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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비평사 읽기
괴테부터 루카치까지
임홍배
2025.07.16.
베스트
비평/창작/이론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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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1부


지구화 시대에 다시 읽는 괴테의 세계문학론
- 세계화의 도전과 보편적 세계문학의 과제

괴테의 상징과 알레고리 개념
- 총체성과 구체성의 변증법

쉴러의 미적 교육론과 예술의 자율성 문제
- 이성적 공동체를 위한 미적 교육의 과제

노발리스의 낭만주의 시학과 기억의 문제
- 선험적 기억론과 낭만주의 상상력

슐레겔의 ‘낭만적 보편시’의 이론과 실제
- 낭만주의 문학의 자기성찰 구조와 현대성

2부


칸트의 계몽 개념
- 자율적 주체와 이성적 사회를 향하여

헤겔 미학에서 소설론의 두 갈래
- 서사시의 계승과 낭만적 예술의 극복

로젠크란츠의 ‘추의 미학’
- 미美와 추 (醜 )의 변증법

니체의 언어관과 비판적 근대인식
- 언어의 규약과 생성의 사유

프로이트의 ‘두려운 낯섦’과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
- 정신분석 비평과 텍스트의 심층 구조

3부


크라카우어의 비판적 문화이론
- 물질적 구체성과 직관적 구성의 변증법

아우슈비츠의 기억과 재현의 문제
- 생존자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하이데거의 예술론
- 존재의 말 없는 부름에 귀 기울이기

블루멘베르크의 은유 이론과 ‘벌거벗은 진리’의 은유
- 개념적 사유를 넘어선 ‘절대적 은유’의 탐구

가다머의 해석학과 이데올로기 비판
- 가다머·하버마스 논쟁과 해석학의 지평

4부


벤야민의 서사 이론
- 서사 정신의 회복을 위하여

아도르노의 비판적 변증법과 부정성의 미학
- 20세기의 폭력과 광기에 대한 비판적 성찰

루카치의 괴테 수용에 대한 비판적 고찰
- 괴테의 상징론과 루카치의 리얼리즘론

다시 읽는 루카치의 리얼리즘론
- 시적 정직성과 내포적 총체성의 과제

저자 소개1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괴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 및 훔볼트 대학에서 수학했다. 현재 서울대 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괴테가 탐사한 근대』, 『독일 고전주의』, 『기초자료로 본 독일 통일 20년』(공저), 『독일 명작의 이해』(공저), 『황석영 문학의 세계』, 『살아 있는 김수영』, 『김남주 문학의 세계』 등이 있고, 역서로는 『천사는 침묵했다』 『어느 사랑의 실험』 , 『파우스트 박사』(공역), 『루카치 미학』(공역) 『젊은 베르터의 고뇌』,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세상의 끝』,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괴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 및 훔볼트 대학에서 수학했다. 현재 서울대 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괴테가 탐사한 근대』, 『독일 고전주의』, 『기초자료로 본 독일 통일 20년』(공저), 『독일 명작의 이해』(공저), 『황석영 문학의 세계』, 『살아 있는 김수영』, 『김남주 문학의 세계』 등이 있고, 역서로는 『천사는 침묵했다』 『어느 사랑의 실험』 , 『파우스트 박사』(공역), 『루카치 미학』(공역) 『젊은 베르터의 고뇌』,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세상의 끝』,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진리와 방법』(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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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556쪽 | 140*225*35mm
ISBN13
9788964453018

책 속으로

생동하는 현실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이론은 자칫 박제되어 지속적인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처럼, 그런 의미에서 “모든 이론은 회색이요 영원히 푸른 것은 삶의 황금 나무”이다. 문학과 예술은 그 푸르른 삶을 새롭게 창조하여 만인의 공유재로 만들어간다. 문학예술의 그러한 창조성을 곡진히 해명하는 것이 비평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가와 사상가들에게서 그러한 비평 정신에 충실한 면모를 부각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루카치, 아도르노, 벤야민은 서양 근현대 역사가 제기한 막중한 과제들과 치열하게 대결하면서 깊은 이론적 탐구를 비평적 글쓰기로 실천한 탁월한 본보기로, 이들이 나에겐 족탈불급의 사표가 되었다.
--- p.7 「머리말」 중에서

