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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비밀의 문 환문총
두 번 그려진 벽화의 진실은 무엇인가
전호태
김영사 2014.12.05.
판매자
엔젤홈
판매자 평가 4 50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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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소개

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_ 두 번 그려진 고구려 벽화고분 환문총
이 책을 읽기 전에_ 주요 등장인물 소개

제1장 수수께끼 무덤이 발견되다

환문총, 그 비밀의 문을 열다
환문총 비밀을 추적하는 고태일의 독백
- 백회 밑으로 사라진 고구려인의 춤사위
- 우에다 히로부미, 그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해방군 출신 교사 이윤호와 동료 만대복 이야기
- 홍위병을 피해 연길로 떠나다
- 무덤 속의 괴수들과 마주하다
- 약탈의 현장이 된 무덤 조사를 시작하다

벽화고분 발굴자 아즈마 타다시의 조사일지

유적 조사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독백

제2장 정토화생을 그림으로 보여주다

노예에서 성자가 되어 돌아온 호자스님
호자스님의 이야기
- 억울하게 노예로 팔려간 스님들
- 강제 결혼과 고구려로의 이주
- 영원한 이별과 새로운 인연의 시작
- 진정한 깨달음을 향한 정진

제3장 두 번 그려진 벽화의 비밀이 밝혀지다

무덤을 놀라운 공간으로 만들어낸 사람들
벽화 그리기를 둘러싼 줄다리기
- 차디찬 무덤에 광활한 하늘세계를 담다
- 마침내 불교가 사람들의 마음에 깃들다

환문총 벽화, 다시 그려지다
- 불교의 큰 뜻을 담은 벽화가 영원히 묻히다
- 무덤 건축의 새 역사를 쓴 석공들의 이야기

제4장 전쟁으로 무너진 무덤들을 수리하다

이윤호가 써내려간 잃어버린 역사의 고리
무덤지기 한마루 이야기
- 당나라군의 국내성 장악과 강제 이주
-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과 폐허가 된 마을
- 새로운 삶과 무덤 수리 작업의 시작
- 벽화의 발견과 움트는 새로운 희망

맺음말_ 고구려로 떠나는 타임머신, 고분벽화
부록_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고분 개요

저자 소개1

전호태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마쳤다. 문학박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울산대학교 박물관장 및 대학기록관장, 미국 U.C.버클리대학교 및 하버드대학교 방문교수,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과 전문위원, 한국암각화학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 겸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장으로 있다. 한국 고대문화사를 전공하였으며, 고구려 고분벽화, 한국암각화, 중국 고대미술에 관한 글을 다수 발표하였다. 고구려고분벽화를 주제로 한 특별전을 국내외 미술관 및 박물관에서 여러 차례 기획, 감독하였다. 대한민국 서예문인화대전, 대한민국 통일명인미술대전, 국제 시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마쳤다. 문학박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울산대학교 박물관장 및 대학기록관장, 미국 U.C.버클리대학교 및 하버드대학교 방문교수,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과 전문위원, 한국암각화학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 겸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장으로 있다. 한국 고대문화사를 전공하였으며, 고구려 고분벽화, 한국암각화, 중국 고대미술에 관한 글을 다수 발표하였다. 고구려고분벽화를 주제로 한 특별전을 국내외 미술관 및 박물관에서 여러 차례 기획, 감독하였다. 대한민국 서예문인화대전, 대한민국 통일명인미술대전, 국제 시와 서화 대전 초대작가.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96g | 148*218*21mm
ISBN13
9788934969563

