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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 새의 목소리 또는 낯섦의 문제
2강 - 거북이의 문자 혹은 번역의 문제 일본 귀신을 위한 이메일 3강 - 물고기의 얼굴 또는 변신의 문제 다와다 요코론 해설 옮긴이의 말 주 전기와 도서출판목록 |
Yoko Tawada ,たわだ ようこ,多和田 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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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목소리들로 둘러싸이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요? 몇몇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의 목소리를 새로운 환경에 맞추려고 시도합니다. 음의 높낮이나 음의 세기가 조절되고, 새로운 언어 리듬을 흉내 내며, 들숨과 날숨에 신경 쓰게 되죠. 모든 자음과 모음 그리고 어쩌면 모든 쉼표가 신체 세포를 뚫고 들어가 말하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거예요. 이것이 어쩌면 2세대와 3세대 이민자들이 고국에 머문 사람들과 다른 얼굴을 갖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pp.10-11 새의 언어는 동시에 새의 노래이기도 해서 언어와 음악이 서로 만나게 됩니다. 새의 언어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의 언어예요. 인간은 오직 꿈에서만 자신의 힘으로 나는 법을 알고 있죠. 그래서 새의 언어를 꿈꾸는 사람의 언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겁니다. ---pp.18-19 철자는 번역할 수 없어요. 본래 절대로 번역할 수 없는 것은 텍스트가 아니라 글자입니다. 제가 어떤 텍스트를 의미에 맞게 번역하려고 하면, 우선 철자의 몸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지요. 저는 독일어 문장을 소리 내서 읽고, 발화된 내용을 생각의 이미지로 옮긴 후 이 이미지를 일본어로 묘사하려고 시도합니다. 이것은 의사소통적 번역이기는 하지만, 문학적 번역은 아니에요. 문학적 번역은 번역언어가 관습적인 미학을 파괴할 때까지 강박적으로 글자 그 자체의 성질을 쫓아야 해요. 문학적 번역은 번역 불가능성에서 출발하며, 그것을 제거하는 대신 제대로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pp.53-54 번역을 비판하기는 쉬워요. 특히 현대 시와 관련해서 교양 있고 교만한 독자들은 번역자의 번역이 지닌 결함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때 번역이 번역 불가능성을 다룬다는 사실은 빈번히 간과되곤 하죠. 흥미로운 전이, 신선한 왜곡 또는 자신의 언어로의 착란적인 전위는 오히려 번역이 거둔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다른 한편 번역을 칭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쉽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번역어가 자연스럽게 들리면 번역을 칭찬하죠. 그러한 번역은 독자에게 그것이 번역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러한 칭찬은 왜곡된 논리를 보여줍니다. 문학이 좋은 이유가 그것이 문학임을 거의 잊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말하지는 않으니까요. ---pp.54-55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달리 카프카의 『변신』에서는 그레고르 잠자가 변신한 이유가 결코 밝혀지지 않습니다. 다프네 이야기를 읽고 나면, 그레고르 잠자가 더 이상 출장을 가지 않으려고 갑충으로 변신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되죠. 그렇다면 변신은 그렇게 변하지 않고서는 벗어날 수 없는 치명적인 생활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해방적인 행위인 셈입니다. ---p.93 예술가는 자기 일에 열정적으로 몰두하면서 자신을 자기 작품과 동일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그것과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죠. 작업이 끝난 후에는 변신의 가능성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학문의 영역에서는 작업할 때 연구대상에 대해 끊임없이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물학자가 동물로 변신해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학자가 자신은 절대로 변신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요? 이제는 일본의 일본학자와 아프리카의 민족학자가 학문적 담론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동물학을 동물의 관점에서 연구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바람직할 거예요. ---p.97 다와다 요코의 몸짓과 표정, 말하는 방식처럼 그녀의 글 쓰는 방식 역시 압축적이고 절제되어 있으면서 정밀하고 신중하다. 다와다 요코는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 안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언어기호로 현실의 몸체를 만들어낼 줄 안다. 동아시아의 카발라가 있다면, 다와다 요코가 그 대가일 것이다. ---pp.102 |
