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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데자인
계몽과 광기의 역사
김종균
이유출판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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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작하며

I 천국의 예술

1. 고대 · 중세 · 근대
빛이 있으라!
고대 황금기
중세 암흑기
그로테스크한 로마네스크
고딕과 길드
관념적인 중세 예술
십자군 전쟁과 종교개혁
천국의 지구출장소 성당
르네상스 예술
관념적인 성화
미켈란젤로와 매너리즘
바로크와 로코코

2. 계몽과 혁명
모던, 모더니티, 모더니즘
계몽주의와 근대사회
프랑스 대혁명과 민주주의
산업혁명과 산업화
식민지 시대
산업의 시녀 장식미술
1851 대영박람회
싸구려 기계 생산품
신고전주의
미술공예운동과 윌리엄 모리스

II 계몽과 평등

1. 세기말의 예술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
카메라 옵스큐라
자포니즘과 우키요에
인상주의
마네의 고발
모네의 빛
로트렉의 상업미술
낭만주의와 추상
1884 앙데팡당전
후기인상파
세잔의 사과
피카소의 분해
인상파는 양식인가?
혁명 · 근대화 · 근대주의

2. 새 시대의 새로운 장식
1889 파리박람회와 에펠탑
새로운 미술, 아르누보
실존과 낭만
장식 없는 아르누보
최초의 모더니즘 디자인
기계 장식 아르데코

III 합리주의와 아방가르드

1. 합리주의
미국의 합리주의
마천루와 커튼월
기능주의 건축
포디즘
1907 독일공작연맹
페터 베렌스와 AEG
그로피우스와 건축가들

2. 전쟁과 아방가르드
신념의 붕괴
사회진화론과 식민지 계몽주의
오리엔탈리즘
기계와 예술
미래파
1차 세계대전과 반이성
붕괴 · 해체 · 부정
아방가르드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전위예술
러시아 아방가르드
제도화된 아방가르드, 브후테마스
브후테마스 vs 바우하우스
데스틸(신조형주의)

IV 순수 기계미학

1. 바우하우스와 디자인
혁명과 예술
바이마르 국립 바우하우스
바우하우스의 이념
이텐과 공방 교육
모호이너지와 시대정신
데사우 바우하우스
디자인학의 집대성
하네스 마이어, 미스 반 데어 로에
바우하우스의 유산
울름조형대학과 애플

2. 모더니즘과 국제주의
바우하우스와 ‘Modernism’
본질과 실존
기능+절제=순수
“Less is More” (기능+절제=순수)
국제주의 양식
굿 디자인과 키치
모더니즘은 실패인가?
냉전과 이데올로기
프로파간다 디자인
소련연방
산업디자인연구소(VNIITE)

V. 스타일과 감성

1. 탈네모 감성
1930년대 미국 대공항
스타일링과 스트림라인
슬론주의
인위적인 제품 수명 단축
스칸디나비아의 자연주의
유기적 모더니즘
인간 중심의 디자인

2. 대중 시대의 예술
대중과 예술
팝아트와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
멤피스 그룹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모더니즘 vs 포스트모더니즘

3. 디자인 비즈니스
워크맨과 혁신
디자인 경영
디자인의 미래

VI. 한국의 모더니즘

1. 모더니즘과 권력
막사발과 이마리 도자기
탈아입구
식민지 근대성
만주국과 하이 모더니즘
문화와 위생

2. 한국의 모더니즘 디자인
UN 원조와 모던데자인
반공과 개혁
조국 근대화와 농촌 새마을운동
개발도상국과 모방
오리엔탈리즘과 한국적 디자인

마치며
디자인사 관련 용어
참고자료
찾아보기

저자 소개 1

산업디자인 전공으로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특허법무 전공으로 충남대학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현대디자인 큐레이팅 전공으로 런던 킹스턴대학교에서 예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지식재산처에서 상표·디자인 심사관으로 재직 중이다. 틈틈이 한국의 디자인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디자인 지식재산권을 강의하거나 관련 글을 연재하며, 디자인 전시 등을 열고 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런던디자인필름페스티벌 등의 기획에 참여했고, 『 모던데자인 』 (2025), 『 디자인 전쟁』(2013) 등 다수의 책과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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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3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698g | 140*225*22mm
ISBN13
9791189534615