책 속으로

무덤 안에는 벽화 외에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누가 묻혔는지, 언제 벽화가 그려졌는지, 무엇이 무덤 속에 넣어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 무덤은 아마 대단히 오래전에 도굴된 듯하다. 사람이 드나들었던 흔적조차 희미하다. 무덤 안에 흘러들었던 흙더미를 치우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다른 벽화고분들과 달리 이곳 돌방 벽에는 동심원문만 그려졌다. 그나마 널방 벽 모서리에 표현된 나무기둥, 벽과 천장 사이를 구분하는 도리와 보 그림이 동심원문들이 가져다주는 묘한 혼란스러움, 단조로움 속의 어지러움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조선인 일꾼 하나가 무덤 안을 정리하다가 이상한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림 속에 그림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안으로 들어서면서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몄다. 안에만 들어서면 묘한 한기가 옷가지 사이로 파고드는 것 같다. 정말 동심원문 사이로 그림이 보였다. 얼굴이 둥근 사람의 옆모습이다. --- p.78

이제 나는 범어 경전을 지니고 있지 않다. 이리 같은 자들의 흉폭한 손에 걸려들어 졸지에 노예가 되면서 경전과는 인연이 끊겼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인연으로 머리에 담긴 것이 적지 않다. 여래가 직접 말씀하시는 것들도 여전히 가슴에 새겨져 있다. 이 승원에서 수행하는 틈틈이 이를 기억해내어 정리하고 묶어낸다면 내 뒤를 이어 이 땅에 닿을 새 호자들의 전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내가 이 땅에 발을 디딘 몇 번째 호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여래께서는 내 뒤를 이어 또 다른 호자들이 잇따라 이곳에 걸음하게 하실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곳 고구려 맥자들이 내 뒤를 잇는다 해도 내가 겪은 일, 내가 본 세상은 저들에게도 덕이 되리라. 여래여, 이 세상 육신을 버리기 전에 마음에 둔 이 일들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하소서. 동방 명궁 나라에서의 내 인연이 육도에서의 선업을 쌓는 마지막 걸음이 되게 하소서. --- p.159

무덤칸의 천장에는 우리 가문의 전통대로 해와 달을 넣고, 북두칠성과 남두육성, 갖가지 별과 구름을 넣은 고구려의 우주, 주몽님의 하늘로 꾸며야지! 별의 화신들도 넣고 상서로운 기운도 표현하고, 아버님 때부터 천장 아래쪽에 넣기 시작한 사신도 그려야겠다. 한보 어른도 중요시하는 데다 세상 사람들도 사신의 영력에 대해 전보다 더 깊은 믿음을 보이니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좀 더 크게 나타내는 것이 좋겠다. 한낱 화사의 신분인 내 무덤을 이런 우주 수호신들로 장식할 수는 없을 테니, 혼신을 다해 한보 어르신 무덤에 이 신성한 장식들을 그리면 내가 죽더라도 내 영혼만은 평안함을 누리리라. 그것이면 충분하다. --- p.187~188

아버님 무덤을 다시 어떻게 장식할지는 발고에게 모두 맡기겠다고 했다. 사실 화사 대수가 이미 장식을 마쳤는데, 그에게 다시 장식해달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대수도 그것을 알면 크게 언짢아할 게 틀림없다. 조금씩 고치는 것도 아니고, 아버님의 뜻을 헤아려 온전히 새롭게 해달라고 말했으니 발고의 고민이 깊은 게 당연하다. 모본도 없고, 그렇다고 절간처럼 장식할 수도 없을 테니 나도 말 꺼내기가 여간 민망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대수나 대발고나 여래를 믿는 것도 아니니 막막할 것이다. 차라리 대수의 제자들 가운데 호자스님에게 그림을 배웠다는 맏이 해우로에게 맡길까? 게다가 그는 그림방의 맏이니까 그럴 자격도 충분하다. 소불리나 삼모루는 어떨까? 아니다. 화사 집안이 멀쩡히 존속해 있고 발고가 대수를 이을 것이 뻔한데 그 밑의 사람들이 큰 붓을 잡게 해서는 안 된다. 발고는 어릴 때부터 하늘에서 내려온 그림쟁이라고 소문난 아이가 아닌가. --- p.223~224

