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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보고 싶은 날의 하늘은 무슨 색일까
해방글터 동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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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발간사 · 5

1부 시

배순덕

골병 / 16
기본은 지킵시다 1 / 18
기본은 지킵시다 2 / 19
공장 잘 돌아간다 / 20
여름을 닮은 그녀 / 21
할미꽃 / 23

조선남

오래된 기억 / 26
연민 / 28
미싱 두 대/ 30
다시 혁명의 깃발을 올려라 / 32
십 년,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 / 36
냉이꽃 / 39
아빠의 소원 / 40
온전한 인간 / 43
엄마 생일 선물 상품권 / 46
광대나물 풀은 앞다투어 꽃 피었다 / 48

조성웅

맨발에 새겨진 흙의 감각 / 52
사려 깊은 배려로 꽉 채워진 삶 / 55
순둥순둥 거리의 성자 / 56
베인 자리가 아무는 것 같아 / 59
덜꽃 농장 / 61
씨앗들의 봉기 / 65
모든 강령은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 68
해밀 / 72
비어 있는 곳을 채우며 강물은 흐른다 / 76
칠요(七曜) / 79

신경현

분자 씨 / 84
긍지를 배신하지 않는다 / 85
농성장에서 쓰는 편지 / 86
밥 / 87
이 폐허를 응시하라 / 88
바다 / 89
안전운임제 쟁취 / 90
요단강 / 91
강령 / 92
최저임금 / 93

이규동

흙밥 / 96
품다 / 97
밥상 / 98
스스로 선 것들은 푸르다 약속 / 99
마음이 오가는 길 / 102
풀 / 103
입춘(立春) / 104
귀신 / 106
움트다 / 107

2부 그림/산문

전상순

여수 새끼 / 112
아버지와 장롱 / 116
곰 같은 여편네 / 119
오살나게 더움 / 122
담배 한 대짜리 휴식 / 126

차헌호

아사히 투쟁의 의미 / 130
아사히 공장 정문에 꽃이… / 133

3부 시와 노래

우창수

절망 그만큼의 희망 / 138
참 좋은 사람 참 좋은 동지 / 144
봄날 / 151
산책 / 152
노래나무 / 153

저자 소개8

1963년 강원도 동해에서 태어났다. [해방글터] 동인으로 활동하며 부산정관공단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배순덕의 다른 상품

1966년 대구에서 났다. 1989년 전태일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대구 경북작가회의 회원, ‘해방글터’ 동인이다. 『노동해방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희망수첩』 『눈물도 때로는 희망』 『겨울나무로 우는 바람의 소리』가 있다. 대구 지역 마을 목수로 활동하고 있다.

조선남의 다른 상품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시집 『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물으면서 전진한다』, 『식물성 투쟁의지』 『중심은 비어 있었다』 등이 있다. 박영근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전국현장노동자글쓰기모임 ‘해방글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성웅의 다른 상품

1973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 ,『따뜻한 밥』, 『당부』가 있다. 공공운수노조 대경본부에서 조직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경현의 다른 상품

1973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전북 남원 지리산 자락에서 농사를 지으며 초등학교 학생들과 생활하고 있다.

이규동의 다른 상품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충북 영동에서 30년째 농사를 지으며 [작은책]에 달력 그림과 수필을 기고하고 있다.

전상순의 다른 상품

1973년 상주에서 태어났다.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아사히글라스 조합원들과 함께한 『들꽃 공단에 피다』, 구미 금강화섬 점거투쟁을 기록한 『공장은 노동자의 것이다』가 있다.

차헌호의 다른 상품

1967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났다. 현재 우포늪 가 마을에 살고 있다. 가수 겸 작곡가. 노래집 『빵과 서커스』 『우리 개똥이 하는 말』, 동시·동요집 『우포늪엔 맨발로 오세요』, 무위당 20주기 기념 음반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음』을 세상에 내놓았다. 해방글터 시 노래 음반 『환하게』 제작에 참여하였다. 시와 노래는 한 몸이었고, 노래도 가사 문학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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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40*205*20mm
ISBN13
9788966551842

