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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감
1부 벗음 1. 욕조 2. 목욕탕 3. 온천 4. 물 5. 불 2부 재생 1. 등대 2. 걷기 3. 숫자 4. 그림 5. 재생의 욕조 3부 창조 1. 어린이 2. 촛불 3. 기억 4. 쓰기 5. 창조의 욕조 나옴 첨언 이 작은 아기는 누구인가? 1. 대추공주 2. 빅빅걸 3.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하지만 부록 1. 필명 오렌의 비하인드 스토리 부록 2. 가벼움 훔치기 부록 3. 휴식 같은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작가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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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시트러스 향 입욕제로 거품을 낸 따끈한 욕조에 들어앉으면 W. 의 노래 Lemon이 절로 흥얼거려진다. 흙으로 빚은 램프에 불을 밝히고 티 트리 오일을 두어 방울 떨어뜨린다. 노랑노랑하게 번져나가는 작은 불빛 하나 더해졌을 뿐인데 마음이 한결 온화해진다. 여기에 수고한 나를 위해 준비한 달콤 쌉싸름한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왕비가 된 것 같다. 온수와 향기와 알코올의 따스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 전신이 노곤해진다. …. 줄줄이 매달린 사탕처럼, 감정이 담긴 기억이 다음 기억에 그 감정을 데리고 온다. 기억의 기차놀이 기억은 경험과는 다르다. 경험은 그곳에 있지만 경험을 기억하는 감정은 지금 이 순간, 그 경험을 떠올릴 때마다 달라진다. 그러므로 기억은 언제나 새롭게 편집될 수 있는 재료이고 자산이다. 영원한 현재다. 기억의 기차는 한량 한량 분리되어 있어서 레고처럼 쌓아 올렸다가 새로운 조합으로 다시 만들 수 있다. … 목욕을 마치고 도톰한 수건으로 머리카락과 얼굴과 발을 소중하게 닦는다. 희미한 향이 있는 베이비오일을 온몸에 골고루 발라준다. 하얀 성에가 낀 유리를 손바닥으로 닦아내고 뽀얀 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 유일한 실체인 현재를 보다 온전하게 살기 위해 펜을 든다. 오색의 베일 속 백팔번뇌를 글로 풀 수 있다면 자유인이 될 수 있다.
--- p.24-28 「욕조」중에서 매일의 가볍고 꾸준한 글쓰기의 집중과 반복이 쌓이면 힘을 갖는다. 자기 훈련 과정으로 글쓰기는 지적, 감정적 불순물을 정화하고 정신을 단련시켜 허약한 자아를 강도 높고 탄력 있게 변화시킨다. 글쓰기는 물의 정화력과 치유력처럼 조용하지만 강력한 변화를 가져다준다. --- pp.51-52 「물」중에서 숫자로 생각을 관리하는 것은 본질에 다가가는 힘을 길러준다. 생각이 많아져서 잡념이 될 때, 숫자를 이용해서 생각을 요약해서 정리하는 글쓰기는 과거에 대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증식된 뿌연 정신의 안개를 걷어내어 맑고 분명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 p.92 「숫자」중에서 꿈은 달에서 온다. 그림은 달의 언어다. 내면에서 떠다니는 생각과 감정, 가능성의 이미지와 유사한 존재 상태가 붓을 통해 화면 위에 드러난다. 꿈이 형상화된 것이 그림이다. 그림은 의식하지 못한 채 드러낸 무의식의 감정을 가시화하여 자신의 정서를 돌볼 수 있도록 돕는다. --- p.100 「그림」중에서 어린 시절의 능력, 즉 몽상적이고 자유로운 어린이가, 경탄하고 배우고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우리를 구원한다. 몽상하는 존재인 때 묻지 않은 정신, 세상에 물든 적이 없는 우리 안의 어린아이가 램프를 켜게 하자. 글을 쓰게 하자. 창조하는 주체가 되게 하자. 그리하여 우리 ‘존재의 나무’를 튼튼하게 가꾸자. --- p.121 「어린이」중에서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작가적 고향, 풍요로운 영혼 깊은 곳, 내 존재의 나무 아래, 마르지 않는 나의 샘물에서 솟아나는 물을 마시고, 나의 심장에서 만들어진 나만의 잉크로 글을 쓰자. 내 눈물을 닦아주고,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나를 돕는 천사적인 글쓰기로 스스로를 구원하고 세상의 일원이 될 수 있다. --- p.156 「창조의 욕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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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고 따뜻한 물…욕조 안에 담그면…세상의 때가 벗겨지고, 세상의 소음이 고요하게 잠긴다…나에게 욕조는 모성의 상징이자 자아의 상징…모든 것을 품었던 태초의 사랑의 욕조는 탄생과 함께 박탈의 경험이 된다.” 「재생의 욕조, p104-105」
책을 열어 작가를 만난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한 자아가 격동하는 음성이 다소곳이 담긴 활자를 읽는다. 상처입고 분열되었던 한 예술가의 영혼의 부활의 순간을 함께한다. 페이지를 넘기면, 쪽마다 영혼의 색 묽게 풀어진 수채화 색체들이 향연을 펼친다.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 흥겨운 콧노래, 물에 잠긴 영혼의 온도, 향기를 느낀다. 작가의 영혼은 독자의 영혼과 함께 물 속으로 들어가 쉼을 얻고, 고락의 먼지를 닦아내고, 상처를 치유하고, 태어난 모습 그대로의 아기, 우리 자신의 자아를 만나고자 한다. 치유를 너머 정신은 대지를 향한다. 치유된 마음은 육체의 활력, 정확한 숫자, 견고한 존재들로 형이상학적 정신을 단단한 대지 위로 굳세게 뿌리내린다.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싸워내며 이긴다. 작가는 작품과 부록을 통해 서서히 자신의 실제 삶과 상처를 드러내며, 그것을 글과 그림과 춤으로 승화시켜온 예술가의 걸음을 서술한다. 책 속에서 작가가 경험한 처절한 현실의 고통은 아름답고 부드러운 아기의 색과 맑은 물의 옷을 입고 형상화되며, 예술가의 자아는 자기 자신의 정신과 심리를 분석하는 가운데 글, 그림, 꿈, 춤을 통해 단정하게 정돈되고 중심을 잡고 창작활동에 온전히 몰입해 나간다. 예술가의 자아는 나로부터 타인으로 더 나아가 세계로 확장된다. 세계로 확장된 자아의 음성은 이렇게 책이 되어 더 넓은 세상에게 말을 건넨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용감하게 죽어간 동료를 추모했다. 삶과 죽음이 합쳐진 모두가 아름다움이었다.” 「들어감, p14」 삶과 죽음을 아는 영혼의 아름다운 작품이다. 감사합니다 강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