오랜 세월이 흐른 데다 무덤이 파헤쳐진 뒤 겨울에는 눈에 덮이고 여름에는 비바람에 드러나 있던 까닭에 남은 관재도 형체만 겨우 있는 상태였다. 썩은 관재 부스러기 사이로 큰 어른의 시신을 감쌌던 수의 자락이 얼룩지고 검어진 상태로 한 조각 드러나 보였다. 남은 것은 그것뿐이었다. 큰 어른의 시신은 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벌써 무덤을 지은 지 수백 년이 흘렀으니 수의 자락 한쪽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워낙 크고 무거운 돌로 널방을 만들었기 때문에 큰 무덤 위아래 어느 곳도 나와 장정 한둘의 힘으로 손볼 수 있는 데는 없었다. 할 수 없이 수의 자락과 관재를 자갈돌로 덮은 뒤 무덤을 파헤칠 때 주변에 흩어진 자갈들을 주워모아 돌무지 위로 다시 올렸다. 이런 식으로 무덤 외관을 다듬는 데만 한나절이 걸렸다. 해질녘이 가까워져서야 무덤 앞에서 제사를 올려 혼령을 위로할 수 있었다.

--- p.305

출판사 리뷰

“고구려인, 벽화 밖으로 나와 시대를 말하다!”

20년의 추적, 10년의 풀이! 역사가가 써내려간 고분벽화 스토리텔링
천년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환문총의 두 얼굴을 만나다


중국 집안에 자리한 고구려시대 무덤 환문총. 그리고 무덤칸을 가득 메운 정체 모를 겹둥근무늬 동심원들. 그런데 놀랍게도 동심원 사이사이로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희미하게 비친다. 남겨진 벽화 아래 먼저 그려진 또 다른 그림이 있었던 것이다. 벽화의 세부적인 표현을 수정한 사례는 많았지만 주제를 바꿔 새로 그린 경우는 환문총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두 번 그려진 벽화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환문총의 수수께끼를 밝혀내기 위해 고분벽화 연구를 필생의 과제로 삼은 역사가가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고구려 고분벽화’ 분야 연구의 토대를 다지고 수많은 강연과 저작을 통해 국내외에 그 우수성을 널리 알려온 전호태 교수다.
고구려인의 현실세계와 이상세계가 모두 담긴 벽화의 중요성에 천착한 이 책은, 문헌에 설명되어 있지 않은 환문총 벽화를 통해 고구려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하고자 노력한 한 학자의 끈질긴 집념이 만들어낸 수작이다. 벽화가 제작되던 고구려시대 사람들, 벽화고분 조사와 모사를 시도했던 일제강점기 때의 일본인들, 해방 후 남북한과 중국에서 벽화를 연구했던 학자들의 이야기를 시공간을 넘나들며 풍부한 상상력과 실제를 섞어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관련 자료를 모으는 데 20년, 학문적 고증에 10년을 오롯이 쏟아부었을 만큼 오랜 연구 끝에 완성된 이 책은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일인칭 서술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점, 치밀한 분석을 통해 실제 역사적 사실과 가상의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한 서술 방식이 탁월하다.
환문총 벽화가 두 번 그려지던 그날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덤 주인은 누구이며 무엇 때문에 벽화를 다시 그리게 했을까? 화사(?師)는 왜 생활풍속이 아닌 고리무늬의 동심원만 벽면 가득 그려 넣었을까? 벽화 속 그림을 통해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고분의 발굴부터 고대 사람들의 내세관과 우주관, 서아시아 지역과의 교류, 과학기술까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빠뜨렸던 또 다른 역사의 고리가 드러난다!


