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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번역 초판본을 위한 옮긴이의 말
번역 개정판을 위한 옮긴이의 말
『이방인』의 미국판 서문

제1부
제2부

『작가 수첩』에 나오는 『이방인』 관련 노트
해제 | 유기환
알베르 카뮈 연보

저자 소개2

알베르 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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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 Camus

그 모든 것에 항거하며 인간의 부조리와 자유로운 인생을 깊이 고민한 작가이자 철학자. 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몽드비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알사스 출신의 농업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고, 청각 장애인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가난 속에서 자란 카뮈는 유년 시절의 기억과 가난, 알제리의 빛나는 자연과 알제 서민가의 일상은 카뮈 작품의 뿌리에 내밀하게 엉기어 있다. 구역의 공립 학교에서 L. 제르맹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나는 자유를 빈곤 속에서 배웠다.”라고 하기도 했는데, 알제리에서 보낸 유년기는 그가 작가적 양분을 공급받
그 모든 것에 항거하며 인간의 부조리와 자유로운 인생을 깊이 고민한 작가이자 철학자. 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몽드비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알사스 출신의 농업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고, 청각 장애인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가난 속에서 자란 카뮈는 유년 시절의 기억과 가난, 알제리의 빛나는 자연과 알제 서민가의 일상은 카뮈 작품의 뿌리에 내밀하게 엉기어 있다. 구역의 공립 학교에서 L. 제르맹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나는 자유를 빈곤 속에서 배웠다.”라고 하기도 했는데, 알제리에서 보낸 유년기는 그가 작가적 양분을 공급받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고 1923년 프랑스 중등학교 리세에 입학했고, 이후 알제리 대학에 입학했으나 1930년 폐결핵으로 자퇴를 했다. 결핵 발병으로 누구보다 좋아했던 축구를 포기했다.

바칼로레아 준비반에서 철학 교수이자 에세이스트인 장 그르니에를 만나 큰 영향을 받고, 이후 평생 그와 교류를 이어갔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 고학으로 다니던 알제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해 철학을 전공하는 동시에 정치 활동과 연극 활동에 집중했다. 1932년 장 그르니에가 주도한 조그만 월간 문예지 [쉬드Sud]를 통해 처음으로 첫 에세이 『새로운 베를렌Un Nouveau Verlaine』을 발표했다. 대학시절에는 연극에 흥미를 가져 직접 배우로서 출연한 적도 있었다. 결핵으로 교수가 될 것을 단념하고 졸업한 뒤에는 진보적 신문에서 신문기자로 일했다.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던 그는 비판적인 르포와 논설로 정치적인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프랑스 사상계와 문학계를 대표했던 말로, 지드, 사르트르, 샤르 등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1937년 첫 산문집 『안과 겉』을 발표하고, 이듬해부터 [알제 레퓌블리켕]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1940년에 파리로 활동 무대를 옮겨 [파리수아르]의 기자가 된다. 독일에 점령당한 파리에서 검열을 피해 지방으로 옮긴 [파리수아르]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에도 집필 활동에 매진한다. 초기의 작품 『표리(表裏)』(1937), 『결혼』(1938)은 아름다운 산문으로, 그의 시인적 자질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1942년 7월, 자신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이 되는 문제작 『이방인(異邦人) L' tranger』을 발표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이즈음 레지스탕스에 가담하여 프랑스 해방 운동에 참여한 카뮈는 철학 에세이 『시시포스 신화』(1943), 희곡 작품 「오해」(1944) 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저항운동에 참가하여 레지스탕스 조직의 기관지였다가 후에 일간지가 된 [콩바]의 편집장으로서, 모든 정치 활동은 확고한 도덕적 기반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에 바탕을 둔 좌파적 입장을 견지했다. 또 집단적 폭력의 공포와 악성, 부조리함을 알레고리를 통해 형상화한 소설 『페스트』로 문학계의 대반향을 일으켰고 1951년에는 마르크시즘과 니힐리즘에 반대하며 제3의 부정정신을 옹호하는 평론 『반항적 인간』을 발표하여 지성계에 큰 논쟁을 촉발한 사르트르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다가 10년 가까운 우정에 금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1956년 『전락』을 발표하면서 사르트르에게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방인』, 『시지프의 신화』를 발표하며 문학가를 넘어 사상가로도 인정받기 시작했고, 실존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엄마, 무명인, 그리고 나의 ‘죽음’을 연달아 맞닥뜨리며 삶의 부조리를 고뇌하는 모습은 이후 오랫동안 수많은 독자를 실존주의의 세계로 이끈다. 「오해」와 「칼리굴라」라는 희곡을 쓰며 희곡 작가로도 활동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1957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대문호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알제리 독립을 둘러싼 논쟁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 가지만, 카뮈는 생전 인터뷰에서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것보다 더 부조리한 죽음은 상상할 수 없다.”라고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1960년 1월 4일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이때 사고 차량에 있던 가방에서 초고 형태로 발견된 『최초의 인간』은 1994년에야 빛을 보게 된다.

