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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조예은 코티지 김멜라 단지 러브 천선란 마리와 새 손원평 당신의 손끝 [시] 황인찬 저해상도의 사랑 인간 상호 증명 화단에 묻힌 것 박참새 산새의 위가慰歌 불쌍한 당신에게 Cold Case 오은 있었음으로부터 주머니 사정 누울 자리 이해인 행복일기 비밀서랍 읽기와 쓰기 [에세이] 김이설 믿는 구석과 믿을 구석 박정민 선데이 서스펜스 김복희 나무꾼 동지들에게 [일러스트] 인범 모든 나를 안아주다 김정아 나의 믿을 구석 배유진 지구를 떠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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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리에 검지를 끼워 통조림을 열었다. 쇠가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고막을 긁었다. 반쯤 열었을 때, 이림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는 통조림의 틈새에 눈을 대고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내부는 빛이 닿지 않는 동굴처럼 어둡기만 했다. 안쪽에 반딧불이의 빛보다 작은, 아주 작은 빛 한 점이 떠돌았고 어렴풋한 기척이 느껴졌다. 그는 뚜껑을 완전히 당겨 열었다. 깜빡이는 손전등으로 안쪽을 비추었다.
--- p.24 「조예은, 코티지」 중에서 종선은 대학병원 지하실로 들어가 부조금을 내고 건물 복도에 앉아 눈물도 안 나오는 그 망연한 작별에 눈꺼풀만 깜박였다. 그때 상복을 입은 아가씨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며 종선의 곁에 앉았다. 희영이를 닮아 콧방울이 복스럽게 펑퍼짐한 그 아이가 엄마의 부탁이라며 종선에게 차 열쇠를 건넸다. 희영이가 생전에 사둔 라보 트럭의 키라고 했다. “이걸 왜 나한테.” “엄마가 꼭 드리라고 하셨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강남의 빌딩을 갖고 싶다고 할걸. 그랬으면 나한테 감히 이런 마음의 짐을 못 남겼을 텐데. --- p.33 「김멜라, 단지 러브」 중에서 농구나 피구, 배드민턴 따위의 수업은 없었다. 예전에는 그런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쳤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학교 수업만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는 세계 위원회에서 금지했으며 같은 이유로 개인 기록을 경신하는 운동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종류의 스포츠에는 패배자와 실패, 좌절이 반드시 존재하므로, 이 평등한 사회는 그 누구도 좌절과 실패조차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이다. 모두에게 성공의 성취와 승리의 즐거움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모두가 패배의 좌절과 실패의 슬픔을 느끼지는 않을 수 있으므로. 얼마나 현명한가. --- p.48 「천선란, 마리와 새」 중에서 모두들 자신의 돈을 노린다고, 이 작은 세탁소 하나를 뜯어먹지 못해 난리라고 할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성토했다. 여하튼 할아버지는 계좌가 하나뿐이었고 그 계좌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해외에 나간 둘째 아들이 관리하고 있었다. 목돈이 통장에 찍힌 순간 그 돈은 둘째 아들의 수중에 들어갈 터였다. 구구절절한 이야기 끝에 달린 계약 조건은 간단했다. 보증금이 없는 대신 월세는 매달 꼬박꼬박 손자의 야구 코치에게 직접 납입할 것. --- p.68 「손원평, 당신의 손끝」 중에서 엄마가 내 소설을 안 읽어서 서운했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신 엄마는 내가 얼마나 힘들게 소설을 써왔는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내가 얼마나 소설가가 되고 싶었는지를 가장 잘 알았고, 이제껏 소설가로 자리 잡고 버틸 수 있도록 밑바탕이자 바람막이가 되어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엄마가 내 소설을 안 읽은 건 하나도 안 중요했다. --- p.136 「김이설, 믿는 구석과 믿을 구석」 중에서 엄마도 파스칼을 좋아했다. 