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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미남 애인에게 차이다
2 승리를 향한 네일 케어 3 나는 행복불감증? 4 매뉴얼은 필요 없어 5 회유어족과 열대어족 6 도나 카란이 어울리는 여자 7 수염 난 곰과 왕자님 8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9 왕자님의 사랑은 거짓말? 10 공주가 될 수는 없지만 11 아마추어 여우 선언!0 12 가슴에 쌓인 잿빛 눈송이 13 이제 프러포즈는 필요 없어 14 홉, 스텝, 그리고 번지점프 옮긴이의 글 ― 스물아홉에 만난 스물아홉의 이야기 |
Usagi Nakamura,なかむら うさぎ,中村 うさぎ
그녀들의 발랄한 혁명 ‘칙릿’
2006년 대중문화의 최고 히트상품은 바로 ‘칙릿’이었고, 그 열풍은 2007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젊은 여성을 뜻하는 속어 ‘칙(Chick)’과 문학(literature)의 줄임말 ‘릿(lit)’의 합성어인 칙릿(Chick-lit)은 대도시에 사는 싱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솔직하면서도 가볍게 다룬 대중소설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기도 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그리고 최근 다섯 번째 시리즈가 나온 《쇼퍼홀릭》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형 칙릿 《달콤한 나의 도시》가 큰 인기를 끌면서 기성 문단이 보내던 은근한 무시를 단숨에 무마시켰다. 현재 출판계는 당당한 여성들의 솔직한 욕망과 사랑에 빠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이삼십 대 젊은 여성들이 대중문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당신과 나를 닮은 그녀, 오가타 치즈루 도심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라는 근사한 직업도 있는 전형적인 싱글 여성 오가타 치즈루.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화려한 싱글’이나 ‘골드 미스’와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다. 연이은 야근과 특근으로 화장이나 머리 손질은 꿈도 못 꾸고 통장의 잔고는 늘 아슬아슬하며 자기계발은커녕 자기만의 시간을 내기도 빠듯한 평범한 직장인인 것이다. 일하랴 연애하랴, 하루하루를 아등바등 보내며 눈코 뜰 새 없이 살아가던 그녀.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서른을 목전에 두고 3년간 공들인 남자친구한테 차이고 만다.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라고? 하지만 그 뒤로 전개되는 상황은 사뭇 남다르다. 그녀는 어떻게 네놈이 그럴 수 있냐며 울부짖지도, 매달리지도, 복수를 맹세하지도 않는다.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는커녕 더 씩씩하게 일에 집중하고 데이트에 들였던 시간과 돈을 그간 무심했던 피부와 머릿결에 투자한다. 결혼할 남자에게 어이없이 차인 것을 계기로 ‘나는 진정 결혼을 원했던 것인가. 그저 나이를 먹었으니까, 남들이 결혼하라고 하니까, 막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고 결혼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재정립한다. 자신에게는 결혼보다 일이 소중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의식하고, 일하는 자신의 모습까지 좋아하는 남자와의 새로운 사랑에 과감하게 몸을 던진다. 그리고 항상 옆에 있어준 친구의 배려에 깊이 고마워하고 우정을 위해서라면 한밤중의 전력질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쿨하다’고 하는 건 진정 이런 게 아닐까. 물론 겉보기엔 오뚝이 같은 그녀이지만 속마음까지 마냥 씩씩한 것은 아니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왜 일이 꼬여만 가는 것인지 고민하고, 그동안 과연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것인지 새삼 절절하게 자문한다. 한편으로 비록 실수투성이에 바보 같은 선택을 일삼는 자신이지만, 그럼에도 기운을 잃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사랑해준다. 이것은 오가타 치즈루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신없이 소용돌이치는 생활 속에서도 ‘자기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바로 자신의 모습, 자신이 닮고 싶은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과 사랑, 어느 쪽에 올인할 것인가? 미모냐 능력이냐. 애인으로부터 다른 여자와의 결혼 통보를 받은 후에 치즈루를 사로잡았던 화두다. 사랑이냐 우정이냐. 자신의 남동생과 헤어지라는 친구의 충고를 들은 이후 치즈루를 흔들었던 화두다. 일이냐 결혼이냐. 최선을 다해 일하는 자신이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론 안락한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을 떨칠 수가 없었던 치즈루가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던 최대의 고민거리다. 결론은, 어느 쪽 길이 옳은지는 아무도 말해줄 수 없으며 따라서 ‘선택’은 자신이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내린 선택은 끝까지 책임져야 하며 그 종착역이 후회와 불행이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사랑과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선택’과 ‘책임’이야말로 《프러포즈는 필요없어》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행복하건 아니건 자신이 선택한 길이므로 받아들여야’ 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음에 긍지를 가지자’는 주인공의 마지막 독백은 진정한 여성성은 ‘강함’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여성이라는 이름의 연대의식 《프러포즈는 필요없어》에는 절대 선녀(善女)도 절대 악녀(惡女)도 등장하지 않는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명제는 이 소설 속에서 맥없이 추락하고 만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일로 승화시키려는 치즈루도, 개성은 없지만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우아한 미녀 히토미도, 직장과 애인 모두를 뒤로하고 유학을 떠나는 마사미도, 남편과 아이가 있지만 공허한 마음에 다단계 사업에 뛰어든 유카리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울분과 회환을 억누르며 살아온 치즈루의 어머니도, 모두 각기 다른 선택을 내린, 때론 밉지만 사랑스러운 여자라는 ‘동족’들인 것이다. 이처럼 일과 사랑에 대한 스물아홉 여성의 고민뿐만 아니라 여자들의 연대의식까지 재치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으로 보인다. 한없이 경쾌하고 유쾌하지만 그 고민은 결코 얕지도 가볍지도 않은 소설 《프러포즈는 필요없어》.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페이지의 무게를 느끼지 못할 것이며,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에는 가슴 뿌듯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