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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2
김형경
문이당 200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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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book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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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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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나는 내 삶의 주인이 아니다
그날 밤 일어난 사건들의 관계
순수하고 지속적인 오해
내가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
거짓말에 대한 진실
머릿속에서 새가 날아올랐다
나는 너와 한통속이다
그래도 사랑이 남아 있다

저자 소개1

김형경

 

김정숙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3년 『문예중앙』 신인상에 시가, 1985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중편소설 「죽음 잔치」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세월』 『울지 말아요, 기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내 사랑은 그 집에서 죽었다』 『외출』 『꽃피는 고래』, 소설집으로 『단종은 키가 작다』 『담배 피우는 여자』, 시집으로 『시에는 옷걸이가 없다』 등이 있으며, 심리 에세이 『남자를 위하여』 『사람 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 『만 가지 행동』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3년 『문예중앙』 신인상에 시가, 1985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중편소설 「죽음 잔치」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세월』 『울지 말아요, 기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내 사랑은 그 집에서 죽었다』 『외출』 『꽃피는 고래』, 소설집으로 『단종은 키가 작다』 『담배 피우는 여자』, 시집으로 『시에는 옷걸이가 없다』 등이 있으며, 심리 에세이 『남자를 위하여』 『사람 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 『만 가지 행동』 『소중한 경험』을 펴냈다. 제10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19쪽 | 48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4561727

책 속으로

정신 분석학에서는 어떤 사실에 대해서든 더 과도하게 반응하는 지점을 콤플렉스라고 해. 내가 유독 스님의 그 말에 대해 화가 났던 것도 그것이 콤플렉스여서 그랬던 거야. 잘 살아왔다고 믿었지만 내면의 다른 자아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지. 내가 허술하고 못난 사람이라는 것을. 그걸 가리기 위해 더 똑똑하고 야무진체 했던거고.

--- p.238

에로스는 그 당사자의 생존 욕망의 척도에요. 인간은 사랑의 감정 없이는 그리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 끊임없이 사랑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실은 자신의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그런다는 것, 누구나 사랑을 통해 생명 현상을 지속시킬 힘을 얻고 싶어한다는 것, 그런 것들이 이해되더군요.

--- p.221,---pp.4-8

사랑에 관해 또 어떤 환상이 있죠? 내겐 뭐든지 격파할 논리가 있어요. 순수하고 사심없는 사랑? 헌신하고 증여하는 사랑? 가슴에 손을 얹어 봐요. 정말 순수하고 진심으로 증여해요? 다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이죠. 모든 사랑의 속성은 단 하나예요. 무겁게 이기적인 거라는 거죠. 한인혜 씨는 그럼 무,사랑주의자세요? 그렇게 모든 환상을 거두고 나도 무언가 잡고 매달릴 만한 동아줄이 있어야 사랑을 할텐데, 어떻게 맨땅에 헤딩하듯 사랑을 할 수 있어요?

--- p.224

비로소 내가 지금까지 무슨 힘으로 살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유년의 아이처럼 어머니와 어머니적인 것의 사랑과, 아버지와 아버지적인 것의 승인을 얻기 위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일에서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자 하는 것도, 훌륭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것도 결국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서였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것을 성취해도 만족감이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제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므로. 그 깨달음은 쓸쓸하고 허탈했다.

--- p.274

불교적인 수행 방법도 그렇다고 생각 했어요. 사소한 욕망이나 성격의 부정적인 면은 저 안으로 눌러 녹이고, 환하고 밝은 자아가 되도록 마음을 닦는 거라고요. 그게 방법적으로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어요. 성격의 다른 국면들을 눌러서 억압 할 것이 아니라 의식의 영역까지 표면화시켜서 체험하고 넘어서야 한다는 거요.

--- p.251

그렇게 무의식에 억압된 성격의 부정적 측면을 융은 '그림자'라 명명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고, 그 그림자가 그 인간의 의식적인 생활 속에서 표현되는 것이 적을수록 더욱 어둡고 농도 짙은 것이 된다고 했다. 억압된 그림자는 어느 순간 반란을 일으켜 갑자기 파열되어 나올 위험성도 있고, 가장 중요한 순간의 선의를 꺾어 버릴 수도 있고, 가장 가깝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거였다.

