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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윤영수
&(앤드)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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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단풍동 가계도
어른이족의 종류
어른이들의 삶과 세월
어른이들의 세상
단풍동의 여덟 샘과 마을

1부_ 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시작
무녀 영기
짐승과의 만남
저잣거리
네 이름은 준호
하전의 귀향
기남의 성년식
훈장 하전
신문물

2부_ 빗겨 앉은 바위 틈

순부부리의 장례식
준호는 의사
미단의 인형
이안과 외삼촌 미곤
위령제
저쪽 세상에서 온 사내아이
연토의 성년식
연토의 결혼례
장저훤과 김점례
잡혀가는 준호
액막이 인형 소동

3부_ 맑은 샘물 한 줄기

여행의 시작, 호랑가시동
청매동
붓동과 살촉동
거대한 숲
아후밀탄을 향해
사막을 통과하다
제울에서

4부_ 찾으시거든

귀향
행복의 의미
삼신각
전쟁에 대한 불안
또다시 밝은샘마을로
전쟁
새로운 시작

추천의 말 _ 정재서 (신화학자·문학평론가·이화여대 명예교수)

해설_장경렬 (문학평론가·서울대 영문과 교수)
환상문학의 진경眞景, 그 가능성을 찾아서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1990년 《현대소설》에 단편 「생태관찰」로 데뷔하였으며 이후 경쾌하고 명료한 문체로 현실의 삶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응시를 담은 탁월한 작품을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사랑하라, 희망 없이』 『착한 사람 문성현』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 『소설 쓰는 밤』 『내 안의 황무지』 『내 여자 친구의 귀여운 연애』 『귀가도』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남촌문학상, 만해문학상, 작가들이 작가에게 주는 제비꽃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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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776쪽 | 954g | 138*210*48mm
ISBN13
9788998454883

책 속으로

“내가 이유 없이 남의 채찍에 시달렸듯이, 우리 역시 채찍을 휘둘러 다른 이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일이 왜 없겠어? 왜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아무런 보람 없이 살다가 스러지는 삶이 왜 없겠어? 그래서 늙어가는 것,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축복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 p.284

“내가 그토록 끔찍해하던 짐승세상의 늙음 말야. 아무런 힘도 욕망도 없이 죽을 날만 기다리는 그 짐짐한 시간들이 나는 정말 싫었거든.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늙음으로써 받는 축복이 있었어. 내 허물을 아는 이들, 내 죄를 추궁할 이들 역시 나처럼 나이 들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결국은 죽거나 죽어 가리라는 안도감 말야. 평생 불쌍하게 살다 죽어간 내 부모들과 다시 마주칠 일 없다는 것도 다행한 일이고. 내가 죽어야만, 내 자식들도 나로부터 자유로워지겠지. 죽음은 축복이야. 그들이 나처럼 이렇게 이상한 곳에 떨어져 구차한 삶을 이어가지만 않는다면.”
--- p.284

완성된 유리병처럼 아름다워지기. 단단해지기. 무언가를 담을 소중한 그릇 되기. 왜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무엇보다 먼저 단단해지기. 다른 사람의 손길로부터 철저히 나를 지키기. 내 안의 나를 내가 온전히 장악하기. 이것이야말로 모든 생명들이 깨달아야 할 해답 아니었을까.
--- p.435

점점 젊어지는, 점점 작아지는 너희 세계가 실제로 있음을 알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성과라면 성과겠지. 모르고 죽는 것보다야 알고 죽는 것이 나을 테니까. 하지만 결과는 같아. 어디서 죽든, 얼마나 살다 죽든,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죽어. 심한 괴로움이나 고통을 겪느니 죽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어. 죽음은 자유야. 언제나 내가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지.
--- p.493

힘든 상황을 토로하는 것, 이를테면 ‘괴롭다’,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는 식의 말이나 몸짓들이 동료들에게도 또 나 스스로에게도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묵묵히 받아들이기, 표 내지 않기, 내 몸이 겪는 상황을 내가 아닌 듯 따로 떼어 차분히 바라보기. 그것이 사막을 건너는 방법이었다.
--- p.499

고통은…… 삶의 첫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들러붙어 있었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내내 고통스러우리라. 크고 작은 고통을 생긴 모양대로 겪기. 그것들이 남긴 상처와 아픔을 털어버리고 다가오는 고통을 마치 처음인 양 새로이 맞기. 고통과 고통 사이의 찰나의 휴식을 마치 삶 전체인 양 행복해하기.
--- p.500

죽음 후의 우리가 어떻게 될지, 땅이 과연 우리를 생명으로 태어나게 할 것인지조차 우리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지금 살아있는 우리가 땅으로서는 최선의, 기적에 가까운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 p.546

습관이야말로, 지루할 정도로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쓸모 있게 해주는 힘이다.
--- p.598