괴테가 구상하는 세계문학은 단지 독일의 민족문학이 세계적 고전의 수준에 드느냐 마느냐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 … ‘편협한’ 현실 상황을 극복하고 ‘넓은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설령 서구 문학의 고전에 버금가는 작가나 작품이 나오더라도 여전히 ‘설익은 자만에 빠지기 십상’임을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국의 문학이 다른 민족의 문학에 대해 ‘보편’으로 행세하는 또 다른 자만에 대한 경고도 함축되어 있다. … 타 문화와 종교에 대한 적대감을 단숨에 불식하는 거침없는 상상력이야말로 괴테가 구상하고 실행하고자 했던 보편적 세계문학의 전범인 것이다.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세계 전역에서 다시 온갖 형태의 지역주의와 패권주의, 종교적 반목과 적대가 발호하는 21세기의 문턱에서 우리는 그런 취지에서 괴테의 세계문학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 pp.19-38 「지구화 시대에 다시 읽는 괴테의 세계문학론」 중에서

헤겔의 소설론에서 ‘현실의 산문’에 맞서 ‘가슴의 시’를 옹호하는 것이 소설의 과제라고 파악한 통찰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여겨진다. ‘현실의 산문’이 현실의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어떤 관성적 힘을 가리킨다면, 그것은 인간이 원래의 자기실현을 위해 만들었으나 결국 자기 유지를 위해 인간에 반(反)하는 것으로 변질되는 모든 것을 뜻한다. 소설이 ‘가슴의 시’를 옹호한다는 것은 그런 산문적 질서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극복을 추구하고 마음과 세상의 통일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헤겔 시대에는 물론 산문적 질서의 총체적 지배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적 삶에서 더욱 절실한 소설 본연의 과제일 것이다.
--- p.186 「헤겔 미학에서 소설론의 두 갈래」 중에서

추함은 현실의 모순을 탄핵하기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활용된다. … 통념적인 미의 영역에서 배제되고 배척되는 다양한 추함이 오히려 예술의 쇄신을 위한 충전의 활력소가 된다.
--- p.201 「로젠크란츠의 ‘추의 미학’」 중에서

니체가 바라는 창조적 삶은 ‘자연’의 생동하는 힘을 충실히 구현하는 삶이다. 그런 상태에서 비로소 우리가 사는 세계는 더 이상 적대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낳는 예술작품”처럼 바뀔 수 있으며, 우리 자신이 그 세계의 유기적 일부로서 다시 그 세계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 우리가 말과 생각의 뿌리 깊은 관습에 따라 ‘진리’나 ‘도덕’ 혹은 ‘가치’라고 부르는 것들은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으며, 매 순간 우리 자신을 새롭게 창조해야 할 생성의 힘을 억누른다. 니체는 인간의 언어와 사유가 가장 과학화된 근대인의 삶에서 그런 억압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지했던 것 같다.
--- p.228 「니체의 언어관과 비판적 근대인식」 중에서

호프만의 소설 「모래 사나이」는 친숙한 미적 범주들에서 벗어나는 ‘두려운 낯섦’을 통해 인간 존재의 심연을 탐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전의 문학적 상상력이 접근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려는 호프만의 문학적 상상력은 무의식이라는 신천지를 탐구하려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 p.254 「프로이트의 ‘두려운 낯섦’과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 중에서

사물을 인간의 작위로 변형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킬 때 결국 인간 자신도 소비하는 주체로 격하되며, 따라서 그런 삶의 방식은 결코 인간적 자유의 실현이 아니라 인간적 존엄의 추락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삶의 방식은 우리에게 너무나 자명하고 친숙한 세계로 고착되어 있어서 이런 세계의 바깥을 사유하는 것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 하이데거는 이처럼 자명하고 친숙한 세계가 예술작품을 통해 공허한 무(無)의 심연으로 추락하는 세계로 낯설고 섬뜩하게 경험될 때 비로소 진정한 예술적 진리의 경험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예술은 근대세계의 이러한 질곡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역사적 소명을 부여받는다.
--- p.337 「하이데거의 예술론」 중에서

