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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추석연휴 택배배송 일정안내■ -9월12일(목)전국 마감(10시까지 접수된 건에 한해 당일 출고되며, 중단기간이후 접수 건은 ˝9월 19일˝부터 순차적으로 출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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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추석 연휴 택배 배송일정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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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나는 내 삶의 주인이 아니다 그날 밤 일어난 사건들의 관계 순수하고 지속적인 오해 내가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 거짓말에 대한 진실 머릿속에서 새가 날아올랐다 나는 너와 한통속이다 그래도 사랑이 남아 있다 |
김정숙
정신 분석학에서는 어떤 사실에 대해서든 더 과도하게 반응하는 지점을 콤플렉스라고 해. 내가 유독 스님의 그 말에 대해 화가 났던 것도 그것이 콤플렉스여서 그랬던 거야. 잘 살아왔다고 믿었지만 내면의 다른 자아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지. 내가 허술하고 못난 사람이라는 것을. 그걸 가리기 위해 더 똑똑하고 야무진체 했던거고.
--- p.238 |
에로스는 그 당사자의 생존 욕망의 척도에요. 인간은 사랑의 감정 없이는 그리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 끊임없이 사랑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실은 자신의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그런다는 것, 누구나 사랑을 통해 생명 현상을 지속시킬 힘을 얻고 싶어한다는 것, 그런 것들이 이해되더군요.
--- p.221,---pp.4-8 |
사랑에 관해 또 어떤 환상이 있죠? 내겐 뭐든지 격파할 논리가 있어요. 순수하고 사심없는 사랑? 헌신하고 증여하는 사랑? 가슴에 손을 얹어 봐요. 정말 순수하고 진심으로 증여해요? 다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이죠. 모든 사랑의 속성은 단 하나예요. 무겁게 이기적인 거라는 거죠. 한인혜 씨는 그럼 무,사랑주의자세요? 그렇게 모든 환상을 거두고 나도 무언가 잡고 매달릴 만한 동아줄이 있어야 사랑을 할텐데, 어떻게 맨땅에 헤딩하듯 사랑을 할 수 있어요?
--- p.224 |
비로소 내가 지금까지 무슨 힘으로 살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유년의 아이처럼 어머니와 어머니적인 것의 사랑과, 아버지와 아버지적인 것의 승인을 얻기 위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일에서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자 하는 것도, 훌륭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것도 결국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서였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것을 성취해도 만족감이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제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므로. 그 깨달음은 쓸쓸하고 허탈했다.
--- p.274 |
불교적인 수행 방법도 그렇다고 생각 했어요. 사소한 욕망이나 성격의 부정적인 면은 저 안으로 눌러 녹이고, 환하고 밝은 자아가 되도록 마음을 닦는 거라고요. 그게 방법적으로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어요. 성격의 다른 국면들을 눌러서 억압 할 것이 아니라 의식의 영역까지 표면화시켜서 체험하고 넘어서야 한다는 거요.
--- p.251 |
그렇게 무의식에 억압된 성격의 부정적 측면을 융은 '그림자'라 명명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고, 그 그림자가 그 인간의 의식적인 생활 속에서 표현되는 것이 적을수록 더욱 어둡고 농도 짙은 것이 된다고 했다. 억압된 그림자는 어느 순간 반란을 일으켜 갑자기 파열되어 나올 위험성도 있고, 가장 중요한 순간의 선의를 꺾어 버릴 수도 있고, 가장 가깝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거였다.
--- p. 270 |
그 후부터 인혜에게는 모든 이별이 똑같아 졌다. 고통에게도 슬픔에게도 내성이 생겼다. 처음엔 온몸을 난도질 당하는 고통이더니 그 다음에는 바늘로 찔리는 듯한 고통으로 약화되고 그 다음에는 회초리로 맞는 듯한 정도가 되었다. 슬픔도 마찬가지 였다. 때로는 가로수에 이마를 박고, 때로는 우체국에 기대 서서, 때로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서 눈물을 참았지만 점차 눈물의 양, 눈물을 닦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 p.198 |
35세에서 50세 사이에 찾아온다는 중년의 위기,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삶의 후반부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는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삶을 배우지 않으면 답보 상태에서 폐쇄적인 자기 복제만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삶의 방법을 배우고, 새로운 삶의 목표를 정해야 했다. 새로운 삶은 그 일과 함께 영혼이 성장하고, 그 일과 함께 자아를 실현하고, 그 일이 또한 세상에도 유익한 것이어야 했다. 그리고 또한 그것은 환갑이 되어도 유효한 방법과 목표여야 했다.
