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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열림원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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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간절곶
파리

2
밤 인사
미나, 기억의 미로
엿보는 자, 나였던 그 남자

3
파리 15구 동바슬 거리
부르고뉴

4
부산, 부산, 부산
사랑에 관하여
도라, 도라, 도라

5
세트
페르피냥

6
포르부
사라짐에 대하여

7
부산, 돌아 돌아 어딘가
밤의 진실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咸貞任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장으로 가는 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화여대 불문과와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동아대 한국어문학과에 재직중이다. 대학에서 프랑스 시와 현대 부조리극에 경도되었고, 거리와 광장보다는 도서관과 지하 소극장을 전전했다. 그때 대학 문학상에 시가 가작으로 뽑히는 바람에 제도권 문학지의 청탁을 받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그 문학지의 기자가 되었다. 그 후 계간지 편집장과 출판사 편집부장으로 일하며 프랑스 현대문학을 전문 편집했고, 프랑스 대사관 도서과에 다년간 협력했다. 2003년 계간 [동서문학]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장으로 가는 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화여대 불문과와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동아대 한국어문학과에 재직중이다. 대학에서 프랑스 시와 현대 부조리극에 경도되었고, 거리와 광장보다는 도서관과 지하 소극장을 전전했다. 그때 대학 문학상에 시가 가작으로 뽑히는 바람에 제도권 문학지의 청탁을 받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그 문학지의 기자가 되었다.

그 후 계간지 편집장과 출판사 편집부장으로 일하며 프랑스 현대문학을 전문 편집했고, 프랑스 대사관 도서과에 다년간 협력했다. 2003년 계간 [동서문학]에 장편소설을, 인터넷 서점 예스24 웹진 '북키앙'에 미술 에세이를 연재했다. 2004년 한신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밤은 말한다』, 『동행』, 『행복』, 『당신의 물고기』, 『아주 사소한 중독』,『버스, 지나가다』,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당신의 물고기』, 『네 마음의 푸른 눈』, 『춘하추동』,『저녁식사가 끝난 뒤』, 번역서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실베스트르』를 펴냈고, 산문집 『하찮음에 관하여』, 『하찮음에 관하여』를 냈다. 그리고 유럽묘지예술기행 『그리고 나는 베네치아로 갔다』, 파리기행 『인생의 사용』, 미술에세이 『나를 사로잡은 그녀, 그녀들』, 에세이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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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32g | 118*188*15mm
ISBN13
9791170403128

책 속으로

그런데, 간절곶에는 왜 간 거죠?
그는 역시 3초간 입을 다물고 있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대답인 즉, 열두 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그에게는 간절곶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나도 열두 시간의 조약돌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 p.23

아침 8시가 넘어서야 조금씩 밝아 오는 하늘, 무리지어 이리저리 이동하는 음울한 먹구름, 사이사이 번쩍이며 드러났다가 이내 사라지는 태양과 하늘의 파란 빛. 세상이 어떻게 요동쳐도, 파리는 파리였다. 노트북을 덮고, 장과의 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 p.35

당연히, 윤중과는 어긋나고야 말았다. 나는 남쪽으로, 그는 북쪽으로 움직였다. 그가 파리에서 칼레, 칼레에서 다시 파리, 그리고 서울로 돌아가는 동안, 나는 마르세이유에서 페르피냥, 궁극적으로 피레네 국경을 넘어 포르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마르세이유에 도착하자, 난민들과의 인터뷰로 작성된 ‘칼레의 정글 속에서’라는 제목의 기사가 카톡으로 배달되었다.
--- p.90

누군가의 죽음이 새겨진 묘석들을 따라 걷는 일은 낯선 경험이었다. 어떤 죽음은 100년도 더 전에 일어났고, 어떤 죽음은 일주일 전, 또는 사흘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는 묘지 밖으로 나오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p.122

어떤 인간은 가족에게서, 연인에게서, 익숙한 것에서, 세상에서 불현듯 사라지곤 한다. 장은 그런 인간의 역사, 또는 사소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전쟁이, 참사가, 암癌이, 또는 사랑이, 아니 권태가 그들을 데리고 갔다. 벤야민처럼, 생부처럼.
--- p.146

모래밭을 걸을 때면 모래 속으로 발이 빠져 동작을 크게 하느라 힘이 들었다. 몇 발자국 떼지 않아 숨이 차올랐다. 이렇게 힘주어 내디딘 발자국도 다음 날이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 나날이 사라지는 생의 순간들처럼. 그래도 나는 매일 밤 힘주어 모래밭을 걸었다.

--- p.167

출판사 리뷰

"세상의 모든 밤을 향해, 잘 자요.”