‘목소리’와 ‘신체성’, ‘문자’와 ‘번역’,
‘얼굴’과 ‘변신’에 관한 예리하고 매혹적인 시학 강연 “낯선 혀로 말하는 사람은 조류학자이자 한 마리의 새입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명되는 작가,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는 이중 언어 작가 다와다 요코의 시학 강연집이 출간됐다. 『변신』은 다와다 요코가 튀빙겐대학교에서 진행했던 시학 강연 세 편을 엮어낸 작품이다. 강연이라는 형식이 무색할 만큼 다채로운 은유와 매혹적인 수사는, 그가 여러 작품에서 구축해온 포스트휴머니즘적인 필치를 선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카프카, 벤야민, 오비디우스, 첼란, 클라이스트, 바그너와 같은 유수의 문인과 음악가들이 만든 작품을 들여다보며, ‘목소리’와 ‘신체성’, ‘문자’와 ‘번역’, ‘얼굴’과 ‘변신’이라는 키워드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다와다 요코의 시학이 이 책에 간명하게 담겨 있다. 은유와 실재의 경계를 유유히 넘나들며, 독자의 시선을 강력하게 사로잡는 강연집 『변신』은 다와다 요코의 난해한 작품들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길로 안내할 탁월한 이정표다. “낯선 나라에서 말하면 목소리가 이상하게 고립되고 벌거벗은 채로 공중에 떠다니게 됩니다. 마치 단어가 아니라 새를 내뱉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새의 언어, 정동과 무의식적 욕망을 드러내는 신체성에 대한 은유 일본에서 태어난 다와다 요코는 독일에서 활동하며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이중 언어 작가다. 동시에 모국어인 일본어와 외국어인 독일어, 이 두 언어의 간극을 고스란히 체감하며 살아온 이방인이기도 하다. 그런 다와다 요코가 타국에서 지내며 분명하게 포착한 것은, 화자가 낯선 언어로 말할 때 느끼는 이질성이다. 낯선 나라에서 외국어로 말하는 화자는 모국어 화자가 구사하는 ‘모어의 악센트’를 모방하려는 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와다 요코는 이 이질성을 ‘목소리의 신체성(음색)’에 비유하며 이질성의 기제를 문학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의미 전달을 위한 수단으로만 소통을 활용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목소리의 신체성을 사유하는 방식으로 발화의 낯섦을 인식할 수 있다. 이는 언어에 내재한 새로운 기능을 인식할 수 있게 되는 중요한 계기다. 목소리의 신체성은, 의사소통에 집중한 언어에서 은폐되고 억압됐던 화자의 욕망 또는 정동을 드러내며, 더 깊은 소통의 차원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다와다 요코가 첫 번째 강연에서 첼란, 호프만, 바그너, 모차르트와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 속 ‘새소리’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중심주의에 응수하는 문학적 시선, 포스트휴머니즘을 선전하는 해체의 시학 “물고기의 얼굴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서 끝나는 걸까요?” 다와다 요코는 물고기의 얼굴을 독자들에게 연상시키며 마지막 강연을 시작한다. 독일어 사전에서는 ‘얼굴’을 “눈, 코, 귀가 달려 있으며, 턱에서 이마의 끝에 이르는 사람의 머리의 앞면”이라고 정의한다.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물고기에게는 앞면이 없으므로 얼굴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물고기를 볼 때 가장 먼저 물고기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물고기에게 얼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인간인 우리에게 요원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처럼 얼굴이라는 단어에 천착한 다와다 요코는 이 책에서 인간 중심적으로 구축된 정의들을 향해 의구심을 강력히 드러낸다. 그리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기존의 정의들을 해체한 뒤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을 펼친다. 다와다 요코는 카프카의 『변신』,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같은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변신 모티프 속에서, 변신에 깃든 다양한 정체성을 발견한다. 다와다 요코는 인간이 동물로 변모하는 ‘동물-되기’의 변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러한 그의 태도는 단일한 정체성을 파괴하고 다원적인 정체성을 긍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 중심적인 얼굴 정의를 비판할 뿐만 아니라, 얼굴을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보증으로 간주하는 정체성 담론에 균열을 일으키는 이 책은, 가히 포스트휴머니즘을 문학적으로 선전하는 해체의 시학이라 불릴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