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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불멍, 나를 만나다 꿈을 좇다 우연히 만난 불멍 캠프 불멍 캠프라더니 야생 캠프잖아! 볼음도라는 외딴섬의 일상 대구에서 인천까지 보름을 걸어온 별난 사람 자신의 재능으로 워크숍을 열자! 모닥불 모닝커피와 자급자족 라이프 2부 길멍, 우리를 만나다 불멍 캠프에서 길멍 캠프로 주운 자전거로 서울을 여행하며 노숙하기 활 산장의 초대 그리고 열린 서클 가양대교 노숙 한강에서 첫 덤스터 다이빙 첫 탁발의 설렘과 현기증 도시락과 돈을 그저 얻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드디어 서울 탈출 트럭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잉앵 필요와 욕심은 종이 한 장 차이 대전 정방경로당의 초대 그리고 에멜무지로 뭐든 주고픈 어머니와 깊은 산속의 뱀 아저씨 태풍이 오기 전까지는 평안했다 금산 시장을 구경하다 느낀 마음의 허기짐 민지의 부시크래프트 첫 사냥 덤스터 다이빙만으로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함양 온배움터에서 풀문 게더링 산내 실상사에서 만난 인연들 모두가 꿈꾸는 오두막집에서 하룻밤 곡성 어딘가를 걷고 있을 길멍 친구 찾기 정자가 2성급 호텔로 느껴지는 날 전라남도 인심과 내 마음의 풍족함 지속 가능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획이 부질없을 때는 주역을 던지고 마음을 살핀다 여행자의 집에서 웃고 먹고 쉬고 주운 복숭아를 씻다 만난 인연 해 질 녘의 순천만, 별장 가는 길 버드나무 양치질과 짚신 여수 가는 길에 들른 예배당과 정자 무명의 묵언 수행 영화관 탁발과 용궁잔치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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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못 버틸 거라고 짐작했는데 웬걸, 볼음도에 도착해 사흘이 지나자 친구도 사귀게 됐고, 모닥불에 밥을 해 먹는 것도 자연스러워졌으며, 텐트 생활까지 익숙해졌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따스하게 내리는 햇볕이 좋아서 캠핑 의자에 앉아 믹스커피를 마시는 여유도 즐기게 됐다. 다른 친구들은 낮잠을 자거나 인디언 티피에 모여 악기를 연주하는 등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p.28 이때만 해도 한 달 후면 어차피 도시로 돌아가니 ‘잠깐의 일탈’일 뿐이라고만 여겼지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삶을 살아도 괜찮겠다’라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 p.34 바태의 요가 워크숍이 열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인디언 티피에서는 매일 열리는 손바느질 워크숍이, 모닥불 근처에서는 며칠간 장작 패기와 불 피우기 워크숍이 열렸고, 큰 나무 옆 공터에서는 외국의 전통 춤 워크숍까지 열려 각자의 재능을 나누기 시작했다. --- p.41 불멍 캠프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스스로 움직이면 상상하는 것 이상을 얻을 수 있는 마법의 장소가 됐다. --- p.44 돈을 벌고 쓰는 것을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끼기에 이런 자급자족적인 삶을 잠깐의 일탈로 즐기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직장을 다니며 월급으로 생활하는 방식에 많이 지쳐 있었다. 십여 년을 직장만이 전부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다 작년 겨울부터 다른 방식으로 살고 싶어졌다. 다른 생활방식은 배운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기에 계속 고민하며 방법을 찾았고, 어떤 일이든 해보자고 마음먹던 중에 불멍 캠프에 왔다. 우연히 꿈에 나타난 용자를 쫓아 불멍 캠프에 오게 된 것은 어쩌면 큰 행운이었다 --- pp.51-52 민지와 용자는 백팩에 경량 텐트와 침낭, 음식과 캠핑 용품들을 가득 넣어 매고 든든하게. 타마는 옷가지 몇 벌 그리고 식량으로는 햇반과 3분 요리만 챙겨서 봇짐 느낌으로 간편하게. 나는 갑자기 없던 신발이 생겨서 아무런 짐도 없이 신용카드와 핸드폰만 들고 산책 가듯이 가볍게. --- p.63 5월에 볼음도에서 지낼 때부터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며 걷다 보니 필요한 물건들을 길게는 며칠, 짧게는 몇 분 만에 만나는 경험을 하고 있다. 