책 속으로

새벽 서너 시 불 켜지는 공장
도급 노동자들 출근해서 기계 돌리고
5시 반장 출근해서 기계 돌리고
8시 시작되는 정시 출근
오후엔 도급이 퇴근하고
5시 일거리 없는 사람 퇴근하고
8시 잔업 했던 사람
밤 10시 외국인 노동자 퇴근하고
밤낮으로 불 켜진 공장
기계는 잘 돌아가는데
납품 줄어든 공정 서너 명,
일거리 없다고 무급으로 며칠 쉬어야 하는 동료 입에서
“공장 잘 돌아간다.”
---「공장 잘 돌아간다 _배순덕」중에서

이십 년 전
혹은 삼십 년 전
거기에서 멈춰 버린 오래된 기억
이미 사라진 골목길을 더듬는 것처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꽃이 피었다 진다고 해도
해마다 꽃은 피고
단풍으로 붉어진 추억이 지나간다 해도
해마다 가을은 오는 것을

닭이 우는 새벽
비산동 좁은 골목길을 뛰고 있었다
노동자의 희망을 말하는 정치신문을 돌렸던 오래된 기억
거기에서 멈춰버린 기억은 사유의 거미줄을 친다
잊혀 가는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해마다 붉은 꽃이 피듯이
기억은 지나간 사유가 아니라
해마다 피고 지는 살아 있는 꽃이다
오래된 고목에도 꽃은 피듯이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꽃이다

기억은 지나간 죽음의 무덤이 아니라
무덤 위에 핀 꽃이다
생명이다
내가 너를 기억하는 그 모든 순간이 혁명이다
---「오래된 기억 _조선남」중에서

여기는 온통 설경입니다

아침 설경을 보고 있노라면
차갑고 서늘하나
너무 맑아 눈물이 날 것 같은
순백의 따뜻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사려 깊은 배려로 꽉 채워진, 아주 정갈한 박창이었습니다

언 삶, 호호 입김 불어주던 그대 체온을 기억하겠습니다
---「사려 깊은 배려로 꽉 채워진 삶 _조성웅」중에서

무슨 잘못을 했다고 길거리로 쫓겨났을까 우리는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니냐
바람막이 하나 없이 맞는 찬바람에
들어줄 이 하나 없는 중얼거림이 쓸쓸해 그만둔다
국립대 병원 주차 관리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우리 이야기 좀 들어보라고
흔들리는 촛불 하나 들고 집회를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병원은 말이 없다
별 설명이 없어도 이제는 너무 흔한 이름
별별 설명을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이름
정기적 고정적으로 파고드는 슬픔과 눈물을 이겨내기 위해
혼자가 아닌 이름들,
흔들리는 촛불처럼
끝끝내
긍지를 배신하지 않는다
---「긍지를 배신하지 않는다 _신경현」중에서

논에는 귀신이 산다
땅속에서 눈 감고 있다
어떻게 알았을까
논두렁 바르고 물 채우는 순간
비집고 나와 밤마다
꽥꽥꽥꽥
꾸괴괴

말 못 하고 있던 것 한이 된 듯
논을 살려내라
집 짓지 말고 농사져라
봄밤 요란스레 채우다가
농사꾼 기침 소리에
얌전해지는

논에는 섬겨야 할 사람을
틀림없이 구별해내는
귀신들이 잔뜩 산다
---「귀신 _이규동」중에서

올해로 결혼 32년째, 장롱을 매일 열고 닫고 지냈는데 집 수리 명목과 함께 오래된 그 장롱도 문밖으로 나갔다. 문밖이란 대문 밖이란 말이다. 자석도 떨어져 나가 문이 제대로 닫기지도 않아 문짝 앞에 뭘 공가 놔야 했었다. 그러나 막상 문밖에 나가자 기분이 안 좋다. 아직도 수거해가지 않아 삽짝 앞에 버티고 있는데 홀로 계신 아버지 생각도 나고 지난여름 황망히 떠나신 엄마도 생각나고 고만 나는 일기 쓰면서 흑, 흑, 흑 목젖이 아프게 울고 있네.
---「아버지와 장롱 _전상순」중에서

투쟁하는 만큼 달라진다. 투쟁하는 만큼 쟁취한다. 해고자로 9년간 여러 투쟁에 연대한 만큼 우리의 투쟁은 확대되었다. 하나의 투쟁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투쟁은 동지들의 투쟁과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승리가 모두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 아사히 투쟁의 승리를 많 은 분들이 환호하고 기뻐해 줘서 울컥울컥할 때가 많다.

