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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에서
가든 파티 비둘기 씨와 비둘기 부인 신식 결혼 바다 여행 이상적인 가정 음악 수업 낯선 사람 첫 무도회 작품 해설 |
Katherine Mans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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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겨운 출산이라는 여정에 오를 때마다 차가운 입김이 그녀를 송두리째 냉동시켜놓은 것 같았다. 그애들에게 줄 따스함이 남아 있지 않았다.
---p.35 「피서지에서」중에서 밤이 되면 인간은 어째서 이렇게 다른 기분이 드는 것일까? 모든 사람이 자는 시각에 깨어 있다는 것은 왜 이다지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일까? 늦은 시간이다. 아주 늦은 시간이다! 그러나 시시각각으로,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서서히 새롭고 신비하고, 낮의 세계보다 훨씬 짜릿하고 신나는 세계로 말똥말똥하게 들어가기라도 하듯, 점점 더 정신이 맑아짐을 느낀다. ---p.65 그러나 어쨌건 인간은 울어야 한다. 그리하여 로라는 죽은 사람에게 무언가 말하지 않고는 그 방을 나올 수 없었다. 로라는 큰 소리로 아기 같은 흐느낌을 터뜨렸다. ---pp.98~99 「가든 파티」중에서 “나는 이제까지 당신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어떤 사람과도 이처럼 행복을 느낀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것은, 사랑이란 것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의미하는 것이나 책에 씌어 있는 것하고는 다르다고 확신해요. 아시겠어요?” ---pp.113~114 「비둘기 씨와 비둘기 부인」중에서 이사벨은 얼굴을 베개 속에 파묻었다. 그러나 그 조용한 침실조차도 자신이 어떠한 인간인지를 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박스럽고 수다스럽고 허영에 빠진 여자라는……. ---p.136 「신식 결혼」중에서 이제 픽턴 행 기선은 서서히 뱃머리를 돌리며 바다를 향했다. 더는 바라보아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보이는 것은 두세 개의 등과 하늘에 걸린 도시의 시계, 그 문자판과 그 밖의 어두운 언덕 위로 작은 점을 이루는 불빛들뿐이었다. ---p.142 “댁은 이상적인 가정입니다. 정말 이상적인 가정입니다.” ---p.163 「이상적인 가정」중에서 나도 이제 학교를 떠나게 될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나면 과학 교사나 학생들을 대할 수 없을 것이다. 어디론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사라져 가는구나” 하고 여학생들이 노래했다. 그 목소리들은 힘이 없고 시들고 모기 소리처럼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완전히 사라졌다. ---p.172 재니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가볍고 부드럽고 싸늘하게 허공을 맴돌다가 눈처럼 그의 가슴으로 떨어져 들어오는 것 같았다. ---p.197 「낯선 사람」중에서 다시 쌍쌍이 열을 지어 나왔다. 스윙도어가 열리고 닫혔다. 새로운 음악을 연주하겠다고 밴드 마스터가 발표했다. 그러나 릴라는 더는 춤추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집에 가고 싶었다. 테라스에 앉아 새끼 부엉이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어두운 창문을 통해 별을 바라보니 별들은 날개처럼 긴 광선을 발했다……. ---p.210 「첫 무도회」중에서 |
예민한 감수성으로 그려낸
자연과 인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 20세기 단편 문학의 정수로 손꼽히는 명작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는 예민한 감수성, 자연과 인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 밝고 싱싱한 시정(詩情)을 가진 작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기운으로 태동하던 영국 소설은 심리주의적 경향을 띠었다.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 등의 작가가 이를 대변한다. 맨스필드는 이러한 추세를 일찌감치 예지하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여 활용했다. 그러나 단지 심리 분석에만 머무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혁혁한 공로를 세워 확립한 단편소설의 형식에 심리를 기입해 형식과 내용의 적당한 조화를 이루었다. 독특한 운율로 대상의 생생한 이미지를 포착한다고 평가받는 맨스필드의 문체 역시 그녀 작품의 매력을 더한층 돋보이게 한다. 삶이 주는 애수와 고독, 아이러니의 정서를 주도면밀한 기법과 다채로운 분위기로 펼쳐내다 뉴질랜드 태생으로 영국에서 작품 활동을 한 맨스필드의 작품 중에는 고향 뉴질랜드와 그곳에서의 삶과 기억에 서정을 담아 생생히 그려낸 것이 많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 중 〈바다 여행〉, 〈피서지에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인생의 출발점에 선 소녀의 민감하고 회의적인 심리의 그림자를 놀라울 정도로 미묘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같은 주제 의식을 각각 밝고(〈피서지에서〉) 어두운(〈바다 여행〉) 서로 다른 분위기로 펼쳐내는 것도 인상적이다. 〈피서지에서〉는 그녀 작품 중 가장 주도면밀한 기법으로 쓰인 작품이라 평가받기도 한다. 표제작 〈가든 파티〉는 화려하고 즐거운 가든 파티를 통해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의 마음에 투영된 한 가닥 어두운 그림자를 포착한다. 소녀가 인생에서 느낀 최초의 각성이다. 〈가든 파티〉에서 심화된 형태로 제시되는 애수와 고독의 정서는 말년에 들어선 한 실업가의 비애와 환멸을 다룬 〈이상적인 가정〉으로까지 확장된다. 이외에도 선량한 사람이 느끼는 허무와 절망의 아이러니를 생생히 전달하는 〈낯선 사람〉, 이러한 아이러니가 깃든 삶을 짓궂게 관망하는 〈비둘기 씨와 비둘기 부인〉 등의 작품은 맨스필드의 작품세계와 그에 담긴 넓은 감정 스펙트럼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균형 잡힌 형식에 개성을 더한 단편소설의 거장! 캐서린 맨스필드가 전하는 은은하게 소용돌이치는 감동 맨스필드는 안톤 체호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근대 단편소설의 형식을 세우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체호프의 자장 아래 있다는 데서, 우리는 그녀가 왜 단편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균형 잡힌 형식에 자신만의 감성과 관찰력으로 더한 삶의 아름다움, 아이러니, 회한, 기쁨은 은은하고 감각적으로 소용돌이치며 우리의 마음에 스며든다.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맨스필드의 야속한 운명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