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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
이상 「날개」 이어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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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yoc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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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소개

책소개

목차

날개 _이상

사이렌이 울릴 때 _이승우
우리들은 마음대로 _김태용
진술에 따르면 _임현
마지막 페이지 _강영숙
1교시 국어 영역 _최제훈
대합실에서 _박솔뫼

해설 「날개」를 읽는 여섯 개의 시선 _조연정(문학평론가)
이상 연보
지은이 소개

저자 소개8

이상

 

李箱, 김해경金海卿

본명은 김해경(金海卿)으로, 1910년 8월 20일에 태어났다.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현재 서울대학교) 재학 중 학생 회람지 [난파선]의 편집을 주도하면서 시를 발표했고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1929년 조선총독부의 건축기수가 되어 근무하던 중 12월에 건축학회지 [조선과 건축]의 표지도안 현상 모집에 1등과 3등으로 당선된다. 1928년 졸업 앨범에서 평생 동안 필명이 되는 이상(李箱)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1930년 [조선]에 첫 소설 『12월 12일』 연재를 시작하며 등단했다. 이후 『이상한 가역반응』 『파편의 경치』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내며 활발한
본명은 김해경(金海卿)으로, 1910년 8월 20일에 태어났다.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현재 서울대학교) 재학 중 학생 회람지 [난파선]의 편집을 주도하면서 시를 발표했고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1929년 조선총독부의 건축기수가 되어 근무하던 중 12월에 건축학회지 [조선과 건축]의 표지도안 현상 모집에 1등과 3등으로 당선된다. 1928년 졸업 앨범에서 평생 동안 필명이 되는 이상(李箱)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1930년 [조선]에 첫 소설 『12월 12일』 연재를 시작하며 등단했다. 이후 『이상한 가역반응』 『파편의 경치』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내며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친다.

1934년에는 [조선중앙일보]에 『오감도』를 연재했는데, 난해하고 파괴적인 형식에 독자들의 항의를 받고 연재가 중단되기도 하였다. 「오감도 작가의 말」은 연재 중단 후 쓰여 해당 잡지에는 발표되지 않았다. 1936년「날개」를 발표하여 큰 화제를 일으켰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날개」는 이상의 대표 소설이다. 이듬해는 1937년 2월 사상불온 혐의로 일본 경찰에 유치되었고, 같은 해 4월 17일 도쿄대학교 부속병원에서 사망하였다.