책 속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도시, 집과 물건의 모양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사람은 거의 없고, 또 그럴 겨를도 없는 것 같다. 간혹 관심이 있어 디자인 서적을 펼쳐 보면 열에 아홉은 서구의 이론만 되풀이한다. 한때 지구를 지배한 종교의 폐단과 식민지 제국주의, 세상의 절반을 차지했던 사회주의, 자유를 향한 민중의 열망은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양식만 훑는다. 멋들어진 화보집은 많은데 ‘읽을 책’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볼 만한’ 책이 아니라 ‘읽을 만한’ 디자인 역사책으로 기획했다.

유럽의 성당이 왜 빛나는지, 디자인이 왜 사회주의 산물인지, 현대 미술이 왜 난해하고 비싼지, 모던디자인이 왜 광기의 산물인지, 근대건축은 왜 유리와 콘크리트 덩어리인지, 가전제품은 왜 네모상자인지, 평소 생각해 보지 못한 주제를 끌어와 숨은 의미를 풀어놓는다.

이 책이 현대 예술과 건축, 디자인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쪽과 저쪽의 차이를 이해하고,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가늠해 보고,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 보라. 그러라고 역사를 공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전통을 없애버렸고, 곳곳에 국적 없는 건물을 남겨 놓았다. 뜬금없이 기와지붕을 쓴 건물이 현재까지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기하학적으로 힘을 준 기념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그곳에 왜 그런 모양의 조형물이 서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근대화 과정에는 모더니즘이 만연했지만 뿌리가 없고 발전도 없었다. 한국 근대예술에는 왜 모두 추상 작가들뿐인지, 한국에서는 왜 세계적인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안 나오는지도 모른다. 모두 한국 디자인 역사는 아예 이야기하지 않고, 영국과 프랑스, 미국, 일본 이야기만 한다. 흡사 나는 가난한 집 아이로 태어났는데, 옆 동네의 부잣집 아들의 족보를 꿰고, 그 집 아버지의 가훈을 익히며, 그 집안의 가풍을 따르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 아버지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할아버지가 누구인지는 관심이 없지만, 부잣집에서 새로 산 물건과 새집은 늘 궁금해한다. 한편 부잣집 아버지가 과거에 술주정이 심하고, 정신분열증이 있고, 한때 공산주의자였으며, 동네에 소문난 폭력배였다는 사실은 모르거나 잊어버렸다. 오직 현재 시점에 부자라는 사실만 주목한다. 이것이 한국 디자인의 현실이다. 세상 모든 역사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는데, 한국의 디자인사엔 밝은 면만 남아서 지면을 채우고 있었다.

이 책에선 어두운 면도 들춰내어 균형 잡힌 정보를 전하고 싶었다. 긴 예술의 역사를 한 권의 책에 욱여넣느라 놓치고 가는 부분도 많다. 여러 가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경우엔 가능하면 가장 대표성을 띠는 부분만 골라서 소개했다. 잘 알지 못하는 그래픽과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는 부실한 설명을 할까 염려되어 언급을 자제했다.

보통의 역사책은 학술적 뒷받침을 위해서 주렁주렁 각주가 달리고 인용문이 넘치지만, 그래선 잘 안 읽힌다. 그래서 장터 버전의 ‘이야기책’으로 꾸미고 글쓰기도 입말을 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제목도 모던디자인의 근대식 표현, ‘모던데자인’이라 붙였다. 대부분 서양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시선으로 풀이하려 노력했다. 모쪼록 이 책이 현대의 예술과 건축, 디자인을 보는 균형 잡힌 시선을 갖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쪽과 저쪽의 차이를 이해하고,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가늠해 보고, 미래를 위해서 이쪽에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라고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작하며」중에서

