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저자 소개
일러두기 제1부 제1장. 시대의 남자 제2장. 율가(家) 제3장. 휴가 제4장. 작가와 그의 아내 제5장. 여기까지의 길 제6장. 실리적인 친구 제7장. 메리언의 집 제8장. 승자의 편으로 제9장. 메마른 영감 제10장. 가족의 친구들 제11장. 잠깐의 휴식 제12장. 희망 없는 노동 제2부 제13장. 경고 제14장. 신참들 제15장. 최후의 보루 제16장. 거절 제17장. 이별 제18장. 옛집 제19장. 과거로의 귀환 제20장. 기다림의 끝 제21장. 율 씨, 런던을 떠나다 제22장. 상속인들 제23장. 투자 제안 제24장. 재스퍼의 관대함 제3부 제25장. 헛된 만남 제26장. 기혼 여성의 재산 제27장. 외로운 남자 제28장. 과도기 제29장. 재앙 제30장. 운명을 기다리는 중 제31장. 구출과 호출 제32장. 리아든, 실리적으로 변하다 제33장. 밝은 길 제34장. 확인 제35장. 열병과 안식 제36장. 재스퍼의 예민한 문제 제37장. 포상 |
George Robert Gissing
요즘 시대에 문학 활동이란 장사거든. 우주의 힘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몇몇 천재 작가를 제외하면, 이 시대에 글로써 성공한 사람들은 수완 좋은 장사꾼이야. 그들은 가장 먼저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을 염두에 둬. 어떤 물건이 잘 안 팔리기 시작하면 곧바로 새롭고 매력적인 물건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어. 수입을 짜낼 원천을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지. 무얼 팔든지 간에 각종 분야에서 수입을 창출할 거야.
--- p.17 돈이 없는 사람은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에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죽자사자 일만 해야 합니다. 돈으로 쉽게 살 수 있는 그 발판을 말이에요. 문필업에서 돈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부유하다는 건 결국 친구가 많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그런 영향력이 매년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가끔 운 좋은 사람은 순수히 자기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성공의 문은 닫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게 밀려나죠. --- p.36 아닐세. 우리, 인생을 베끼자고. 남자와 여자가 열정적으로 만나는 장면이 있다면, 둘 중 한 명이 열감기가 걸려서 못 만나게 하고, 고대하던 파티 전날, 예쁜 여자 코에 흉한 여드름이 나게 하자고. 평범하고 선량한 삶의 수많은 혐오스러운 양상을 드러내잔 말일세. --- p.146 그는 매우 천천히 일했다. 일반적으로 2부작 정도 될 분량이었지만, 그는 몇 달 동안이나 인내하며, 애정을 담아, 꼼꼼히 썼다. 모든 문장이 그의 최선이었고, 청각적으로 아름다웠으며, 단어마다 중요한 뜻을 내포했다. 그는 채프터를 새로 시작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계획했다. 그리고 초안을 쓰고, 한 문장, 한 문장 세심하게 고쳐 나갔다. 그는 이런 고역이 속세의 화폐로 보답받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어렵사리 출판된다 해도 푼돈밖에 못 받을 거라고 예상했다. 작품이 훌륭해야 했다. 그는 그것밖에 신경 쓰지 않았다. --- p.402 |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설가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가, 아니면 독자가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제공해야 하는가? 문학은 상품인가? 그렇다면 그 상품의 가치는 어떻게, 누가 결정하는가? 1891년에 출판된 『뉴 그럽 스트리트』가 표현하는 세계는 21세기 독자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할 것이다. 돈과 인맥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 시장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예술성을 타협해야 하는 예술가들. 문단 내 다툼과 시기.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잃고 상품으로 둔갑한 문학. 이 소설에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작가의 모습은 없다. 분위기 있는 카페에 앉아서 압생트를 들이켜며 영감의 인도 아래 술술 써 내려가는 예술가 대신, 요통과 감기에 시달리고 집세를 걱정하며 하루에 정해 놓은 분량을 어떻게든 메꾸려고 아등바등하는 노동자가 있을 뿐이다. 19세기 서구문화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었던 런던에서 일어난 건 산업 혁명뿐이 아니었다. 1870년 교육법 제정으로 공공 교육이 활성화되며 대중문화가 확산되었고, 문학계와 출판업계에서는 새로운 독자층을 겨냥한 글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책과 간행물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저널리스트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글이라면 무엇이든 썼으며, 그럽 스트리트의 생계형 작가들은 시간과 금전적 압박 아래서 자신이 쓰고 싶은 글보다는 시장에 ‘팔릴 만한’ 글에 집중해야 했다. 『뉴 그럽 스트리트』는 사회역사학적인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이다. 가난 때문에 자기 책의 저작권을 헐값에 팔아야 했고, 그래서 중견 소설가가 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경제적 압박에 시달려야 했던 조지 기싱은 당시 소설가들에게 불리했던 출판업계의 관습과 문단 안에서의 세력다툼을 낱낱이 드러내는 한편, 다락방의 추위를 피해 대영박물관 도서실에 틀어박혀 분투하던 가난한 문필업자들의 삶을 다큐멘터리 같은 생생함으로 종이에 옮겼다. 영미 문학사를 통틀어, 어쩌면 세계문학사를 통틀어 『뉴 그럽 스트리트』만큼 문필업의 실태를 사실적으로 쓴 소설은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제는 문필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문학작품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예술이 상품화된 세상에서 예술과 예술가라는 직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며, 기싱이 평생에 걸쳐 탐구한 ‘중산층의 가난’ (그는 비교적 가난한 이들이 절대적으로 가난한 이들보다 더 불행하다고 믿었다) 은 상대적 박탈감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