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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_ 7
2장 끝이 보이지 않는 공허함 속에서 _ 31 3장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명확한 질병 _ 47 4장 수치심이라는 가면 _ 61 5장 술로 잠식된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_ 73 6장 다시 기대지 않고 살 수 있을까? _ 97 7장 술 마시는 사람들 속에서 홀로 _ 115 8장 행복과 망각의 경계에서 _ 131 9장 술을 끊는다는 건 _ 151 10장 술을 내 생에서 포기한다는 의미에 대해 _ 169 11장 망각이라는 환상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_ 181 12장 침묵하는 사회 _ 201 13장 은총의 순간 _ 223 부록 |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 _ 235 감사의 말 _ 246 |
술을 끊으려면 술을 그만 마시는 수밖에 없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항상 같다. 술을 마시는 데는 어떠한 심리적 이유도 없다. 누설해야 할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술주정뱅이가 술을 마시는 것은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 p.50
나 또한 간헐적으로 금주를 실천해 봤지만 스스로 술을 조절할 수 있겠다는 자극을 받은 것 외에 별 이득은 없었다. 장기적으로는 점점 더 술을 마시게 될 뿐이었다. 잠깐의 절주는 통제 능력을 보여 주는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통제력이 상실되는 신호인 것이다. --- p.135 과음의 책임은 과음한 본인에게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동시에 우리는 우리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코올 문제는 언제나 남의 문제인 것이다. --- p.158 역사 속에는 멋진 음주의 롤 모델이 가득하다. 내 경우에는 술 마시는 중독된 작가라는 판타지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확실히 새겨 있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굳이 지적인 변명을 길게 늘어놓을 필요는 없었다. --- p.190 세계암연구기금에서 권유하는 하루 알코올 권장 소비량은, 남성의 경우 와인 한 잔 혹은 맥주 한 병(작은 병으로는 두 병)이며 여성은 그 절반이다. 내 지인 중 한 명은 나를 만날 때마다 자신이 저녁에 결코 반병 이상의 와인을 마시지 않으므로 알코올 문제에 시달릴 일이 없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로버트코흐연구소(전염병 연구 기관)는 반병에 해당되는 375밀리리터의 와인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이미 과음에 속한다고 단정한다. 어처구니없게 들릴지라도 말이다. --- p.220~221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놓고 아이패드를 켜서 어제 일어난 일 중 감사했던 이야기를 다섯 가지 적는다. 그 다섯 가지는 모두 일종의 삶이 내려준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책임져야 하는 일이나 의지력으로 성취한 일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5가지 감사 목록을 찾기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며칠 지나고 나면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p.226 |
술은 언제나 내가 필요로 할 때 나와 함께 있었다.
혼자든, 여럿이든, 집 안의 소파와 주중과 주말에도 술은 늘 곁에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술을 마신다. ‘이별을 했기 때문에…’, ‘하고 있는 일이 잘되지 않아서…’,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오늘은 비가 와서 혹은 날이 좋아서…’. 술을 마실 이유는 언제나 충분하다. 성인이 되고 술을 마시면서 그제야 진정한 어른이 돼 가는 거라 생각해 왔다. 술을 조금 줄여야겠다고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술 마실 이유와 상황은 점점 늘어 갈 뿐. 여간해서는 술은 줄지 않는다. 어쩌다 양을 줄여 보지만 순간일 뿐이다. 문제를 직감한 누군가 더 강한 의지로 술을 줄이려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노력은 아무 소용없었다는 걸 발견하고 만다. 줄이고 통제하려는 노력에도 술은 어느 순간 의지의 효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술을 진지하게 생각해 오지 않았다. 술이 어떻게 사람의 찬란한 젊음의 시간을 빼앗아 가는지 말이다. 술은 열정과 도전들로 꽉 채워져야 할 인생의 골든타임을 소멸시킨다. 그로부터 텅 빈 통장, 무수히 깨진 약속들, 내적 갈등과 고뇌 같은 개인의 본질을 훼손시킨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경질적이거나 허풍을 늘어놓으며 변해 가는 성격과 수명 단축이나 각종 질병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만든다. 지금보다 조금 더 발전적인 무언가를 원하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암담한 현실. 그렇기에 다시 술을 찾는다. 위로가 필요한 삶의 탈출구란 결국 술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렇게 우리의 악순환은 시작됐다. 상실감과 슬픔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알지 못한 채. 만약 내가 술을 조금 더 일찍 끊었더라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만약 지금 우리가 술을 마시지 않은 지난 몇 년을 보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통장 잔고가 지금보다는 많았을까? 지금보다 더 많은 지식을 쌓고 관련 분야의 일을 하고 있을까? 가 보고 싶던 곳을 더 많이 여행하고, 더 충만한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현명한 고민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그래서 행복의 기원을 찾아냈을까? 심리적 갈등도 순조롭게 해결하고 지금보다는 밝은 현재를 누리고 있었을까? 이 모든 건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분명 지금보다 나를 위한 더 많은 시간이 확보됐을 거란 점이다. 그 시간을 우리는 어떤 것들에 사용했을까? 가장 오래된 실험에 근거하면 술을 마시는 사람의 수명은 평균보다 17년 짧다고 한다. 그렇다고 건강하게 살던 어느 날 생명이 끝난 것도 아니다. 이 화학 덩어리들과 몸속 세포가 복잡하게 얽혀 지내며 장기 중 어딘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심각한 고독에 휩싸여 앞으로 계속될 날이 기대되지 않게 만드는 일도 술이 낳은 열매다. 갖고 싶고 누리고 싶던 것들을 거창하게 엮어 허황된 거짓을 일삼아도 그것이 술로 인한 뇌 회로의 통제 불능 상태로부터 기인된 것임을 알지 못한다. 자책과 자기 연민, 자기기만과 고통, 후회스러운 삶이라는 열매의 뿌리에 술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술과 함께 행복한 삶을 이어 갈 수 있을까?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