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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의 철학
우리는 무엇을 듣고, 듣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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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여는 글

1. 소리, 듣기의 권력

구성된 소리, 만들어진 청취 | 정경영
‘쩌는 음색’과 소리의 육체성 | 정경영
소리가 들려주는 젠더 | 김경화

2. 소리, 공간을 채우다

소리풍경으로의 여행 | 권현석
소리 생태계, 소리니치로 듣다 | 정혜윤

3. 소리, 기술과 연결되다

코로나19 시대, 격리된 세계에서 듣기의 쓸모 | 계희승
e멋진 신세계: 게임을 ‘연주’하다 | 계희승
포스트휴먼 시대의 소리 환경 | 이상욱

4. 소리, 음악이 되다

음악은 어떻게 소음을 품었는가 | 권송택
‘소리’ 예술, 악보 너머 세상의 소리를 듣다 | 김경화

저자 소개 7

음악을 좋아할 뿐 아니라 음악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다가 다행히도 그것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 노스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음악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한양대학교에서 음악사, 음악학, 음악과 관련된 교양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 음악의 감동을 말이나 글로 '번역'하는 일, 음악에 대한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일, 음악적 상상력으로 인간과 문화를 살피는 일에 관심이 있다.

정경영의 다른 상품

음악학자.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연구부교수. 음악과 소리를 통해 오늘의 삶과 세계를 사유한다. 주요 연구로 「소리와 젠더」 「페미닌 보이스」 「노이즈의 역설」 등이 있다.
음악인류학자.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연구원. 우리가 맞이하는 오늘, 음악이 사회를 비추고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주요 연구로 「계급, 취향, 소리: 영화 〈기생충〉의 소리 문화 연구」(논문), 『Made in Korea: Studies in Popular Music』(공저)이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음악이론으로 학사 학위를, 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미시간대학교(앤아버)에서 음악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학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 『체화된 마음과 뇌』(2024), 『음악 비평, 분석, 해석』(2020), 『미학이 재현을 논하다』 (2019), 『몸과 인지』(2015), 『예술철학』(2011) 등이 있고, 번역서로 『새로운 마음 과학』(2024)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공지능의 예술도 진정한 예술이 될 수 있을까?”(2023), “마음의 음악적 확장”(2021), “음악의 정서표현성에 대한 현대분석
서울대학교에서 음악이론으로 학사 학위를, 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미시간대학교(앤아버)에서 음악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학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 『체화된 마음과 뇌』(2024), 『음악 비평, 분석, 해석』(2020), 『미학이 재현을 논하다』 (2019), 『몸과 인지』(2015), 『예술철학』(2011) 등이 있고, 번역서로 『새로운 마음 과학』(2024)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공지능의 예술도 진정한 예술이 될 수 있을까?”(2023), “마음의 음악적 확장”(2021), “음악의 정서표현성에 대한 현대분석철학의 논의와 그 한계”(2021), “음악의 행위성: 발제주의에 의한 해명”(2018), “개념적 혼성의 음악적 적용”(2017), “신경미학, 무엇이 문제인가?”(2016) 등이 있다.

정혜윤의 다른 상품

작곡과 이론을 전공한 음악학자. 한양대학교 작곡과 부교수. 2018년부터 KBS 클래식FM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코너에 출연해 “상상의 박물관”에서 탈출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양대 철학과 & 인공지능학과 교수. 과학기술철학과 과학기술학의 다양한 주제, 특히 첨단 과학기술의 윤리적 쟁점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현재 유네스코 과학기술윤리위원회(COMEST) 부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학사·석사를 거쳐, 런던대(LSE)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런던정경대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2002년부터 한양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저서에 『과학은 이것을 상상력이라고 한다』, 『포스트 휴먼이 몰려온다』(공저),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학』(공저), 『인공지능의 윤리학』(공저) 등이 있다.

이상욱의 다른 상품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 파리 제4대학 음악학 석사,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음악학 석사 및 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교수다. 저서 및 역서로 '김연준 가곡의 연구', '시창과 청음Ⅰ,Ⅱ', '옴니아르스Ⅰ', '역사주의 연주의 이론과 실제',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 '모차르트 오페라의 관습적 이디엄', '경계를 넘어서: 루 해리슨의 음악에 나타나는 한국음악적 요소', '옛언어에 관하여', '모차르트 음악에 나타나는 다성음악과 화성음악의 혼합양식', '모차르트 음악에 나타나는 관용적 표현 양식: 현악사중주 K. 387의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 파리 제4대학 음악학 석사,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음악학 석사 및 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교수다. 저서 및 역서로 '김연준 가곡의 연구', '시창과 청음Ⅰ,Ⅱ', '옴니아르스Ⅰ', '역사주의 연주의 이론과 실제',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 '모차르트 오페라의 관습적 이디엄', '경계를 넘어서: 루 해리슨의 음악에 나타나는 한국음악적 요소', '옛언어에 관하여', '모차르트 음악에 나타나는 다성음악과 화성음악의 혼합양식', '모차르트 음악에 나타나는 관용적 표현 양식: 현악사중주 K. 387의 토픽분석', '서양 고전주의 음악의 관용적 표현 양식', '말러와 바흐: 문헌적 자료 연구' 등 다수가 있다.

