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自序
1부 잔향殘香 나무가 걸어온 길 초록 소나기 소로에게 이팝나무 끝물이 되기까지 탈피 대동, 달북을 울리다 세한도를 그리다 우기雨期 현弦을 걸다 1 현弦을 걸다 2 발원지에서―금강 백마강 달밤 선線 용꿈 나비야 쥐 잡아라 폭설 딱, 거기까지 어떤 확률 집 1 집 2 집 3 집 4 집 5 2부 암벽타기 나무의 기원 한우산寒雨山 쇠목재를 넘다 입 속에 청새치가 산다 십리절반 오리나무 죽림산방 겨울 나뭇가지 끝으로 무쇠 솥을 달구며 풀벌레 산조 가을밤 랩소디 참깨 속에 깨알 같은 사연이 꽃이라 웃기만 했을까 흙이라는 책 개화기 환하다 초분 1 ― 언총言塚 초분 2 동백꽃 부처 회오라비 꽃 눈이 내리네 소에 대한 생각 낙타야, 낙타야 가덕도 동백숲 환시幻視 1 환시幻視 2 환시幻視 3 환시幻視 4 3부 레퀴엠 1 ― 돌강 레퀴엠 2 ― 애기동백 레퀴엠 3 ― 붉은 흙 레퀴엠 4 ― 폭포 레퀴엠 5 ― 터무니 레퀴엠 6 ― 까마귀 레퀴엠 7 ― 신의 나라 레퀴엠 8 ― 찔레꽃 레퀴엠 9 ― 유월, 초록함성으로 레퀴엠 10 ― 1979년 10월의 바리케이드 레퀴엠 11 ―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레퀴엠 12 ― 바람의 비문 레퀴엠 13 ― 풍장風葬 레퀴엠 14 ― 백비白碑를 읽다 레퀴엠 15 ― 첫눈 레퀴엠 16 ― 진달래 레퀴엠 17 ― 낯선 저녁 4부 백일홍 백서 돌 1 돌 2 돌 3 어처구니 레드 풍 옻나무 백록 텃밭을 끓이다 불새 눈眼 1 눈眼 2 눈眼 3 눈眼 4 눈眼 5 눈眼 6 눈眼 7 숨, 지다 난청 작설차雀舌茶 A특공대 지게부대 물꽃 |
|
靑대밭 이슬만 먹고 자랐다
아침 참새 조잘조잘 입 싼 부리 쏙쏙 뽑아낸 초롱초롱 눈빛 맑은 연둣빛 작설 화개 십리벚꽃 향기와 섬진 청류 물소리 은인자중 발효 숙성시킨 八백리 지리산역 바람 햇살 한 몸에 담고 은익銀翼의 달빛은 은의恩義로 아로새기라고 가마솥 찌고 덖은 구증구포 열탕냉탕 사지백체 주리를 틀다 체반 얼러 달래면서 쓴맛도 단맛이 되라 유념留念, 또 유념하라 두견이 동박새가 울었다 정좌한 산역도 새뽀얀 입김을 불고 골골 양칫물 게우는 아침 한나절 생면부지에도 매초롬히 웃어주는 차 꽃 앞에서 고요한 산 냄샌가 한 오백 섬진강물에 묻어둔 향나무 침향목이던가 흰 달빛 황금햇살 솔향기 체 걸러 갈앉힌 향기의 앙금이로 빚은 경단 참판 댁 별당아씨는 태초의 사과를 깎는지 찻물을 끓이는지 수밀도껍질 벗기는지 은쟁반 녹두알 구르는 소리로 숨 닫는 것만으로 오관오감이 피어나는 화개동천 십리벚꽃 줄무지장 혓바닥이 타도록 잔향을 핥는 바람의 빛깔까지 온전히 드러낼 전모의 내력으로 입안을 맴돌다 혀끝에서 피어나는 피안의 꽃 ---「잔향殘香」 중에서 초록지뢰, 풀은 밟아도 풀의 정신은 짓밟지 않았다 길은 저 홀로 빛나는 길이 되지 않는 것처럼 지금 여기까지 아무도 혼자 걸어오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앞서 세상을 걸어간 사람들이 열어 준 길을 따라 길을 걷는 고요한 맨발들 코끼리는 바닥에 발이 닫지 않으면 걸음을 옮기지 않는다는 철저徹底가 철칙 바다를 건너지 않고 숲으로 갔다 걸어서 죽음으로 갔다 누구나 무엇이거나 그 길로 걸어갔다 사람의 발 냄새가 밴 사람의 길은 그리운 쪽으로 나 있고 위로만 치어다본 나무 땅속 제 뿌리의 길을 찾아 한순간도 가만있지 못하는 나무는 나무의 길로 46억 년 이 나이 되도록 늘 그 자리인 지구를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걸어왔고 또 그렇게 맨 처음부터 맨 마지막까지 가벼워지기 위해 험난한 산을 올랐으나 내려올 때는 등에 산을 지고 돌아왔다 무거운 산을 등에 지고 온 맨발이 아직도 뜨겁다 ---「나무가 걸어온 길」 중에서 새파랗게 질린 하늘이 기일게 울었다 초록 나무에서 초록 소나기가 내리고 제면기는 하얀 작달비 국수발을 뽑았다 양수겸장 두물머리 수런대는 물길을 틀어쥐고 내리달리다 솟구치는 용천수 줄기차게 대세를 몰아간 질주는 결사적, 신열에 들뜬 숲 속에서 