새로운 시적 언어를 발견할 때 시인은 기존의 세계가 마치 ‘미지의 새로운 세계’처럼 느껴지는 개안(開眼)의 경험을 하며, 그렇게 열리는 ‘근원적 감각’은 기성의 세계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대면하게 한다. 이 대목에 대해 가다머가 “작품으로 탄생한 창조물로서의 시는 이상이 아니라 무한한 삶으로부터 길어 올린 정신이다. … 시에서는 존재자가 지시되거나 의미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신적인 동시에 인간적인 하나의 세계가 개현된다.”라고 하는 것은 그런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 p.407 「가다머의 해석학과 이데올로기 비판」 중에서

벤야민은 ‘이야기’와 ‘소설’을 대비해서 이야기가 지혜를 전수하는 자생적 힘을 지닌 반면 소설은 그러한 능력을 상실한 고독한 개인의 산물이라고 본다. … 하지만 구전으로 전승되는 이야기가 몰락하고 책으로 유통되는 소설이 서사 양식의 주류로 부상한 것은 기술 매체와 생산력의 발달에 따른 불가역의 과정이다. … 이야기와 소설, 그리고 서사 양식의 원형이라 할 서사시에서 공통분모가 되는 ‘기억’의 문제에서 벤야민은 서사 양식의 발생사적 순서의 불가역성을 극복할 하나의 단서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벤야민에 따르면 기억은 무엇보다 중요한 서사적 능력이다.
--- pp.418-419 「벤야민의 서사 이론」 중에서

20세기의 파시즘과 전체주의를 겪으면서 이 암울한 현실 속에서 문학과 예술이 존재할 이유를 치열하게 탐구했다. 그의 사유의 출발점은 동시대의 극단적 폭력과 광기의 경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공포를 직시하고 감내하며, 단호한 부정성의 의식 속에서 더 나은 상태에 대한 가능성을 붙잡으려는 시선 외에는 어떤 아름다움도 위안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예술이 제공하는 아름다움과 위안은 가공할 현실에 대한 비판적 부정을 통해 그런 현실을 견디고 극복할 가능성을 추구할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 p.437 「아도르노의 비판적 변증법과 부정성의 미학」 중에서

루카치는 예술작품의 내포적 총체성이 궁극적으로는 인류적 과제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요청을 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를 가지고 다른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을 창조해야 한다. 그 하나가 다른 모든 것을 내포하려면 다른 모든 것과 결합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그러면서도 유일무이한 하나의 결합 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전체를 사고하되 최선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 그 선택이 선택 과정에서 배제된 다른 무수한 가능성들을 잠재적 가능성으로 상상할 수 있게 열린 상태를 지향하는 것, 아마도 그것이 창조적 독창성과 총체성이 결합될 수 있는 실마리일 것이다.

--- p.555 「다시 읽는 루카치의 리얼리즘론」 중에서

출판사 리뷰

“생동하는 현실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이론은
자칫 박제되어 지속적인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문학과 예술은 푸르른 삶을 새롭게 창조하여 만인의 공유재로
만들어간다. 문학예술의 그러한 창조성을 곡진히 해명하는 것이
비평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가와 사상가들에게서
그러한 비평 정신에 충실한 면모를 부각하고자 노력했다.”

독일 비평, 철학적,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비평 정신


독일 비평사는 “예술이 단순한 미학적 장식이 아니라, 삶과 사회를 변혁하거나 반영해야 한다.”는 신념과 결합되어 있다. 이는 영미권의 비평이 문학을 자율적 예술로 보고 개인주의적 자아 탐구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 프랑스의 비평이 텍스트의 구조와 해체 및 언어 놀이에 중점을 둔다는 점과 대조된다. 문학을 삶, 사회, 이데올로기와 연결해 해석하려는 독일 비평사의 전통은 당대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사유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철학과 사회 비판, 교양주의가 속속들이 배어 있는 독일 비평은 철학적, 사회적 실천이기도 했던 것이다.

