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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ECCA YAR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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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좆같은 그날이 왔다. 징병일. 그래서 오늘 아침 일출이 그토록 아름다웠나 보다. 내가 보는 마지막 일출일지도 모르기에.
나는 무거운 캔버스 배낭끈을 단단히 조이고, 지금까지 집이라 부르던 석조 요새의 널찍한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갔다. 소른게일 장군 집무실로 이어지는 복도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힘들어서 가슴팍이 오르내리고, 폐는 불타는 것 같았다. 6개월 동안 격렬한 체력 훈련을 받은 결과가 이 정도였다. 15킬로그램의 배낭을 지고 6층 계단을 간신히 오르는 능력. 제대로 좆됐다. --- p.9 침착해. 침착해야 산다. 나는 음치라서 그럴싸하게 허밍을 하지도 못했으니 신경을 분산시키기 위해 노래를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학자다. 아카이브만큼 차분해지는 곳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곳을 떠올렸다. 사실. 논리. 역사. ‘네 마음은 이미 답을 아니까 기억을 불러오기만 해.’ 아빠는 언제나 그렇게 말했다. 몸을 돌려서 망루로 되돌아가지 않으려면 내 두뇌의 논리적인 면을 작동시켜야 했다. “대륙에는 두 개의 왕국이 있고, 우리는 400년 동안 전쟁 중이다.” 나는 서기용 시험을 준비하느라 머릿속에 때려박아서 쉽게 불러낼 수 있는 기본적인 자료를 읊었다. 그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난간다리 위를 이동했다. “우리 고국인 나바르가 더 큰 왕국으로 여섯 개의 독특한 지역이 자리하고 있다. 가장 남쪽이면서 가장 큰 지방인 티렌더는 포로미엘 왕국의 크로블라 지방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한마디를 뱉을 때마다 호흡이 가라앉고, 심장 뛰는 속도가 안정되며, 어지러움이 줄어들었다. --- p.40 드래곤을 직접 마주하니 심장이 가슴을 뚫고 나올 것처럼 뛰었다. 사실 나도 같은 심정이었다. 달아나고 싶었다. 이런 대단한 존재의 등에 올라타야 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터무니없었다. 갑자기 제3비행단에서 생도 한 명이 튀어나오더니 비명을 지르면서 우리 뒤쪽에 있는 성채로 뛰어갔다. 모두가 몸을 돌려 그 생도가 중앙에 있는 거대한 아치문으로 질주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 거리에서도 아치에 새겨진 문구가 보일 듯했지만, 애써 읽지 않아도 나는 이미 외워서 알고 있었다. ‘라이더 없는 드래곤은 비극이다. 드래곤 없는 라이더는 시체다.’ 일단 계약을 맺은 라이더는 드래곤 없이 살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드래곤은 라이더가 죽은 후에도 잘만 살았다. 그들이 신중하게 고르는 것도 그래서였다. 겁쟁이를 골랐다가 망신당하지 않으려고 말이다. 드래곤이 실수했다고 인정하는 일이야 있을 리가 없지. 왼쪽에 있던 빨간 드래곤이 거대한 입을 벌려 내 몸집만 한 이빨을 드러냈다. 원한다면 나를 포도처럼 짓이길 수 있는 턱이었다. 그 혓바닥을 따라 불길은 섬뜩한 칼날이 되어 달아나는 생도 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 생도는 성채 그림자까지 가기도 전에 자갈 위의 잿더미로 변했다. 68명 사망. 나는 열기에 옆얼굴이 화끈거리는 가운데 시선을 앞으로 홱 틀었다. 또 누군가가 달아나다가 처형당한다면… 보고 싶지 않다. 그때 또 비명이 울렸다. 나는 조용히 내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턱을 악물었다. 열풍이 두 번 더 느껴졌다. 한 번은 왼쪽, 또 한 번은 오른쪽이었다. 70명이 됐군. --- p.68 “자기 연민에 빠져 부루퉁해 있지 말고 생각해보면, 건틀릿을 오르는 데 필요한 건 너에게 전부 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다.” 등 뒤에서 외치는 목소리가 복도에 메아리쳤다. “자기 연… 뭐가 어째?” 나는 입을 딱 벌리며 돌아보았다. “사람들은 죽어.”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턱을 움직이며 천천히 말했다. “이런 일은 계속 계속 일어날 거야. 그게 여기의 본질이지. 널 라이더로 만들어주는 건 사람들이 죽은 후에 네가 뭘 하느냐다. 네가 왜 아직 살아 있는지 알고 싶다고? 내가 매일 밤 나 스스로를 재보는 척도가 너이기 때문이다. 너를 하루 살려둘 때마다 나에게 아직 괜찮은 사람 같은 부분이 남아 있다고 믿을 수 있거든. 그러니 그만두고 싶다면 제발 부탁인데, 날 자꾸 유혹하지 말고 얼른 그만둬버려. 하지만 뭔가를 하고 싶다면 그냥 해.” “난 그 폭을 메우기엔 키가 너무 작다고!” 나는 누가 듣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잇새로 말했다. “올바른 방법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야. 알아내.” 그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망할. 자식. --- pp.179~180 |
“네 두뇌가 최고의 무기야. 꾀로 상대를 이겨, 바이올렛. 내 말 알겠어?”
