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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먼저 읽고 - 강금실, 또는 느낌의 지성 / 고종석
글의 첫머리에 - 당신이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 1. 꽃들은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인생극장, 그리고 '매트릭스'의 알약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웃다가 받게 된 영세 잊지 못할 변론 시에스타, 죽음이 꾸는 꿈 잘 가라, 내 청춘아 나는 왜 보라색에 집착하는가 나의 서른과 당신의 서른 2. 우리 모두는 아름다운 전사 혹독한 자기와의 싸움 순도 백 퍼센트 순금의 판사 오직 죽음으로 죽음을 뚫고 나가라 내 장례식에 틀고 싶은 음악 세상에 견디지 못할 일이란 없다 적진을 돌격하는 전사와 같이 빠른 듯 느리게, 가벼운 듯 무겁게 3. 추억은 지나도 사랑은 남는 것 그들의 우정은 그리도 빛났다 섬, 마지막 날 낭자머리 옛사랑 진실한 생얼의 사랑 컵라면 민주주의 예찬 딸기나무 이야기 남산 시인의 옥탑방 4. 오늘의 상처가 내일의 희망이다 행복하세요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미결수와 수의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예언 우물가 여인 저항하되 증오하지는 말라 일상이 아름다운 음악 이 소설은 음란한가, 아닌가 |
폐쇄의 억압으로부터 기어 나오던 나의 서른과 당신의 서른은 너무 다르다. 나의 삼십대 체험이 어찌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랴. 그런데도 우리가 체험을 교감하고 말이 통할 수 있다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 신기함은 아마도 나와 당신이 같은 공간에 쌓인 시간의 역사 속에 있어, 나의 서른이 당신의 과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신기함은 아마도 우리가 역사 속에 서로 다른 지점에 있으면서도 무언가 그 밑바닥에 변함없이 흐르는 강물에 서로 두 손을 담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에게 언제나 저 밑바닥에 흐르는 강물을 기억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흐르는 강물에 두 손을 담그고 점차 몸이 따뜻하게 젖어오는 대로 편안히 몸을 맡기자. 지나가던 빗방울이 당신 얼굴에 얼룩진다 한들, 밤하늘의 별빛이 멀리 외롭다 한들, 천둥소리가 무섭다 한들 다 흘러가 버리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만 남는 것은, 당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언제나 흐르는 저 강물은 기억하여 주리라는 것. --- '나의 서른과 당신의 서른' 중에서 |
삶 앞에 서성이며 갈등하는 인생 후배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착지할 자리를 찾아 불안하게 흔들리는 청춘. 거기 삶이 시작되었던 나이를 돌이켜 보니 ‘서른 즈음’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한국 최고의 엘리트 코스에다 성공의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듯 보이는 강금실이지만 그라고 해서 왜 인생에 갈림길이 왜 없었겠는가.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 성찰’이라는 부제를 단 《서른의 당신에게》는 저자가 인생의 갈림길 굽이굽이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찾은 삶의 철학에 대한 고민의 해답이며, 확신 없이 흔들리며 사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격려와 용기의 메시지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구처럼 세상 앞에 벌거벗고 선 듯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그 시기는 자신에게도 역시 방황과 갈등의 시기였다고 다독인다. 그렇다고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어서도 안 되고, 싸움에서도 도망치지 말라고 따끔한 충고도 전한다. 먼저 세상과 대면하여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강금실만의 단단한 삶의 내공이 묻어 있어 더욱 빛난다.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어기찬 윤리의식, 세상과 사람살이에 대한 포용력, 약자에 대한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마음, 삶을 조망하는 깊은 시선으로 가득한 글은 왜 강금실이 다른 이들과 달리 그토록 당당하고 매력적인지를 대변한다. 꽃들은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사람에게는 고민 끝에 선택해야 하는 결단의 지점들이 새끼줄처럼 엮어가는 인생의 구비마다 매듭과 같이 놓여 있다. 