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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몽상가의 엉뚱한 실험실
정병길 글,사진
자연과생태 2014.09.23.
베스트
생명과학 top10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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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글

녀석들의 취향

곤줄박이는 빨강을, 직박구리는 파랑을 좋아해?
곤충을 위한 트랩 뷔페
땡감의 달달한 변신?
도도한 고양이도 개박하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쓴다?
두루미의 취미는 국악 감상?

그들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개미귀신도 빠지면 큰일 나는 개미지옥
이끼를 바르면 새살이 솔솔?
수억 년을 버텨온 ‘꼼장어’의 비결
토란잎도 부처님에 빗댈 수 있다
멧토끼 똥으로 종이 만들기
그대 안의 신비, 고래회충
나무의 ‘민증’을 까보다
물 먹는 솔방울?

그 이야기, 정말일까?

‘끓는 물속 개구리’ 이야기
튀어라 병아리!
모기 물린 데는 명아주 잎이 즉효약?
모기 잡는 은행나무?
앵무새에게도 자의식이 있을까?
때죽나무에 깃든 물고기의 비극
운 좋은 개구리는 바다도 건넌다?
밤에 휘파람 불면 뱀 나온대
꿀벌은 수학자?

저자 소개

저자 : 정병길
자연과학 전문지 월간 〈자연과생태〉에서 3년 넘게 기자로 일했다. 어릴 때부터 책과 동물을 유난히 좋아했다. 책이나 논문 등에 실린 지식을 그대로 믿기 보다는 직접 실험하고 경험하면서 호기심을 해소해온 것이 이 책의 뿌리가 되었다. 서른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엉뚱하고 호기심 많으며,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자연과학적 ‘키덜트’기도 한 그는, 평생 책과 동물과 함께 살아가길 꿈꾼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9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87g | 152*210*11mm
ISBN13
9788997429455

책 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자니 흥미롭기도 하지만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사진을 계속 들여다보니 파란색 사과의 색이 다소 진하다. 혹시 직박구리가 포도나 머루 같은 검푸른 열매와 비슷하게 보고 좋아한 걸까? 그랬다면 자연스러운 설명이 가능한데, 그래도 그들이 어떤 색으로 봤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전설 속 솔로몬의 반지나 도깨비감투 같은 물건이 있으면 참 편하련만. 19쪽

“제가 보기에 성공할 확률은 0%에요.” 이번 실험을 도와준 권경숙 씨가 서한수 씨에게 들었다는 말이다. 서한수 씨는 한때 자연 다큐멘터리스트였는데 새를 좋아해서 새가 많은 천수만에 아예 펜션을 짓고 산다. 그의 펜션에 짐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넓은 논이다. 오늘 아침에는 앞 논에 황새가 두 마리 왔었단다. 황새에게도 실험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새 사진 찍는 이들에게 방해를 받았는지 금방 떠났다고 한다. 그의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접근조차 쉽지 않겠지만, 잘 다녀오라.”는 말을 들으며 실험에 나섰다. 1%의 확률을 믿으며. 55쪽

실험은 개미귀신이 의도대로 움직여 주지 않아서 쉽지 않았다. 관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개미를 먹는 장면을 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민감하고 느긋한 녀석이라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렵게 본 사냥 광경에서 개미귀신의 영명이 왜 개미사자(Ant Lion)인지 이해가 갔다. 느긋하다는 점에서 세렝게티 초원에서 늘 퍼질러 누워 자다가 기회가 오면 번개처럼 사냥하는 사자와 비슷하달까.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이들의 느긋한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관찰자 역시 흐르는 시간에 초연해야 할 것만 같다. 69쪽

달큰하고 구수한 멧토끼 똥 끓는 냄새가 온 집안에 퍼졌다. 3시간 정도 끓이며 잡티를 골라낸 후 내용물을 절구로 찧었다. 찧다 보니 사방에 똥물이 튀었다. 날이 추웠지만 뒷정리는 혼자 감내해야 할 몫이기에 옥상으로 나가 계속했다. 그래도 1시간을 찧으니 어느 정도 찰기가 생겼다. 찰기가 생긴 똥, 아니 섬유 원료를 큰 대야에 물을 타 풀고 준비한 점제를 녹인 물을 섞고 잘 저은 후 거름체로 떴다. 104쪽

