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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시인의 말
7 - 서문 / 만추에 피워 낸 꽃 한 송이_ 임문혁 Ⅰ부/ 사랑, 그 아련함에 18 - 낮달 19 - 영산홍 20 - 어느 봄밤 21 - 백송(白松)이 되어 22 - 개나리 23 - 첫눈, 첫사랑 24 - 마음에 산(山)이 하나 있다면 26 - 망상(妄想) 27 - 미색 부츠 28 - 느려터진 프로포즈 30 - 산바람 31 - 아픔 32 - 너 33 - 나의 사랑, 나의 노래 Ⅱ부/ 조금씩 문득, 깨달아 가며 36 - 하수의 연가 38 - 실낙원(失樂園) 40 - 해바라기 41 - 울며 울며 피워 낸 꽃도 꽃인 것을 42 - 강변 산책 Ⅰ 44 - 강변 산책 Ⅱ 46 - 강변 산책 Ⅲ 47 - 강변 산책 Ⅳ 48 - 강변 산책 Ⅴ 50 - 강변 산책 Ⅵ 51 - 지천명(知天命) 52 - 가뭄비 54 - 초겨울 풍경 55 - 길가, 아카시아 Ⅲ부/ 가벼운 단상(斷想) 58 - 통기타 59 - 충청도 아줌마 60 - 금계국 61 - 수석(水石) 62 - 바둑을 두다 63 - 어쩐다냐? 64 - 한복 66 - 감악산에서 68 - 부도(不渡) 69 - 갈대 70 - 어느 노년의 하루 71 - 가을 4중주 72 - 장마 Ⅳ부/ 아프게 부딪치며 76 - 어떤 남자 77 - 검붉은 피가 78 - 잊힌 향가(鄕歌) Ⅰ·Ⅱ 80 - 잊힌 향가(鄕歌) Ⅲ·Ⅵ 82 - 선인장 83 - 바벨탑 84 - 20C 패설(稗說) 86 - 요즘은 87 - 맞짱 뜨기 88 - 술래잡기 89 - 상처 핥기 90 - 학교 日誌 Ⅰ 91 - 학교 日誌 Ⅱ 92 - 학교 日誌 Ⅲ 94 - 학교 日誌 Ⅳ 96 - 학교 日誌 Ⅴ 97 - 학교 日誌 Ⅵ 98 - 학교 日誌 Ⅶ Ⅴ부/ 흐르는 세월에 102 - 낙엽의 비상(飛翔) 103 - 버려진 TV 104 - 노승 105 - 덕소리 106 - 은빛 미소 108 - 이순(耳順)의 문턱 109 - 법정 스님 110 - 찌개를 먹으며 112 - 자연 114 - 새엄마 115 - 아버지 116 - 패랭이꽃. 당신은 118 - 송인(送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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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늦은 귀갓길에
바람인가 하고 돌아보면, 어깨 타고 올라오는 그대의 숨결. 때론 느긋한 아침 상에 산나물 향인가 하고 맡아보면, 코 끝에 묻어오는 그대의 내음. 언젠가는 지워지리라! 믿고 살았던 시린 시간들 차갑게 비웃으며, 가슴 깊이 뿌리내린 그대의 영혼. 때론 잠 못 드는 밤에 아픔인가 하고 만져보면, 명치끝에 아려오는 그대의 손길. --- p.31 「아픔」 중에서 거칠고 굽은 길에 거목에 가려 해도 안 드는데, 누구 하나 봐 주지 않고 달빛도 보기 힘든데 기어이 피워 냈구나. 자그맣게, 그러나 아름답게. 얼마나 울었을까,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그렇게 울며 울며 피워 낸 꽃도 꽃인 것을… 쪼그려 앉아 너를 바라보며 보듬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며 다시는 울지 말자고, 울지 말자고… --- p.41 「울며 울며 피워 낸 꽃도 꽃인 것을」 중에서 하늘의 명을 안다는 나이에 눈이 흐려지더니 요즘에는 사물의 끝이 잘 안 보인다. 강 건너 저 끝이, 키 높은 오동나무의 끝자락이, 고층 건물 꼭대기의 안테나가, 까짓것 안 보이면 어떠냐고, 차라리 눈감아 버리면 편치 않겠냐고 앙탈을 부려보는데 언제부터인지 마누라 마음의 끝이 안 보이더니 이젠, 내 의식의 끝자락마저 보이질 않는다. --- p.51 「지천명(知天命)」 중에서 엊그제 중고 기타를 하나 구입했다. 40여 년 전에 사라진, 여섯 줄에 추억과 아픔이 담긴 통기타. 기억을 더듬어 녹슨 솜씨로 튕겨 보니 중고 기타라 그런지 옛 소리가 가만가만 들려오는데 무료할 노후를 위해 구입한 기타 소리 속에서 18세 소년이 가만가만 걸어오고 있었다. 옛날이, 까마득한 옛날이 내 앞에 서서 은근한 눈빛으로 중고가 된 나를 찬찬히 토닥이고 있었다. --- p.58 「통기타」 중에서 검은 돌, 흰 돌 놓이듯 밤과 새벽이 놓이면, 내 生도 어디쯤엔가 반드시 그쳐, 복기(復棋) 한 번 못 해보고 불현듯 그쳐. 