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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일기 김이삭
할머니의 장례식 배명은 풍등 이규락 곱슬머리 송유진 전효원 KILL, HEEL 오승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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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들어선 나는 문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머리카락을 태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는 정월 초하루의 풍습이었다. 한 해 동안 빗질하다가 떨어진 머리카락을 모아놨다가 정월 초하루 저녁에 태우는 풍습. 사람들은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집안 귀신을 쫓아 줄 거라고 믿었다. 가문의 노복이 내가 모아 놓은 머리카락도 태워 줬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태워 달라고 언질이라도 남겼을 것을.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풍습이었는데 신경이 쓰였다.
--- 「심수일기」 중에서 “김천자 선생은 예부터 청수산의 정기를 받아 감이 좋아서 신묘한 것들을 보았지. 많은 귀들이 도움을 좀 받기도 했고. 그러나 마냥 선한 것들만 있는 건 아닌지라 좋은 기운이 감도는 선생의 육신을 종종 아까 것들과 같은 악귀가 차지하려고 하오. 평소 산의 맑은 힘이 그 삿된 것들을 막아내지만, 장례식이라 조문객들을 위해 산양이 모든 문을 열어 놓았거든. 내일이 마침 귀신날이기도 해서 선생에게 은혜를 받은 조문객들이 많이 올 텐데, 앞으로 올 조문객들 틈에 섞여 저런 것들이 종종 있을 테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오. 아시다시피 악귀란 게 험악하고 악독하여 그 남편이 죽고 그 아들과 며느리가 죽었거든.” --- 「할머니의 장례식」 중에서 우리는 할머니의 명령에 따라 소형 열기구처럼 생긴 물건을 들고 따라갔지. 할머니는 그 소형 열기구가 바로 풍등으로, 자신의 고향에서는 귀신들에게 안식을 주고 소원을 비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했지. 마침 음력 1월 16일인 오늘, 한국의 귀신날에 맞춰 본인의 고향 방식대로 뒷산에 존재하는 귀신들을 기리겠다고 했어. 풍습에 맞는 날을 고르되, 할머니 자신은 자신의 신기가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도구를 써야 한다고 했지. --- 「풍등」중에서 처음 한두 명일 땐 단순히 꺼림칙하고 피하고 싶은 정도였지만, 이렇게 떼로 몰려오니 상식을 초월하는 큰일이 닥친 것 같아 겁이 났다. 바닥에 달라붙은 듯 움직이지 않는 발을 깨우려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내리쳐 겨우 달아나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 코스프레에 진심인 시니어 군단에게 쫓기는 것도 물론 굉장히 비상식적인 일이긴 했지만, 그보다 훨씬 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유진이 깨달은 건 그들의 위쪽을 올려다보았을 때였다. 두루미가 날고 있었다. 지하철 역내에 두루미가 웬 말이야, 이게 말이 돼? --- 「곱슬머리 송유진」중에서 “귀신날은 머슴들이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어. 대보름에 실컷 논 양반 놈들 뒤치다꺼리하느라 힘들었겠지. 근데 다음 날도 일할 생각 하니까 까마득한 거야. 그래서 음력 1월 16일 대보름 다음 날 일을 하거나 밖을 돌아다니면 귀신에 들린다는 소문을 내고, 신발도 내놓지 못하게 했다는 거야. 방에 콕 처박혀 있으라고.” “진짜? 양반들 방에서 못 나오게 하려고?” “응. 그래야 머슴들도 방에 있을 수 있으니까.” “재밌는 얘기네. 그럴듯해.” “아빤 이 얘기가 재밌어?” “응?” “난 슬프던데.” 상미의 고개가 점점 옆으로 꺾였다. “머슴들 말이야. 얼마나 쉬고 싶었으면 귀신 부를 생각을 다 했을까.” --- 「KILL, HEEL」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