모든 생명에게는 삶을 확장시키는, 자신도 모르는 꽤 큰 크기의 여분 공간이 있는 듯하다. 한번 발휘된 힘, 한번 넓혀진 세상이 그의 것이 되고 나면 지금껏 지내왔던 공간보다 훨씬 크고 안락한 삶의 공간이 어느새 펼쳐져 있음을 보게 된다.
--- p.599

그들에 비해 운흘 연토, 너는 아냐. 앞날을 볼 능력이 없기 때문에 네게는 옳다고 믿는 일을 밀고 나갈 힘이 있어. 살아 있는 이들의 노력으로 운명이 바뀐다는 것을, 맑은이들이 보는 미래의 그림 역시 우리가 노력함으로써 바뀔 수 있는 밑그림일 뿐임을 너는 네 행동으로 증명하지.

--- p.728

출판사 리뷰

한국형 환상문학의 아름다운 부활
소설가 윤영수는 「사랑하라, 희망없이」, 「착한 사람 문성현」, 「소설 쓰는 밤」 등 완성도 높은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일보문학상과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주로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다룬 소설과 가족의 붕괴, 소시민의 삶을 그린 밀도 높은 작품을 통해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확보해 왔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는 그간 알려진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형식의 ‘환상소설’인 《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로 다시 우리 곁에 찾아왔다. 소설 속 주인공의 ‘변신’만큼이나 놀라운 성공을 거둔 환상문학 작가로서의 변신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작가가 오랫동안 감춰온 뛰어난 상상력의 세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역작이다. 무려 2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베틀 앞에 앉아 직물을 짜듯 섬세하게 완성해 낸 이 작품은 그야말로 선녀가 만든 옷처럼 바느질 자국조차 없다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정교함을 보여준다. 철저한 작가정신과 치열한 예술혼으로 빚어낸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진정한 한국형 환상문학의 품격과 아우라를 느끼게 될 것이다. 신화학자 정재서는 이 소설이 김시습의 《금오신화》 이래 한국 판타지의 현대적 부활을 고지하는 획기적 작품이라고 언명했다.

상상 속 환상 세계가 현실이 되는 마술

체외생식을 통해 수정된 알로 땅속에서 50여 년 동안 키워진 후 부모가 될 사람에게 캐어져 성체로 태어나는 나무인간은 나이를 먹는 것도 인간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진행으로 된다. 또한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를 눈으로 확인하고 평생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다. 이러한 생태는 인간의 삶과 질서를 근본으로 생각하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관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동굴국에서의 인간은 그저 하찮고 냄새나는 가축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책을 펼치면 어른이 세상의 주 무대인 단풍동 집안의 가계도가 나오고 맑은이, 하얀이를 비롯한 어른이족들의 특징, 13진법을 사용해 시간과 세월을 계산하는 방법이 소개된다. 인간과 다른 주기로 살아가는 나무인간들의 세상은, 하루도 13시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거대한 지하 세계의 하늘에는 천장이 존재하고 그 안에 빛이 들어오는 빛 구멍이 있다. 소설의 주요 무대인 단풍동은 어미산의 빛바위에서 흐르는 샘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마을이 형성돼 있다. 숲을 벗어나면 아버지강과 계곡이 있고 거대한 사막도 있다. 이 책에는 작가가 직접 그린 지도와 설명을 바탕으로 실제 생생하게 묘사된 지하 세계의 입체 컬러 지도가 수록돼 있다.

살아있는 존재, 그 자체로 빛나는 가치

이기적인 삶을 살 것인가, 이타적인 삶을 추구할 것인가.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라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늙은 산부인과 의사 준호는 지하 세계의 동굴국 어른이 세상으로 떨어진다. 그는 그곳에서 다시 젊음을 얻고 연토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이어 나간다. 그러나 어른이세상에서 인간 준호는, ‘검은머리짐승’으로 불리며 오물 냄새가 나는 한낱 미천한 짐승으로 천대를 받는다. 지상 세계와는 판이한 계급과 힘겨운 삶에서 다시 인간들의 세상을 꿈꾸게 된 준호는 쉴 새 없이 지상으로 나가는 통로를 찾아 헤맨다. 헌신적으로 자기를 보호해 준 연토를 떠나 결국 준호는 제 갈 길을 떠나고, 그와 반대로 준호에 대한 그리움과 인간의 생태를 동경한 연토는 급기야 인간의 교접을 흉내 내다 단풍동에서 쫓겨나 온갖 위험과 함정이 도사린 드넓은 어른이세상을 여행하게 된다. 그러나 연토는 단풍동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운명의 예언’대로 고향에 돌아와 위기에 처한 단풍동을 구한다.