바로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의 문학이론/비평이론을 이론사의 틀 안에 가둬두고 설명하려 하지 않고 “생동하는 현실과 함께 호흡”하는 이론으로 규명하고, 이를 구체적인 문학작품 분석으로 연결하며 진정한 비평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한편 문학과 예술의 창조성을 부각하고자 했다. 이 책은 독일을 대표하는 사상가와 문예이론가들의 삶과 이론, 그리고 학문적 업적을 정리한 독일 비평사 개설서가 아니라, 제목에 “읽기”를 붙인 데서도 드러나듯, 각 시대의 중요한 화두를 제시했던 비평이론들을 통해 비평 정신을 읽어내고, 또 구체적 문학작품을 읽는 데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한국에서 독일 문학이론과 비평사는 1980~90년대 이후 활발하게 연구되었는데, 이 연구들은 권력과 이데올로기,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강조하는 독일 비평을 수용하면서 한국 문학 비평에도 적용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 책의 저자 임홍배가 있었다. 독일 문학의 주요 작품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한편 루카치, 가다머, 칸트 등의 저작을 번역해 소개해온 그는 한국 문학 비평의 시야를 확장하는 데도 기여했다. 김수영, 황석영, 김남주 등의 한국 문학 연구에 독일 비평이론을 적용해 그 의의를 조명했고(『김남주 문학의 세계』, 『황석영 문학의 세계』, 『살아 있는 김수영』), 통일과 평화 담론의 영역에도 참여한(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평화인문학연구단 부단장) 그 이력은 독일 비평사에 이어져온 비평 정신을 실천한 것일 터이다. 그러한 비평 정신에 대한 그의 관점을 이 책 『독일 비평사 읽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대의 과제와 대결하면서 이론적 탐구를 비평적 글쓰기로 실천한 사표들


독일 비평사의 첫 장에 등장하는 괴테가 이미 “세계문학”과 “교양소설”이라는 개념을 통해 타 문화나 종교에 대한 적대감을 불식하도록 이끄는 문학, 교양을 함양해 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쉴러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문학을 도덕적?사회적 교육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렇게 교양주의로부터 시작한 독일 비평사는 칸트의 계몽주의를 거치면서 탈예속과 이성의 공적 사용에 대한 탐구로 확장되었고, 이후 헤겔, 니체,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들의 미학에서 철학과 융합되며 삶의 산문적 질서, 파편화된 삶, 존재의 시원을 망각하고 은폐하는 근대 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로 이어진다. 또한 프로이트와 블루멘베르크 등은 자명한 세계에서 낯설고 두렵게 여기는 미지의 영역, 무의식과 베일에 싸인 진리의 존재를 부각하며 과학적이고 명석판명하고 안전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근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20세기의 루카치, 벤야민, 아도르노에 이르러서는 파국에 대면한 세계가 암울한 현실 속에서 어떤 비판적 성찰을 해야 하고, 어떤 문학과 예술을 창조해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특히 루카치, 아도르노, 벤야민은 서양 근현대 역사가 제기한 막중한 과제들과 치열하게 대결하면서 깊은 이론적 탐구를 비평적 글쓰기로 실천한 탁월한 본보기로, 이들이 나에겐 족탈불급의 사표가 되었다.”

이론적 논의에서 제기된 화두들을 작품 읽기로 실감하려는 시도


이 책은 첫째, 18세기 이래 20세기까지 독일 문학이론과 미학의 역사에서 당대의 핵심적 화두로 부상했던 주제들을 그 시대적 배경 속에서 충실히 해명하되 지금 우리 시대에 미치는 현재적 의의도 짚어보고자 했다. 예컨대 첫머리를 여는 괴테의 세계문학론은 자본주의 시대의 초입에 해당했던 괴테 당대보다는 오히려 명실상부하게 지구화 시대에 진입한 지금,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금 더욱 절실한 사안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근래 십수 년 동안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에 관한 논의에서도 괴테의 세계문학론이 중요한 단서로 거론되었다.