길멍 캠프를 시작하게 해준 운동화부터 3분 카레로 점심을 먹게 해준 냄비, 노숙할 때 이불로 쓴 옷가지들, 포장지째 버려진 먹을 수 있는 음식, 누군가 초대해준 잠자리, 길에서 만난 모기장까지 세상의 많은 것들이 우리를 보살펴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 p.98 한숨 돌리고 다시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책로의 노랗고 하얀 조명들, 검은 밤 배경에 조명이 비춰 반짝이는 안양천의 야경과 가로등 불빛,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의 빨강, 파랑, 노랑, 초록으로 칠한 지붕까지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노숙에만 마음을 빼앗겨 알아채지 못했을 뿐 ‘멋진 친구들과 멋진 장소에서 멋진 캠핑’이라는 많은 것들이 이미 내 옆에 있다는 것을…. --- p.114 걷게 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짐을 추려낼 때 가장 힘든 것이 욕심이었다. 필요 없는 물건은 간단히 분류되지만, 욕심으로 들고 다닌 물건은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말 그대로 ‘짐’이 돼서 내 발걸음에 올라타 무게를 더했다. 짐은 가벼워질수록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 p.123 길을 걸으며 낯선 사람들과 생소한 장소를 계속 만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게 있었다. 모든 것은 그냥 스쳐 지나면 흔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저마다의 사연으로 특별하다는 것을. --- p.129 “지산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도 함께하는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들도 불편하지 않을 때가 올 거야.” 친구들이 나에게 들려준 말이다. 그렇게 길멍 캠프에서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것 사이의 갈등에서 그 중심을 찾아가는 노력을 하기. --- p.153 나에게 길멍 캠프란 전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시도하는 도전이었고, 영원에겐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는 시도였다. 길멍 캠프는 무엇을 하든 새로운 방향이었고, 오직 하나의 길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도시의 삶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색의 기회였다. 그래서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고, 쓰고, 입고, 어디서 자든 거리낄 게 없었다. --- pp.164-165 초이가 말한 ‘마음에 걸리는 게 없는 소비’는 무엇일까? 기분을 충족시키거나 나중을 위해서거나 마음의 빈자리를 위한 소비가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비라서 돈을 썼던 걸까? 마음에 걸리지 않는 소비의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이 걷는 여행을 겪고 난 후 몇 년이 지났을 때 초이와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궁금해진다. --- p.178 도시에서는 그토록 돈을 벌어도 잠깐만 기쁠 뿐 풍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이 떠돌이 여행자로 길을 걷는 중에는 과일 하나, 시원한 비 한 방울, 시골길에 만난 분들의 친근한 말 한마디, 친구의 진심 어린 배려가 내 마음을 푸근히 채워준다. --- p.201 여태껏 살면서 목표를 향해 가는 방법과 결과만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과정을 즐기고 과정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건 시간 낭비라고 여겼다. 길멍 캠프에서 내가 걷는 목적은 뚜렷했지만 그 과정은 별도로 고민해보지 않았다. 그냥 ‘친구들과 같이 있어서 재미있네’라고만 생각했다. --- p.245 노래를 부르며 민지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걸으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했다.”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 정말 하고 싶은 거 다 했다.” --- p.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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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멍 캠프에서 나를 만나다!
