뉴욕타임스
“정체성, 팬덤, 예술에 관한 매혹적이고 혁신적인 소설.” - 타임
“비범한 데뷔. 낯설고 충격적이며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빛난다.” - 퍼블리셔스위클리
”낯설고 재미있고 때로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당혹감에 빠진 채 함께 달려 나가는 캐릭터들이 가득한 이 소설은 초점이 맞지 않는 시력 검사표를 해독하는 듯한 감각으로 독자를 이끌며, 정체성 자체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일깨운다. 예리한 아이러니를 품은 몽환적이고 격식 있는 문체는 마치 학술 논문과 함께 믹서기에 갈아 넣은 시와 같은 농도를 지닌다.” - 뉴요커
“팬덤과 망상에 대한 카프카식 열병. 이 꿈 같은 작품이 제시간에 도착했다. 뇌리를 떠나지 않는 매서운 장난기, 몰입감 넘치는 비현실성. 《Y/N》은 모든 형태의 매혹에 대한 훌륭한 해부다.” - 에스콰이어
“상쾌하며 눈부신 데뷔작. 부조리, 편집증, 실존적 공포의 아름다운 정점에 있는 모든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초현실적이며 열광적인 탐구.” - 일렉트릭 리터러처
“서구에서 케이팝을 다룬 주류 글쓰기와 달리, 이 소설은 ‘누군가가 무언가에 매료된다’는 문화적 현상에 명료하고 읽기 쉬운 정당성을 부여해 그것을 신비화하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 그저 열광적인 부조리함으로 가득 찬 집착의 구덩이로 독자들을 내던져버릴 뿐이다. 《Y/N》은 단순한 풍자보다 훨씬 기이하고 환각적이다.” - 버처
“부드러운 시와 현기증 나는 자기 인식의 순간들이 가득 섞인, 호기심 넘치고 사색적인 작품.”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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