현대시사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시인이며, 1930년대에 있었던 20년대의 사실주의, 자연주의에 반발한 모더니즘 운동의 기수였다. 그는 건축가로 일하다가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로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겉으로는 서울 중인 계층 출신으로 총독부 기사였던 평범한 사람이지만, 20세부터 죽을 때까지 폐병으로 인한 각혈과 지속적인 자살충동 등 평생을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던 기이한 작가였다. 한국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시와 소설을 창작한 바탕에는 이런 공포가 늘 그의 삶에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910년에 태어나 1912년 아들이 없던 백부 김연필(金演弼)의 집에 장손으로 입양되었고, 백부의 교육열에 힘입어 신명학교, 보성고등보통학교,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마쳤다. 손가락이 잘리고 빈궁하게 살았던 친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와 자신을 입양한 백부에 대한 증오심으로 어린시절을 보냈다. 영민하여 학업 성적은 우수하였고,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재질이 있어 학창시절, 직장시절 내내 그림에 꿈을 품고 열중하였다. 또한 조선인인지 일본인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유창한 일본어 실력이 있었고, 예술적 이상향으로 동경(도쿄)을 꼽았다고 한다. 스스로를 선각자이며, 천재, 모더니즘의 기수이자 전위예술의 선구자라고 자처했는데, 식민지 시대임에도 민족적인 자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범세계적이고 현대적인 문명에 심취하였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서는 한국 고유의 색채를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유럽이나 일본 문학계에 유행하던 모더니즘의 영향을 찾을 수 있다. 실제 생활은 나태하고 난잡, 무기력했다고 전해지며,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잡지 [조선(朝鮮)]의 1930년 2월호부터 12월호까지 9회에 걸쳐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이기도 한 『12월12일(十二月十二日)』을 」이상」이라는 필명으로 연재하였고, 1931년 『이상한 가역반응』을 발표하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BOITEUX·BOITEUSE』 『오감도』 등을 [조선과 건축]에 발표했고, 1932년 단편소설 『지도의 암실』을 [조선]에 발표하면서 비구(比久)라는 익명을 사용했으며, 시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발표하였다. 이후 [구인회]에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 『오감도』를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다. 미친수작, 정신병자의 잡문이라는 혹평을 받아 결국 30회로 예정되어 있었던 분량을 15회로 수정하여 연재가 중단되었지만 열화와 같은 찬반양론을 일으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소설 『지팡이 역사』 수필 『혈서삼태』와 『산책의 가을』 등을 발표하였고, 1935년에는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연재되는 동안 삽화를 맡아 그리기도 하는 등 창작 활동은 계속하였다. 친구인 구본웅(具本雄)과는 신명(新明)학교 동기동창일때부터 각별히 친했으며, 대학입학시 그가 선물한 스케치박스(사구상)에서 필명인 이상이 나왔다는 설이 전해진다. 화가 구본웅이 인쇄소 창문사에 이상의 일자리를 주선하여 근무하면서 1936년, 구인회의 동인지인 [시와 소설]을 창간하고 편집해 발간하지만 1집만을 발간하고 그만둔다. 이후 [중앙]에 『지주회시』 [조광]에 『날개』 『동해』를 발표하였다.

백부에게서 유산을 물려받고 가족들과 함께 살았으나, 가족들의 무지와 가난에 곧 질려서 보름만에 나와버렸다. 1933년, 무질서한 생활로 폐병이 심해져 각혈까지 한 그는 총독부 기사직을 그만두고 구본웅과 함께 황해도 백천에서 요양 생활을 시작했다. 그 곳에서 그의 연인인 금홍을 만났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금홍을 못잊고 방황 하다가 제비 다방을 마련해 그녀를 마담자리에 앉혔다. 그는 금홍과의 만남 이후에도 여러 여급들과 사랑을 나누었는데, 이들을 무척 사랑하긴 했지만 그 행복이 오래간 적은 없었다. 다만 이들과의 관계에서 문학적 영감을 얻어 작품들을 집필하였다. 1933년부터 1937년까지, 그는 금홍과 권순희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가면 『봉별기』, 『날개』, 『지주회시』 그리고 『종생기』등과 전문시 음화시, 문명 비평류의 수필 등을 산더미처럼 쏟아내었다. 이 수많은 작품들이 술에 절어있던 한밤 중에 쓰여졌다는 사실은 ‘천재 이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그러던 그는 이화여전 출신인 여류문인이자 친구 구본웅의 이복동생인 변동림(이상이 죽은 뒤 순화 김환기의 부인이 된 김향안 씨)과 결혼을 하였다. 그녀는 금홍과 달리 빈민굴에서 고생하는 그의 가족과 깊은 친분을 맺었다. 하지만 그녀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그녀는 카페의 여급으로 일하며 입에 풀칠을 하게 되었다. 건강악화와 어려운 경제적 여건 등, 국내에서의 비참한 현실과 마주친 이상은 도피하기 좋아하는 그의 성격탓인지, 가족과 아내를 남겨둔 채 1936년에 동경행을 선택했다. 동경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가난을 절절히 겪던 그는 『종생기』, 『환상기』, 『실락원』, 『실화』, 『동경』 등의 수많은 작품을 엮어냈고, 『봉별기』를 [여성]에 발표하였다.