권송택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398g | 135*200*22mm
ISBN13
9791189327415

책 속으로

소음을 정의하고자 하는 가장 순진한 시도는 소음을 ‘시끄러운’ 소리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 시도는 ‘시끄러운’ 소리가 대상의 객관적 속성임을 가정한다는 점에서 실패하고 있다. ‘시끄러움’은 대상의 속성이라기보다는 주체의 반응이다. 그러므로 시대와 장소, 상황에 따라 시끄러움은 바뀔 수밖에 없다. (…) 예컨대, 중세 시대의 오르간 소리는 매우 크고 시끄러운 소리였으나 신성한 소리로 여겨졌고, 산업혁명 시대에 공장에서 나는 소리 역시 불편한 느낌을 줄 만한 소리였을 텐데 당대에는 산업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인, 기분 좋은 소리였다는 것이다. 이런 소리들을 셰이퍼는 ‘성스러운 소음’이라고 불렀다.
--- 「구성된 소리, 만들어진 청취」 중에서

몇 해 전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의 소리에 대한 현장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미리 답사한 인천국제공항의 정해진 코스를 걷게 하며, 귀 기울여 이 장소의 소리 환경을 듣게 한 다음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청각 경험의 특징을 확인하는 연구였다. 인상 깊은 소리가 무엇이었느냐는 공통 질문에 많은 여학생들이 ‘구두 굽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라고 했던 반면 남학생들은 단 한 명도 이 같은 답을 하지 않았다. 많은 여학생이 공항에서 들은 특징적 소리라고 했던 바로 그 소리를 남학생들은 단 한 명도 ‘듣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는 알수 없다. 어쩌면 남학생들은 높은 구두 굽이 바닥에 부딪혀 내는 소리에 익숙하지 않았고, 그러니 익숙하지 않아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그 소리에 관심이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젠더, 즉 사회적 성차가 듣는 소리의 범위와 방식을 결정했다고 할 수 있다.
--- 「구성된 소리, 만들어진 청취」 중에서

그러나 월리스는 전화기 목소리가 흔히 여성인 이유에 대해, 여성이 수다와 가십을 좋아하도록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가정 영역에서 가족을 위해 지루하고 고단한 돌봄 노동을 담당하는 여성의 위치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 시기 전화가 “여성화된 테크놀로지”로 인식되면서 남성들은 역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현상은 암묵적으로 “여성이 전화를 이용하여 일정과 약속을 잡고, 쇼핑을 하고, 가족들을 살피는 집안의 운영자operato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월리스는 말한다. 즉, 전화기는 여성에게 어느 정도의 권력과 통제권을 넘겨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에게 가정 안에서 전통적인 성 역할을 유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 「소리가 들려주는 젠더」 중에서

이처럼 음악은 정감적인 소리니치로서 인간이 스스로 해결하기 버거운 정감적 과제를 나누어 맡아 자신의 정감적 경험을 조정하고 규제해야 할 인간의 부담을 덜어준다. 음악사회학자 티아 드노라Tia DeNora는 인간의 정감적 상태를 창출하는 음악의 역할을 ‘미적 테크놀로지’라는 표현으로 주목하기도 했는데, 사실 인간의 정감적 과제를 분담하여 지원하는 소리니치로서의 역할을 음악만이 담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음악으로 분류되지 않는 다른 많은 소리 자원 역시 정감적 소리니치로서 제구실을 다 할 수 있다. 가령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울리는 차임벨 소리 혹은 목탁 소리는 사람들이 특정한 정감적 상태에 들어서는 것을 도움으로써 정감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소리니치로 작용한다.
--- 「소리 생태계, 소리니치로 듣다」 중에서

