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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아기 피티 잘못된 진단 에스테반 가르시아 27 네모난 세상 캘빈과 생쥐 친구들 첫 대화 “고아 고아, 아구 고아.” 카우보이가 된 두 친구 메리 크리스마스 캐시가 좋아 안녕, 캐시 오언 오언이 준 선물 보즈먼 요양소 2부 트레버와의 첫 만남 할아버지를 내버려 둬! 내 친구 피티 할아버지 즐거운 낚시 새 휠체어가 필요해 오언과 우연히 만나다 아이크를 찾습니다 영화관에서 만난 쇼나 캘빈과 다시 만나다 팰리세이드 폭포 빛나는 돌 할아버지, 새 휠체어예요 잘 가요, 피티 할아버지 |
Ben Mikaelsen
유아 병실에 들어오고 3년이 지난 뒤 또 다른 사건이 있었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주마다 목욕 시간이 되어 보조원이 목욕을 시켜 주다가 발이 미끄러졌다. 커다란 욕조에 피티를 눕히려던 참이었는데 그만 머리부터 물에 집어넣고 말았다. 보조원이 피티를 안아 올렸다.
“괜찮니? 불쌍한 아가?” 보조원은 법석을 떨며 수건으로 아이의 눈가에서 눈물을 닦아 냈다. 피티가 웃었다. 그러나 웃음은 수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_ 25쪽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갓 벤 풀, 라일락, 인동꽃 냄새가 날아왔다. 맛이 느껴질 정도로 달콤한 냄새였다. 피티는 숨을 들이쉬었다가 마지못해 내쉰 다음 다시 허겁지겁 향기를 들이마셨다. 전에도 바람을 맞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주마다 목욕을 하러 가면서 열린 창문 앞을 지날 때였으니 아주 잠깐 동안이었다. 웜스프링스에 온 뒤로 아홉 해 동안 단 한 번도 건물 밖에는 나가 본 적이 없었다. 피티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공기가 온몸을 어루만지고, 다리를 덮은 흰 홑이불을 끌어당기고 간질였다. 병실에는 가는 빛 줄기만 한 가닥 쏘아 주고는 하던 해가 온 세상을 빛으로 가득 채우며 눈부시게 내리쬐었다. 고개를 푹 숙였는데도 피티는 햇살이 너무 눈부셔 눈을 가늘게 뜨고 깜박거려야 했다. 피티는 웃었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_ 39쪽 처음으로 성공한 말은 ‘아주 좋아’였다. 볼을 입 안으로 당기며 콧노래를 하듯이 소리를 뱉어냈다. ‘아구 고아’ 이 말은 혀를 쓰지 않고 낼 수 있는 소리였다. 피티는 연습을 하고 또 했다. …… 이튿날 피티는 ‘가 바’라는 말을 배웠다. ‘잘 자’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소리가 나지 않아 그것과 가장 가까운 말로 생각해 낸 것이다. 이번에도 엄청나기 힘들었지만 거칠게나마 ‘가 바’라는 말을 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사람들은 밤마다 구석에 있는 침대에서 두 사람이 밤 인사를 나누는 것을 듣게 되었다. “잘 자, 피티.” “가 바.” _ 69쪽 --- 본문 중에서 |
피티의 몸은 평생 정신병원과 요양소에, 그의 정신은 뒤틀리고 굽어서 가눌 수 없는 몸에 갇혀 있다. 메트로놈처럼 매일 반복되는 지리한 일상, 정지된 듯 보이는 장애인의 일생이라니…… 재미는커녕 마주하기 불편하고 힘들지 않을까 하는 싶지만 이야기는 단숨에 읽힌다. 켈빈과 피티가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고, 영화를 보며 카우보이 놀이를 즐기는 모습, 처음에는 그저 다른 환자들처럼 피티를 돌보던 보조원들이 피티로부터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 피티는 늙고 쇠약해졌다. 곁에는 아무도 없다. 언제까지나 곁에서 친구가 되어 줄 것 같았던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고, 평생을 지내던 병원마저도 옮긴다. 다시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삶에 감사할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소동을 계기로 피티 할아버지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 소년 트레버. 트레버에게서 피티는 무엇을 보았을까. 소년은 낡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할아버지를 경계하지만 차츰 ‘관계맺기’를 해간다. …… 트레버는 친구가 된 피티 할아버지에게 새 휠체어를 마련해주고, 옛 친구들을 찾아주면서 전과는 다른 아이가 되어 있다.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었으므로 감사는커녕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돌아보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피티는 누군가가 돌봐주어야만 하는, 그래서 부담스럽고 친구가 되기 힘든 존재가 아니다. 곁에서 그를 지켜보았던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서 기뻐하고 행복해 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육체를 넘어선 긍정과 사랑의 힘, 그것이 피티가 그린 동그라미다. 