그와의 첫 만남에서 “애가 못하면 때려 주세요.” 하더니 그 이후로는 나와 그 사이의 그 어떤 것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파스칼은 생각보다 코딩이 잘 되는 사람이었다. 내가 못하는 것을 눈 뜨고 보지 못했고, 주말에도 학원으로 불러냈다. 처음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외우라고 하더니, 점점 나를 피타고라스로 만들 셈인 것 같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에겐 사춘기가 오고 있었고, 나는 어느새 파스칼보다 임창정을 더 존경하게 됐으며, 파스칼은 조금씩 내게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결국 ‘고자질’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쓰고야 말았다. --- p.149 「박정민, 선데이 서스펜스」 중에서 사실 현대인의 협소한 상상 속에서 복이란 차곡차곡 모으거나 써버릴 수 있는 은행 잔고 같은 것이었습니다. 고로 은행 창구 같은 곳에 가서, 복 잔고를 조회할 수도 있고 뭔가를 담보로 복 대출을 받을 수도 있는 거지요. 그런데 만약 복 대출 심사 같은 것을 받으려면 담보로 뭘 준비해야 할까요. 지금 복으로는 삶을 살아가기 힘들어서, 복을 좀 빌려야겠다 싶은 것인데 아무 이유 없이 무턱대고 빌려주진 않을 거잖아요. 담보…… 이게 핵심 같은데요. 무엇을 담보로 삼을 수 있는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 p.160 「김복희, 나무꾼 동지들에게」 중에서 |
당신의 ‘믿을 구석’은 무엇입니까?
인공적인 재난과 자연재해가 번갈아 닥치고, 감정은 흔들리며, 현실은 균열로 가득한 지금, 당신의 믿을 구석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한국 문단의 가장 뜨거운 작가 11인이 답한다. 세대도, 성별도 제각각인 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하고 첨예한 감수성으로 믿음의 본질에 대해 깊이 탐색하며 ‘무엇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파고든다. 믿거나 혹은 믿고 싶거나, 소설 2025 서울국제도서전 리미티드 에디션 『믿을 구석 The Last Resort』은 4편의 단편 소설과 12편의 시, 3편의 에세이를 엮었다. 네 편의 단편 소설은 짧은 호흡 속에 복잡한 감정과 진실을 농축한 서사를 담는다. 조예은과 천선란은 장르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낯선 세계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가 하면, 김멜라와 손원평은 일상의 틈에서 인물의 심리를 확대하듯 들여다보며 아이러니한 순간들을 포착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안식, 시 시 부문에는 시대와 세대를 폭넓게 아우르는 네 시인이 참여해 익숙한 일상을 매개로 믿을 구석을 탐색한다. 성직자이자 시인인 이해인은 자연과 기도를 닮은 언어로 조용한 치유의 가능성을 건네고, 오은은 주머니, 편의점, 잠자리 같은 일상의 소재에서 몸과 마음의 은신처를 찾아 나선다. 황인찬과 박참새는 상실과 다정함이 교차하는 순간을 붙잡으며 우리가 진짜로 기대는 것은 무엇인지 사유한다. 삶을 지탱하는 믿음, 에세이 에세이 부문에서는 소설가, 시인, 배우인 작가 3인이 ‘믿음’이 어떻게 직업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자기 존재를 붙드는 단단한 기반이 되었는지를 고백한다. 소설가 김이설은 엄마, 돈, 시간 등 믿을 구석이라 할 것들을 하나하나 곱씹는 방식을, 배우 박정민은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타인의 진심을 돌이켜보는 방식을 택했다. 시인 김복희는 구전 설화 속 ‘나무를 하는 일’에 시 쓰기를 빗대어 시를 쓰는 의미를 되짚어본다. 책의 말미에는 2024 서울국제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스 월 ‘여름의 드로잉’에서 최종 선정된 작가 3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수록했다. ‘믿을 구석’을 주제로 그려낸 이 일러스트레이션은 독자들이 각기 다른 결의 이미지를 통해 자신만의 믿을 구석을 탐색할 수 있도록 이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