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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남편이 수상하다
Ep01. 잘려서 미안해 Ep02. 같이 저녁 못 먹어서 미안해 Ep03. 야동 생각에 미안해 Ep04. K-직장인도 못 돼서 미안해 Ep05. 영끌족이라 미안해 Ep06. 문과여서 미안해 Ep07. 본캐도 엉망이라 미안해 Ep08. 마중 못 가서 미안해 Ep09. 혼자 영화 봐서 미안해 Ep10. 능력도 노력도 어중간해서 미안해 Ep11. 인간관계가 이 모양이라 미안해 Ep12. 친구 하나 없어서 미안해 Ep13. 외면해서 미안해 Ep14. 쓸데없이 자존심만 부려서 미안해 Ep15. 그놈의 회사에 충성만 해서 미안해 Ep16. 학원비가 겁나서 미안해 Ep17. 치료 안 받아서 미안해 Ep18. 낮술 때려서 미안해 Ep19. 부품 1밖에 안돼 미안해 Ep20. 택시비 쥐여 줘서 미안해 Ep21. 마음이 먼지 같아 미안해 Ep22. 아내 친정 갔다고 좋아해서 미안해 Ep23. 담배 못 끊어서 미안해 Ep24. 안 닦아서 미안해 Ep25. 동호회나 나다녀서 미안해 Ep26. 거짓말해서 미안해 Ep27. 이렇게나 좋은 아빠여서 미안해 Ep28. 이루지도 못할 꿈꿔서 미안해 Ep29. 쫄보라서 미안해 Ep30. 남은 게 없어서 미안해 Ep31. 자꾸만 커지는 뻥만 쳐대서 미안해 Ep32. 7만 원짜리 삶이 돼 버려서 미안해 Ep33. 기분이 꽃 같아 미안해 Ep34. 너한테 화풀이해서 미안해 Ep35. 아내의 흰머리 앞에 미안해 Ep36. ‘도망가자’에 흔들려서 미안해 Ep37.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미안해 Ep38. 10만 원에 행복해해서 미안해 Ep39. 운수 좋은 날이라 생각해서 미안해 Ep40. 마지막 말까지 다 퍼부어서 미안해 Ep41.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해 미안해 Ep42. (마지막화)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에필로그 1. 언젠가 좋은 날 오겠죠 에필로그 2. 꿈꿀 수 있어 행복해 에필로그 3. 항상 고생하는 고마운 당신께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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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더라? 남편들의 마음 한편엔… 언제나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고… 이유는 모르지만….’
그는 남편이다. 그리고… 그래서 아내에게 늘 미안하다. 그래, 이유는 모르지만…. --- p.19 ‘보통 사람들에게 너무도 흔한, 평범한 저녁 식사를 같이했을 뿐인데… 왜 나는 미안한 마음부터 드는 걸까? 다른 남편들도 이럴까? 분명 열심히 살았는데… 이 먹먹한 미안함은 도대체 뭘까….’ --- p.24 언젠가부터,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고 대리에게 아이든 아내든 가족은 언제나 직장보다 뒷순위였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회사 다닐 적에는 잘난 월급과 성과, 승진 같은 회사 생활과 그 잘난 사수, 선배, 후배, 팀장 같은 사람들 눈치를 먼저 챙기는 거야말로 가장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믿었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잘리고 그 모든 게 무용지물이 될 줄은 몰랐다. --- p.71 500개가 넘는 이름이 있는데 누구 하나 자신을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 아니, 위로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술이나 한잔 같이하고 싶을 뿐인데 아무도 자신과 먹고 싶어 하지 않을 것만 같다. 회사에서 잘린 자신은 하루 만에 그 사람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마음이 서글퍼져 애꿎은 깨톡 창 스크롤을 다시 올려 버린다. 결국 아무도 자신의 곁에 남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인간관계가 다시 한번 정리되는 건가?’ --- p.97 ‘아무것도 없는 내게 시집와서 이제껏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나는 아직도 고생만 시키는구나….’ 오늘 하루에도 수십 번 느꼈던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또다시 그를 괴롭힌다. 직장 다닐 적에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 한편에 묻어 두고 외면했던 가족에 대한 미안한 죄책감이 ‘그래, 오늘 너 잘 걸렸다.’라는 듯 작정한 것처럼 쏟아져 나온다. --- pp.104-105 그렇게 열심히 다녔고, 그렇게 열심히 믿었던 회사에서 콱! 발등 찍혀 잘리고 나니 지난 회사 생활이 후회된다. 그러자 갑자기 마음속에 묵직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가족의 행복을 지키면서 즐겁게 일할 순 없는 걸까? 