그 선택에 따라 물꼬가 트이기도 하고 흐름의 방향이 바뀌면서 인생은 흘러간다. 만일 그때 이랬더라면, 나는 지금쯤 어디에 가고 있을까? 판사 생활 10년 쯤 되었을 무렵, 남편의 구속이라든지 3차 사법파동 등 다른 이들보다 좀 더 굴곡이 있어 도드라졌던 조직 생활과 판사로서의 부담과 갈등,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방황, 거기에 어머니의 죽음까지. 그 시기는 저자에게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으면서, 인생에 있어서 큰 깨달음과 위로를 얻은 시기라 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삶에 대한 성찰이 깊었던 H부장님이 선물한 시집에 수록된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의 한 구절이다. ‘삶은 흔들리면서도 계속되는 것이고 그 속에서도 꽃은 핀다’는 간단하면서도 인생을 관통하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 저자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이 시집을 골라 고민 많은 후배에게 말없이 건넸던 부장님의 마음처럼, 저자 역시 흔들리는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저자의 따뜻한 바람을 《서른의 당신에게》에 담았다. 우리 모두는 아름다운 전사 두려움 없는 삶, 순간순간에 그 바닥의 체험으로 긴장하는 삶이야말로 세상 끝에 놓인 지점이 아닐까. 나는 세상을 걸어가는 길에 지칠 때마다 길목에 기대어 서서 두려움 없는 기세로 세상을 베어내어 진면목이 드러나는 살아 있음을 그린다. 저자가 애송시와 같이 곁에 두고 읽는 책 중에 《선방일기》가 있다. 오대산 상원사에 전국 각지의 스님들이 모여서 외부 출입을 금하고 수행하는 나날의 모습을 기록한 책으로, 법무부장관 시절 검사들과의 엠티에서 검사들에게 선물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저자에게 그리도 소중한 이유는 뭘까. 세상살이란 다른 사람들과 삶을 섞어 같이 엮어가는 것인데, 거기에서 오는 고통과 번뇌를 자기와의 싸움으로 받아들여 이겨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하나의 가치관으로 마음 한쪽에 다잡은 ‘자기 욕망으로 거울에 비추인 그림자와 같이 흔들대는 허상들을 전부 벗어내고 그저 깨끗이 비어져 있는 살아 있음 그 자체로 충만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이런 가치관은 법무부장관 재직시 화제가 되었던 검사들에게 보낸 편지에도 잘 나타난다. 추억은 지나도 사랑은 남는 것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고 하는데 혹 외로운 것 아닌가요? 진실을 말해 봐요. 당신 마음 깊은 곳, 허전하지 않나요? 내가 과연 얼마나 진실한 생얼의 사랑 속에서 삶의 관계를 맺으며 내 존재를 빚어가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만하다. 우리 살아 있는 날까지 사랑은 포기될 수 없다. 잠시 그 정류장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일이 있다 한들. 《서른의 당신에게》에는 판사와 변호사 시절 해야 했던 운명적인 선택, 법무부장관 시절의 고뇌 등 공적 역할 뒤에 숨겨졌던 속내, 그리고 개인적이고 낭만적인 주변 사람들과의 따뜻한 인연, 고정관념을 깬 인생관 등 강금실의 진짜 모습도 담겨 있다. 법무부장관직에서 물러나 살풀이를 취미로 한다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저자는 사실 전통춤 외에 이철수 선생에게 판화를 배우기도 해고, 클래식 기타, 피리, 장구, 북, 요가, 단학, 재즈댄스, 판소리, 민요, 성악까지 배웠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꼭 필요한 운전면허는 아직도 따지 못했다고 털어 놓는다. 법무부장관 시절 검사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간 엠티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사랑으로>를 불렀던 이야기, 첫 근무지에서 사소한 학생들 시위사건도 꼭 잡아넣으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풀어주는 바람에 법원을 발칵 뒤집었던 이야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영화,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 받는 날 사람들 앞에서 구성지게 팝송을 불러주었던 큰언니 이야기, 서로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마음으로 흐르는 것이 있었던 친구 향숙이 이야기, 사람들을 만날 때면 작은 선물이라도 꼭 건네는 남산 옥탑방에 사는 친구 황인숙 시인 이야기, 런닝셔츠에 슬리퍼 차림으로 베트남까지 갔던 김정환 선배 이야기 등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특유의 유머스런 감성으로 들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