고구려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비밀의 문 환문총을 통해
15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생생한 역사의 현장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고구려인의 내세관, 종교관, 우주관을 담은 장의미술의 한 장르다. 벽화의 장면들은 무덤 속 세계를 장식하는 용도로 제작되었지만, 현실세계와 이상세계를 모두 표현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사진처럼 현실의 한 장면을 포착하여 상세히 표현했는가 하면, 숭배했던 신앙이나 그들이 품었던 이상들이 담겨 있다. 특히 문화생활로 즐겼던 공연부터 직업과 신분, 사람들 사이의 관계, 부부금실, 남녀 시종들의 일거리, 요리하고 상 차리는 과정, 사냥 등으로 몸을 단련하고 전쟁과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모습까지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상징적으로 벽화에 녹아들어 있다. 또한 고분벽화는 고구려가 자신의 역사를 펼쳐 나가면서 만나고 받아들여 소화해낸 외래의 문화 요소들 가운데 문화의 독자성과 보편성, 개별성과 국제성을 가장 조화롭게 버무려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적인 서술 방식은 이러한 고분벽화의 의미와 중요성을 잘 드러낸다. 벽화의 한 장면을 주제로 발굴 이야기에서부터 종교, 전쟁, 중국 혹은 서아시아 지역과의 교류, 과학기술 등 벽화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들을 인물별 이야기 형식으로 가능한 상세하고 풍부하게 읽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벽화의 그림을 따라가며 그 의미를 해석해주는 책은 많았지만 ‘한 벽화에 그려진 두 가지의 그림’이라는 단일 주제로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 현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것은 국내 최초의 시도다. 고구려 사람들의 꿈과 고뇌, 사회와 문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환문총 벽화로 1500년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그 생생한 육성의 증언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장대한 서사,
놀라운 상상력으로 완성된 수수께끼 벽화의 진실이 마침내 밝혀진다!


이 책은 1988년 여름, 국립박물관 미술부의 신입 학예사였던 한인규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각 장 서두의 화자로 등장하는 그는, 환문총에 관심을 가지던 중 대학 선배로부터 ‘고태일’ 교수의 책 보따리를 얻게 된다. 그 안에 있던 일지와 메모를 통해 환문총 벽화의 비밀을 풀 실마리를 찾아내려다가 오히려 그 배경이 된 역사적 상황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후 그는 고태일 교수의 자료와 함께 수년 동안 환문총에 두 번 벽화가 그려지는 과정을 추적하던 사람들의 글, 이를 조사하던 이들이 남긴 메모를 통해 다양한 관련 자료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한다.

제1장에서는 본격적으로 환문총의 비밀을 추적해 나간다. 한인규가 얻은 책 보타리의 주인공 고태일의 독백을 시작으로 조선족 교사 이윤호, 그의 친구 만대복의 이야기가 차례로 나온다. 먼저 고태일은 환문총의 실마리를 풀 단서를 찾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직접 고분을 발굴 및 조사한 일본 관학자들의 자료를 중심으로 해방 이후까지 다양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여기서 이야기는 해방 이후의 시점으로 바뀐다. 중국의 국공내전과 한국전쟁에 참여한 조선족 이윤호와 만대복이 등장한다. 그들은 중국 정부나 단체의 별다른 지원 없이 소수민족 종파주의, 분열주의로 몰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비로 고구려와 발해 유적을 직접 답사해 현황을 파악한다. 이와 함께 유실 위기에 놓인 유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즈마 타다시는 일본의 관학자로서 일제강점기 고구려 유적, 특히 벽화고분 조사를 주도한 인물이다. 고태일이 눈여겨보고 자료를 찾던 인물이기도 하다. 동양사 연구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던 그는 일본 정부의 명에 따라 만주와 한반도의 고구려 유적을 대대적으로 조사한다. 아즈마의 제자로 등장하는 화가 겸 연구자 우에다 히로부미, 일제강점기 때 근대 서양미술을 배우러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가 귀국한 화가 연고루 또한 이야기에 활력을 더한다. 특히 연고루는 도쿄 유학생 출신이라 할지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식민지 조선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화가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순사 다나카 쓰에마치, 우에다의 애인 오오쿠라 다마코는 글의 흐름에 변화를 주기 위한 인물들이다.

