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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중혁의 노래, 추억 그리고 인생
음악은 우리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다른 시간과 공간에 가 닿는 짜릿한 마법! 김정미, 김추자부터 써니힐, 페퍼톤스까지, 30년이 넘는 김중혁의 음악 편력이 다양한 노래와 그에 어울리는 계절에 따라 유쾌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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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
[봄] 봄비보다 봄, 달변보다 눌변 무지개 나비가 있는 풍경 어머니를 닮았네 너의 탓은 아니야 스킵하지 않겠다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듣는다 음악의 3대 기능 몸빼바지는 허공에서 펄럭이고 스프링, 아이 러브 유 예, 키스 마이 에스키모, 드라이클리닝, 베이비 미음에서 리을까지 터닝 포인트 뮤직 [여름] 맥주는 술이 아니지, 암 그렇고말고 사는 게 이런 기가 해변의 아침의 오후 떡볶이처럼 칼칼한 아이스크림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 위로가 필요하다 인생은 짧고, 이 순간은 길다 쌈바를 느껴라 음퀴방에서 우리가 호명했던 뮤지션들의 이름 방방곡곡, 잔치 열렸네 이런 삐삐삐삐한 삐삐삐삐삐삐 같은 삐삐삐들아 feat. 거대한 노을과 라디오 비명은 현실을 마비시킨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노래들 [가을] 국경을 벗어난 소리 우리가 먼저 외로움을 찾아가자 12만 발 중 세 발 해 질 녘의 뮤직 퀄리티 우연에게서 받은 선물 노래, 일발 장전 재미있고 쉬운 노래 이제는 지동설 목소리는 풍경이 되고 텅 빈 가슴 안고 예술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 생각의 가을 [겨울] 그래도 겨울, 겨울, 나만의 계절 중력을 느낀다 허공이야말로 우리들의 고향 내가 왜 나였는지 제법 잘 늙고 있죠? 비효율적인 짐 싸기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을 당신들 그물에 걸린 큼지막한 고기들 카페에서 셔플 글쓰기 무자비한 시간을 견디는 법 가을과 겨울에 어울릴 만한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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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노래스'의 진솔한 읊조림
도서1팀 김도훈 (문학 담당 / eyefamily@yes24.com)
2013.10.16.
#1_호모 노래스HOMO SINGERS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고민은, 울리는 알람 소리를 앞에 두고 ‘어떻게 하면 몇 분이라도 더 잘 수 있을까’이다. 다음은 ‘오늘은 회사에 뭘 입고 갈까’, 그리고 나서는 출근길에 무슨 앨범을 들을까 하는 고민이다. 아침은 항상 고민의 연속이지만 들을 노래에 대한 선곡은 가장 행복한 고민이다. 실상은 고민이 아닌, 삶의 활력소라고 할까. 오늘 아침에는 윤상의 6집 앨범 〈그땐 몰랐던 일들〉이 출근길의 동행이 되어 주었다. ♬죽을 고비도 넘겨야 할거야 어쩌면 후회하겠지만 가고 또 가보는 거야 모험이란 바로 그런거지♬ 비단 출근길뿐 만이 아니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나 위로 받고 쉬고 싶을 때, 노래는 언제나 나와 함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난 언제나 노래하고 있었다. 노래가 없었다면 우리네 인생이 어땠을까. 노래가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고, 행복했던 나날을 기억해보면 노래와 우리에 삶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수많은 에세이 중 노래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표현할 때 노래는 결코 빠질 수 없는 법. 광석형님도 그랬다. 나의 노래는 나의 삶이라고! ‘글을 쓰는’ 김중혁의 『모든 게 노래』는 노래에 대한 글을 모은 책이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만의 노래를 어떻게든 글로 표현해보려 한 것이다. 작가는 글로 말하고 작곡자는 노래로 말을 하는 법! 이 책은 노래하는 작가의 글이니 이것저것 다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게 노래』에 대한 나의 한 줄 평은. “호모 노래스의 진솔한 읊조림” #2_ 매일 노래와~♬ 학교를 다닐 때 내 별명은 ‘딴따라’였다. 학교 음악실에서 살다시피 상주하며 피아노와 기타를 벗하며 지냈고, 젊음의 패기였던지,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방가를 일삼았다.(사실은 지금도 버리지 못한 고질병이다) 축구를 보는 것도 무척 좋아했지만 그보다 운동장에서 직접 뛰는 걸 더 좋아했던 것처럼,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듣는 것도 좋았지만 마음 가는 대로 노래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김중혁 작가도 딴따라 인생이라는 사실을. 학창 시절부터 글을 쓰며 살아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노래 예찬이 구구절절 이어진다. 