《피티 이야기Petey》는 벤 마이켈슨이 한국 독자들과 만나는 세 번째 작품이다. 벤 마이켈 슨…… 벤 마이켈슨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낯설다면 《스피릿 베어Touching Spirit Bear》와 《나무소녀TreeGirl》는 어떤가. 난폭한 문제아 소년이 인디언의 전통에 따라 자연의 품에서 상처와 분노를 치유하고, 인내와 겸손, 용기를 배우는 《스피릿 베어》, 과테말라 내전을 겪었던 한 마야 소녀의 이야기《나무소녀》는 독자들의 서평과 입소문으로 지금까지 각각 3만 부 이상이 팔렸다. 벤 아저씨의 작품을 좋아하고, 다음 작품을 기다려온 독자라면 《피티 이야기》는 분명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구상하고 소재를 작품으로 완성하기까지 어느 작품보다도 노력과 정성을 쏟은 까닭이다. 《피티 이야기》를 쓰기까지 <클라이드 코던의 모습> “나에게 ‘피티 할아버지’가 되어 준 클라이드 코던에게. 그분 덕분에 이 책을 쓸 수 있었다.” 작가가 책에서 밝혔듯이 이 작품은 1920년 뇌성마비를 타고 태어난 실제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벤 마이켈슨은 몬태나주 민속무용 파티에서 우연히 피티 코빈(클라이드 코던) 이야기를 듣는다. 명민한 정신을 타고 났지만 육체적 장애 때문에 자기 생각을 전달할 수 없고 심하게 뒤틀린 몸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던 피티, 그는 백치라는 진단 뇌성마비는 보통 지적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질병도 아니고 유전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뇌성마비라면 생각할 수도 감각을 느낄 수도 없는 백치라고 취급했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뇌성마비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장애다. 뇌성마비가 있는 사람들은 단지 신체 조건이 다를 뿐 정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물리 치료와 훈련으로 아주 생산적이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간다. 을 받고 몬태나 정신병원에서 지낸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단순히 자기 몸에 갇혀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흥미를 느꼈다. 그러나 실제로 피티를 만나고 난 뒤, 피티의 깊은 직관력과 삶에 감사하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시간과 공간의 흐름으로부터 유폐된 삶이란 어떤 것일까. 작가는 피티가 가벼운 정도의 지체에 만곡족을 가진 소년과 55년 동안 친구로 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평생 서로에게 둘도 없는 벗이자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1973년 의료 시설을 개선하면서 두 사람은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란 희망도 사위어갔다. 두 사람의 이별이 얼마나 가슴 아픈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 작가는 피티의 칮구를 찾아 두 사람을 만나게 해 주는 일에 매달렸다. 그 일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고백한다. 벤 마이켈슨은 《피티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하고 피티의 삶을 온전히 그리기 위해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작가는 조사한 내용과 피티의 기억에 근거해 이야기를 소설화 했다. 작가는 피티의 삶을 완전히 안다고 자신할 수 없지만 실제 피티, 클라이드 코던의 모습에 충실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단어 하나하나가 피티가 삶에서 느끼는 기쁨, 희망, 성취감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랐다. 벤 마이켈슨의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들을 돌아보게 한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이곳저곳을 여행한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삶과 사람 사이에서 영감을 얻고 걷는 속도와 보폭만큼 시나브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제에 천착한다. 경계 밖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옆에서 마음을 나누고 친구가 될 때까지. 그것이 나무소녀든 야생에서 크는 곰이든 간에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