디자인은 온전히 21세기 민주화의 산물로 등장한 따끈따끈한 예술계의 ‘신상품’이다. 과거의 물건은 계급이 있고, 주인의 신분을 따랐다. 박물관에 가면 좀 멋져 보이는 것은 온통 교회 혹은 사찰이나 왕실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이다. 일반인이 사용하던 물건은 기록하고 보관할 가치가 없는 하찮은 것이라 여겨서 애당초 예술이라 부르지 않았고 미적 가치를 따지지도 않는다.
--- p.15

프랑스 대혁명과 함께 근대를 촉발한 또 하나의 사건은 산업혁명이다. 1800년대 초, 영국 산업혁명기에는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방적기가 등장했다. 먹지 않고 쉬지 않으며 때리지 않아도 일을 하고, 밤새 직물을 짜고도 감기조차 걸리지도 않는 마법의 일꾼이었다. 순식간에 영 국의 산업 생산력은 세계 최고가 되었다. 또 증기기관차의 등장은 그저 잘 달리는 힘센 짐꾼이 등장하는 것을 넘어서, 영국의 사회시스템 전체가 변했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 p.71

인상파는 빛을 중요시했다. 빛은 왜 중요한가? 빛은 전통적으로 신의 상징이었지만 계몽주의 사상의 상징이기도 했다. 유럽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이나 악마를 믿던 전근대 시대를 암흑으로 표현했는데, 이 암흑을 걷어내는 것이 빛이다. 중세가 밤이라면, 계몽주의 시대는 동이 트는 새벽이다. 아침 해가 비치면, 즉 빛이 어둠을 몰아내면 비로소 꿈을 깬 사람들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만 진실이라고 인정했다. 묻지 말고 의심하지 말고 성경 말씀이니 그냥 믿으라는 중세 사제의 압박은 어둠이었고, 자기 이성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합리성은 빛이었다.
--- p.111

유럽 사회는 기존의 체제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하고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어 가고 있었지만, 대서양 건너 미국은 유럽과 판이한 변화가 일고 있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엄청난 군수물자 생산력으로 세상에 그 위력을 과시하기 전까지 별로 주목받는 나라가 아니었다.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하고, 남북전쟁을 치르는 등 내부의 문제에 골몰하느라 세계사에 거의 등장하지도 못했다. 미국은 신생 독립 국가로 왕과 귀족이 없었고, 유럽에 비할 수 없이 역사와 전통이 짧았다. 달리 말해 민중이 싸워서 이겨야 할 역사적 억압이 없고 무너뜨려야 할 권위와 전통이 없었다.
--- p.154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5년, 중립국이던 스위스 취리히에 망명 온 작가들이 모여들었다. ‘카바레 볼테르’라는 카페에 모인 작가들은 다다이즘이라는 반문명, 반합리주의 예술운동을 펼쳤다. ‘다다Dada’라는 명칭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카페에 모인 예술가들이 장난감 목마를 가리키는 어린아이의 말 ‘다다’에서 즉흥적으로 딴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만큼 그들은 특별히 이름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다다이즘 예술가들은 제1차 세계대전이 보여준 살육과 파괴에 지독한 증오와 냉소를 보이며, 기존의 모든 전통과 질서, 가치, 나아가 이성에 대한 신뢰를 부정한다.
--- p.200

20세기 초의 아방가르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기의 많은 예술가들이 사회주의 혁명에 경도되고, 예술의 지향점으로 삼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이야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의 모순이 드러나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그것이 실패한 체제임을 확인하였지만, 혁명 초기의 사회주의 국가는 부조리한 과거의 역사를 폐기하고 노동자를 위하여 새로 세운 지상의 유토피아였다. 한편 아방가르드가 청산하고자 한 과거의 역사는 더 이상 중세가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와 천민자본주의 등 이 빚어낸 광기 가득하고 모순된 근대였다.
--- p.230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완전히 분리된 독자적인 영역의 디자인 체계를 완성해 현대디자인의 시작을 알렸다. 관념적인 장식과 고립된 미美를 현실로 끌어내고, 디자인은 사회를 지향하고 사회를 반영하며, 사회를 변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한다는 현대디자인의 기본 이념을 형성했다. 이는 사회주의 성향의 아방가르드들이 만인이 평등한 세상,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 산물이다. 바우하우스는 현대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념이자 사상·활동·교육으로 기록되었다.
--- p.265

