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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카프카와 아이들 · 5
암담 한유주 · 11 카프카 씨, 영화관에서 울다 김태용 · 51 예언자의 꿈 민병훈 · 97 더블 김채원 · 137 추천의 글 · 175 카프카 연보 · 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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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죽은 작가이고 너는 죽지 않은 작가이며 너는 죽지 못한 작가다.”
---p.14 “너는 여행자다. 너는 하인이다. 너는 바람이다……. 너는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여기 도착했고 또 도착한다…….” ---p.47 “시인은 시집을 내서는 안 됩니다. …… 나는 시인이고 언제나 언어에 신중합니다. …… 내가 시집을 내지 않으면서 시를 쓰는 이유는 시집이 시를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 저는 제 시가 망가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p.56 “나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 나 대신 나의 노래가 다리 아래로 몸을 던졌다. 나는 살아 돌아왔지만 걸을 때마다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여느 시인처럼 나에겐 쓰다 만 시가 가득하다.” ---p.60 “시인은 두리번거리는 자야.” ---p.62 “극장에서는 영화가 나의 시간을 지배하지만, 창밖의 영화는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창밖의 영화를 보는 나는 극장이다.” ---p.67 “시인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자야.” ---p.78 “진리를 찾으려는 헛된 기대만 품지 않으면 삶이 뒤바뀔 만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이 눈으로 직접 본 것과 귀로 들은 것을 믿게 될 겁니다, 내 꿈을 당신이 대신 꾸게 될 겁니다.” ---pp.128-129 “그는 자기 삶을 축소시키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 …… 아주 작은 행복, 아주 작은 슬픔, 아주 작은 실수, 아주 작은 아름다움, 아주 작은 공허, 아주 작은 나 …… 그렇게 된다면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언제나 아주 작은 것으로 여길 수 있을 것 같았다.” ---p.140 “어려움이 지겹지도 않은가 봐.” ---p.147 “다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갖지 않기 위해 다치기를 원하는 마음을 갖고, 결국에는 죽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까지 나아가 겁을 잔뜩 먹은 채로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연습했어.” ---p.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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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작가에게 바치는 ‘난처한’ 헌사
1924년 6월 3일 카프카가 죽었다. 카프카는 평생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렸음에도 아이러니하게 아버지 곁에 묻혔고, 그의 무덤에 비문은 따로 없다. 그러나 사후 카프카의 문학은 현대 소설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있다. 수많은 작가가 변주했고, 기념했고, 애도했다. 카프카는 “죽은 작가이고 죽지 않은 작가이며 죽지 못한 작가”(한유주 「암담」)이다. 카프카를 읽는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고, 꿈을 현실로 바라보는 것이고, 현실을 꿈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우연한 상황에 빠져들고, 허구의 미로 속을 헤매는 것이다. 그리고 난처한 표정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카프카의 방 혹은 카프카의 밤에 모인 소설들이 카프카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본 독자들을 난처하게 만들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카프카 씨』는 난처함 끝에 긍정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카프카의 글과 얼굴로 돌아가는 미로 같은 여행으로 안내한다. 난처한, 그러나 매혹적인 네 개의 미로. 『메리 크리스마스, 카프카 씨』에 등장하는 인도의 여행자, 극장의 시인, 기차와 다리의 실종자, 오래된 이층집의 고독한 남자…의 공통점은 ‘카프카스러운’ 성격이다. 먼지가 자욱한 인도의 거리와 프라하의 극장, 기차와 숲의 동굴, 다리와 석재로 된 박공지붕의 오래된 이층집을 경유하는 네 소설은 때론 달콤한 꿈처럼, 악몽처럼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안내한다. 