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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추석연휴 택배배송 일정안내■
■2024년추석연휴 택배배송 일정안내■ -9월12일(목)전국 마감(10시까지 접수된 건에 한해 당일 출고되며, 중단기간이후 접수 건은 ˝9월 19일˝부터 순차적으로 출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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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추석 연휴 택배 배송일정 안내 ■
■ 2023년 추석 연휴 택배 배송일정 안내 ■
-9월 25일(월) 전국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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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災)의 수요일
2. 고통의 축제 3. 악(惡)의 꽃 4. 죽음의 행진 |
崔仁浩
비록 한 층을 더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어두운 지하의 세계였다. 밝은 형광 불빛이 복도를 밝히고 있었다. 가장 구석진 방에 이르러 앞서 걷던 사내가 문을 두드려 노크를 하였다, 안에서 '예'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사내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또 다른 사내와 함께 문밖에 서 있었다, 회색 벽에는 낯익은 구호 하나가 붙어 있었다.
'우리는 싸우면서 건설한다.' 그를 이곳까지 끌고 온 사내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복도에는 나무로 만든 벤치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두 사람은 나란히 벤치에 앉아 무작정 기다렸다. 이따금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가슴에 자신의 사진이 내어걸린 명찰들을 패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누거나 시선이 마주치면 정답게 웃는 눈인사도 나누지 아니하였다. 사내는 기다리는 데 지친 듯 연신 줄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그를 취조하는 고문 기술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젊어 보이는 그 사람은 고문을 할 때면 그의 몸이 요동치지 않도록 머리를 고정시키거나 손과 발을 밧줄로 결박하는 일을 전담하고 있었다. ---pp. 133~134 |
작가 최인호가 우리 시대에 바치는 고해 성사
1963년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40년 가까이 녹슬지 않은 필력으로 2002년 현재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작가 최인호가 신작 장편소설을 펴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도시화 과정이 지닌 문제점을 예리하게 반영하면서 신선한 감수성과 경쾌한 문체를 통해 '1970년대적 감성의 혁명'을 열었다고 평가받아왔으며, 신문 연재소설인 『별들의 고향』『고래사냥』『겨울 나그네』 등에서 도시적 감수성과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1970, 80년대 최고의 대중소설작가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후 『깊고 푸른 밤』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잃어버린 왕국』『왕도의 비밀』 등의 역사소설과 종교소설 『길 없는 길』 등을 발표하며 문학적 영역을 넓혔다. 또한 1975년부터 현재까지 <샘터>에 「가족」을 연재하면서 국민작가 중의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0년 발표한 『상도』는 300만 부가 팔리는 기염을 토하면서 우리 문학사에 최인호의 건재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장편소설 『영혼의 새벽』을 펼치기 시작하면, 독자들은 과거의 고문기술자를 다시 만나 증오심으로 고뇌하는 여주인공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시고니 위버의 진실'을 떠올릴 것이다. 이 영화는 아리엘 도르프만의 희곡 『죽음과 소년』를 각색한 것으로 고문 문제를 다룬 뛰어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영화만큼이나 인상적으로 시작하는 『영혼의 새벽』은 우리 민족의 분단 갈등과 이데올로기 갈등의 해법으로 기독교의 정신인 '사랑'과 '용서'를 제시하여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현재 중년이 된 주인공 최성규는 과거의 고문기술자를 다시 만나게 되고, 악몽처럼 되새겨지는 과거의 기억 속에서 고문기술자에 대한 증오를 떨쳐버리지 못한다. 함께 고문 받았던 장미정은 장미카엘라 수녀가 되어, 괴로움에 휩싸인 최성규에게 마리 마들렌 수녀의 책을 건네주며 시대와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용서'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전해준다. 소설 처음부터 긴장감 넘치는 문장과 속도감으로 독자들을 압도하는 최인호의 문체는 주인공의 갈등을 인간의 본원적인 갈등으로 승화시키며 '신과 인간'이라는 영원한 테마에까지 치밀하게 접근해간다. 한국 현대사의 문제를 고통 받는 인류의 문제로까지 이끌어가는 탁월한 묘사는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연상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