그래도 먼 훗날, 한 마리 노랑나비로 달래꽃을 달랠 거야. 한 마리 노랑나비로… --- p.62 「바둑을 두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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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분노에 태양을 끌어안고/ 이글이글 타오르고 싶은 때가 있었다./ 억울함에 강물에 목을 담그고/ 꺼억꺼억 숨을 끊고 싶은 적도 있었다.// 그 어두웠던 시절,/ 모든 곳에서 버려지고,/ 골방에 처박혀 통기타를 끌어안고 소설을 읽던 소년./ 다행히/ 소설 속에서 따스함과 올바름을 찾고, 기타 선율에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고 있었다.// 지금은/ 강변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은빛 미소를 보내본다./ 잘 견디었다고, 대견하다고…/ 이제는 무심으로 돌아가 꽃과 나무, 시와 음악과/ 남은 생을 즐기다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다.// 지금 내 곁에 남아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꼬옥 안아 주고 싶다. -구자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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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에 피워 낸 꽃 한 송이-
노을 비끼는 강변에서 은빛 미소를 보내며 시집 한 권을 펼쳐 보이는 구자천 시인, 그는 지금 아득한 강의 상류를 더듬고 있을 것이다. 구 시인과 나는 대학에서 동문수학했다. 나는 그때 그의 문재(文才)가 참 부러웠다. 어리숙하고 둔한 나는 그의 예민한 감각과 명석한 판단력과 번뜩이는 재치에 늘 감탄하곤 했다. 묘한 그의 매력에 끌려 가까이 지내며 따라 배우려 애썼고 지금도 그러한 생각엔 변함이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 도시로 내려가 교편을 잡은 그는 그곳 생활에 전념하며 웬일인지 문단 등단에는 뜻이 없어 보였고, 몇 년 후 서울로 올라와서도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며 충실한 생활인으로 살았다. 그러던 그가 정년이 지나고 현장에서 물러나고도 여러 해가 지난 몇 달 전 갑자기 등단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늘 가슴 속에 시의 씨앗을 묻어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씨앗이 이제사 지표를 뚫고 올라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는 등단한 지 석 달 만에 한 권의 시집 원고 뭉치를 들고 왔다. 시집을 내겠단다. 남들은 전집이나 선집을 내겠다고 나설 나이에 첫 시집을 내려는 것이다. 시집 제목이 『울며 울며 피워 낸 꽃도 꽃인 것을』이다. 그가 살아온 신산한 삶의 이야기이리라. 본인은 ‘울며 울며 피워 낸 꽃도 꽃인 것을…’ 이라고 말끝을 흐리지만, 나는 ‘울며 울며 피워 낸 꽃이야말로 진짜 꽃’이라고 감히 말하고자 한다. 좀 늦긴 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피워 냈음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그의 시는 혀끝으로 쓴 시가 아니다. 맨몸으로, 맨발로, 맨가슴으로 쓴 시다. 어두운 청소년 시절을 길 잃지 않고 용케도 잘 뚫고 나왔고, 흔들리는 발판을 딛고, 허술한 울타리를 튼튼히 세운 날들이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리 높이지 않고 차분히 풀어나가지만 진솔한 이야기가 잘 형상화되어 있다. 맨몸으로 만추에 피워 낸 시라서 더욱 향기가 짙다. - 임문혁 (시인, 문학교육학박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