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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herynne M. Val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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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안의 창백한 소녀 이야기
옛날에 스노라는 소녀가 살았는데, 세상천지에 그 아가씨를 사랑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대. 원래 소녀가 살던 곳은 아자납이라는 도시였는데, 집집마다 빨간 깃발이 자랑스레 펄럭이고 보석 같은 중심가엔 도로가 촘촘히 뚫린 풍요롭고 번화한 곳이었지. 아늑한 집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한 소녀는 바람결에 풍겨오는 계피 향기 속에서 잠드는 평온하고 넉넉한 삶이 영원히 지속되리라 믿었어……. _본문 중에서 아자납이라는 도시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살던 소녀는 도시가 쇠락하자 춥고 삭막한 해안 도시로 옮겨 살다 부모님을 여의고 순식간에 백발이 되면서 스노라고 불리기 시작한다. 왜소한 몸집에 그물 손질로 근근이 살고 있는 스노에게 어느 날 그물 짜는 여인 시그리드가 다가온다. 시그리드는 어린 시절 개의 얼굴을 한 사제들을 따라 12개의 탑이 있는 도시로 갔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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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고급 환상동화!
매일 밤 비밀의 정원에서 소녀의 눈꺼풀에 담긴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술탄의 드넓은 궁궐 정원을 떠돌며 홀로 사는 소녀가 있다. 평범해 보이지만 눈꺼풀이 마치 화장을 한 것처럼 검은 소녀. 사람들은 소녀의 검은 눈꺼풀을 악마의 저주라 여기며 자신들이 해를 입을까 두려워 소녀를 죽이지도 못하고 정원에 방치한다. 그러던 어느 날 궁궐 정원을 걷던 용감한 소년이 소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소녀는 난생 처음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온 소년에게 눈꺼풀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수많은 이야기가 층층이 겹치고 서로 얽혀,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로 인도하는 『소녀와 비밀의 책』은 성별과 섹슈얼리티의 영역을 확장시킨 공으로 2006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어워드(James Tiptree Jr. Award)를 수상하였으며, 월드 판타지 어워드(World Fantasy Award) 후보작에 선정되었다. 또한 2008년 성인환상문학 부문 미소픽 어워드(Mythopoeic Award)를 수상하였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 술탄의 비밀 정원에 사는 소녀가 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악마의 저주를 받았다며 사람들이 피하는 소녀. 어느 날 용감한 소년이 소녀에게 말을 걸고 소녀는 자신의 눈꺼풀에 담긴 신비로운 이야기를 소년에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소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평범한 궁궐 생활을 벗어나 모험을 떠나는 레안데르라는 왕자의 이야기였다. 레안데르 왕자는 얼마 가지 않아 마녀를 만나게 되고 마녀는 왕자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시 마녀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마녀의 할머니 이야기, 왕자의 유모 이야기 등 눈꺼풀이 검은 소녀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가지를 쳐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이렇게 사방으로 뻗어나간 나뭇가지처럼 작품의 중층적인 구조 안에는 수많은 상징과 이야기의 단서가 곳곳에 숨어 있어 독서의 과정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인데, 사소한 줄기 하나도 허투루 매달린 것 없이 전체적으로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소녀의 이야기를 듣는 소년처럼 독자들도 “그래서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어?”라고 재촉하면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환상적인 모험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이야기를 다 들은 소년처럼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고 싶어질 것이다. 신화, 전설 속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변주 양파 모양의 뾰족 지붕 궁궐에 사는 소녀와 소년, 무시무시한 마녀, 사악한 마법사, 모험을 떠나는 왕자, 탑에 갇힌 처녀, 인간으로 변신한 곰,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늑대와 여우는 물론이고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괴물과 초자연적인 존재들은 익숙한데 그들이 엮어내는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등장인물들이 연이어 새로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액자소설의 구성은 분명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접한 서사이며 인간과 신들의 행적을 다룬 이야기는 호메로스가 꽃피운 서사시의 전통이건만, 뻔한 동화적 메시지를 기대하고 책장을 넘기면 작가는 보란 듯이 예상을 뒤엎는다. 탑을 기어올라 곤경에 빠진 처녀를 구하는 인물은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걸핏하면 갇혀 지내는 그들 족속을 못마땅해 하는 마녀며, 모험을 떠난 왕자는 멋진 구원자가 아니라 종종 의존적이고 무지한 존재다. 위대한 전사로 이름을 날리는 건 왕의 딸들이고 빼어난 미모로 칭송받는 쪽은 왕의 아들들이다. 미추의 기준과 경계도 흐려지거나 뒤바뀐다. 인간으로서는 꽤 봐줄 만한 금발 처녀의 미모가 괴물 류크로타의 눈엔 구역질 나는 생김새인 반면, 얼굴 가득 무시무시한 문신을 하고 몸에서 썩은 냄새가 나는 마녀의 외모는 괴물 세계에선 한눈에 반할 만큼 빼어난 예술품에 견주어진다. 신비로운 모든 이야기를 자기 눈꺼풀에 담았다가 풀어내는 소녀가, 자신의 무기력함에 화를 내며 용감한 모험은 그 어떤 이야기에서도 왕자가 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화를 내는 소년에게 “이건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거든”이라고 건네는 말처럼 『소녀와 비밀의 책』은 친근한 소재로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흥미진진한 환상의 세계와 이야기를 엮어낸다. 소수자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 이 작품은 화려하게 빛나는 혈통을 타고난 영웅과 왕족 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림자처럼 힘없고 소리 없는 존재로 소외되거나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처와 외로움에 시달리던 이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힘을 모아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다. 얼굴에 흉측한 문신을 새긴 마녀, 물에 비치면 여우 얼굴이 나타나는 사람, 개 얼굴을 한 사제, 가슴이 세 개 있는 처녀 등이 그들이다. 절대 악과 절대 선의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쓸데없이 불편하게 독자를 훈계하거나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다만 인간의 탐욕과 당연시되는 제도와 신념에 대해서, 그리고 차별, 장애, 공존, 선악, 종교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툭툭 던져줄 뿐이다. 『소녀와 비밀의 책』을 그저 재미있고 환상적인 이야기로만 읽어도 좋지만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생각할 거리까지 함께 읽는다면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