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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영재의 고향은 강화도 교동면 대룡리이다. 그곳에는 조개껍질들이 가득한 조개맨들이 있다. 아빠가 지은 집에서 가족들과 단란하게 사는 영재는 아빠와의 추억이 많다. 아빠는 시계를 잘 고치는 기술자이다. 집에서 일하는 아빠 얼굴만 보아도 좋다. 아빠랑 조개맨들에 참외를 심으러 가기도 하고, 붓꽃 길을 걸으며 산책도 한다. 자상한 아빠는 서울에 갔다 오실 때마다 장난감도 사 오시고, 턱받이 이불도 사다 주신다. 이웃집에 사는 유리꼬와 화자와 노는 것도 참 재미있다. 학교 입학을 앞둔 영재는 인사 연습을 열심히 한다. 새로 만날 선생님과 새로 사귈 친구들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런데 이렇게 평화롭고 즐거운 영재의 일상이 깨지는 엄청난 사건이 터진다. 그것은 바로 6.25 전쟁. 외할아버지를 비롯해 친척들이 잡혀 가고, 피난민들이 끊임없이 내려온다. 그리고 급기야 아빠도 잡혀 가서 돌아오질 않으신다. 소식 없는 아빠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영재 가족. 이모부는 강화도로 이사 오라고 하고, 영재는 아빠를 그리워하며 강화도로 이사해 열심히 공부하여 아빠가 원하는 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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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얼룩진 1950년대를 그리움으로 견뎌 낸 평범한 소녀의 가슴 시린 성장기
영화 [국제시장]이 작년 말 개봉하여 꽤 오랫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전 세대가 걸어온 길, 특히 한국전쟁이라는 근현대사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며,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겪은 격동의 시기에 경의를 표하는 마음 때문이리라. 그림책 《조개맨들》도 영화 [국제시장]과 같은 시대적 배경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940년대 후반 강화도 옆 섬 교동도는 조용하고 소박한 마을로, 주인공 영재가 태어난 고향이다. 이 책의 제목이자 상징적인 공간인 “조개맨들”은 바다와 인접해 있는 갯벌로 조개껍데기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공간에서 영재는 아빠와의 추억들을 차곡차곡 쌓아 나간다. 그러나 아빠와 참외를 심고, 아빠와 함께 걷고, 아빠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던 평화로운 공간은 갑작스럽게 터진 전쟁 때문에 공포의 공간으로 변한다. 북쪽에서 피난민들이 몰려 내려오고, 삽시간에 마을은 아수라장이 된다.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낯선 사람들이 어른들을 잡아간다. 전쟁이 무엇인지 모른 채 어리둥절한 영재는 엄마에게 감자 쪄 먹고 피난 가자고 천진난만하게 말한다. 그렇게 예고도 없이 찾아온 전쟁으로 인하여 영재는 아빠를 잃게 되고, 아빠를 향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강화도 이모네 집으로 이사를 간다. 영재의 이야기는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하여 전쟁 이전과 전쟁 이후로 나뉜다. 이전 이야기가 아빠와 단란했던 행복한 추억의 일상으로 유쾌하고 발랄하다면, 이후 이야기는 상실과 이별의 아픔, 눈물, 그리움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면서 영재는 아빠에게 어리광을 피우던 어린아이에서 아빠의 바람대로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는 소녀로 성장한다. 어찌 보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강화도로 가는 장면은 영재가 슬픔을 견뎌 내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순수하고 시적인 글과 강렬하고 상징적인 그림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 1949년부터 1953년까지 한 아이의 유년 시절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감 없이 조개맨들의 풍경과 소박한 일상을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표현하였다. 신혜은 작가는 평소 시어머니로부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전해 들었고, 한국 전쟁을 잘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할머니 세대의 소박한 어린 시절과 상흔을 전해 주고 싶어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 어린 영재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 작품에서 신혜은 작가는 때로는 일기처럼, 때로는 시처럼 영재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사진첩에서 꺼내듯 보여 준다. 조은영 작가는 각각의 이야기마다 담긴 인상적인 순간들을 포착하여 그 경험을 내면화시켜 생기 넘치는 영재의 모습과 평화로운 조개맨들의 분위기를 탄생시켰다. 작가는 다양한 장면 연출과 더불어 영재의 감정을 잘 드러내기 위해 아크릴 물감과 페인트, 필름지와 한지 등 혼합 재료를 적절하게 사용했다. 평화로운 일상을 표현하기 위해 섬과 들판과 하늘 등 자연의 색인 초록색과 파란색을 주조색으로 썼으며, 영재의 행복한 심리를 표현할 때는 알록달록한 색깔들을 사용했다. 전쟁이 터진 장면에서는 붉은색과 파란색의 대비로 강렬한 충격을 주었으며, 암울하고 슬픈 순간에는 감정을 절제하고 모노톤의 단순한 라인 그림으로 표현하여 주인공의 슬픔에 조용히 공감할 수 있게 배려했다. 글 없이 포탄이 떨어지는 그림으로만 표현된 장면은 전쟁 발발을 소리 없이 보여 주며, 아빠가 없는 조개맨들을 이야기하는 휴지(休止) 장면은 쓸쓸하고 그리움에 사무친 영재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과감하고 에너지 가득한 붓 터치, 절제된 조형미, 감정을 극대화하여 강렬하게 표현한 색채는 우리를 조개맨들이라는 낯선 공간으로, 또 영재의 추억의 시간으로 끌어당긴다. 아이의 시선으로 전쟁이 앗아간 소중한 일상과 가족애에 대해 이야기하다! 전쟁은 어른들에 의해 일어나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자 큰 사건이다. 이러한 전쟁은 대의적 관점에서 어른들의 담론으로만 이야기되지만, 사실 전쟁의 한복판에서 누구 못지않게 피해와 상처를 받는 존재가 어린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집을 잃고 부모를 잃고 뜻하지 않게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게 된다. 전쟁이 아이들의 삶에서 앗아간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가족간의 사랑, 행복했던 추억들이다. 이 책이 남다른 점은 전쟁 이야기가 주가 되어 고통과 아픔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단란했던 유년 시절을 이야기함으로써 전쟁이 앗아간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담담히 보여 준다. 시계를 고치고 만드는 아빠의 모습, 아빠가 손수 지은 집에서 아빠를 바라보며 놀던 시간들, 친구와 뛰어놀던 학교 운동장, 언제나 허허 웃으시며 달콤한 사탕과 과자를 사 주시던 외할아버지, 매일매일 물레를 돌리시던 노할머니 등 영재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는 추억의 단상들은 행복한 기억이면서 동시에 가슴 아픈 그리움이다. 전쟁 이전과 이후의 삶의 대비를 통해 전쟁이 가져다준 비극과 상실의 깊이가 더 깊어지면서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실제 인물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기에 장면 장면마다 생생하고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 책은 전쟁이 평범한 아이의 삶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를 보여 주며, 그 상처를 딛고 굳세게 살아온 주인공 영재가 우리와 동떨어진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의 부모님, 우리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임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