직장을 삶의 전부로 여기며, 월급으로 생활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저자는, 어느 날 ‘불멍 캠프’를 떠나면서, 일상에 균열을 낸다. 강화도 볼음도에서 열린 불멍 캠프는, 화장실도 없고, 변변한 전기 시설도 수도 시설도 없이, 밤마다 인디언 티피 옆에 모닥불을 피우고 불멍하는 야생 캠프였다. 음식을 해 먹을 때마다 불을 피워야 하고, 텃밭에서 상추와 깻잎을 뜯고, 어망 낚시로 물고기를 잡았다. 하지만 각자의 재능을 발휘해 워크숍을 열면서 공동체 생활은 점점 활기를 띤다. 요가, 우드카빙, 하모니카, 손바느질, 급기야 장작 패기와 불 피우기 워크숍이 열렸다. 저자 역시 남다른 ‘실행력’으로 누군가 버린 욕조를 끌어와 노천탕을 만든다. 누구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누구든 따라하며 함께 배우고 만든다. 불멍 캠프는 스스로 움직이면 무엇이든 생겨나는 마법의 장소였다. 그곳은 일상의 질서를 비우고 삶을 다시 채우는 곳이었다. 음식은 돈을 주고 사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직접 일해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어떤 재난 상황에 놓이더라도 이렇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인생의 보험을 새로 하나 들어놓은 것 같았다. (34쪽) 이때만 해도 어차피 도시로 돌아가니 ‘잠깐의 일탈’일 뿐이라고 여겼지만, 한편으로는 슬그머니 ‘이런 삶을 살아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함께 걸으며 길멍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를 만나다! 볼음도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이곳에서 함께한 친구 몇몇이 각자의 방식으로 걸으며 길멍 캠프를 떠났다. 누군가는 불멍 캠프의 영감을 되새기려, 누군가는 서바이벌 캠핑을 하러, 누군가는 오로지 길 위에서 명상을 하기 위해, 또 누군가는 스스로 가벼워지기 위해…. 처음에는 운동화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함께할 의지가 없던 저자였지만, 친구가 하루 만에 구해 온 낡은 운동화 한 켤레로 길 위에 나선다. 아무런 짐도 없이 신용카드와 핸드폰만 달랑 들고 목적지도 모른 채 시작된 길멍 캠프는 인천, 서울, 대전, 금산, 곡성, 여수까지 이어졌다. 모두들 암묵적으로 동의한 듯 돈을 쓰지 않고, 가능한 한 길에서 필요한 것을 얻으며 걷는 여정이었지만, 정작 필요한 건 많지 않았다. 길 위에 구르는 복숭아 하나, 덤스터 다이빙으로 구한 식사, 주운 냄비로 끓인 3분 카레, 공원 정자에서 얻은 잠자리, 그리고 가는 곳마다 이들을 환영해준 새로운 삶의 대안을 꿈꾸는 사람들… 이 여정에서 정말로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함께 길멍을 떠날 수 있는 ‘용기’였다. 자발적으로 불편을 선택한 이들의 여행은 단순한 도보여행이 아니라, 북미 원부민 왐파노그족의 원형 대화처럼 서로에게 진실한 시간을 나누는 삶의 실험이었다. “자기 자신과 함께 있지 못한 사람은 타인과도 함께할 수 없다”는 말처럼, 이 캠프는 길멍하며 걷는 법을 통해,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길,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노래를 부르며 민지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걸으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했다.”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 정말 하고 싶은 거 다 했다.” (251쪽) 읽고 나면, 당신도 걷고 싶어진다 결핍은 두려운 게 아니었다. 두려운 건 연결되지 못하는 삶이었다. 헌옷함에서 주운 낡은 운동화 하나로 시작된 여정, 누군가에게 한 끼의 밥을 얻고, 태풍을 이겨낸 뒤 꼭 안아주고, 침묵으로 존재를 나누는 사람들. 불멍하고 길멍하던 시간들은, 결국 삶을 다시 설계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뚜렷한 삶의 계획이 없어도, 함께 걸으며 멍하니 있어도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매일 지겹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희미해진 이들에게 이 책은 작은 불씨를 보여준다. 이들이 키운 불씨는 은근히 뜨겁고, 오래 따뜻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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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수괘需卦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거든, 공경하라. 끝내 길할 것이다.(不速之客來 敬之終吉)”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오셨을 때 환대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젠가 자신도 그런 환대를 받아본 이들입니다. 길멍을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내 집의 문을 두드릴 때, 망설이지 말고 문을 열어줍시다. 우리 삶에서 만나는 모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조차, 열린 마음으로 공경하고 모신다면, 그것은 결국 삶을 넓히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지산과 형제들의 여행이 아름답습니다. - 김재형 ((빛살) 인문공동체 이화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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