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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바사트가 외눈박이 테패괴쥐를 물리친 이야기 디르새 칸의 아들, 부가즈 이야기 살루르 가잔의 집이 약탈 당한 이야기 바이배래의 아들, 밤스 배이래크 이야기 가잔 베이의 아들, 우루즈가 포로로 잡힌 이야기 두카 노인의 아들 돔룰 이야기 작가의 말 (유수진, 레일라) 감수자의 말 (방민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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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 내 고향은 귀노르타즈드!
어두운 밤에 길을 잃으면 내 희망은 알라신이다. 큰 깃발을 들고 가는 칸은 바인드르 칸이시다. 전쟁 날 내 앞에서 가는 영웅은 살루르 가잔이시다. 우리 어머니의 이름을 묻는다면 그분은 단단한 나무이시다! 우리 아버지의 이름을 묻는다면 그분은 용맹한 사자이시다! 내 이름을 묻는다면 아루즈의 아들 바사트이다!” --- pp.32-33 「바사트가 외눈박이 테패괴쥐를 물리친 이야기」 중에서 디르새 칸은 아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칸들의 칸인 바인드르 칸이 소년에게 베이 칭호를 내리고 후계자로 인정해 주었다. 그리고 고르구드 아버지가 와서 영웅서사시를 지었다. “그들도 이 세상에 왔다 갔다네. 카르반이 떠났듯이 갔다네. 죽음이 그들을 데려갔다네. 이 덧없는 세상만 남았다네. 내가 이제 덕담 한마디 하겠습니다. 검은 죽음이 온다면 길을 내주어라. 알라신께서 당신에게 맑은 몸과 풍족한 재산을 주시리. 천상의 알라신께서 당신을 도우리. 당신이 있는 곳에 높게 솟은 산은 무너지지 않으리. 그늘을 내어주는 키 큰 나무들은 잘리지 않으리. 힘차게 흐르는 깨끗한 물은 마르지 않으리. 날개 끝은 부러지지 않으리! 말이 질주할 때 당신 말은 헛발질 따위 하지 않으리. 싸울 때는 크고 날카로운 강철 검이 무뎌지지 않으리. 머리칼이 하얗게 센 어머니의 거처가 낙원에 있으리. 수염이 하얗게 센 아버지의 거처가 천국에 있으리! 진실을 위해 불붙인 등잔은 영원히 타오르리. 전능하신 알라신께서 당신이 악인에게 의지하게 내버려 두지 않으리.” --- pp.68-69 「디르새 칸의 아들 부가즈 이야기」 중에서 “베이라고 부르던 용감한 이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세계가 내 것이라고 자신만만하던 이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죽음이 영웅들을 데려가고 땅이 영웅들을 숨겼으니 필멸의 세계는 누구의 것이 되었는가? 누구나 왔다 가는 세상, 반드시 죽음이 있는 세상.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는 세상! 내가 이제 덕담 한마디 하겠습니다. 그늘을 내어주는 큰 나무는 잘리지 않으리라! 맹렬히 흐르는 아름다운 물은 결코 마르지 않으리라! 신은 당신이 악인에게 의지하게 내버려 두지 않으리라! 흰 말은 달리고 달려도 지치지 않으리라! 날카로운 강철 검은 무뎌지지 않으리라! 창을 아무리 찔러도 긴 창은 결코 휘어지지 않으리라! 천국이 수염이 하얗게 센 아버지의 거처가 되리라! 낙원이 머리칼이 하얗게 센 어머니의 거처가 되리라! 마지막 날에도 순수한 믿음을 잃지 않으리라! 아멘이라고 말하는 자들은 모두 신의 얼굴을 보게 되리라! 이마가 땅에 닿도록 다섯 번 예를 올리면 알라신께서 흡족해하시리라! 알라신께서 거룩한 무함마드의 이름으로 당신의 죄들을 용서해 주시리라!” --- pp.104-105 「살루르 가잔의 집이 약탈 당한 이야기」 중에서 이때 베이들이 배이래크를 데리고 왔다. 가잔이 말했다. “바이배래 베이여, 기쁜 소식입니다.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바이배래 베이가 답했다. “그 사람이 스스로 새끼손가락을 베고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가 묻은 수건을 내 눈에 대겠다. 내 눈이 다시 떠진다면 그가 내 아들 배이래크라는 것을 인정하겠다.” 바이배래는 아들이 사라진 후 울고 또 울다가 눈이 멀어 버린 상태였다. 그런데 바이배래가 수건으로 눈을 닦자 알라신의 힘으로 눈이 떠지고 앞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배이래크의 부모는 기뻐하며 아들의 팔에 매달렸다. “아들아! 금 기둥으로 지은 장막의 기둥인 우리 아들아! 거위 같은 우리 딸들과 며느리들의 꽃인 아들아! 내 눈의 빛인 아들아! 내 등의 힘인 아들아! 우리 오구즈에게 사랑받은 내 소중한 아들아!” 라고 울부짖으며 알라신께 감사했다. --- pp.167-168 「바이배래의 아들 밤스 배이래크 이야기」 중에서 “영웅이여, 왜 내 앞을 막고 나를 못 가게 하십니까? 왜 내 과거를 기억하게 하십니까? 검은 눈을 가진 가잔, 말을 잘 타는 가잔이여! 우리 아들을 데려가 내 높은 산을 무너뜨린 가잔이여! 그늘이 하나인 내 커다란 나무를 베어 버린 가잔이여! 칼로 내 날개를 부러뜨린 가잔이여! 내 유일한 아들 우루즈를 죽인 가잔이여! 말을 달릴 때 말에 앉지 않고 서서 달리는 가잔이여! 칸의 딸인 당신의 부인조차 알아보지 못하는군요! 당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당신 정신이 나갔어요? 검을 드세요, 가잔이여. 내가 왔어요.” --- p.207 「가잔 베이의 아들 우루즈가 포로로 잡힌 이야기」 중에서 영웅 돔룰은 아내를 죽게 둘 수 없었다. 