193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버크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라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가 ‘다이맥시온 Dymaxion’이라는 물방울 모양의 자동차를 출품했다. 이제껏 사람들은 차란 당연히 포드 모델T처럼 생기고, 실용적이고 튼튼한 것이 미덕이라 생각했지만, 풀러는 마치 비행기 같은 모습의 둥글고 매끈한 외피를 차에 입혔다. 금방 풍동시험장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에어로 다이나믹Airo dynamic 디자인, 제트기 같은 스트림라인Stream Line을 가진 이 차는 큰 화제가 되었다. 다이맥시온 자동차는 사실 포드 모델T와 별반 성능이 다르지 않았음에도 대중에게는 마치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고성능 자동차로 보였다.
--- p.306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과도한 엄격함과 건조함이 디자인에서 인간을 소외시킨다고 보고 역사를 긍정했다. 역사적인 장식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작품을 풍부하게 만드는 소재로 적극 활용하여 반세기 만에 장식을 다시 복권했다. 획일적인 디자인의 언어에 문화와 상징을 덧붙이고, 여기에 한술 더 떠 도발적인 장난을 쳤다. 모더니즘이 계속 무언가를 제거하는 것이었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이것저것 계속 덧붙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만큼 거창하고 이념적이고, 혁명적이 거나 엄숙하지 않다. 별다른 선언문도, 슬로건도 없다.
--- p.332

한국에 근대 문물이 전파된 경로는 일제보다는 만주국을 통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주와 일제는 기본적으로 같은 주체였지만, 국가의 운영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영국과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이 같은 민족과 문화적 전통에서 출발하였지만, 환경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 것과 유사하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는 중국의 동부 지역을 실질적으로 점령하고, ‘관동關東’이라 이름을 붙였다. 일본의 철도시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일제 최정예 부대 ‘관동군’을 배치했는데, 이후 관동 군은 독자적으로 1931년 만주 사변을 일으키고 청나라 마지막 황제, 선통제宣統帝(재위기간 1908~1912)를 내세워 일제의 괴뢰 국가인 만주국을 세웠다.
--- p.363

건축 역시 모더니즘 건축 일색이었고, 1960~1970년대를 거치며 근대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수근의 세운상가(1967)나 김중업의 삼일빌딩(1970) 등은 국제주의 양식에 충실한 건축이었고, 마포주공아파트나 잠실주공아파트 등과 같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도 기능 중심의 공간으로 지어졌다. 한국 사회의 모더니즘은 자유주의 이념이자 미국과 같은 풍요로운 사회를 약속하는 미래의 양식이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지원을 받아 경제를 회복하고, 냉전 시대에 미국의 우방으로 남은 자유주의 동맹국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 p.373

출판사 리뷰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예술, 건축, 디자인 역사서

이 책은 조금 두꺼운 편이라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온갖 미학적 개념이 등장하고 다루는 내용이 광범위한데도 술술 읽힌다.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경우엔 레미제라블, 성냥팔이 소녀, 장미의 이름, 물랑루즈, 매트릭스 등의 소설과 영화가 동원되는가 하면, 다른 서적에선 볼 수 없는 시각 자료가 수시로 등장한다. 특히 디자인 서적임에도 예술과 조각, 건축을 통합적으로 다룬다. 디자인이란 분야가 분리?독립된 것은 불과 100년이 되지 않았고, 중세의 예술은 건축과 분리해선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등학생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을 사용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본문에서 풀어냈고, 한자나 외래어 고유명사는 최대한 그 의미를 짚고 넘어간다. 저자는 영국 유학 시절, 한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사를 강의한 바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그때의 현장감을 떠올리며 쓴 것으로, 현대디자인은 물론 예술과 건축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물건의 내력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아폴로와 비너스에서 출발하는 모더니즘