--- p. 270

그 후부터 인혜에게는 모든 이별이 똑같아 졌다. 고통에게도 슬픔에게도 내성이 생겼다. 처음엔 온몸을 난도질 당하는 고통이더니 그 다음에는 바늘로 찔리는 듯한 고통으로 약화되고 그 다음에는 회초리로 맞는 듯한 정도가 되었다. 슬픔도 마찬가지 였다. 때로는 가로수에 이마를 박고, 때로는 우체국에 기대 서서, 때로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서 눈물을 참았지만 점차 눈물의 양, 눈물을 닦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 p.198

35세에서 50세 사이에 찾아온다는 중년의 위기,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삶의 후반부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는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삶을 배우지 않으면 답보 상태에서 폐쇄적인 자기 복제만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삶의 방법을 배우고, 새로운 삶의 목표를 정해야 했다. 새로운 삶은 그 일과 함께 영혼이 성장하고, 그 일과 함께 자아를 실현하고, 그 일이 또한 세상에도 유익한 것이어야 했다. 그리고 또한 그것은 환갑이 되어도 유효한 방법과 목표여야 했다.

--- p.297

출판사 리뷰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작가 김형경이 3년 만에 내놓는 전작 장편소설이다. 김형경은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세월』, 『피리새는 피리가 없다』 등의 작품으로 다수의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여성 작가이다. 1999년 6월 신변을 정리하고 한국을 떠나 2년간의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가 돌아와 혼신을 다해 집필한 이 특별한 신작을 통해 이제 독자들은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 작품은 두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과 '사랑을 위한 특별한 기준'을 찾아가는 다채로운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이번 장편소설은, 김형경의 여성을 화두로 풀어내고 있으면서도 김형경의 시선이 한층 더 원숙하고 깊이 있는 경지에 도달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다양한 자기 실험과 변화 시도는 독자들로 하여금 "첫 장부터 거세게 몰아붙이는 이 책의 마력"(여행가 한비야)에 휩쓸려 도저히 중간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 치료 장면은 한국 문학의 또 다른 차원을 열어 보이는 대단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 작품은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정신분열적인 조건'을 치열하게 파헤치면서도 결코 여성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 인간 전반의 '인정하기 힘든 진실들'을 밝혀 나간다. 이것은 작품 안에서 '사랑'을 탐사해 가는 과정과 일치한다. "사랑은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아 가는 과정이고, 자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며, 자아가 확장되는 것을 느끼는 일이다"(작품 중에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특별한 '사랑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은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사랑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던 자기 생의 오래된 맹점을 표출시켜 현재의 자신을 진단하게 해준다. 인혜는 수차례의 연애를 통해 사랑의 환상을 극복해 가면서도 여전히 남성에 대한 갖가지 욕망에 휩싸여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바라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가 분열되어 있는 모순을 직시하는 가운데 그녀는 사랑 안에서 자신의 여성성과 상대방의 남성성을 성찰하고 자신의 욕망과 상대방의 욕망을 짚어 낸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찾아가는 이 작업은 그녀의 일상과 삶을 변화시켜 가는 추동력이 된다. 자유로운 성을 추구함으로써 정체성의 해체와 정립을 시도하는 인혜와 달리, 세진은 자신의 폐쇄적 성의 기원을 추적하고 억압된 무의식을 밝혀 내는 가운데 정체성을 형성해 간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그녀들 둘은 자신의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이면이 상대방에게 투영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그녀들의 관계는 여성들의 자기 성찰과 자기 변화가 자신의 짝이 되는 또 다른 여성 인물을 매개로 할 때 보다 효과적으로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두 여성 인물의 관계 구도는 세진과 그녀의 어머니와의 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어머니-딸 관계는 여성의 정체성 형성의 어려움이 어머니와 딸의 잘못된 관계맺기에서 비롯되곤 한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세진과 인혜, 두 여성 인물들 모두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열려 있음으로써, 이 작품은 보다 생동감 있는 것이 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에 보다 가까운 것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인 정신분석의 면담 치료 장면은 한 여성의 무의식에서 표출된 분노와 욕망을 심리적으로 추적해 들어가는 중요한 장면이다. 과거 기억해 내기를 통해 자신의 오래된 비밀들을 드러내고 그 무의식 안에 억압되어 있던 아픔과 상처를 스스로 보듬는 작업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보다 건강한 삶을 가져오게 한다. 그 길고 긴 과정을 기꺼이 직면하고자 하는 세진의 의지는 생 자체에 대한 의지이다. 또한 이 장면은 몇 가지 질문들을 제기하게 한다. 한 인간의 삶의 전체에 있어 유년기의 체험은 얼마만큼 결정적인가? 정상적이고 화목한 가족이, 아이가 제대로 된 유년기를 보내는 데 반드시 필수적인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한국 페미니즘 문학이 이제까지 지적받아 온 문제점들을 여러 가지 국면에 있어 극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인물의 리얼리티와 역동성이 살아 있으며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대립 구도 안에 가두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내밀한 약점을 보여 주며, 결국은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때문에 이 작품은 속류 페미니즘의 아집을 넘어 지난 10여 년 간의 여성 소설의 발전을 총결산하고 있는 듯이 보여진다. 이 작품으로 하여 한국의 여성 소설은 한결 성숙한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추천평