그의 마지막 여자인 변동림은 『동해』 『단발』 구필 『행복』 『종생기』의 『선』 『실화』의 『연』 등에서 지금까지 살아 숨쉬고 있다.이듬해 2월, 극도로 악화된 건강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던 이상은 1937년 불량선인(사상불온) 혐의로 운 나쁘게도 일본 경찰에게 검거되어 옥살이를 치렀다. 건강이 악화되어 거의 시체나 다름없게 된 그는 보석을 허가받아 평소 동경제대의 부속병원에 입원했다. 항상 여자와 문학에 빠져 살던 이상은 결국 날지 못한 채 변동림이 구해온 레몬의 향기를 맡으며 짧은 생을 마감했다. 유해는 화장하여, 경성으로 돌아왔으며, 같은 해에 숨진 김유정과 합동영결식을 하여 미아리 공동묘지에 안치되었으나, 후에 유실되었다. 20세기 한국문학사에 내장된 최고의 형이상학적 스캔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전집이 출간되기도 하였다.

이승우

 

Lee Seung Woo,李承雨

1959년 전남 장흥군 관산읍에서 출생하였으며, 서울신학대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을 중퇴하였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1991년 『세상 밖으로』로 제15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1993년『생의 이면』으로 제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고, 2002년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로 제15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하여 형이상학적 탐구의 길을 걸어왔다. 2007년 『전기수 이야기』로 현대문학상을, 2010년 『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오영수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1959년 전남 장흥군 관산읍에서 출생하였으며, 서울신학대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을 중퇴하였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1991년 『세상 밖으로』로 제15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1993년『생의 이면』으로 제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고, 2002년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로 제15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하여 형이상학적 탐구의 길을 걸어왔다. 2007년 『전기수 이야기』로 현대문학상을, 2010년 『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오영수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생의 이면』, 『미궁에 대한 추측』 등이 유럽과 미국에 번역, 소개된 바 있고, 특히 그의 작품은 프랑스 문단과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2009년에는 장편 『식물들의 사생활』이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폴리오 시리즈 목록에 오르기도 했는데, 폴리오 시리즈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고본으로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해 펴내고 있으며, 한국 소설로는 최초로 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소설집으로 『구평목씨의 바퀴벌레』, 『일식에 대하여』, 『미궁에 대한 추측』, 『목련공원』,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심인 광고』, 『신중한 사람』 등이 있고,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그곳이 어디든』, 『캉탕』 등이 있다. 이 외에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살다』, 『소설가의 귓속말』 등의 산문집이 있다.

『생의 이면』, 『미궁에 대한 추측』 등이 유럽과 미국에 번역, 소개되었고 특히 프랑스 문단과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2009년에는 장편 『식물들의 사생활』이 한국 소설 최초로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폴리오 시리즈 목록에 오르는 등, 다수의 작품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로 번역되었다.

강영숙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흔들리다』 『날마다 축제』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아령 하는 밤』 『회색문헌』 『두고 온 것』 등이 있고, 장편소설로 『리나』 『라이팅 클럽』 『슬프고 유쾌한 텔레토비 소녀』 『부림지구 벙커X』 등이 있다. 특히 대표작 『리나』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16세 소녀의 8년에 걸친 국경 넘기 과정을 그린 소설로, 중국 국경지대를 유랑하는 탈북자들의 문제를 우리 문학의 자장 안으로 끌어안은 문제작으로 2006년 제39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라이팅 클럽』은 2010년에 문화 웹진 나비(http://nabee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흔들리다』 『날마다 축제』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아령 하는 밤』 『회색문헌』 『두고 온 것』 등이 있고, 장편소설로 『리나』 『라이팅 클럽』 『슬프고 유쾌한 텔레토비 소녀』 『부림지구 벙커X』 등이 있다. 특히 대표작 『리나』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16세 소녀의 8년에 걸친 국경 넘기 과정을 그린 소설로, 중국 국경지대를 유랑하는 탈북자들의 문제를 우리 문학의 자장 안으로 끌어안은 문제작으로 2006년 제39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라이팅 클럽』은 2010년에 문화 웹진 나비(http://nabeeya.yes24.com)에 연재했으며 ‘2008 Seoul Young Writer's Festival’, 2009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의 ‘2009 International Writing Program’의 참여 작가로도 활동했다. 한국일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김태용