코로나19 이전 관객의 소음은 연주자에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을지도 모르지만 이는 동시에 내가 내는 소리를 누군가 듣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도 하다. 반면 텅 빈 홀에서 하는 연주는 분명 누군가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체험되지는 않는다. 관계적 존재론의 관점에서 보면 연주도, 연주자도 불완전한 상태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 불완전함은 연주자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감상하는 이들에게 저 ‘유령 음악회’는 어떤 경험이었을까. 코로나19 시대 관객 없이 열리는 온라인 음악회의 가능성을 엿봤다는 의견도, 밀려오는 어색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역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 쉬고 경험하는 것이 음악이라는 주장도 모두 일리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화면 너머 연주자들에게 나의 경험과 존재를 알릴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연주자와 내가 같은 시간에 연주하고 들었다는 측면에서 분명 ‘라이브’ 연주라고 할 수 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라이브’ 연주로 보기 어렵다.
--- 「코로나19 시대, 격리된 세계에서 듣기의 쓸모」 중에서

게임 속 가상의 공간에서 울려 퍼지던 음악이 현실의 물리적 공간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분명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게임 플레이는 보통 플레이어가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게임 음악 콘서트는 가상을 현실에서 경험하는 것인가?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의 역逆인가? 하지만 엄밀히 말해 게임 음악 콘서트는 (적어도 현상학적 측면에서) 현실이 아닌 가상이다. 미국의 피아니스트 겸 음악학자 찰스 로젠의 표현을 빌리면 현실에서의 게임 콘서트는 ‘게임 세계의 재현’이다. 게임 플레이어에게 현실은 게임 속 가상 세계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게이머들이 게임 음악 콘서트에 열광하면서도 중의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게임 음악을 ‘음악회’라는 이벤트와 장소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듣는다는 건 왠지 부자연스럽다. 게임 음악은 듣는 게 아니라 수행적이기 때문이다.
--- 「e멋진 신세계: 게임을 ‘연주’하다」 중에서

케이지에게 있어서 침묵이란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소리를 듣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케이지에 따르면 이 작품은 로버트 라우션버그Robert Rauschenberg, 1925~2008의 〈백색 그림White Painting〉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이다. 무대 장치로 사용된 이 그림은 흰색의 캔버스 외에 아무것도 그려 넣지 않았다. 조명에 따라 그림의 색채가 변화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감상자의 그림자가 비치면서 시시각각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불확정성이 이 그림의 핵심이다. 존 케이지는 이 그림과 비슷한 시도를 음악에서 한 것이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들로 음악이 채워지고, 감상자가 시시각각 만들어 내는 새로운 사운드가 음악을 구성하고 변화를 만들어 간다.

--- 「'소리’ 예술, 악보 너머 세상의 소리를 듣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소리, 듣기의 권력
우리는 무엇을 듣고, 듣지 않는가

이 책에 참여한 7인의 연구자들은 소리에 대한 담론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여 서술한다. 첫 번째 장 ‘소리, 듣기의 권력’에서는 ‘듣는다는 것’이 어떻게 권력과 젠더를 반영하는지, 세대에 따라 음악의 청취 기술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악학자 정경영은 소리를 규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시도인지에 대해 청취의 맥락성과 수행성을 통해 비판한다. 그는 소리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듣는 이의 사회적 위치, 사회?문화적 배경, 젠더 정체성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유동적인 존재임을 강조한다. 또한 “듣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정치적이고 규범적인가”라는 물음을 중심에 둔다.

오사카 니시나리구에 있는 ‘가마가사키’ 지역은 일본 전역에서 계층 갈등이 극심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곳에서 노숙인들이 부르는 가라오케는 단순한 노래 소리가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허용되지 않는 소음’으로 간주되어 억압당한다. 그들의 소리는 자율적 감각의 표현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금지되고 억제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반면, 도심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자연스러운 배경음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누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그 소리가 ‘소음’이 되기도 하고 ‘예술’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장은 젠더와 청취의 관계에도 주목한다. 음악학자 김경화는 목소리의 성차가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버틀러의 젠더 이론을 통해 생물학적 성조차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는 것임을 강조한다. 고대 신화부터 현대까지 여성의 목소리가 어떻게 정의되고 통제되어 왔는지를 추적하며 음악 이론의 메타포들이 젠더 편견을 재생산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소리, 공간을 채우다
공간의 얼굴과 관계의 틈새

두 번째 장 ‘소리, 공간을 채우다’에서는 소리를 단순한 청각 현상이 아닌, 공간을 구성하고 장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주요한 감각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특정 장소를 인식하고 기억하는 데에는 시각만이 아니라, 그 공간을 채우는 소리와 청취의 경험도 깊이 개입되어 있다. 여기서 ‘소리풍경(soundscape)’이라는 개념이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이는 캐나다의 작곡가이자 음향생태학자인 머리 셰이퍼가 제안한 개념으로, 어떤 장소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의 총체를 하나의 풍경처럼 이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장소를 시각이 아닌 소리로도 ‘읽고’ 감각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차역의 안내방송, 학교 종소리, 새벽 시장의 소음 등은 단지 배경음이 아니라 그 장소의 분위기, 사회적 기능을 전달하는 신호이자 문화적 상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한 소음 규제나 균질화된 도시 환경은 때로 지역 고유의 소리풍경을 지우고, 공간의 감각적 다양성을 억압하기도 한다.

