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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보판을 내면서
초판 서문 극장 무용의 역사 1. 노베르 - 무용예술의 위대한 혁신자 2. 비가노 - 꼬레오드라마의 선구자 3. 디들로 - 러시아 무용사의 이정표 4. 블라시스 - 고전 발레의 아버지 5. 부르농빌 - 덴마크 발레의 대부 6. 쁘띠빠 - 러시아 발레의 스승 7. 고르스키 - 리얼리즘 발레의 개척자 8. 파블로바 - 위대한 발레의 순회대사 9. 포킨느 - 20세기의 노베르 10. 니진스키 - 신이 보낸 무용가 11. 바가노바 - '뉴 스쿨'의 창시자 12. 라반 - 모던 댄스의 가장 13. 뷔그만 - 표현주의 무용의 제창자 14. 골라이조프스키 - 춤의 예언자 15. 발란신 - 네오클래시시즘의 창시자 16. 덩컨 - 근대무용의 혁신자 17. 그레이엄 - 현대무용의 개척자 18. 애쉬톤 - '춤의 서정시'의 대가 19. 니콜라이 - 안무적 총체 연극의 마술사 20. 폰테인 - 우리 시대 발레계의 여왕 21. 누레예프 - 20세기 최고의 발레 스타 20세기를 빛낸 세계의 남성 댄서들 부록 - 발레 용어 해설 |
누레예프에 대한 이처럼 유례없이 광적인 대중의 인기는 특별히 미국에서 발레를 대중화하는 데 결정적 작용을 했다. 누레예프가 서구에 망명하기 전엔 미국 전역을 통틀어 상설무용단은 겨우 75개를 헤아렸을 뿐인데, 누레예프 출현 이후 4년이 됐을 무렵 이 숫자는 225개로 늘어났고, 무용을 배우는 남녀학생의 비율이 1대 50에서 1대 15의 변화를 보였던 것이다. 과연 피터 마틴스도 지적했듯이, 누레예프는 거대한 새 관객들을 발레로 끌어들여 그들에게 발레의 맛을 알게 해주었던 것이다. "루돌프 이전엔 당신이 사람들에게 자신을 발레 댄서라고 소개하면 그것이 정확히 무얼 의미하는지를 사람들은 확실히 몰랐다. 루돌프 이후엔 당신이 댄서라고 말하면 '아, 댄서시군요.'라는 반응이 나오게 되었다. 루돌프 덕택에 처음으로 사람들은 발레 댄서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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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 1904∼1983): 신고전주의를 표방한 안무의 모차르트
금세기 최대의 안무가로 지목되는 조지 발란신은 생전에 '안무의 모차르트'라는 소리를 들었다. 신고전주의를 표방한 그의 발레는 대부분 줄거리가 없는 추상 발레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며 음악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로 자리매김되어 있었다. 발란신의 발레를 가리켜 흔히 '보이는 음악'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참으로 그에게는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재능이 있었다. 그가 안무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음악에 대한 연구뿐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때때로 어째서 한 편의 발레를 그 자체로써 자족할 수 있는 음악에 맞추려고 하는가를 물을 때면 항상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음악이 좋으면 좋을수록 안무도 더욱 좋아진다. 만약에 당신이 안무를 싫어한다면, 당신은 언제나 눈을 감고 음악에만 귀를 기울이면 된다. …… 나는 움직임을 창안할 수 있고 때때로 그것은 올바른 장소에 어울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안무는 아니다. 작품의 전체 모양을 지시하는 것은 음악인 것이다."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 1894∼1991): 현대무용의 개척자 1991년 97세의 나이로 타계할 때까지 마사 그레이엄은 모던 댄스 영역에서 '살아 있는 신화'로 알려져 있었다. 그녀는 일찍이 극단적인 규율과 엄격한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새로운 무용동작언어를 창안해냈다. 고전적인 훈련이 '수직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면, 그레이엄식 훈련은 '수평성'의 의미를 더 강조하고 있다. 또한 그레이엄은 "예술가가 창조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파괴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이 말은 자신에게 필요 없고 자신이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전 자아가 완전히 춤을 출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움직임을 통해 삶을 긍정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그레이엄은 우리 존재의 깊은 샘으로부터 길어올린 갖가지 욕망이나 정서를, 그 비밀의 힘을 춤으로 형상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동작을 발견해내는 데 지칠 줄 몰랐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모던 댄스의 동작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 ― 즉 육체가 정서의 표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또한 그걸 위해 무얼 할 것인가를 발견하는 데서 얻은 산물이다." -얼윈 니콜라이(Alwin Nikolais, 1912∼1993): 안무적 총체연극의 마술사 니콜라이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초기의 모던 댄스가 인간의 마음을 탐구했고 따라서 거의 심리학적인 드라마의 형식이었던 것에 반해, 오늘날은 성격이 더 이상 지배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춤의 