힘겨운 삶에 피로를 느낀다면 주변에 흔한 나무의 나이를 알아보자. 꼭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시간 한계를 뛰어넘은 노거수를 봐야만 마음의 울림이 생길까? 아니다. 자신처럼 힘겨운 삶을 살아왔지만 대견하게 훌쩍 커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동년배의 나무에게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127쪽

어쨌든 개구리는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속에서 얌전히 죽음을 맞지 않았다. 결국 ‘끓는 물속 개구리’ 이야기도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빚어낸 허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생물은 오랜 세월 주변 환경에 나름대로 적응해 살아왔다. 개구리는 변온동물이기에 어쩌면 온도 변화에 더 민감한 생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천천히 다가오는 위기를 깨닫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이들을 이야기할 때 애꿎은 개구리를 떠올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142쪽

살면서 모기가 물지 않아서 화가 나기는 처음이었다. 밥상을 차려 줘도 거들떠보지 않으니 답답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기 입장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녀석들이 빛이 산란되는 이상한 플라스틱 안에 갇혀서 당황스러운 판국에 들이미는 손과 발에 식욕이 생길 리가 없을 것 같았다. 모기라면 당연히 내 피를 빨아야 한다는 인간중심적인 생각으로 모기를 대한 나의 패착이다. 160쪽

아름다운 뱀이긴 하지만 역시 뱀은 뱀이라 가까이서 그 눈을 들여다보며 휘파람을 불고 있자니 땀이 절로 났다. 임정균 사육사가 더 가까이 가도 해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똬리를 튼 뱀이 휘파람 소리에 갑자기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두려웠다. 통유리창 너머의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는 통에 약간 민망하기도 했다. 202쪽

학창시절에 배운 수학 교과서의 각 단원 마지막에는 학생들의 흥미를 끌고자 재밌는 수학 관련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그중에서 꿀벌은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공간을 만들고자 내각이 정확하게 120도를 이루는 육각형 구조로 방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기억난다. 일개 곤충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의 수학 실력에 자괴감을 느끼게 한 내용이었다. 그들은 정말 수학을 이해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신비로운 일이겠지만 과학자들은 이 환상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p.207

출판사 리뷰

‘삽질’과 ‘창조’ 사이의 기록
자연과학적 ‘키덜트’의 나이 들지 않는 호기심 천국

실험은 결코 실험자를 속이거나 실망시키는 법이 없으며,
어떤 결론이 도출되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만 확인해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노붐 오르가눔(Novum Organum)』에서