나무인간(樹人)인 연토의 모험담과, 지상 세계로 돌아가는 통로를 찾아 헤매는 검은머리짐승(人間) 준호의 여정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빛과 어둠을 지향하는 세계의 대비처럼 두 존재는 각기 이기적인 삶과 이타적인 삶을 선택하지만 서로의 존재에 대해 따뜻하고 긍정적인 이해에 도달하며 사랑과 신뢰를 회복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특권과 기회의 소중함에 대하여

소설의 도입부인 「시작」에서 손주와 할머니가 낙엽이 수북이 쌓인 골짜기를 찾아와 인간의 말을 하는 ‘단풍나무’를 발견한다. 이 소설은 작가인 할머니가 그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산속의 ‘단풍나무’는 다름아닌 소설의 주인공인 연토의 변신이었다. 그는 단풍동에서 일생을 보낸 후 인간이 사는 지상 세계가 궁금해 문득 밖으로 나왔다가 “땅에 뿌리가 박혀” 움직일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연토가 작가에게 들려준 놀라운 이야기는 땅밑 나라 나무인간의 일대기였지만 결국 인간과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 기적 같은 삶의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미래를 보는 능력이 없으므로 옳다고 믿는 일을 향해 나아가고, 핏줄이라는 끈이 있어서 절대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간다. 또한 서서히 젊음을 잃고 늙어가지만, 인생의 경험을 통해 지혜를 얻고 삶을 보는 안목, 즉 빛의 축복을 받는다. 비록 더럽고 냄새나는 존재이고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결함투성이의 인간이지만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살아갈 가치가 있고 아름다운 것이다. 작가 윤영수의 환상소설 《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가 소중한 까닭이다.

“우리는 살아있다.
살아있으므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
살아있으므로 우리 자신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
죽음이 아니라 삶이 답인 것이다.”_본문 중에서

[작가의 말] 중에서

때가 되면 나 역시 죽음을 맞으리라. 내 몸뚱이와 거기에 잠시 깃들었던 의식도 연토의 말대로, 금방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를 이루었던 일부 또는 작은 분자들이 불로 물로 나무로, 또는 수도 없이 흩어져 누군가의 사진 속 자연의 한 풍경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그러다가 어느 날, 연토의 말대로, 멀리 또는 바로 가까이의 분자들과 합쳐져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나는 일이 있을지 모른다. 새 삶을 얻는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행운이다. 길고 긴 무념, 지구라는 땅덩어리의 수십억 년 세월에 비하자면 거대한 바다고래나 열대 밀림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현미경으로나 보일 미생물로 태어날지라도 그것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기적이다. 그런 기적을 또다시 어찌 바라랴.

뭐, 굳이 생명으로 태어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 물 한 방울이 되어 시냇물로 폭포로 바다로 또 구름으로 떠돈들 어떠랴. 혹시 알겠는가. 땅으로 땅으로 스며들어 단풍동 어른이들의 몸으로 들어갈지도. 그러다가 또 어느 날 옛 분들의 말씀대로 ‘젊어지는 샘물’이 되어 이 땅 어느 바위틈으로 다시 솟아날지도.

추천평

이 소설은 적어도 『금오신화』 이래 한국형 본격 판타지의 현대적 부활을 고지하는 획기적 작품임을 언명해야 하겠다. 멀리 『남가태수전』과 가까이 쥘 베른의 지저세계 상상의 맥락 속에서 작가는 고유의 신화적 감성과 준일한 필치로 독자적 풍격風格을 지닌 한국 판타지를 빚어냈다. 지상에는 뿌리박힌 나무들이, 그러나 지저에는 자유로운 ‘나무인간’ 곧 수인樹人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발상이 흥미롭고 경이롭다. 소설에서는 수인 집안, 세대 간의 갈등, 굴곡진 개인사는 물론 영웅적 수인의 성장, 모험, 투쟁 등 과거 가문소설과 군담소설의 재현을 방불케 하듯 수인 종족의 일대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근래 우리에게 이처럼 장려한 구상과 복잡한 정절의 판타지는 없었다.
기서奇書 『산해경』의 신화적 세계관을 토양으로 전개된 작중 세계에서 작가는 ‘나무인간’의 눈으로 침통히 인간 존재의 당위성을 심문한다. 나아가 ‘생명의 연대성’에 근거하여 인간중심주의를 해체하고 숱한 이타적 존재의 생존방식에 대해 호혜의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이 작품을 단순히 환상을 현실의 알레고리나 도피로 보는 관점과는 다른 차원에서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른바 ‘부족의 시대’가 도래하는 이 시점에서 사라진 물활론적 감성을 일깨우는 이 작품으로부터 우리는 환상이 삶의 비의秘義를 계시하는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좌증을 발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소설의 등장은 진정한 한국 판타지의 출현을 갈망해 온 독자들에게 큰 복음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판타지의 유수한 고국古國이었던 우리도 그 지위에 상응하는 걸출한 작품을 갖게 되었다. - 정재서 (신화학자·문학평론가·이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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