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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무관심 바이러스
어쩌면 건우네 가족의 비극은 2년 전, 큰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넓고 큰 새집을 얻은 대신 각자 자기 일에만 바쁜 그야말로 ‘따로국밥’ 가족이 되었기 때문이다. 새집으로 오기 위해 받았던 대출금을 갚느라 엄마 아빠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형과 누나는 부모의 기대에 따라 학원을 오가느라 바쁘지만 정작 마음의 돌봄을 받을 시간은 없었다. 건우 가족 모두 따로따로였던 것이다. 형이 급성맹장염에 걸렸을 때 엄마는 외국 출장 중이었고, 아빠는 고객 접대에 바빠서 입원 기간 내내 형 곁에는 할머니뿐이었다. 마침내 형은 자신이 아빠에겐 고객만도 못한 존재라는 생각에 아빠를 멀리하게 되었고, 둘의 관계는 서먹해졌다. 또 일본어를 배우다 일본 만화에 빠진 누나는 만화 주인공 코스프레를 하면서 엄마와 갈등이 깊어졌고, 그로 인해 성적은 떨어지고... 엄마와 누나 사이도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아빠의 발톱과 엄마의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과 형과 누나의 몸이 굳어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종을 노리는 언론과 어떻게든 연구 성과를 내고 싶은 박사의 욕심 때문에 건우네 가족은 마치 심각한 전염병을 옮기는 집단처럼 따돌림 당하고 괴물 취급을 받게 된다. 언론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는커녕 사람들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으로 여론을 조장하고, 근거도 없는데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그대로 믿어 버린 사람들 때문에 아무런 이상 증세가 없는 건우를 제외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격리 수용되고 만다. 가족의 행복은 결코 미룰 수 없는 것 가족 간의 무관심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는 서서히 퍼지면서 화목했던 가족 관계를 망가뜨린다. 손발톱과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고, 근육과 관절이 굳어지는 신체적 이상 증세까지 나타나게 된다는 이야기의 설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무관심 바이러스에 걸린 가족들은 함께하는 시간이 일주일에 10분 미만인 데다, 밥도 따로따로 먹고, 대화도 거의 하지 않았다는 통계는 비단 동화 속의 현실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점점 가족의 기능과 형태, 구성원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여길 만큼 가족의 개념 또한 변하였다. 오늘날 가족은 생산 및 자녀의 출산과 양육 기능은 현저히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 기능은 더 요구되고 있다. 가족의 모습이 변했다 하더라도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명제는 변함이 없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건우 아빠가 가족들에게 보냈던 다음의 메시지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와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마음껏 우리 가족을 사랑하지 못했다는 거야. 무엇이 더 소중한지 생각해 볼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달렸네. 아쉽다. 내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럴 수 있다면 모두 안아 보고 싶다.” 화분 속 식물도 사랑과 관심이 있어야 잘 자라듯이 가족 관계도 구성원들이 서로 꾸준히 돌보고 관심을 기울여야 행복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다. 행복한 가정은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서로 돕고 아끼는 가운데 만들어질 것이다. 마침내 건우는 병원에 갇혀 있던 가족들을 구해낸다. 미확인 바이러스에 걸리기 전에 온가족이 함께했던 행복한 추억들을 상기시킴으로써 마침내 이 무관심 바이러스를 물리치게 되고 다시 예전처럼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는 가족으로 되돌아간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우리에게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