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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허울뿐인 풍요
2장 | 돈 많은 가난한 나라―서독에서 본 일본 3장 | 풍요에 대한 의문 4장 | 여유를 제물로 삼다 5장 |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 6장 | 풍요란 무엇인가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
외환위기 이후, 국가는 유례없는 풍요를 만들어내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가난하고도 위험한 삶을 살아갈까! 1%의 땅 부자가 50%가 넘는 땅을 차지하고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기는 사회, 5%의 돈 부자가 50%가 넘는 돈을 차지하고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는 사회,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 고달픈 출퇴근과 끝이 없어 보이는 야근을 하느라 피곤에 절고, 아이들의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부업전선에 뛰어드는 부모들. 하늘 한 번 쳐다볼 시간도 없이 입시에만 매달리는 아이들.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어 아무도 모르게 죽어가는 노인들. 여기저기 마구 파헤쳐 엉망이 된 자연…….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왜 우리는 더욱더 쫓기며 살아가는가. 여유를 제물로 삼아 잘못된 풍요의 길을 걸어온 일본에서 배운다!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이기도한 옮긴이 홍성태 교수는 2003년 여름, 도쿄의 한 서점에서 당시 수행하던 연구와 관련된 책들을 찾다가 일본의 스테디셀러인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는 일본의 원로 생활경제학자인 데루오카 이츠코 교수의 설명에 점점 빠져들었고, 나아가 그것이 한국 사회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츠코 교수는 이 책에서 현대 일본의 풍요로움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돈이 많다는 점에서 일본은 분명히 부유한 나라이지만, 삶의 질이라는 점에서 일본은 결코 풍요로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가 일본 사회의 문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사실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해 옮긴이가 생각하고 있던 많은 것들에 대한 해답이기도 했다. 풍요를 동경한 일본은 풍요를 향한 길을 잘못 걸었다. 부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의 생활을 억압하고 있다. 예컨대 남아도는 돈은 땅값을 천문학적으로 폭등시키고, 가난한 근로자들로부터 주거를 빼앗았다. 또한 회사형 인간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에서는 그것에 과잉적응하여 스스로 일중독이라며 자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야근이나 잔업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회사의 문책을 받아 불리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공부만이 제일이라고 부르짖는 어른들의 관리를 받아 주체성을 잃고, 사교육비는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부는 분배되지 않으며, 복지의 보호를 바라는 사람은 모욕을 당하고 있다. “노인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은 늙은 나무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말한 정치가도 있다. 이러한 20년 젼 일본은 지금의 우리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다. 까딱 잘못하면 웬만한 중산층은 그 누구라도 신용불량자나 노숙자 신세를 면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경쟁의 강화는 물론이고 소비의 위축도 필연적이다. 데루오카 교수는 일본이 이런 야만의 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개혁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저자는 복지의 확충을 위해 삶의 질을 기본적으로 보장해야 사회의 질적 성숙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상세히 논증한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통계자료는 이러한 주장이 단지 주장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실마리 역할을 한다. 돈 많은 가난한 나라, 일본을 바깥에서 관찰하다 저자는 80년대 서독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 머물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그 나라의 노동자가 일하는 조건과 주택, 교육, 복지의 실상을 돌아보았다. 행정당국의 설명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과 노동자의 이야기도 듣고, 자료와 비교하거나 함께 생활하면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체험도 해보았다. 데루오카 이츠코 교수가 한동안 서독에서 지내면서 '생활'의 관점에서 서구의 현실과 일본의 현실을 비교해 여러 문제를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 책 2장에서는 서독에서 일본을 바라보며, 정치와 경제, 직장 및 가정생활, 교육, 노인복지, 환경 등 다방면에서 선진국과 일본을 비교하며 그 차이를 요약한다. “서독은 주택, 도로, 그 밖의 하부구조를 자본을 축적한다는 생각으로 몇 세대 앞까지 생각해서 균형있게 만들었다. 서독 인구는 일본의 1/2, 노동자 인구는 1/3인데도 그 수출력은 최고이며, 수출력의 70%를 담당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이 아니라 독립해서 평등하게 강한 수출력을 가지고, 뛰어난 기술로 경제를 맡고 있다. 노동시간도 대기업과 같이 일본보다 연간 5백 시간 이상 짧고, 유급휴가는 실제로 4∼6주에 이르는데도 수출력과 경제력은 강하다. 일본의 경우는 어떤 희생이라도 치르고 수출을 특화했으나, 서독은 수출을 특화하면서도 더욱 여유가 있어서 삶에서 심리적 불안감은 아주 적다.” 진정한 풍요란 무엇인가 저자가 이 책을 쓰던 80년대 일본은 슬프게도 주택과 환경과 노후보장이 열악해서 생활에서 만족감을 얻기가 상당히 어려우며,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몰두하기 쉬운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자칫하면 개인생활이 기업과 같이 오직 부를 쌓으려고 하는 욕망만을 가지기 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쟁사회에서 한없이 부를 축적하는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으면, 아무리 효율적으로 일을 하더라도, 다음 일이 한없이 기다리고 있어서 끝나지 않는다. 그 결과 자신 안의 자유로운 시간을 영원히 가질 수 없다. 저자는 결국 충실한 사회보장과 사회자본이야말로 풍요의 불가결한 요소라는 사실을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회보장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평등으로의 길을 열고, 무한경쟁에서 사람들을 해방한다. 또한 경제가치와 풍요의 관계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삶의 방식이나 어떤 사회가 좋은지를 돈벌기와 기술발명에 뒤지지 않는 열정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은 ‘돈 많은 못 사는 나라’이며, 분명히 ‘기형국가’이다. 개발과 투기 문제, 저열한 사회자본 문제, 위험한 연금개악 문제, 그리고 이기적이고 무능력한 노동운동 문제에 대한 데루오카 이츠코 교수의 설명은 우리에게 훌륭한 반면교사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도 진정한 선진국을 모델로 해서, 비인간적이고 반생태적인 성장주의와 개발주의가 아니라 생활에 밀착된 인간적이고 생태적인 복지주의를 기본 정신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저자가 하고 있듯이, 우리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 관심과 연구가 많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