저마다 좋아하는 노래가 있고 그런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기 마련인데, 그는 작심하고 소중한 노래를 책 한 권에 담아냈다. 물론 한 권의 책에 다 담을 수 없을뿐더러 그가 서문에 밝혔듯, 노래를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노래와 삶이 어우러진 이야기를 그만의 위트와 감성으로 만나볼 수 있기에,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조깅할 때 듣는 음악, 글을 쓸 때 듣는 음악, 청소할 때 듣는 음악을 분류해서 들을 정도이니 그가 얼마나 노래를 사랑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그가 들려주는 노래 이야기는, 그의 소설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읽어보면 안다. ‘믿고 보는 김중혁, 믿고 듣는 김중혁’ 이라는 사실을. 책의 끝부분 노란 종이에 수록된 DJ중혁의 추천 노래는 덤이다. #3_인간의 조건, 호모 노래스+호모 리더스 요즘 KBS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방송이 이슈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을 테마로 선정해서 일주일간 체험하는 에피소드를 담은 방송인데, 물이나 전기 등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다루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책 읽으며 살기〉를 방영해서 왜 인간이 책을 읽으며 살아야 하는지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방송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사람의 삶과 가치를 그대로 담아낸 것이 책이기에 우리는 책을 통해 그 사람을 만나고 배우고 각자 삶의 맥락에서 적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책은 우리네 삶을 보다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든다. 그것이 우리가 ‘호모 리더스(readers)’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딴따라들에게 음악은 다양한 일들 중 하나가 아닌, 삶의 여백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삶이 시(詩)가 되고, 시(詩)가 노래가 되며, 노래가 다시 삶이 되는 법이다. 인간에게 조건이 있다고 한다면 노래는 빠질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모 노래스’ 김중혁의 노래 이야기는 그의 인생을 보다 멋드러지게 들려준다. 마치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듣는 것처럼. 출근할 때 마다 무슨 음악을 들으며 갈까 고민하듯 금요일 오후 퇴근하면서 주말엔 무슨 책을 읽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지난 주말 퇴근길에 내 손에 들린 책은 ‘노란’ 김중혁의 책이었다. 이번 주말에는 가을하늘 아래 샛노란 이 책을 들고 가 보라. 옷을 노랗게 갈아입은 은행나무 덕에 온통 노란 이 가을에 꽤나 어울릴 책이다. 물론, 눈 덮인 겨울이나, 파릇파릇한 봄, 그리고 파란 여름도 좋다. 모든 게 노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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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음악이란 단어와 효율이란 단어는 얼마나 먼가. 13분짜리 곡을 듣다가 12분쯤에 온몸에 찌릿한 전기를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킵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 것이다.
---「스킵하지 않겠다」 중에서 내 고향 김천에는 (쓸 만한) 레코드 가게가 딱 두 개뿐이었는데 중학생 시절 친구들 간의 앨범 쟁탈 경쟁이 꽤 치열했다. 입고량이 워낙 적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앨범을 사려면 친구들보다 정보 수집이 빨라야 했고 행동이 잽싸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두둥!) 전설의 앨범으로만 알려졌던 듀란듀란의 데뷔 앨범이 A 레코드 가게에 입고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나는 친구들을 따돌리기 위해 생애 첫 사기를 치기에 이르렀다. “야, B 레코드 가게에 듀란듀란 데뷔 앨범이 들어왔대.” 정직하고 착한 친구들이 B 가게로 간 사이(친구들을 보면 그 사람을알 수 있다고 했던가!) 나는 홀로 유유히 A 가게로 가서 듀란듀란의 데뷔 앨범을 사 들고 나왔다. ---「스킵하지 않겠다」 중에서 소설가 김연수 씨와 함께 연재했던 칼럼 ‘나의 친구 그의 영화’를 책으로 펴내는 과정에서도 제목에 대한 나의 감각 없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김연수 씨는 ‘대책 없이 해피엔딩’이라는 제목을 주장했고, 나는 ‘핑퐁 극장’이라는 제목을 고집했다. “야, 대책 없이 해피엔딩이 뭐야, 무슨 그런 이상한 말이 다 있어”라고 구박을 했는데, 사람들은 ‘대책 없이 해피엔딩’이라는 제목을 훨씬 더 좋아했다. 뒤늦게 안 사실인데 ‘대책 없이 해피엔딩’이라는 말은 내가 쓴 칼럼에 등장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쓴 글에서 뽑혀 나온 제목에 반대하는 나란 인간은, 진정, 제목 종결자란 말인가. ---「몸빼바지는 허공에서 펄럭이고」 중에서 골방에 틀어박혀 기타 교본을 보며 열심히 기타를 쳤다.