고라니로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그럼에도 물가에 내려놓은 목숨이 떠내려갈까 들고 내리뛰는데 낯선 추녀마루 비 피하는 길손처럼 어른 앞에서 맞는 야단은 순간만 모면하면 지나갈 소나기, 호란왜란 외세침략 세마치장단이 한바탕 소나기로 지나가고 일시정지 볼모로 잡힌 나무들 수족을 풀고 슬슬 기지개 틀면 쫓거나 쫓기거나 일단의 환란은 두들겨 맞는 것보다 피 하는 게 상책 글귀 밝은 사람 귀에는 경전으로 허기진 사람에게는 쌀 씻는 소리로 제면기 국수발로 길게 목을 뽑는 초록공후인들 ---「초록 소나기」 중에서 |
|
[시인의 말]
나무들의 숨소리, 새들의 지저귐, 풀들의 간지러움 자유를 향한 바람의 희열, 물의 맨발 내가 잊고 살았던 감사와 감동을 반성하려고 이들을 모티브로 시를 썼다. 시가 사회가 되고 정치가 되는 세상이 되기를 시가 사람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삶이 외롭다는 사람보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 되기를 따스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그리하여 내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기를 제단에 제물을 올리듯 정중하게 예를 다하려 했다. |
|
이 시집은 이 땅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곡이다. 동학년에서 제주 4.3을 거쳐 세월호,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안타깝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위한 시편들이다. 그들이 거처할 집은 어디이며, 그들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그 수많은 원혼들을 넉넉한 어머니의 품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죽은 자의 영혼이 첫눈이 되어 내리고, 봄 산을 물들이는 진달래가 되고, 바람의 비문이 되어 다가온다. 아픈 영혼의 진혼곡은 풍장의 의식으로 바람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들의 영혼은 해마다 피는 꽃들과 변하지 않는 대지 위에서 산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아픈 역사는 잊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가슴에깊이 새겨지는 법이다. 더구나 억울하게 죽어간 그들의 역사는 눈(眼)에 깊이 새겨져서 지워지지를 않는다. 그 아픈 영혼들이 잠들 수 있도록 낡았지만 오래 견디는 집 한 채를 지어주고 싶다. 국토의 곳곳에 쓰러져 있는 아픈 영혼을 위한 진혼곡을 들으면서 가슴 한 쪽을 쓸어안는다. - 황선열 (평론가)
|
|
안 어디 그 울창한 울음을 기르고 있었을까. 이 시집은 시대와 싸울 줄 알았던 민중들, 그 혼령들이 아직 이 땅에 어찌 살아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앉아 있는지 깨닫게 한다. 박정애는 걷는 시인이었다. 걸어 걸어 사람이 있는, 눈물이 있는 곳에 있고자 했다. 걷다가 걷다가 우두커니 서는 순간 내리꽂혔다가 솟구쳐 오르는 어떤 통곡으로 아득한 우주의 궤도에 오르곤 했을까. 언 발을 가진 백의관음의 눈매와 허공을 넘나드는 줄광대의 몸짓 사이로 무극을 찾아가는 저 바람의 필법. 시퍼런 피멍이 선명한 한반도의 서사를 끌어안는 시인은 우리 안에 숙성된 슬픔의 힘을 믿는다. 부처도 달팽이도 백록담도 두만강도 오체투지 중이다. 단어 하나하나 이미지 하나하나에 펼쳐진 역사와 설화들, 그 나이테들의 뜨거움은 이제 충분히 발효되어 깊고 깊은 예언에 이른 것 같다. 그래서 이 시집은 광활하다. 아니, 장엄하다. - 김수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