--- p.297 |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작가 김형경이 3년 만에 내놓는 전작 장편소설이다. 김형경은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세월』, 『피리새는 피리가 없다』 등의 작품으로 다수의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여성 작가이다. 1999년 6월 신변을 정리하고 한국을 떠나 2년간의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가 돌아와 혼신을 다해 집필한 이 특별한 신작을 통해 이제 독자들은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 작품은 두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과 '사랑을 위한 특별한 기준'을 찾아가는 다채로운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이번 장편소설은, 김형경의 여성을 화두로 풀어내고 있으면서도 김형경의 시선이 한층 더 원숙하고 깊이 있는 경지에 도달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다양한 자기 실험과 변화 시도는 독자들로 하여금 "첫 장부터 거세게 몰아붙이는 이 책의 마력"(여행가 한비야)에 휩쓸려 도저히 중간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 치료 장면은 한국 문학의 또 다른 차원을 열어 보이는 대단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 작품은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정신분열적인 조건'을 치열하게 파헤치면서도 결코 여성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 인간 전반의 '인정하기 힘든 진실들'을 밝혀 나간다. 이것은 작품 안에서 '사랑'을 탐사해 가는 과정과 일치한다. "사랑은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아 가는 과정이고, 자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며, 자아가 확장되는 것을 느끼는 일이다"(작품 중에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특별한 '사랑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은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사랑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던 자기 생의 오래된 맹점을 표출시켜 현재의 자신을 진단하게 해준다. 인혜는 수차례의 연애를 통해 사랑의 환상을 극복해 가면서도 여전히 남성에 대한 갖가지 욕망에 휩싸여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바라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가 분열되어 있는 모순을 직시하는 가운데 그녀는 사랑 안에서 자신의 여성성과 상대방의 남성성을 성찰하고 자신의 욕망과 상대방의 욕망을 짚어 낸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찾아가는 이 작업은 그녀의 일상과 삶을 변화시켜 가는 추동력이 된다. 자유로운 성을 추구함으로써 정체성의 해체와 정립을 시도하는 인혜와 달리, 세진은 자신의 폐쇄적 성의 기원을 추적하고 억압된 무의식을 밝혀 내는 가운데 정체성을 형성해 간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그녀들 둘은 자신의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이면이 상대방에게 투영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그녀들의 관계는 여성들의 자기 성찰과 자기 변화가 자신의 짝이 되는 또 다른 여성 인물을 매개로 할 때 보다 효과적으로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두 여성 인물의 관계 구도는 세진과 그녀의 어머니와의 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어머니-딸 관계는 여성의 정체성 형성의 어려움이 어머니와 딸의 잘못된 관계맺기에서 비롯되곤 한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세진과 인혜, 두 여성 인물들 모두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열려 있음으로써, 이 작품은 보다 생동감 있는 것이 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에 보다 가까운 것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인 정신분석의 면담 치료 장면은 한 여성의 무의식에서 표출된 분노와 욕망을 심리적으로 추적해 들어가는 중요한 장면이다. 과거 기억해 내기를 통해 자신의 오래된 비밀들을 드러내고 그 무의식 안에 억압되어 있던 아픔과 상처를 스스로 보듬는 작업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보다 건강한 삶을 가져오게 한다. 그 길고 긴 과정을 기꺼이 직면하고자 하는 세진의 의지는 생 자체에 대한 의지이다. 또한 이 장면은 몇 가지 질문들을 제기하게 한다. 한 인간의 삶의 전체에 있어 유년기의 체험은 얼마만큼 결정적인가? 정상적이고 화목한 가족이, 아이가 제대로 된 유년기를 보내는 데 반드시 필수적인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한국 페미니즘 문학이 이제까지 지적받아 온 문제점들을 여러 가지 국면에 있어 극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인물의 리얼리티와 역동성이 살아 있으며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대립 구도 안에 가두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내밀한 약점을 보여 주며, 결국은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때문에 이 작품은 속류 페미니즘의 아집을 넘어 지난 10여 년 간의 여성 소설의 발전을 총결산하고 있는 듯이 보여진다. 이 작품으로 하여 한국의 여성 소설은 한결 성숙한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