돔룰은 알라신께 구걸했다. “높은 것들 가운데 가장 높고 아무도 당신이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하는 고귀한 신이시여. 아름다운 신이시여, 저 많은 사람들이 하늘에서도 당신을 찾고 땅에서도 당신에게 빕니다. 당신은 믿는 자들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당신은 영원한 통치자이십니다. 대형 도로를 닦고 거기에 당신을 위한 건물을 짓겠습니다. 배고픈 자를 보면 당신의 이름으로 먹을 것을 나누겠습니다. 헐벗은 자를 보면 당신의 이름으로 옷을 나누겠습니다. 목숨을 거두시려거든 우리 둘의 목숨을 동시에 거둬 주세요! 살리시려거든 우리 둘 다 살려 주세요!” 댈리 돔룰의 말이 알라신의 마음에 들었다. 알라신이 저승사자에게 말씀하셨다. “댈리 돔룰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목숨을 가져오라! 댈리 돔룰과 댈리 돔룰의 아내에게 백사십 년의 수명을 주겠노라.” --- pp.230-231 「두카 노인의 아들 돔룰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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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레일라 박사와 함께 『키타비 데데 고르구드』라는 영웅서사시를 번역하기로 했을 때 내 마음은 이미 초원을 달리고 있었어요. 반가움과 호기심을 갈기처럼 휘날리며 말을 달려간 곳에선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지요. 새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나무 친구와 구름 친구와 양 친구를 사귀게 됩니다. 말 친구를 만나기도 해요. 뒷산에서 자라는 나뭇잎과 다른 빛깔의 나뭇잎을 주웠다고요? 엉덩이가 매우 커다란 양을 만났나요? 나와 비슷한 옷을 입은 친구와 마주치고 나와 조금 다른 말투를 쓰는 친구도 만나게 될 거예요. 『키타비 데데 고르구드』는 투르크 민족 중 오구즈족에게 전해지는 아주 오래된 영웅서사시예요. 우리 책은 ‘데데 고르구드의 책’으로도 알려진 『키타비 데데 고르구드』 아제르바이잔 판본을 한국어로 처음 번역한 책이에요. 유라시아 유목 민족 중 오구즈족에 전해지는 영웅서사시를 한국에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여러 판본 중 가장 최신 판본을 찾는 일, 원문의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절차,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없었어요. 그 과정에서 특히 아제르바이잔 국립과학아카데미 아시아 연구소의 바디르칸 아흐마도브(Badirkhan Ahmadov)교수님의 도움이 매우 컸음을 밝히며 바디르칸 아흐마도브 교수님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러고 보면 이야기와 시는 여러 사람의 노력과 품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레일라 박사와 나는 열두 이야기 중에서 여섯 이야기를 선정했어요. 고르구드 아버지는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이에요. 게다가 고르구드 아버지는 전통 악기인 고푸즈를 잘 연주하고 노래도 잘 부르는 멋진 분이에요. 오구즈족 역사와 삶의 모습을 잘 보여 주는 이야기를 선정하고 그중에서도 우리 친구들이 재미있게 읽을 이야기를 골랐답니다. 이야기의 순서도 책의 구성에 어울리게 조금 다르게 배치했어요. 거기에 서울대학교 방민호 교수님의 자세한 검토와 번역 검수로 정확성을 높였습니다. 함께 작업해 주신 레일라 박사와 방민호 교수님, 고맙습니다. 또 아제르바이잔 구전 동화, 『태양의 사랑』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출판비를 지원해 준 아제르바이잔 디아스포라 재단(Fund for Support to Azerbaijani Diaspora)의 아크랍 압둘라예브(Akram Abdullayev)회장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여섯 이야기 모두 인상적이지만 특히 「바사트가 외눈박이 테패괴쥐를 물리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외눈박이 테패괴쥐 이야기는 테패괴쥐가 어떻게 외눈을 가진 괴물 모습으로 태어났는지, 어떤 사연을 가졌는지 자세하게 묘사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는 일이 벌어진 사정을 외면하지 않는 이야기 방식에 깊이 감명받았답니다. 여하간 이유는 궁금해하지 않고 일단 비난부터 시작하는 경우를 더러 목격했어요. 나도 모른 척, 못 본 척한 적이 있어요. 그때 왜 그랬을까 싶지만 돌이켜보니 그 하나하나에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외눈박이 테패괴쥐의 부적절하고 나쁜 행동들이 괜찮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세심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한 움큼의 용기를 낸다면 여러분은 이미 영웅입니다. 진실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모여서 역사가 되고 이야기가 되고 또 시가 된다고 생각해요. 