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작가의 말
1. 용봉산 2. 미륵을 부르는 봄 3. 그러고 나서 4. 하늘우물 5. 가재춤 6. 검사와 여선생 7. 그해 여름 8. 시간의 빛깔 9. 그래도 가야 할 길 |
강병석
|
(예서 기다려라. 한 마디 던져놓고, 보따리 하나를 둘러멘 아버지가 비상도로 끝으로 사라졌다. 남겨진 네 식구는 그때 한 편의 시가 되었다.)
뻐꾸기가 울고 있었다 송홧가루 같은 팥고물 같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쑥대도 익모초도 쇠어가는 외딴 집터 앞 산모퉁이를 돌아간 비상도로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뿐인 보따리에 나누어 묶인 채로 우리는 버려지고 있었다 망아지처럼 눈물도 말라붙은 슬픔이 황혼으로 덮치고 아버지는 돌아오는 기척이 없었다 어머니 흰고무신 아래로 낯선 정적이 깔리고 새벽차로 떠난 고향집 족두리감나무에서 까치가 울었다 치마폭을 늘여 쥐고 칭얼대던 동생은 그을린 주춧돌에 드러눕고 뜯어 쥔 질경이 잎사귀에 거미줄 같은 어둠이 엉겨붙고 있었다 쌍불을 켜고 늑대 같은 군용트럭이 달려가버린 뒤 호잇호잇 밤새가 울었다 저물도록 따라와 발을 절고 선 고향 하늘이 돋는 별 키질하며 가려내고 있었다 허기와 두려움의 끝 사려 다지며 어머니는 끝까지 서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