 
2005년 [세계의 문학]에 단편소설 「오른쪽에서 세 번째 집」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 『포주 이야기』 『음악 이전의 책』, 장편소설 『숨김없이 남김없이』 『벌거숭이들』 『러브 노이즈』가 있다. 2008년 한국일보문학상, 2012년 문지문학상, 2016년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제훈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7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장편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나비잠』 『천사의 사슬』이 있다. 2011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솔뫼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 『우리의 사람들』,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 『인터내셔널의 밤』, 『고요함 동물』, 『미래 산책 연습』 등이 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임현

 
1983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201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그 개와 같은 말』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7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8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그 개와 같은 말』 중편소설 『당신과 다른 나』 등이 있다.

대산문화재단

 
한국 문학의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대산문학상, 대산창작기금, 한국 문학과 외국 문학의 번역 출판 지원 등을 시행하는 대산문화재단은 우리 문학계 이슈와 작가의 이야기들로 꾸며진 계간지 『대산문화』를 통해 뛰어난 근대 고전 작품의 이어쓰기 특집을 진행하고 있다. 그 네번째 작업으로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 이어쓰기를 선보인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20g | 124*188*12mm
ISBN13
9788932035888

책 속으로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설마 아내가 아스피린 대신에 아달린의 정량을 나에게 먹여왔을까? 나는 그것을 믿을 수는 없다. 아내는 대체 그럴 까닭이 없을 것이니. 그러면 나는 날밤을 새우면서 도적질을 계집질을 하였나? 정말이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 p.51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 p.52

그리고 나는 보았다. 세상에 종말이 왔다고 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정오의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는 순간, 이제껏 금붕어 주위를 어슬렁거리기만 하던 그 비쩍 마른 사내가 갑자기, 흡사 무슨 지시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옥상 난간으로 훌쩍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그는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선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양팔을 반쯤 펼쳤는데, 그 모습은 큰 닭이 날개를 펴고 두 발을 곧추세울 때의 모습을 연상시켰으나 비상하려는 닭의 자태와는 달리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해 보였다. 하기야 비상하려는 닭이 뜻대로 안전하고 완전하게 비상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기가 그와 같았다고 해서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 p.60~61

짧은 북쪽 기행을 마치고 나는 정원 언니와 함께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와 데파트 걸이 되어 영화에 출연할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미래의 나는 평양으로 가 사라질 것이다.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아름다운 옷감들이 유난을 떨고 있는 또 다른 도시, 평양의 거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영영. 이름을 바꾸고. 꾿빠이. 한 번만 더. 꾿빠이.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나는 여기에 없을 것이다.
--- p.91

그런데요, 그 사람이 언젠가부터 외출을 하고 돌아와서는 내게 그 돈을 돌려주기 시작하잖아요. 자꾸 돈을…… 그게 어떤 돈인데…… 내가 그걸 왜 그 인간에게 쥐여줬는데…… 자꾸 그걸 내게 도로 떠넘기려 하잖아요. 나를요, 자꾸 부끄럽게 만들려고…… 그러잖아요. 그게 나를 참을 수 없게 만들더라 이 말입니다. 그런데요 경부 나리,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럼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건 또 뭐였을까. 도대체 무엇이 그를 그토록 부끄럽게 만들었던 걸까요. 그게 뭐였길래, 자기 자신까지 버려야 했던 걸까요. 그런 생각을 오래 하다 보면요…… 아무래도 정말 그게 나 때문인 것 같다는 거예요. 그것 외에 도무지 떠올릴 수가 없습니다.
--- p.104