새벽의 감각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밤 인사, 함정임의 신작소설

‘호모 비아토르(여행하는 인간) 작가’라는 수식어가 이토록 어울리는 작가가 또 있을까. 1990년 등단 이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 온 함정임 작가가 올해로 등단 35주년을 맞아 소설 『밤 인사』를 펴냈다. 2020년 출간된 소설집 『사랑을 사랑하는 것』 이후 5년 만의 신작소설이다.

『밤 인사』는 작가의 2015년 출간된 소설집 『저녁식사가 끝난 뒤』에 실린 단편소설 「어떤 여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단편소설에는 행간마다 크고 작은 사정과 사연들이 깃들어 있”기 마련이므로, “행간에 묻어 두어야 했던 우연과 인연의 맥락들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만큼 꺼내고, 버리고, 잇는 과정”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작가가 소설 속 두 인물, 미나와 장의 이야기를 이어 써 나가던 사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또 소강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발발한 전쟁이 “삶의 리듬과 감각을, 세상의 이치와 순리를 비정상으로 뒤엎어 버”린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시간 속에서도 “행간마다 고여 있는 숨”을 놓치지 않고 오롯이 담아냈고, 마침내 소설 『밤 인사』를 완성했다. 단순히 단편소설 「어떤 여름」의 후속으로만 기능하는 작품이 아닌, 또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단편에서 경장편으로 세계를 확장하는 사이 주인공 ‘미나’의 삶도 변화해 나갔다. 짧은 시간 그가 만났던 ‘장(또는 진)’이라는 인물이 좀 더 구체화되었고, 묵독 모임 ‘파라-n’과 그 속에서 관계한 ‘윤중’이라는 인물이 더해졌다. 소설 곳곳에 인물의 SNS 계정과 그에 따른 텍스트가 추가되었다. 작가는 SNS와 뉴스 미디어의 속성과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문학예술 텍스트와 사료들을 작품 속에 자연스레 녹여 냈다.

열두 시간의 조약돌을 쥐고서

소설가로 활동 중인 미나는 어느 날 2년 전 니스행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장’으로부터 등단작 「어떤 여름」의 후속편을 써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가벼운 농담에서 시작된 제안은 점점 구체화되어 갔고 이윽고 ‘장’의 제안을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다. “세상일이란 대개 가벼운 농담에서 출발”하는 법이므로.

파리에 도착한 뒤 ‘미나’는 2년 전 그랬듯 ‘장’과 짧은 일정 동안 동행하며 발터 벤야민과 조아킴 롱생, 폴 발레리 등 프랑스 곳곳에 궤적을 남긴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 「어떤 겨울」을 쓰기 위한 ‘미나’의 여정에 ‘장’ 역시 묵묵히 함께하며 부재한 어머니의 자리와 애정에 목말랐던 어린 시절을 되짚어 나간다. ‘미나’에게서 어머니의 그림자가 겹쳐 보이자 ‘장’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고향인 부산을 찾아야겠다는 혹은 찾아가야만 한다는 운명을 느낀다. 한편 프랑스를 여행하는 중에도 ‘윤중’은 ‘미나’에게 꾸준히 메시지를 보내온다. 그가 보내오는 뉴스 기사와 짧은 안부, 문학예술 텍스트는 ‘미나’가 파리로 떠나기 전, 묵독 모임이 끝나고 홀연히 그와 떠났던 새벽의 간절곶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조약돌을 가지고 돌아오게 해 줄게요. 열두 시간의 조약돌!”

새벽, 마주침과 엇갈림의 시간


소설 『밤 인사』는 ‘미나’와 ‘장’ 그리고 ‘윤중’, 세 인물 사이에서 반복되는 끊임없는 마주침과 엇갈림을 함정임만의 유려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엮어 낸 작품이다. “세 사람이 시차를 두고 완성하는 산책”은 마치 “별의 궤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연이 수없이 겹쳐 운명으로 가닿는 눈부신 그 과정들은 간절곶과 파리, 부르고뉴, 세트, 페르피냥, 포르부 그리고 다시 부산에 이르기까지 ‘미나’의 발걸음을 뒤따른다. “우연이 운명으로 승화하고, 엇갈린 방향들이 남긴 부산물”이 빚어낸 추억은 소설 안에서 그 어떤 것보다 눈부시게 부유한다.

『밤 인사』는 새벽과 닮아 있다. 새벽은 “가능성인 동시에 어제에 대한 작별”이며 “포옹의 시간”이기도 하다. 세 인물 사이에서 공명하는 “미묘하고 고요한 충동”은 독자들로 하여금 “지나온 경로마다 수없이 존재했던 마주침이 품었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곧 무수한 산책”임을 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마주침을 소중하게 끌어안는 이들에게 『밤 인사』는 기꺼이 다정한 안부를 건넨다.

“세상의 모든 밤을 향해,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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