처음에는 한 권만 읽을 셈이었다. 그러나 첫 장부터 거세게 몰아붙이는 이 책의 마력에 휩쓸려 도저히 중간에서 그만둘 수가 없었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우리' 이야기이다. 30대 후반의 두 여주인공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책에는 "사랑은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자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며, 자아가 확장되는 것을 느끼는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사랑'을 지금 자신의 일로 바꾸어 보라.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 한비야(오지여행가, 긴급구호활동가)
처음에 나는 밤송이 하나를 받아 들고 그것이 인생이라 여기며 쩔쩔매고 있었던 것 같다. 손바닥뿐 아니라 온몸을 찔러 대는 그것을 버릴 수도, 감싸 쥘 수도 없었다. 겨우겨우 밤송이를 까고 그 안의 것을 꺼내 들었을 때는 그것이 인생인가 싶었다. 그럼 그렇지, 어떻게 산다는 게 밤송이 같을 수가 있는가. 그때는 진갈색으로 빛나는 밤톨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삶이란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기에 진갈색 껍질을 벗겨 보았을 것이다. 그 안에는 연갈색 융단 같은 보늬가 있었고 그때는 또 그것이 인생인가 싶었다. 밤알을 손바닥에서 굴리며 부드러운 감촉을 즐기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사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만큼 살면서 내가 터득한 게 하나 있다면 어떤 실수든 어떤 시행착오든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게 낫다는 것뿐이다. 앞으로도 삶은 반복되는 실수와 시행착오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 경험들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가 하는 일일 것이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야 나는 그것을 알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소설과 내가 서로에게 의미 있고, 소설쓰기와 내가 서로 사랑한다는 느낌을 가졌다. 그것은 깊고 충만했다.