제2장에서는 고구려시대 서역으로 무대가 바뀐다. 불교를 믿고 스님이 된 소그드족 청년 호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동서교류의 가장 중요한 중개자였던 소그드 상인들에게 전해들은 동쪽 끝 무지개의 나라 고구려에 불교를 전파하기로 마음먹고 전법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기꾼들에게 걸려 동료와 물품을 모두 잃고 노예로 팔려간다. 고된 노역에 시달리면서 호자는 전법승으로서 지녔던 이전의 혈기와 야심을 잃고 서역 출신의 유순한 노예로 바뀌어간다. 그는 몽골고원 동남쪽 끝의 초원과 삼림지대를 생활무대로 삼던 피리족에게 넘겨지고 강제로 고구려 여인과 결혼한다. 대장장이 노예로 살던 그는 피리족이 고구려군과의 전쟁에서 패하여 흩어지는 와중에 다른 노예들과 함께 고구려군에게 포로로 붙잡혀 그동안 꿈꿔왔던 고구려로 입성하게 된다. 불의의 사건으로 아내를 잃고 국내성에 정착한 뒤 염모 가문의 후손 대형 한보의 후원을 받던 호자는 다시금 수행에 들어간다. 한보는 호자가 전하려는 불교를 꺼리지 않았으나 서역의 문물에 관심이 더 깊었다. 그러다가 피리족과의 전투에서 깊은 부상을 입은 뒤로 불교에서 말하는 정토왕생 신앙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호자는 한보의 무덤 장식을 염두에 둔 듯 아들 호두에게 사원 장식을 위한 불교회화를 가르친 후 신라로 전법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아들 호두를 통해 고구려의 귀족무덤에 불교의 정토왕생을 내용으로 하는 벽화가 그려질 것임을 암시한다.

제3장에 등장하는 대형 한보는 호자를 고구려에 이르게 한 인물이다. 한보는 대대로 고구려 서북 국경지대 군사ㆍ행정의 요충지였던 북부여를 지키던 대귀족 집안의 인물이다. 그는 환문총에 묻힌 주인공이기도 하다. 환문총 벽화를 처음 그린 화가인 화사 대수는 현재의 삶이 내세에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믿는 고구려인의 전통적 내세관(이 세상에서의 삶과 지위가 저 세상에서도 이어진다는 사고)을 그림으로 남기는 벽화의 대가다. 환문총 벽화에 두 번째 그림을 그린 인물인 대수의 아들 대발고는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삶에서 빚어진 선업과 악업으로 내세가 결정된다는 불교적 전생관을 받아들여 벽화의 내용을 바꾼 인물이다. 한보의 아들로 나오는 대사자 한덕은 호자의 영향을 받아 불교신앙을 받아들여 대발고에게 아버지 한보의 무덤 벽화를 새로 그려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제4장은 국내성 무덤지기 한마루의 이야기다. 668년 당과 신라의 군대가 평양성을 함락시킨 이후, 국내성 일대의 고구려 백성들의 삶을 상세히 그려냈다. 멸망한 나라의 유민으로 살게 된 사람들이 삶의 바탕을 새롭게 다지는 과정을 무덤지기 대장 한마루의 회고라는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고분벽화를 그리던 화가들, 왕족과 귀족의 무덤을 관리하던 사람들, 평범한 농사꾼과 사냥꾼들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한마루는 사람들을 이끌고 나당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내성을 떠났다가 당나라군에 의해 강제로 되돌아온다. 그 뒤 당나라군이 국내성을 떠난 틈을 타 장천 고분군이 있는 긴내고을 근처에서 새로운 마을 ‘한내’를 세운다. 고분벽화를 그리던 화가 출신의 농부 돌뫼 부부가 죽자 그의 아들 한부리를 양아들로 거둔 후 청년이 된 그를 데리고 전란으로 폐허가 된 고구려 대귀족들의 옛 무덤들을 수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여러 차례 벽화를 본 한부리가 이 신비한 그림들에 마음을 빼앗기자 한마루는 그에게 글을 가르치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그림 재주를 가슴에 품고 마을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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