한유주의 「암담」은 “소수언어로 글을 쓰는 작가”의 인도 여행을 그린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뉴델리, 마스크를 써야 하는 뿌연 여정이 꿈의 미로를 헤매듯 기묘하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캡슐호텔의 작은 구멍에는 거인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 노란색과 연두색의 냄새를 풍기는 기묘한 탐식이 펼쳐진다. “카프카가 단식술사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부정성으로서의 예술의 종언을 예고했다면, 한유주는 먹방이 유행하는 이 시대에 부조리하게도 하필이면 인도에서 벌어지는 부단식술쇼(끝없는 식탐을 현시하는 쇼)를 통해 카프카의 단식술에 담긴 부정의 정신을 역설적으로 소환”(김태환)하는 것이다. 김태용의 「카프카 씨, 영화관에서 울다」는 “카프카는 극장에서 왜 울었을까?” 하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카프카의 힌트로 가득하며 역사와 상상, 프로이트와 괴테 등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이 흑백영화와 색채영화처럼 뒤섞인 실험적인 이야기는 문학에 대한 찬사이자 다양한 문화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영화관과 관련된 카프카의 전기적 일화에서 출발한 김태용의 작품에서는 카프카 자신과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 요제프 K와 김태용 자신의 주인공(시인)이 혼융되며,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 자막에 잡음과도 같이 자신의 시를 노출시키기를 꿈꾸던 시인의 죽음은-그 죽음은 이 감옥 같은 세계에서의 탈출을 의미한다-요제프 K의 최후를 연상시킨다.”(김태환) 무엇보다 가상의 인물인 시인 요제프가 영화관에서 “짧은 머리에 왼쪽 귀가 쫑긋 서 있는” 카프카와 조우하는 장면은 백미이다. 민병훈의 「예언자의 꿈」은 카프카의 단 두 페이지 단편 「다리」에서 착안한 소설이다. 주인공이 다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미로처럼 펼쳐지는 소설에는 서커스단, 강물에 떠내려 오는 넝마 입은 남자, 덫에 걸린 조난자…가 주인공이 어린 시절 의사인 아버지의 진료실에 앉아 바라볼 수밖에 없던 환자들의 상처 난 부위처럼 읽는 오감을 일깨운다. “민병훈에게 문학을 한다는 것은 GPS가 세계의 구석구석을 밝혀주고 있는 시대에 지도에 없는 소설 속의 다리를 찾아나서는 일로 나타나는”(김태환) 것이다. 김채원의 「더블」은 석재로 된 박공지붕을 얹은 오래된 이층집에 세든 여섯 번째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내가 죽고 두 딸과 떨어져 혼자가 된 것으로 짐작되는 남자는 자신을 업고 달리다 다리를 절게 돼 “다치지 않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이만큼 다치게 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자의적이고 폭력적인 배제를 통해 작동하는 공동체에 관한 카프카의 우화에서 김채원은 바로 배제되어 홀로 된 자에게만 주어질 궁극적인 구원의 가능성을 읽어”(김태환)내는 「더블」은 자신의 손이 자신의 손을 맞잡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수은 방울 같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선물 네 작품에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수은 방울’이 등장한다. 한겨울에 수은 방울처럼 내리는 눈과 같이 한국어의 새로운 리듬을 때론 차갑게 때론 뜨겁게 펼쳐낸다. 『메리 크리스마스, 카프카 씨』는 카프카의 숨결을 숨은그림찾기처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무엇보다 네 가지 다채로운 빛깔로 오늘의 카프카를 자임하는 네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인물, 문체, 배경의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는 의미와 재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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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실험 정신과 문학성으로 일가를 이룬 중견 소설가(한유주, 김태용)와 그 뒤를 잇는 젊은 소설가(민병훈, 김채원), 4인의 작가가 카프카의 소설에서 얻은 영감으로 창작한 단편소설 네 편이 이 책에 모여 있다. 그것은 카프카에 관한 어떤 이론적 논의보다 더 강력하게 카프카 문학의 현재성을 입증한다. 이 작품들 자체가 카프카 문학의 현재성이기 때문이다.” - 김태환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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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곳곳에서 카프카적인 것의 뿌리를 심고 있는 이들 작가야말로 카프카에게 주어진 두 번째 삶의 이유이다. 죽음 이후의 삶은 그들과 함께 계속되고 있다. …… 이 작품들은 카프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카프카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여전히 살아 있는 카프카를 읽는다.” - 박혜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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