미란이 연락을 끊고 사라지면 사라졌기 때문에, 나타나면 나타났기 때문에 그녀의 불행을 함께 져야 한다는 이상한 책임감이 수영에게는 있었다. 하지만 그 책임감은 미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영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수영은 그 일 때문에 더 조심조심 살았고 성실하게 일했는지도 몰랐다. 나는 아니라는 듯, 그날 나는 나쁜 일을 당한 적이 없다는 듯 성실하게 살았다. 나쁜 일을 당한 건 미란이고, 저렇게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이 그런 나쁜 일을 당했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는 듯이 속으로 혼자 외치면서, 나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나쁜 일을 당한 친구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성실하게 열심히 살았다.
--- p.118~119

그런데 자꾸 뭔 지식인 타령이야. 세상 편하다. 골방에서 뒹굴며 화장품 냄새만 맡아도 지식인 소릴 듣고. 차라리 지금도 식민지 시대라면 좋겠다. 최소한 핑곗거리는 있잖아. ‘아아, 시대가 나를 무력하게 만드는 탓에 난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틀어박혀 지내겠소.’ 하긴 요즘 그렇게 지내는 사람들 많네. 지식인 대신 히키코모리나 달관 세대라고 불리지만. 따지고 보면 지금도 식민지 시대나 다름없지. 흙수저로 태어나면 평생 시간과 노력을 수탈당하며 금수저들 배나 불리고 살아야 하잖아.
--- p.130

서울이 여전히 경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전히 우리는 식민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라고 말하는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그 사람들은 무엇을 보며 서울을 걸을까 동시에 서울에서 무엇을 보는 걸까 등 뒤에서 훔쳐보려고 하지만 이제는 헤어져버린 사람들. 신세계 백화점 앞을 지날 때마다 이상한 겹겹의 시간이 흐르는 것 같다고 흐르다 멈추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는 서울이 여전히 경성이라고 생각하는 쪽은 아닌데 여기가 생각과는 다르다고는 생각해. 생각과는 다르니 착각을 하지 말고 지나는 사람들을 잘 살펴봅시다.

--- p.140

출판사 리뷰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날개」 다시 읽기


이상의 대표작 「날개」는 당대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으로 널리 읽혀왔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질문과 답변의 형태, 아이러니, 패러독스, 비유 등 독특한 문체와 구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사회와의 단절된 공간에 유폐된 주인공의 자의식적 세계를 내적 초점화를 통해 서술하고 있다. 주인공인 ‘나’는 돈을 변소에 집어넣거나 아내에게 받은 돈을 다시 돌려주는 등 근대 자본주의의 토대인 화폐의 가치를 부정하면서 끊임없이 쾌감의 세계, 욕망과 무의식의 세계를 탐닉하는 데 몰두한다. 근대 경성은 자본주의화, 성의 상품화 그리고 인간관계의 단절 등으로 인해 “회탁”의 거리로 변질되었고, 그 속에서 지식인은 희망과 야심조차 말소된 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부분 “날자. 날자. 날자.”는 마침내 의식의 회복, 주체의 각성을 일깨우는 외침에 다름 아니다.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날개」를 읽는 여섯 개의 새로운 시선


「날개」는 또한 ‘오해’에 관한 소설이다. ‘나’와 ‘아내’는 서로를 ‘오해’하는 부부로 등장하고, 아내의 (성)노동에 기생하며 쓸모없는 “연구”와 “발명”에만 몰두하는 ‘나’는 자신에 대한 독자들의 ‘오해’를 조장하는 편이다. 이처럼 이상의 「날개」는 모든 인간관계가 ‘오해’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 그것만이 인간 삶의 유일한 리얼리티라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로도 이해된다. 모든 인간의 관계가, 어쩌면 가장 내밀하다 할 수 있는 부부 사이도 혹은 소설 속 인물과 독자 사이도, 결국 ‘오해’로 구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작품은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이승우의 「사이렌이 울릴 때」, 김태용의 「우리들은 마음대로」, 임현의 「진술에 따르면」은 「날개」와 동일한 시공간 및 인물을 공유하면서 비교적 적극적인 방식의 이어쓰기를 시도한다. 이승우의 「사이렌이 울릴 때」는 「날개」의 마지막 장면에 주목한다.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서 정오의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를 외치는 「날개」 속 ‘나’를 대면하는 또 다른 ‘나’를 등장시키는 이 작품에서는, 정오의 사이렌 소리만 맹렬할 뿐 그 무엇도 분명한 것이 없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라는 사실만이 확실할 뿐이다.