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여 뮤지션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내게는 음악적 재능이 없었다. 없었다기보다 어중간한 재능이 있었다. 재능을 발견했다고 말하기에는 재능이 부족했고, 재능이 없다고 말하기엔 미미한 재능이 엿보였다. 세상에 어중간한 재능만큼 불편한 게 없다. 써먹지도 못하는데, 버리기엔 아깝다. 어중간한 음악적 재능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아뿔싸, 공부가 저 멀리 있었다. ---「터닝 포인트 뮤직」 중에서 마흔이 넘은 지금도 이해를 믿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지만 이해할 수는 없다. 결론은 여전하다. ‘이해’라는 단어는 언젠가 완료될 수 있는 명사가 아니라 영원히 진행할 수밖에 없는 동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위로가 필요하다」 중에서 나 같은 야행성 괴물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이 괴물들은 밤만 되면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도저히 쓸 수 없는 분량의 글을 순식간에 써내며,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음악 속 미세한 소리들을 잡아채며, 사소한 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다. 밤만 되면 스스로가 어쩐지 진화한 인간같이 느껴질 정도다. 물론 오후 1시쯤 잠에서 깨어나 머리를 쥐어박으며 이런 잠벌레 같은 인간이 다 있나 자학하고, 헐크에서 브루스 배너로 돌아오고 말지만 말이다. ---「내가 왜 나였는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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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중혁의 비트 있는 신작 산문
노래와 계절에 깃든 유쾌함과 우수 ‘문단의 호모 루덴스’ ‘인간 호기심 천국’으로 불릴 만큼 유쾌하고 다재다능한 그이지만, 어렸을 적 잡은 기타를 “어중간한 재능” 때문에 말 그대로 오랫동안 ‘잡고만 있던’ 기억이 없었다면, 현실을 잊으려고 필사적으로 음악을 들은 “애달픈” 기억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여유 만만한 모습은 될 수 없었을 거라고 소설가 김중혁은 돌이킨다. 그래서 그의 기억은 마흔이 넘은 지금도 비틀스로 귀를 틔우고 영어 가사를 한국어 발음으로 따라 부르던(“예스터데이, 올 마이 츄로블 씸쏘 파러웨이”) 어린 시절에 쉽게 가닿는다. 기타 플레이어로서 재능의 한계를 맞닥뜨리고, 그러면서 남의 재능을 흠모하며 음악을 듣고, 그러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되고, 그 덕에 글쓰기가 좋아진 그의 기억들. 거기에는 언제나 음악이 있었다. 이를테면 음악은 그에게 한계뿐 아니라 한계를 끌어안는 법까지 알려주었고, 그래서 그의 더없는 선생이며 친구다. 『모든 게 노래』는 소설가 김중혁이 모노톤 일상을 밝고 입체적인 빛으로 채색해준, 음악과 뮤지션이라는 고마운 동반자를 기리는 산문집이다. 김정미, 김추자의 옛 가요부터 써니힐의 최신 가요까지, 페퍼톤스 같은 인디 음악부터 가인 같은 대중음악까지, 그리고 비틀스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 킨크스, 팻 메스니에 이르는 ‘색깔 있는’ 곡들까지, 30년이 넘는 그의 음악 편력이 48개 꼭지에서 웃기고 유쾌하며 애틋한 일화들로 뭉게뭉게 피어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장으로 묶인 일화들은 때로는 소설가 김중혁의 감성을 완성해준 뮤지션들에 대한 오마주이고, 때로는 고뇌하는 청춘에 대한 위로이며, 때로는 한 소설가의 문학 생활에 대한 지론이자, 때로는 소중한 일상에 바치는 연가다. 그렇게 저자는 음악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간의 풍화를 견딘다.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초조해하기보다는 당차게 시간을 마주하고 즐기는 “마법”을 독자와 공유한다. 무엇이든 노래가 될 수 있고, 우리는 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몰라서 그렇지, 자세히 둘러보면, 모든 게 노래다. -7쪽, 「책을 내면서」에서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을 배운다.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다른 시간과 공간에 가닿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시간을 견딘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짜릿한 마법이다. -230쪽, 「무자비한 시간을 견디는 법」에서 “독학의 절정은 실패하는 과정에 있다” 이해보다는 위로가 필요한 우리의 노래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을 썼을 정도로 소리 없는 삶은 꿈도 못 꿀 음악광이지만, 저자는 중학교 2학년 때 기타를 잡으며 시작된 뮤지션의 꿈을 일찌감치 접었다. 다음과 같은 재능을 어릴 적에 깨닫는 선견지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기타를 연주한다. 소리가 마음을 가라앉힌다. 손가락 끝에 집중하면서 연주하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만다. 최근 기타와 관련한 이상한 증상이 하나 생겼다. 