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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장. 빈 계절
1장. 봄날의 서리 2장. 묵시적 합의 3장. 열여섯, 4월 4장. 꽃이 죽어야 나무가 살아서 5장. 열일곱, 5월의 토요일 밤 6장. 자주 올게요 7장. 열일곱, 여름날의 버스 8장. 핏줄의 문제 9장. 열일곱, 그 애 형 10장. 망하라고 기도를 해라, 기도를 11장. 열여덟, 1월 말 밤 12장. 빨간 대문 집 수국이 필 즈음 13장. 새 스카프 14장. 네 이름을 부르지 말았어야 했는데 15장. 비와 그늘막 |
눈물은 허영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허물이다.
그래서 너는 내게 언제나 봄날의 서리 같은 사람이었다. 멋대로 내 머리 위로 내려서, 내 삶과 감정을 갉아먹다 어느 날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려 가질 수도 없는 것이었다. --- p.47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이 날 내내 안고, 달래고, 빌고, 널 너무 좋아한다고 속삭이던 그 밤의 남자애를 부러 짓이겼다. 부드러운 입술을 맞대고 앳된 숨을 섞으며, 어설프게 관계의 끝까지 다다라 웃음을 터트렸던 그날의 우리를. 태어나 가장 불완전하고 충만했던 밤을. --- pp.113-114 네가 이유였으면서 네가 위로인 나를, 나는 언제나 이해할 수 없었다. 너를 좋아하는 것만큼 당연한 것이 없다가도, 너를 좋아하는 일만큼 불가해한 일이 없었다. --- p.320 나는 여전히 훔친 물건을 보듯 박우경을 흘끗 봤다. 훔친 것. 들키기 싫은 것. 내 것이 아님을 알아도 도무지 돌려주기 싫은 것. --- p.355 내 머릿속에도 언제나 그 애의 방이 있다. 그 애는 모르는. 네 먼지에 불과할지라도, 다시는 잊어버릴 수 없는 것처럼 도무지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어떤 것들이 있는 방. 잡다한 물건을 사기만 하고 버릴 줄은 모르는 사람처럼, 네 방은 아무런 계획도 정리도 없이 언제나 가득 차 있었다. 결국엔 그 방에서 아무것도 내다 버릴 수가 없어서 차라리 문을 잠가 두었다. --- p.3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