김태용의 「우리들은 마음대로」와 임현의 「진술에 따르면」은 공통적으로 「날개」 속 ‘아내’를 초점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겹쳐지는 작품들이다. 「날개」에서와 달리 김태용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얻게 된 그녀(‘나’)는 매우 솔직한 여성으로 등장하며,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가 등장하던 영화는 이제 끝났고 새로운 영화가 시작된 것이다”라고, 결국 자의식 과잉의 무능한 남편을 버리고 “나는, 우리들은 이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라고 선언하는 소설로 읽힌다.

임현의 「진술에 따르면」은 백화점 옥상에서 투신한 사내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투신 장면을 보았다는 목격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아내는 “아무래도 내가…… 그 사람을 죽인 것 같다”라고 자신의 죄를 자백한다. 임현의 작품은 ‘부끄러움’이라는 감정 교환과 관련하여 「날개」의 화폐경제가 의미하는 바를 날카롭게 분석해보는 소설로서 흥미로우며, 현재적 관점에서 더 많은 논의를 가능케 한다.

앞의 세 편의 소설이 「날개」의 한 장면 혹은 다른 등장인물들을 극대화함으로써 정전 자체에 대한 적극적인 ‘다시 읽기’를 부추기고 있다면, 강영숙의 「마지막 페이지」, 최제훈의 「1교시 국어 영역」. 박솔뫼의 「대합실에서」는 이상의 「날개」를 후경으로 설정하면서 ‘다시 쓰기’의 행위에 더 몰두한다.
강영숙의 「마지막 페이지」는 어떤 불행한 사건을 공유하고 있는 두 친구의 관계가 그려진다. 하나의 방을 비밀처럼 공유하고 있는 ‘나’와 ‘아내’ 사이의 감정 교환과 서로 간의 오해를 그리고 있는 「날개」의 구조는 강영숙의 작품 속에서도 어느 정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최제훈의 「1교시 국어 영역」은 대입 시험을 치르고 있는 재수생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나열하고 있는데, 그 의도가 비교적 분명한 풍자소설에 가깝다. 우리가 배운 「날개」에 대한 설명들, 즉 ‘현대 문명과의 불화’나 ‘지식인의 내면세계’ 혹은 ‘무력한 지식인의 분열상’이 얼마나 공허한 이야기일 수 있는지를 유머러스하게 확인한다.

박솔뫼의 「대합실에서」는 이상의 행로를 따라 서울 시내의 거리를, 그리고 동경의 거리를 하릴없이 걷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계속 실패하는 숫자 세기를 반복하면서, 서로 돈을 주고받는 무용한 행위를 반복하면서, 걷다가 멈추고 커피를 마시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또 걷는다. 박솔뫼의 작품은 ‘무용한 시간’을 재현하는 소설처럼 읽힌다. 그리고 그 무용한 시간들은 이야기를 읽고 쓰는 시간들을 자연스럽게 환기한다.

1936년 잡지 『조광』에 처음 발표된 이상의 「날개」는, 어쩌면 독자들의 기억 속에서 “웬 찌질한 남자가 혼자 횡설수설하는” 이야기이거나 “고등학교 때 배운, 그 기둥서방 얘기” 정도로 어렴풋하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이상 「날개」 이어쓰기』는 여섯 명의 작가가 이어 쓴 여섯 편의 작품을 통해 여섯 개의 다른 빛깔로 변주되며 정전화된 텍스트인 「날개」를 다시 읽고 그 의미를 현재적 의미로 되살리고 있다. 과거의 빛바랜 텍스트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을 발하는 유의미하고 새로운 텍스트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지금-여기의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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