기타를 잡고 연주를 시작했다 하면 졸린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내는 기타 소리에 졸린 것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내가 내는 소리에 졸린 건 아무래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고개를 흔들면서 졸음을 쫓아내보려고 하지만 손이 무겁고 고개가 무겁고 기타가 무겁다. 결국 30분도 못 돼서 기타를 놓고 만다. 아, 나무 그림을 그려서 새가 날아오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자기가 연주한 기타에 취해 잠이 들어버리는 악공이라니! 참으로 아름답구나. -104~105쪽, 「쌈바를 느껴라」에서 하지만 그럴수록 음악은 계속해서 울렸다. 그래서 더더욱 음악을 들었다. 레코드 가게가 단 두 개뿐인 김천에서 태어나 공연을 보려고 대구까지 원정을 나가야 했던 ‘콤플렉스’가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그래서 [월간팝송]을 끼고 ‘세계 3대 기타리스트의 계보’라든가 ‘딥 퍼플의 분파 요약’ 등을 달달 외웠고, 전투적으로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음악은 그에게 기다림과 인내조차 즐거움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세상엔 다양한 음악과 다양한 취향이 존재함을 일깨워줬다. 수많은 실패를 겪고 진짜 자신을 대면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음악은 알려주었다. 독학의 절정은 실패하는 과정에 있다. (…) 취향에 맞지 않는 노래들을 많이 들어봐야 내가 어떤 노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 아니라 내 판단으로 취향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취향에 맞지 않은 음악들을 무수히 걸러내고 남은 ‘내 노래’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세상에, 음악이란 단어와 효율이란 단어는 얼마나 먼가. 13분짜리 곡을 듣다가 12분쯤에 온몸에 찌릿한 전기를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킵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 것이다. -32~33쪽, 「스킵하지 않겠다」에서 결국 음악 덕분에 저자는 ‘나’만 존재하던 1인칭의 세계에서 ‘남’과 더불어 사는 3인칭의 세계로 쉽게 발을 뻗을 수 있었다. 그는 이제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는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그래서 ‘이해’보다는 ‘위로’를 말할 수 있게 됐다. 『모든 게 노래』는 자신과 남 사이에서, 꿈과 실패 사이에서, 초조함과 인내 사이에서 고민할 청춘의 일상을 큭큭거리는 웃음과 느낌 있는 노래들로 따뜻하게 돌아본다. 마흔이 넘은 지금도 이해를 믿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지만 이해할 수는 없다. 결론은 여전하다. ‘이해’라는 단어는 언젠가 완료될 수 있는 명사가 아니라 영원히 진행할 수밖에 없는 동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사십 대의 나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위로’라는 단어를 새롭게 알게 됐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위로할 수는 있다. -93~94쪽, 「위로가 필요하다」에서 모뎀, PC통신, 음퀴방, [월간팝송], …… 음악으로 떠올리는 ‘우리’의 기억 CD만 사면 아이튠스로 음악을 뽑아 아이팟에 담고, 일 년에 이어폰을 두 개나 사용할 만큼 음악을 끼고 사는 작가 김중혁. 그가 직접 그린 본문 삽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턴테이블에서 휴대용 카세트, CD 플레이어, MD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까지, 문명의 이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의 기억과 감성엔 정겨운 아날로그 시절의 배음이 깔리곤 한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놀 때면 대낮부터 평상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던 아저씨들이 늘 있었다. 길쭉한 병맥주를 여러 병 세워두고 오징어나 쥐포 같은 마른안주를 곁들인 다음, 동네의 날씨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술맛은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그 시절의 풍경이 그리울 때면 가끔 동네 친구와 낮술을 마시곤 한다. -75~76쪽, 「맥주는 술이 아니지, 암 그렇고말고」에서 인디 밴드 ‘바비빌’의 [맥주는 술이 아니지]를 듣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낮술에 빠지는 감성. 거기엔 음악을 알고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세월 따위 훌쩍 뛰어넘어버리겠다는 결기가 있다. 『모든 게 노래』는 우리가 공유했던 음악과 앞으로 공유할 노래들의 선율을 타고 모뎀과 PC통신, [월간팝송]과 ‘음퀴방’의 시절로 다시 한 번 길을 터놓는다. ‘나’의 것이었다가 이제는 ‘우리’의 것이 된 오래전 기억들을 마치 어제의 일처럼 떠올리며 단절된 시간들의 벽을 허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