하루하루가 신기하고 낯설었던 날들, 세상 모든 것이 궁금했던 날들, 어른들은 이유 없이 ‘그냥 그래’라고 하지만, 왜 당연한 것인지 알고 싶어 견딜 수 없던 날들……. 어릴 때는 그랬다. 무엇이든 직접 해보고, 만져 보고, 먹어 보고, 부딪쳐 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 많던 호기심과 상상력, 행동력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여기 나이 서른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하고 상상력 풍부한 이가 있다. 이 책의 저자다. 동물과 자연과학에 대한 그의 애정과 호기심, 상상력은 빛바랜 유년의 기억이 아니라 지금도 그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책은 국내 유일의 자연과학 전문지였던 월간 〈자연과생태〉에서 저자가 기자로 일했던 3년 남짓 동안「자생실험실」이란 이름으로 쓴 기사 중, 22꼭지를 추려 다듬은 것이다. 동시에 자연과학적 ‘키덜트(kidult)’이기도 한 그가 샘솟는 호기심을 해소하고자 책을 벗어나 실전에서 고군분투한 나날의 기록이기도 하다.
처음에 저자는 학자들이 이미 결론을 내린 주제를 골라 실험했다. 책에 적힌 것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쉬울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문자와 달랐다. 뜻대로 움직여 주는 생명체는 없었다. “언어로 인간끼리 소통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문자만으로 다른 생명체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문자로 설명된 개구리와 내 앞에서 숨을 쉬는 개구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무수한 실패와 고난(?)을 겪으며 저자는 이론적 과학과 실제적 과학의 차이, 그리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알아 가는 즐거움을 깨닫는다.
저자의 이런 태도는 텍스트로만 지식을 습득하는 데 익숙한 지금의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다. 사실 과학적 진리라는 것은 말 그대로 ‘당연한 것’인데, 의심할 여지가 무엇이 있을까? 그저 위대한 과학자들의 업적을 알고 외우는 데 그쳐도 별 문제 없지 않을까?
수동적 학습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에서는 참 오랫동안 잊힌 사실이지만, 과학의 본질은 암기가 아니다. 호기심과 의심이며, 끊임없는 실험과 무수한 실패다. 단기적으로 이런 과정은 ‘시험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쓸데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처럼 경험은 그것이 무엇이고, 어떤 결과를 낳든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니다. 문자로 아는 과학은 시험 점수를 높일 수 있겠지만, 온몸으로 체득하는 과학은 진정한 ‘지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연과학과 생물을 더욱 친근하고 즐겁게 대하도록 도와주는 교양과학서인 동시에, 성과나 결과와는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에 마음껏 집중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철학서라고도 하겠다.
자연과학서,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이 책을 읽다 보면 많이 웃게 될 것이다. ‘세상에, 이런 실험까지 했어?’ 라든가 ‘결론이 너무 어이없잖아!’ 라며 말이다. 그리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연과학 책이 이렇게 재밌었나?’,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라고. 자연과학이나 실험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부터 왠지 전문적일 것 같아 아예 시도해볼 엄두조차 내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저자는 일상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간단한 실험 방식을 제시하며 그러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부정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22가지 실험은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과 약간의 바지런함만 있다면, 누구라도 쉽고 재밌게 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청소년과 그들에게 자연과학의 즐거움을 일러주고 싶은 교사나 부모, 자연과학을 좋아하는 일반인에게는 그야말로 알짜배기 책이 될 것이다.

어설퍼도, 실패해도 괜찮아!
우리 사회 전반에는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결과우선주의 의식이 팽배한 것 같다. 과정의 중요성이란 전혀 대우받지 못하는 이런 환경에서 저자는 꿋꿋이 어설프고 엉뚱한 실험을 해나간다. 모기 물린 데 명아주 잎이 효과가 있대서 실제로 그런지 보려고 일부러 모기에 물리려고 애도 썼고, 초식 동물 똥으로 종이를 만들 수 있다기에 직접 멧토끼똥을 주어서 종이도 만들어 봤다. 삼국사기에서 거문고 소리를 듣고 검은 학이 날아왔다는 내용을 보고 가야금 연주자와 함께 두루미를 볼 수 있는 천수만으로 내려가기까지 했다.
이러한 저자의 가상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험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결과와는 상관없이 현장에 나가 몸을 움직여 알아 가는 즐거움을 깨달았다.”고. 우리가 이 책에서 제일 주목해야 할 것은 실험을 통해 아는 자연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궁금한 것은 몸소 부딪쳐 알아 가려는 저자의 자세일 것이다. 특히나 이 책을 청소년에게 권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금 다른 시선으로 자연 바라보기
이 책에는 새나 고양이, 모기, 개구리처럼 익숙한 동물이 많이 나온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동물들이지만, 정작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저자의 엉뚱하고 재기 발랄한 실험을 따라가다 보면 생물의 생태, 특징, 취향 등은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놀면서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그 과정에서 혹여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생물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도 눈 녹듯 스르르 사라질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는 내내 생물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저자와 함께 마음의 키를 낮추고, 인간중심적 잣대를 잠시 내려놓으면, 기존에 바라보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비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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