꼭 그렇게 가족의 행복과 맞바꿔 희생해야만 회사에 붙어 있을 수 있는 걸까? 아휴!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취했는지 별별 생각이 다 드네. 얼른 이직할 자리나 뚝딱!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 얼른 다시 회사에 다녀야 할 텐데….’ --- p.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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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날 버린 것만 같은 냉혹한 현실 속에
그대로 내던져진 오늘, 내가 아등바등 지키려 애쓴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오늘 고 대리는 회사에서 잘렸다.’ 그는 언젠가부터,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에게 아이든 아내든 가족은 언제나 직장보다 뒷순위였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회사 다닐 적에는 월급과 성과, 승진 같은 회사 생활과 그 잘난 사수, 선배, 후배, 팀장 같은 사람들 눈치를 먼저 챙기는 것이야말로 가장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믿었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잘리고 그 모든 게 무용지물이 될 줄은 몰랐다. ‘아내에게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부족한 남편임에도 항상 ‘내 남편 최고!’라며 환한 웃음과 함께 쌍 따봉을 척! 펼쳐 보이는 고마운 아내. 고 대리는 그런 아내에게 도저히 회사에서 잘렸다는 말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이 새어 나온다. 아내에게 미안하면서도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더 미안하다. ‘가족의 행복을 지키면서 즐겁게 일할 순 없는 걸까? 꼭 그렇게 가족의 행복과 맞바꿔 희생해야만 회사에 붙어 있을 수 있는 걸까?’ 고 대리는 회사에서 잘리고 나서야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족의 행복을 생각하게 된다. 가족과의 행복을 위해선 당연히 돈이 필요하지만, 그 돈을 벌기 위해선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또는 부모로서, 그리고 자식으로서 각자의 위치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무단히 애쓰며 살아가지만, 치열한 사회에서의 생활은 그 목적을 전도시켜 버리곤 한다. 고 대리가 회사에 그토록 열심히 다니며 돈을 번 것도 딸아이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는데, 정작 딸아이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의 이름과 위치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때는 회사에서 잘린 후였다. 그리고 아내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회사에서 잘린 후에야 가질 수 있었다. ‘누구라도 불러 한잔하고 싶은데… 어디 누가 좋을까… 하나, 두울, 세엣, 네엣… 하! 열둘? 친구가 열둘밖에 없다고?’ 고 대리의 [친구] 목록에 남아 있는 이름이 열둘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그리고 [비즈니스] 목록에는 500개가 넘는 이름이 있지만 누구 하나 자신을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 아니, 위로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술이나 한잔 같이하고 싶을 뿐인데 아무도 자신과 먹고 싶어 하지 않을 것만 같다. 회사에서 잘린 하루 만에 그 사람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회사에서 잘리고 보니 알겠다. 친구 하나 없는 쓸쓸함이 무엇인지. 마음 터놓을 친구 하나 남지 않았다는 서글픔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과연 무엇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수상한 퇴근길』은 우리가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 과연 이게 자신이 원하는 삶이 맞는지,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잘 지키며 살고 있는지 물어온다. “언젠가 좋은 날 오겠죠.” 근거 없는 희망의 공허한 울림처럼 들릴지 모를 이 문구가, 어찌 보면 현실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의 희미한 빛줄기처럼 느껴지는 이유. 독자들이 그 실마리를 찾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