고르구드 아버지가 들려주는 오구즈족 영웅서사시를 만나보세요. 초원을 달려 친구를 만나게 될 겁니다. 아, 저기, 초원에서 말 달리는 사람이 있어요. 손을 흔들고 있어요. 2025년 8월 유수진 작가 어린 독자 여러분. 나는 어린 시절 마음에 많은 꿈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꿈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고 매일 작은 목표를 세워 한 걸음씩 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아제르바이잔의 작은 농촌 마을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어요. 조금 부족한 환경에서 공부했지만, 어쩐 일인지 배움에 대한 갈증만큼은 결코 메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중학교 때 처음 『키타비 데데 고르구드』라는 서사시를 접했습니다. 그 책은 용감하고 지혜로운 영웅들의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책에서 영웅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멋지게 세상을 구했습니다. 그때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으면 결국 나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이 영웅서사시 속 영웅들은 강하고 힘이 세지만 그것만이 그들의 장점인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정의를 지키고 공동체를 생각하며 상대방을 도와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이 무엇인지, 어떻게 용기를 낼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나아가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울 수 있습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만 영웅인 건 아닙니다. 영웅은 용기와 사랑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도 이 책 속 영웅들처럼 어려운 상황에 맞설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꿈은 언젠가 여러분의 힘으로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아제르바이잔을 비롯한 투르크계 나라들의 문화와 전통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이 책의 영웅들처럼 용기 있는 선택과 정의로운 행동으로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꿈꾸고 도전하고 그 꿈을 이루세요. 여러분의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끝으로, 지난해 출간된 『태양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 역시 아제르바이잔 디아스포라 재단의 후원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방향을 제시해 주신 Akram Abdullayev 회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번역 과정에서 아제르바이잔어 자료를 아낌없이 제공해 주신 아제르바이잔 국립 아카데미의 Badirkhan Ahmadov 교수님, 바쿠 국립대학교의 Vagif Sultanli 교수님께도 마음을 담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난해한 어휘와 구절을 헤아리는 데 교수님들의 친절한 설명과 조언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2025년 8월 레일라 박사 감수자의 말 놀랍다. 기이하면서도,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처음 보는 진귀한 보물 같은 이야기들. 여기 이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의 옛날이야기 속에서 나는 한국인들과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서로 통하는 사랑을 느낀다. 우리에게도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처럼 선녀가 나오는 이야기가 있고, 잃어버린 아이의 이야기가 있지 않았던가. 사랑과 이별, 싸움과 용서, 떠나고 돌아오는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들 속에는 투르크 사람들과 한국인의 마음이 하나로 만나는 맑은 연못이 숨어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더 드넓고, 더 모험에 차 있고, 더 리드미컬한 노래를 품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초원을 잃어버린 우리가 이 이야기들을 지금 꼭 읽어 우리의 일부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2025년 8월 방민호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