『모던데자인』은 모더니즘의 역사를 고대 그리스의 아폴로와 비너스에서 출발하여 역사의 흐름 선상에서 파악한다. 어려운 미학 개념이나 현학적인 설명은 피하고, 역사서의 포맷을 벗어나 최대한 쉬운 언어로 말한다. 디자인 역사서인데도 간디의 물레, 세종대왕의 곤룡포, 허균의 홍길동전, 새마을운동이 마당극처럼 등장하며 걸쭉한 입담이 종횡무진 펼쳐진다. 증기기관은 서구에게 강력한 근대사회를 일구어준 마법의 일꾼이었고, 일본인에게는 만주라는 신대륙으로 떠나는 신세계 행 특급열차였지만, 조선인에겐 공출과 징병, 식민지 부채의 상징이었다. 영국에서 방적기는 자본주의와 번영을 상징했지만, 인도에선 억압의 상징이었으며 오히려 물레가 자립과 독립을 의미했다. 물건의 상징은 상대적으로 해석되는 것인데도, 그 양식인 모더니즘은 언제나 정의와 승리의 역사처럼 다루어진다. 우리는 서구의 역사에 편승하지도 못했는데, 언제나 서구의 시선으로 역사를 이해하고, 우리 사회에선 모더니즘 이론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곤 한다. 예술과 디자인에서 모더니즘은 이론이라기보다 하나의 강력한 이데올로기이고,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 근대의 현상이다. 모든 역사는 타자의 시선으로 되짚어볼 때 좀 더 명확히 규명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만의 관점으로 모더니즘을 살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 그럴 때가 되었다.

모더니즘의 실체와 계보

모더니즘 디자인의 계보는 서구에 의해, 서구의 시선으로 편집되었다. 여기서 서구는 과거 식민지 제국주의 국가였던 서유럽을 말한다. 동유럽이나 러시아, 심지어 이탈리아의 관점도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모더니즘은 계몽의 역사로만 이해되고, 야만과 광기의 측면은 철저하게 누락되었다. 모더니즘은 2차대전 이후 미국을 거치며 ‘국제주의’라는 이름에 정형화된 양식으로 고정되지만, 우리는 아직도 100년 전 서구의 이념으로 잘못 이해하곤 한다. 모더니즘과 국제주의는 세계 보편양식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식민지 계몽주의의 변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모른 척 해왔다. 모더니즘은 순수함을 추구하지만, 이 순수라는 개념이 서구 기독교적 세계관에서만 통용되는 것임을 말하지 않는다. 모더니즘은 자유주의 이념과 함께 전파되어 제3세계 국가의 전통과 문화를 말살하는 부작용을 낳았지만 반성하지 않는다. 모더니즘은 하나의 기능에 최적화된 하나의 형태를 말하지만 이는 러시아 혁명 이후, 공산주의 혁명의 완수를 위한 슬로건이었음은 언급하지 않는다. 독일의 바우하우스는 모더니즘 디자인을 집대성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러시아 부흐테마스와 이념적으로 동조하고 인적인 교류를 가지며, 사회주의 혁명 완수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빠트렸다. 왜냐하면 서유럽의 시선으로 편집되었기 때문이다.

윤리적 측면에서 본 모던디자인

저자는 대학에서 디자인과 건축을 전공한 독자에게도 모던디자인의 역사를 다시 살펴볼 것을 권한다. 우리나라에 전파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은 고딕이나 바로크와 같이 정형화된 양식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는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자신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전파하며 세계 문화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했던 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유주의 우방 국가들은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려웠다. 이러한 현상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예술과 건축은 늘 권력의 시녀로서 권력을 유지, 강화하며 홍보하는 프로파간다 역할을 했던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양식과 권력의 관계는 시대별로 논쟁을 일으켰고, 이러한 논쟁의 역사가 모더니즘의 역사이기도 하다. 멀리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데아 논쟁에서부터 시작하여, 현대 포스트모더니즘 논쟁까지 장식은 언제나 선과 악, 빛과 어둠, 옮고 그름 등의 이분법으로 재단되어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렇다면 늘 밝은 세상에 속한 채, 정의로운 역사였던 모더니즘이 한국의 오랜 전통까지 역사의 저편으로 보내버린 건 아닐까? 굿 디자인과 키치의 이분법적인 역사로 전개된 한국적 모더니즘의 비극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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