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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_갖고 싶다, 닌텐두
02_나도 모르게 03_내가 도둑이냐? 04_알 낳는 거짓말 05_피노키오가 부러워! 06_으악, 안 돼! 07_거짓말쟁이 감옥 08_고백 09_작가의 말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승준이는 방문을 닫으며 소리쳤어요.
“내일 수학 시험 있어서 공부할 거니까, 제 방에 들어오지 마세요.” “어마나, 우리 아들. 기특하기도 해라.” 엄마는 순순히 승준이의 말을 믿었어요. 엄마가 너무 쉽게 믿어 거짓말한 게 조금 미안할 정도였지요. 하지만 내일 수학 시험을 보는 건 진짜니까 완전 거짓말은 아니었어요. “내일 수학 시험만 잘 보면 되지, 뭐.” 승준이는 곧 닌텐두 속으로 빠져들었어요. 중간에 엄마가 간식을 챙겨 와 문을 두드릴 때도, 승준이는 공부에 방해된다며 문을 열지 않았어요. 승준이의 손에는 수학책 대신 닌텐두가 밤새도록 들려 있었어요. --- p.18 “참, 너 어제 내 닌텐두 가져갔냐?” 범용이의 말에 승준이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놀랐어요. 범용이가 다 알고 묻는 것처럼 느껴져, 얼굴은 빨개지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났어요. “미쳤냐? 내가 도둑이냐?” 승준이는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화를 냈어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닌텐두가 딸려 왔다고, 안 그래도 돌려주려 했다고 말할 참이었는데, 입에서는 승준이의 마음과 전혀 다른 소리가 튀어나왔어요. “미안해. 어제 네가 마지막으로 닌텐두를 한 것 같아서.” 범용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얼른 사과를 했어요. 승준이는 대답도 안 하고 휙 돌아서 학교로 향했어요. “승준아, 미안하다니까.” 범용이가 따라오며 사과했지만, 승준이는 일부러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갔어요. 범용이와 말을 섞으면 거짓말이 들통 날 것 같았거든요. 승준이의 심장이 코끼리 발자국만큼이나 크게 뛰었어요. 뒤에 있는 범용이가 자기 심장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이 될 정도였어요. 승준이는 심장 소리를 들키지 않으려고 더 빨리 교실을 향해 뛰었어요. --- p.25 |
범용이의 생일 파티 날, 닌텐두가 없는 승준이는 신 나게 범용이의 닌텐두를 한다. 공부할 때는 거북이걸음처럼 느리게만 가던 시간이, 닌텐두 할 때는 어찌나 빨리 가는지 어느덧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고……. 닌텐두가 더 하고 싶은 승준이는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하다가, 친구들이 모두 현관을 나선 뒤에야 부랴부랴 짐을 챙겨 따라나선다. 그런데 급하게 짐을 챙기던 승준이는 닌텐두까지 가방에 넣게 된다. 집에 가는 길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승준이는 곧장 범용이에게 갖다 주려고 하다가, 닌텐두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나머지 그냥 집으로 가져가고 만다.
승준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밤새도록 닌텐두를 한다. 엄마한테는 수학 시험 공부 한다고 거짓말을 한 채로 말이다. 게임을 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새운 승준이는 다음날 수학 시험을 완전 망쳐버리고, 시험 결과를 묻는 엄마에게는 선생님이 편찮으셔서 시험이 미뤄졌다고 또 거짓말을 한다, 게다가 닌텐두 가져갔냐고 묻는 범용이에게는 “내가 도둑이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이렇게 한 번 시작된 거짓말은 닭이 알을 낳듯 멈출 줄을 모르고, 승준이의 마음은 거짓말이 들통 날까 봐 조마조마한 불안함과 착한 사람들을 속인다는 죄책감으로 무겁기만 하다. 과연 승준이는 거짓말을 고백해 무겁고 힘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
‘승준이도 나랑 똑같이 거짓말하고 나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구나!’
거짓말 한 번 안 하고 자라는 아이도 있을까? 문방구에서 본 예쁜 지우개를 사기 위해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용돈을 받아내는 아이, 좋아하는 게임을 얼른 하고 싶어 하지도 않은 숙제를 다 했다고 거짓말하는 아이, 시험을 완전 망쳐 놓고 엄마한테 혼날까 봐 잘 봤다고 거짓말하는 아이……. 아이들마다 거짓말하는 이유도 상황도 각각 다르지만, 거짓말을 하고 나서 콩닥콩닥 가슴이 뛰는 건 똑같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알 낳는 거짓말』의 승준이 이야기에 쉽게 공감이 가는 이유 말이다. 못 견디게 갖고 싶었던 닌텐두를 손에 쥐게 되었을 때의 떨리는 마음, 거짓말이라도 해서 밤새 게임을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 그리고 거짓말이 들킬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 등은 승준이 또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승준이의 마음을 공감한 아이들은 승준이의 마음속 갈등과 그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을 보면서 거짓말은 다른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가장 힘들게 한다는 것,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솔직하고 용기 있게 고백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림으로 생생하게 묘사된 승준이의 마음 그림 작가는 거짓말을 하고 나서 점차 변하는 승준이의 마음을 그림 속에 잘 담아냈다. 시험을 망치고 엄마 몰래 도장을 찍는 장면(32-33쪽)에서는 도장을 찍기 전 승준이의 표정을 강조하여 조마조마한 승준이의 마음을 잘 전달한다. 덕분에 아이들은 승준이에게 감정이입해 도장을 찍을까 말까 함께 가슴 졸이게 된다. 얼떨결에 줄줄이 거짓말을 하게 된 승준이가 갈등하는 장면(38-39쪽)은 승준이가 커다란 가방을 지고 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승준이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짐작할 수 있고, 승준이의 마음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거짓말을 고백하고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60-61쪽)에서는 폴짝 뛰는 승준이의 모습을 그려 아이들이 그림만 보고도 승준이의 홀가분한 마음을 잘 알 수 있도록 했다. ‘거짓말’이라는 다소 어둡고 무거운 주제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 사실적이고 담백한 글과 유쾌한 그림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