둘째, 이론적인 문제를 구체적인 작품 이해와 결합하고자 했다. 이론적인 논의는 어차피 개념적 논증 위주로 서술할 수밖에 없지만, 그럴 경우 작품의 실감과 동떨어진 추상적 논의에 그칠 우려가 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능하면 구체적 작품론을 덧붙였다. 그렇지만 작품을 단지 이론의 예시로만 봐서는 곤란하며, 때로는 이론과 개념으로 해명되지 않는 작품의 실상을 온전히 실감하는 것이 문학 공부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1부는 독일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아우르는 이론적 쟁점을 다루고 있다. 민족문학의 한계를 넘어서 세계문학을 인류 공동의 문화적 자산으로 일구어야 한다는 점을 주창한 괴테의 세계문학론, 구체성과 총체성을 매개하는 미적 범주인 상징을 예술적 창조의 핵심 원리로 설정하는 괴테의 상징론, 예술의 자율성을 견지하면서 현실 변혁의 과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쉴러의 미적 교육론으로 시작한다. 노발리스에 관한 글은 그의 이론과 대표작 소설 『푸른 꽃』에 나타난 기억의 구조를 통해 낭만주의 상상력의 특성을 해명하고자 했다. 초기 낭만주의 이론가 프리드리히 슐레겔에 관한 글은 낭만주의의 현대성을 해명하고, 아울러 낭만주의 문학의 자기성찰적 특성이 동시대 시와 소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2부에서는 고전주의, 낭만주의의 ‘예술 시대’가 저물고 본격적인 현대로 이행하는 과도기의 문제를 다루었다. 칸트의 계몽 개념은 근대의 자율적 주체의 형성 조건과 가능성을 탐구했고, 헤겔의 소설론은 근대 소설이 고대 서사시를 계승한 측면, 그리고 중세 이래 낭만적 예술의 후기적 현상으로서의 소설이라는 두 측면을 조명했다. 로젠크란츠의 ‘추의 미학’은 진, 선, 미의 통일을 추구한 고전적 예술관을 해체하는 ‘추’의 현상을 옹호하는 도발적 문제 제기이다. 니체에 관한 글은 그의 언어관을 통해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조명하고자 했다. 프로이트에 관한 글에서는 정신분석 비평이 문학작품의 풍부한 이해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호프만의 소설 「모래 사나이」를 읽으며 타진해보았다.

3부는 본격적인 현대 내지 20세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크라카우어는 문학의 테두리를 넘어선 폭넓은 문화 연구의 선구자로, 특히 대중문화와 영화에 관한 이론의 개척자이다. 이 글에서는 그의 문화이론에 바탕이 되는 사유를 물질적 구체성과 직관적 구성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아우슈비츠에 관한 글은 생존자들의 증언 기록을 중심으로 아우슈비츠의 극한상황에 대한 서사적 재현 가능성의 한계를 짚어보고, 클루게의 단편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그 기억의 왜곡과 조작 가능성 문제도 검토했다. 하이데거에 관한 글은 그의 예술론이 집약된 「예술작품의 근원」에 대한 분석을 통해 예술작품이 진리를 드러내는 방식의 문제를 다루었다. ‘은유의 철학자’라 불리는 블루멘베르크에 관한 글에서는 개념적 인식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을 표현하는 ‘절대적 은유’의 문제를 조명했다. 가다머의 해석학에 관한 글은 해석학이 단지 전통을 복원하는 역사주의의 이해 방식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상호적인 지평 융합을 통해 부단히 인식의 지평을 확장해가는 역동적 사유의 과정임을 밝히고, 그런 점에서 편협한 진리관을 고수하는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데 적절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4부에서는 20세기 비판이론을 대표하는 벤야민, 아도르노, 루카치의 문학론을 각 사상가의 미학적 사유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특정한 주제에 초점을 맞춰 조명했다. 벤야민에 관한 글은 단순히 정보 전달이 아니라 지혜의 공유를 추구하는 진정한 서사의 쇠퇴에 대한 비판적 진단, 그리고 카프카를 비롯한 현대 소설에서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 문제를 다루었다. 아도르노에 관한 글은 먼저 그의 비판적 사유의 바탕이 되는 계몽의 변증법과 부정 변증법을 소개하고, 아도르노 특유의 부정 변증법적 사유가 미학적 차원으로 변환되어 전개되는 양상을 미메시스와 자연미, 앙가주망의 문제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루카치에 관해서는 루카치의 괴테 수용에 관해 비판적으로 검토한 글과 그의 리얼리즘론을 충실히 재구성하고 그 공과를 짚어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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