이 작품을 쓰는 동안 나는 주변에 있는 많은 친구들을 떠올렸다. 더 이상 어머니 세대의 가치관으로는 살 수 없고, 그렇지만 새로운 가치관은 정립되어 있지 않고, 따를 만한 삶의 모델도 없고, 그녀들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은 별반 개선되지 않은 세상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살아가는 내 친구들을 떠올렸다. 그들, 학력만 높아진 전후 베이비붐 세대들은 서로 비슷한 정서적 장애를 견디며, 비슷한 실수와 시행착오를 범하며, 비슷한 어려움을 감수하며 사는 것 같아 보였다. 이 작품 곳곳에는 그런 친구들의 얼굴이 다양하게 스며 있다. 그 친구들을 포함하여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과 조근조근 속내 이야기를 나누는 심정으로 이 작품을 썼다. 또한 그 여성들을 반쪽으로 삼아 동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도 우리의 이야기 마당에 간곡히 초청하는 심정이었다.
--- 김형경
이 소설은 내내 '이건 너를 위해서 씌어진 글이야'라고 속삭였다. 진실을 말하는 거울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물음이 건너갔고 대답이 무의식 속으로 휘돌아 들어왔다. 그의 주인공들처럼 가끔은 나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 앞에서 비명을 질렀다. 알고 보니 김형경의 소설은, 여자로 사느라고 골병이 든 우리들을 위한 원고지 2천6백 매자리 처방전이었다. 덕분에 나는 얼마간 신나게 살 만큼은 치유되었는데, 그것은 이 세상 모든 여성들과 공유하고픈 치유의 경험이기도 했다.
--- 최보은(프리미어 편집장, 문화칼럼니스트)
이 소설에서 나는 한순간의 휴식도 없이 정신의 칼날 위에 몸무게를 온통 지탱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번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곤 했다. 우리 시대를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 그 정신분열적 조건을 다루는 그의 내적인 치열함을 누가 흉내낼 수 있을까.
--- 조선희(씨네21 전 편집장)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30대 중후반 전문직 여성들이 함께 모여 '오늘의 여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준말인 '오·여·사'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여성과 출판, 여성과 법률, 여성과 영화, 여성과 건축 식으로 자신의 분야에 대해 그 시간의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여성으로서의 삶에 진지한 문제 의식을 갖자는 것이었다.
인혜는 전화를 받고 간 그 모임에서 오랜 친구인 세진을 만난다. 인혜와 세진은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니고 대학 때도 함께 자취를 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 그러나 점점 말이 없어지고 곁을 주지 않는 세진에게 지쳐 갔던 인혜는 대학교 2학년 때 짐을 챙겨 세진 곁을 떠났다. 그 후 십 몇 년 동안 풍문으로 소식만 듣거나 우연히 만나 안부만 묻고 헤어졌다가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겨우 차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독신 여성으로 사는 삶에 대해 얘기하는 도중, 세진은 사정이 있다며 먼저 일어난다. 인혜는 세진의 표정에서 심상치 않음을 읽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말한다. 인혜는 사춘기 시절 세진을 좋아했던 만큼 소외감, 상실감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었다. 대학 시절 세진을 떠난 후 그 상실감을 추스르며 시간을 보내다가 민규호라는 남자를 만났다. 하지만 규호가 성불능이라는 것을 안 것은 결혼 후였고 그는 점차 폭력과 음주를 일삼는 사람으로 변해 갔다. 규호와 이혼한 뒤에야 인혜는 성이 무엇인지 결혼 제도가 무엇인지 이해되었고 그때는 이미 규호도 재혼한 후였다.
인혜는 여러 남자를 만나면서 사랑의 환상을 믿는 대신 육체의 감각을 믿었고, 연애를 삶을 생기 있고 역동적이게 하는 일종의 게임으로 생각했다. 삶이라는 것은 일종의 우연이거나 농담이고, 사랑은 그보다 더 가벼운 무엇이라고. 인혜는 사랑을 믿지 않지만 원고를 부탁 받고 간 출판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진웅은 첫 만남에서부터 낯이 익었다. 인혜는 진웅에게 먼저 밥이나 먹자고 말을 걸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 인혜는 그가 기혼남이라는 걸 알지만 그를 모텔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성적으로 장애가 있는 진웅에게 연민을 느낀다. 둘의 만남이 지속될수록 아직도 사랑의 순수함과 열정을 믿는 진웅에게 인혜는 휴식 같은 편안함을 느끼며 점점 끌린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감을 주며 정상적인 성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진은 신경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아보기로 한다. 의사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 병원이나 한의원에 가도 소용없고, 몸이 계속 약해지다가 헛것이 보이고 가위눌렸던 점, 심리적인 무기력 상태와 정서적인 공백 상태, 무엇보다 집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공포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또 문제 해결을 위해 스님, 법사, 지관, 풍수학자, 도교 수련자, 만신, 안수 집사 등을 만났지만 가슴에 쌓인 게 많아서, 독신자여서 그렇다는 결론만 얻었을 뿐이라고 했다.