인물들은 동작과 형체와 시간 및 공간을 통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견해를 각종 색채, 도구, 음향 등을 동원하여 무대 위에서 실현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기계적이고 공학적인 고안들이 하나의 창조를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무용평론가 마르시아 시걸은 니콜라이의 아이디어가 항상 인간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는 인간을 어떤 인간적 진실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영웅적 인물이 아니라 단지 그 자신 못지않게 복잡한 환경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하나의 피조물로 보고 있다."는 말로 그의 무용세계를 함축적으로 요약한다. |
"춤을 추지 않는 사람은 인생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간은 아득한 선사시대부터 춤을 춰왔다. 자신의 내적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다른 도구나 언어를 사용하기 전부터 인간은 자신의 육체를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무용예술은 인류가 창조한 모든 예술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예술형태이다. 처음에는 종교적·마술적 형태를 지니고 있었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각 지역과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극장예술로서의 무용의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극장무용은 오직 발레만을 의미했는데 발레의 역사는 인류의 오랜 '춤의 역사'에 비하면 극히 작은 부분인 4세기 동안 이루어져왔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발레와 '모던 댄스(modern dance)'가 서로 상호 보완하는 위치에서 극장무용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현장예술인 무대공연에서 댄서에 대한 평가는 당대의 몫이지만 그 무용작품을 창작한 무용작가의 경우는 그의 작품이 시간의 시련을 얼마나 견뎌내느냐가 위대성의 바로미터가 된다. 그래서 발레와 모던 댄스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무용작가론'인 《불멸의 무용가들》에서는 생존하는 무용가는 제외되었으며, 사후에 진정한 예술적 평가가 확정됨으로써 불멸성을 획득한 무용가만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극장무용을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는 장 조르주 노베르(1727∼1810)를 이야기의 시발점으로 삼고 있다. 저자는 노베르부터 시작된 극장무용의 역사를 '위대한 천재'들의 역사로 바라보고 있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무용예술 역시 당대의 시대사조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시대를 앞질러가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용의 역사는 예상치 않은 '흐름'을 만들어내는 천재의 역사이다. 하지만 전통을 타파하는 온갖 혁신적인 천재도 실은 과거 유산의 산물이며 이들이 다시 오늘날의 우리에게 '불멸의 유산'을 남겨주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21명의 무용가들을 세분화된 꼭지로 나누어 궁극적으로는 각 무용가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통해 하나의 유기적인 전체로서의 '무용사'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발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이라고 단언한다. 이 전통의 지속성은 '개인적인 접촉'의 방식으로 유지되며, 이 접촉의 연결선은 최종적으로 최초의 스승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오늘날 무대 위에 공연되는 모든 발레예술의 호흡과 기교들은 최초의 위대한 스승들의 현존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전통이 여타의 무용예술에 결핍된 힘과 위엄을 발레예술에 부여해주는 것이다. 《불멸의 무용가들》은 한마디로 단순한 무용사가 아니라 치열한 모색과 철학이 담겨 있는 발레의 향연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무용가들이 배출되고 있다. 특히 1999년에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출신의 발레리나 강수진이 발레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99 브노아 드 라 당스' 에서 베스트 댄서 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발레에 대한 전문적이고 심도 깊은 자료들이 많이 제공되어오지 못했다. 그래서 《불멸의 무용가들》의 증보판을 내게 되었다. 이 책은 1부에서는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그 시대를 대표하는 15명의 무용가들을 다루고 있고, 증보판에서 새롭게 추가한 2부에서는 1989년 이후에 세상을 떠난 세계 무용계의 거목 6명과 20세기를 빛낸 세계의 남성 댄서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말처럼 "점고하는 무용에 대한 지적 갈증을 다소나마 풀어주는 감로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