음악인류학자 권현석은 특히 현대사회의 ‘사이 공간(거리, 역사, 공항 등 머무르는 공간이 아닌 지나가는 장소들)’에서 형성되는 소리 환경에 주목하며 이어폰과 스마트폰 등을 통한 개인화된 소리 환경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미학자이자 음악학자인 정혜윤은 소리를 생태계의 일부로 보고,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존재들까지 포괄하는 소리의 관계망을 탐색한다. 이를 ‘소리니치(niche)’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여기서 ‘니치(niche)’는 생태학의 개념을 빌려온 것으로,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적 자리나 역할을 뜻한다. 이 개념을 차용한 ‘소리니치’는 인간이 자신의 인지적, 정감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소리 환경을 말한다. 이 장에서는 청취를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고 위치를 잡아가는 방식으로 이해한다. 즉, 소리는 개별 존재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이며, 소리를 통해 존재는 자리를 잡고, 경계를 만들고,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소리, 기술과 연결되다
기술로 감각하는 디지털 시대의 청취

세 번째 장 ‘소리, 기술과 연결되다’에서는 소리가 현대적 기술과 매체를 통해 어떻게 재매개되고, 그로 인해 듣기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본다. 이 장은 소리가 본래의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나 기술과 함께 ‘매개된 경험’이었다는 것을 전제로 전개된다. 음악학자 계희승은 지난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팬데믹 상황에서 청취의 역할과 의미가 어떻게 새롭게 부각되었는지를 살핀다. 팬데믹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접촉을 차단하면서 시각 중심의 사회를 잠시 멈추게 했다. 고립된 감각 속에서 청취를 재발견하게 만든 뜻밖의 계기가 된 것이다. 뉴욕의 비평가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단순한 소음에서 타인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소리로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무관중 스포츠 경기와 온라인 음악회는 관객의 함성이나 기침 소리 같은 ‘소음’이 실제로는 안락함을 주는 보호막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또한 이 장에서는 디지털 게임의 음악을 다루면서 게임 속 소리가 그저 배경음악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듣고 반응하며 연주하는’ 감각적 인터페이스로 작동하는 것임을 설명한다. 게임의 플레이를 ‘연주’의 개념으로 정의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감각 문화를 조망한 것이다. 과학기술철학자 이상욱은 감각의 확장과 재조립이 이루어지는 포스트휴먼적 환경에서 소리를 매개로 한 인간-비인간의 관계를 탐색한다. 소리풍경은 인간과 비인간(동식물, 기술적 대상 등) 행위자들이 복합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만들어 낸다. 그는 소리연구가 이러한 소리풍경이 구성되는 과정의 정치성과 권력관계를 탐구하는 인문학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소리가 중심이 되고 어떤 소리가 주변화되는지, 그리고 더 바람직한 소리풍경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것이 소리연구의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소리, 음악이 되다
경계를 넘어 예술이 된 소리들

네 번째 장인 ‘소리, 음악이 되다’에서는 전통적인 음악과 예술의 범주를 넘어, 소음과 일상의 소리가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 기존의 악보 중심 미학을 넘어 어떤 새로운 청취 경험을 제공하는지를 논의한다. 음악학자 권송택은 서양 클래식 음악사에서 소음이 어떻게 음악의 일부가 되어왔는지를 추적한다. 음악과 소음의 경계는 그동안 음악은 ‘아름다운 소리’로, 소음은 ‘듣기 거슬리는 소리’로 구분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음악에 불협화음이나 ‘아름답지 않은’ 소리가 포함되어 있다. 리스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같은 작곡가들은 극적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추한 소리를 만들어 냈고, 말러는 일상의 소음을 교향곡에 그대로 삽입하기도 했음을 이야기하며 소음 자체를 음악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고의 전환은 이미 클래식 음악 내부에서 시작했음을 이야기한다.

음악학자 김경화는 20세기 이후 소음이 어떻게 적극적인 예술 재료가 되었는지를 살핀다. 소음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질서에 맞서는 창조적 에너지를 담고 있어 20세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에게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고급 예술과 저속한 문화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 에릭 사티, 산업화 시대의 기계 소음이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소음 발생 기계 ‘인토나루모리’를 발명한 루이지 루솔로, 〈4분 33초〉의 침묵을 통해 주변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존 케이지의 사례 등을 들어 소음은 더 이상 음악의 적이 아니라 창작의 중요한 재료가 되어 소리 예술로 확장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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