의사의 요청에 따라 지금까지 자라 온 과정도 이야기하면서 세진은 놀랄 정도로 가슴이 아파 오며 힘이 드는 것을 느낀다. 생후 18개월에 외가로 보내져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외할머니 손에 자란 일,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가 이혼한 것, 엄마는 고향으로 가 간호사를 하고, 아버지는 재혼해 네 자녀를 남긴 채 12년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것, 그리고 대학 2학년 때 선배에 의해 당했던 성폭행......
의사와의 상담이 나날이 계속될수록 세진은 점점 자신의 문제점들을 직시하게 된다. 정면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는 점, 남에게 뭔가를 부탁한 적이 없는 점, 이성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본 적이 없는 점 등.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는 피해 의식과 항시적인 분노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다. 의사는 유아 때 당연히 생겨야 하는 애착, 집착의 과정이 없는 게 문제이며 그런 문제점이 다양한 방어 의식을 낳았다고 말한다. 의사는 그런 분노와 적개심을 표출해야 한다고 했다.
세진은 인혜에게 전화해 좀 만나 달라고 말한다. 세진은 그동안 아팠던 일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극도의 공포와 어지러움으로 제정신이 아니던 다음날 법사를 찾아가 구명 시식 날짜를 오늘로 잡았는데 혼자 가기가 겁이 난다고 했다. 구명 시식 하는 도중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통곡하는 세진의 모습을 지켜보며 인혜는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빈틈없던 세진에게서 너무나 생소하고 낯선 모습을 발견하고 놀란다.
세진은 구명 시식 때 고마웠다며 인혜에게 밥을 사준 뒤, 함께 산에 가서 차 한잔 마시자고 했다. 세진과 미리 약속한 듯한 사람 몇 명이 산으로 들어오자, 모두들 함께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야하고 뻔뻔스럽게 변한 세진의 모습에 낯설었던 인혜는, 한적진 폭포물에서 세진이 일행들과 알몸으로 목욕한 후 솔잎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
어느 날 인혜가 울먹이는 세진의 전화를 받고 가보니 집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고 세진의 애인인 경호는 어쩔 줄 몰라하며 서 있었다. 인혜는 고속도로를 난폭하게 질주하는 세진에게서 공격적이고 조급하며 분노에 찬 기운을 느낀다. 뜻 모를 분노에 휩싸인 세진은 급기야 사고를 내고 만다.
인혜와 세진이 입원한 병원에 진웅이 찾아온다. 둘만의 여행에 다녀온 뒤 인혜는 진웅에게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지만 그를 볼수록 점점 더 미련이 생긴다. 세진은 병원으로 찾아온 경호에게 소리를 지르고 소동을 일으킨다. 인혜는 분노에 차고 공격적으로 변한 세진에게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고 묻는다. 세진은 억압된 분노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나라 여성들은 분노를 제대로 표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여러 가지 해악이 따른다고 한다.
정신분석이 계속될수록 세진은 무의식에 억압된 자아의 다양한 파편들을 본다. 또한 자신이 섹스를 싫어하며 성행위 전이나 후에 화를 낼 정도로 성에 대해서 불능 상태인 점, 사랑을 두려워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도 유년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분노의 감정 뒷면에 그만큼의 애정이 있었다는 사실 역시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경멸해 온 모성 부족, 자기중심성, 질투심이 고스란히 내 안에 있는 것들임을, 따라서 그런 추악한 나의 모습도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내 안에 상처 입은 채 남아 있는 유년의 아기를 보살피면서 억압해 둔 무의식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한 해 동안 계속되어 온 '오여사' 모임이 망년회를 하는 날, 그동안 얘기됐던 다양한 원제들을 부제로 밝혀서 책으로 출간하기로 한다. 세진은 인혜에게 그동안 자신의 내면에 억압된 감정을 인혜나 경호처럼 가까이 있는 엉뚱한 사람에게 드러냈다며 사과했다. 그리고 정신분석을 받으며 기록한 노트들을 주며 자신은 모든 걸 털어 버리고 유럽으로 여행 갈 예정이라고 했다. 풀기가 한풀 꺾여 보이는 모습으로 그렇게 말하는 세진을 보고 인혜는 이제 세진이 어떻다고 규정하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인혜는 진웅의 아내를 만난 후 진웅과 이별할 결심을 굳힌다. 그리고 자신을 첫사랑이라고 말하는 진웅 곁에서 그가 잠들기를 지켜보다가 그의 곁을 조용히 떠난다. 인혜는 세진의 노트를 읽고 결국 자신과 세진은 같은 콤플렉스를 지녔음을 깨닫는다. 세진이 느끼는 감정을 자신도 고스란히 느꼈음을. 다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런 결핍감을 표현했을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남은 인생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 시간이 흘러 받은 세진의 편지에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자신의 무의식과 소통하고 있는 세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인혜는 미국에 있는 진웅에게 만나러 가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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