우여곡절 끝에 승리한 아사히 투쟁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든 승리다.
---「아사히 투쟁의 의미 _차헌호」중에서

불빛 하나 외로운 골목길
빈 소주에 잠이 든 어깨 하나
바닥을 쳤으면 일어나야지
절망도 꿈이 있더라

햇볕 한 줌 꿈꾸던 겨울날
울먹이며 내미는 빈손 하나
가난한 이웃이 주저앉으며
희망은 있나 묻더라

나와 당신의 이야기
빈손 하나 내밀어도 좋을

나와 당신의 이야기
온기 하나 나누어도 좋을

절망 그만큼의 희망
절망 그만큼의 희망

---「절망 그만큼의 희망 _우창수」중에서

출판사 리뷰

자기 삶을 기록하다

시는 기본적으로 시인 자신의 삶과 타자의 삶이 만나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언어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시인 자신의 삶이 시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삶에 대한 돌아봄 혹은 깊이 봄이 서정시의 근간이 되겠다. 타자의 삶에 공감하고 공명하려면 어쨌든 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시는 인식만으로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난의 대물림”이 우리가 사는 현실의 진실이고, 그것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그러한 삶에도 긍지가 있어야 한다는 긍정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신경현 시인의 시를 읽어볼 수 있다.

정기적 고정적으로 파고드는 슬픔과 눈물을 이겨내기 위해
혼자가 아닌 이름들,
흔들리는 촛불처럼
끝끝내
긍지를 배신하지 않는다
_신경현, 「긍지를 배신하지 않는다」 부분

노동자의 삶이 단지 경제적 불평등 때문에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을 가능하게 한 것은 노동자의 삶을 값싼 비용으로 보려는, 즉 삶에 대한 긍지를 제거하려는 의도에 있다. 노동자가 긍지를 갖는 한 노동자의 삶을 노동력으로 치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경현 시인은 이 점을 꿰뚫어 보면서 노동자들은 “긍지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시가 시인 자신의 삶을 노래하면서 타자의 삶에 깊이 공명하는 것이라면 “긍지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은 시인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다.

해방글터 동인들의 다섯 번째 동인집 『살아 보고 싶은 날의 하늘은 무슨 색일까』에는 이외에도 디테일한 생활을 기록한 그림일기가 실려 있고, 음악의 노랫말과 악보도 실려 있는 앤솔러지다. 동인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살면서 배우고 투쟁한 기록들인 셈이다. 실제로 차헌호는 구미 아사히글라스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되어 아주 긴 시간을 싸운 당사자이기도 하다.

발간사

하나로 정해진 답이 없어 머뭇거리고 서성이면서 강요된 정답을 거부한 채 해방글터는 살아 보고 싶은 날의 하늘은 무슨 색일까, 질문한다. 질문하면서 기록되지 않는 고통과 슬픔을 기억하기 위해 먹구름 끼고 비바람 몰아치는 하늘이어도 끈질기게 투쟁하는 사람들 곁에 있을 것이다. 오갈 데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공장 밖 천막농성의 깜깜한 밤하늘이어도 멀리 가물거리는 별빛 같은 마음 하나 있다면 그 곁을 지킬 것이다.

저마다 작은 희망 하나 있어 땀에 젖은 동료들 얼굴 보면서 믹스커피 한 잔과 담배 한 대 피울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천막농성 중에도 매일 찾아오는 동지들이 있어 기쁨의 눈물 흘리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이었으면 좋겠다. 송전탑이 세워진 산과 들의 주민들이 송전탑이 뽑히고 남은 여생 평화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생산비에 미치지 못하는 농사에 절망하고 제 땅에서 쫓겨나는 농민들이 웃으며 살아갈 세상이 오면 좋겠다. 일하다 죽는 노동자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다 쫓겨나는 노동자가 없는 세상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군림하지 않고 평등하게 제 삶을 설계하고 가꾸어 가는 세상을, 그런 세상의 맑은 하늘색을 꿈꾼다.

- ‘발간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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