“난 오늘 죽지 않을 거야. 아직은 아니야.” 새로운 대형 팬덤의 시작을 알린 치명적이고 매력적인 세계 위대한 드래곤의 선택을 받은 자만이 살아남는 곳, 바스지아스 군사학교. 400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나바르 왕국은 스무 살만 되면 남녀를 막론하고 징집한다. 바스지아스에 입학한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죽거나 or 드래곤의 선택을 받아 날아오르며 졸업하는 것뿐. 그렇게 선택받은 자들은 ‘드래곤 라이더’라 불리며, 드래곤의 마력을 통해 얻은 고유 능력을 갖고 전쟁에 투입된다. 그리고 이곳에 타의로 떨어진 긴 ‘은빛 머리칼’의 바이올렛 소른게일. 전투 훈련을 해본 적 없는 그녀에게 이곳은 무덤 자리나 다름없다. 드래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는 잔인한 생도들과 반역의 인장을 받은 자들. 바이올렛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 그리고 그 안에서 속수무책으로 강렬하게 피어나는 금지된 로맨스…. 과연 바이올렛은 무사히 날아올라 졸업할 것인가? 《포스 윙》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바스지아스 아카이브(기록보관소)의 서기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은 바이올렛 소른게일이 사령관인 엄마의 명령에 따라 ‘드래곤 라이더’가 되어야 하는 치열한 생존 투쟁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드래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높이 60미터 위의 아찔한 난간다리를 건너야 하고, 매주 목숨 건 격투 시합을 치러야 하며, 위대하지만 성질 더러운 드래곤이 재미 삼아 쏜 브레스에 맞아 죽을 확률도 극복해야 한다. 엄청난 힘과 전투력을 넘어 무자비한 거만함까지 갖춘 생도 사이에서 결국 먹잇감이 된 작고 약한 바이올렛이 선택한 무기는 바로 그의 머리. 군사학교 교칙을 모조리 외우는 비상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펼쳐 보이는 온갖 지략과 권모술수는 현실적이고도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흥미진진한 영화적 서사를 보여준다. 잔혹한 경쟁 게임 속 진취적인 바이올렛과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와 갈등, 매력적인 수백의 드래곤 무리와 화려한 전투가 장관을 이루는 놀라운 이 세계관은 《왕좌의 게임》, 《다이버전트》 등을 작업한 이수현 국내 최고 판타지 번역가의 섬세한 완역으로 완성되어 새로운 판타지 대작을 애타게 기다린 독자들에게 마지막 책장까지 쉼 없이 빠져드는 완벽한 몰입과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저는… 다른 라이더만큼 강하지 않아요.” “은빛 아이야, 용기의 힘은 물리적인 힘보다 중요하다.” 드래곤이 선택한 단 한 명의 라이더, 그들이 써 내려간 위대한 이야기 “재능을 타고난 매혹적인 스토리텔러”, “로맨타지(로맨스와 판타지의 합성 소설)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 책의 저자 레베카 야로스는 특유의 호쾌하고도 매끄러운 필치로 독자들을 책 앞에서 무장해제시킨다. 드라마틱한 전개와 치밀한 복선, 섬세한 묘사로 쌓아 올려진 이 탄탄한 성장 서사는 모든 장면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마법 같은 경험을 넘어, 치열한 삶의 한복판에서 바이올렛이 겪는 실패, 절망, 상실, 슬픔,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들어 굴복시키는 짜릿한 정복욕까지… 모든 감정에 매료되기에 충분하다. 작가와 그의 여섯 자녀 중 네 명은 실제로 바이올렛처럼 뼈와 관절이 쉽게 부러지는 질환을 앓고 있다. 최근엔 그 증상이 심해져 오래 서 있는 것도 버겁지만, 그만의 풍부한 상상력과 도전정신으로 이 시리즈를 써 내려가며 진정으로 ‘강함’이란 물리적인 힘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낸다. 이 책을 빌려 작은 것을 지키기 위해 자기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삶의 가치를 전하는데, 이에 응답한 독자들의 응원과 공감의 메시지가 폭발적인 ‘은빛 팬덤’의 시초가 되었다. “이 책을 읽은 뒤로 단 하루도 이 책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다.”, “캐릭터와 세계관, 스토리, 로맨스, 액션, 드래곤까지 그야말로 완전무결하다.”, “끝내주게 섹시한 제이든 때문에 사라졌던 연애세포가 돌아왔다” 등 다양한 고백의 말이 지금도 실시간으로 온라인을 뜨겁게 물들이고 있다. 전 세계가 사랑에 빠진 《포스 윙》의 매력을 직접 확인해보자. 판타지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이 작품은 당신이 기다려온 유일한 소설이 될 것이다. “바이올렛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은 매우 카타르시스적인 행위입니다. 그녀는 남과 다른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에 무너지지 않고 이겨내려 고군분투하는데, 사실 저와 저의 네 명의 아이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_〈뉴욕타임스〉 인터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