이 외에도 『여름』, 『유배지와 왕국』, 『행복한 죽음』, 『정의의 사람들ㆍ계엄령』, 『결혼, 여름』, 『태양의 후예』, 『젊은 시절의 글』, 『스웨덴 연설ㆍ문학 비평』, 『최초의 인간』, 『여행일기』, 『단두대에 대한 성찰ㆍ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전락·추방과 왕국』, 『안과 겉』 등의 작품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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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태어났으며 1977년 서울에 올라와 한국외국어대학 불어과에 입학했다. 외무고시 이차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1979년부터 한 십 년 열심히 세상공부를 했다. 세상공부가 끝났다고 자부하던 순간 닥친 1990년대, 즉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대궤멸은 그에게 또 다른 방황을 안겼다. 최종적으로 그가 택한 것은 프랑스 유학이었다. 파리8대학에서 지도교수 자크 네프와 학우 다미엥 자논을 만난 것은 더없는 행운이었다. 네프 교수는 문학의 경우 테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미학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고, 다미엥은 수사학이 다만 장식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유학을 마치고
1959년 태어났으며 1977년 서울에 올라와 한국외국어대학 불어과에 입학했다. 외무고시 이차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1979년부터 한 십 년 열심히 세상공부를 했다. 세상공부가 끝났다고 자부하던 순간 닥친 1990년대, 즉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대궤멸은 그에게 또 다른 방황을 안겼다. 최종적으로 그가 택한 것은 프랑스 유학이었다. 파리8대학에서 지도교수 자크 네프와 학우 다미엥 자논을 만난 것은 더없는 행운이었다. 네프 교수는 문학의 경우 테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미학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고, 다미엥은 수사학이 다만 장식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가장 공들인 분야는 글쓰기이다. 『노동소설, 혁명의 요람인가 예술의 무덤인가』, 『알베르 카뮈』, 『조르주 바타이유』, 『프랑스 지식인들과 한국전쟁』(공저) 등을 썼고, 바르트의 『문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카뮈의 『이방인』, 바타이유의 『에로스의 눈물』,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돈』, 외젠 다비의 『북 호텔』, 그레마스/퐁타뉴의 『정념의 기호학』(공역) 등을 번역했다. 그 외 「‘책을 읽는 하층민’ 쥘리엥 소렐의 독서 연구-『적과 흑』」을 비롯하여 불문학 관련 논문 30여 편을 썼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학부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한 후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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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10*290*20mm
ISBN13
9791139727937

책 속으로

물론 내용의 심화에 몰두하는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는 일도 힘겹지만, 문체의 조탁에 전념하는 작가의 작품을 번역할 때는 번역 무용론까지 떠오를 정도로 고통스럽다. 사르트르, 바르트, 블랑쇼 등 동시대를 풍미한 프랑스 지식인들이 공히 『이방인』의 문체를 상찬하고 있다는 사실은 카뮈가 거기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가를 짐작하게 해준다. 적어도 『이방인』의 경우, 문체를 온전히 옮기려고 애쓰지 않는 번역은 그것이 아무리 잘 읽힐지라도 최선의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이방인』 번역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작가의 스타일, 즉 카뮈의 문체를 되살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의 스타일, 즉 뫼르소의 성격을 되살리는 것이다.
--- p.9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 한 통을 받았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아마 어제였으리라.
--- p.25

하늘은 벌써 태양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태양이 대지를 짓누르기 시작했고, 열기가 빠르게 올라왔다. 나는 왜 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그토록 오래 기다렸는지 모른다. 어두운 상복을 입은 탓에 나는 더웠다. 모자를 쓰고 있던 키 작은 노인이 다시 모자를 벗었다. 내가 약간 몸을 틀어 노인을 보았을 때, 원장이 내게 노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저녁이면 엄마와 페레 씨가 간호사를 동반한 채 마을까지 산책하곤 했었다고 말했다. 나는 주위의 벌판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맞닿은 언덕까지 줄지어 늘어선 사이프러스 나무들, 적갈색과 초록색의 대지, 드문드문 흩어져 있으나 윤곽이 뚜렷한 집들을 보았을 때, 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고장에서 저녁이란 우수에 찬 휴식과도 같았으리라. 오늘은 풍경을 일렁이게 하는 끓어 넘치는 태양이 이 고장을 비인간적이고 위압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 p.39

잠시 후 영감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그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내가 문을 열었을 때, 그는 들어오지 않고 문턱에 서서 말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내가 들어오라고 권했지만, 그는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구두 끝만 바라보며 딱지투성이인 두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를 마주하지도 않은 채, 그는 내게 물었다. “그 사람들이 나한테서 개를 빼앗지는 않겠지요, 그렇지요, 뫼르소 씨. 나한테 개를 돌려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되겠소?” 나는 그에게 동물보호소가 주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개를 사흘 동안 돌본다는 사실, 그런 다음 개를 적당히 좋을 대로 처분한다는 사실을 일러주었다. 그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뒤이어 내게 말했다. “잘 있어요.” 그가 자기 방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고, 방안을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침대가 삐걱거렸다. 그리고 벽을 통해 들려오는 작고 기이한 소리로 나는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왜 엄마 생각이 났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다. 나는 배가고프지 않았고, 저녁 식사를 거른 채 잠자리에 들었다.
--- p.69

나를 보자마자 그는 몸을 약간 일으켰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웃옷 속에 있는 레몽의 권총을 움켜쥐었다. 그러고서 그가 다시 뒤로 누웠지만,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는 않았다. 나는 그에게서 꽤 멀리, 10미터가량 떨어져 있었다. 간간이, 반쯤 감은 두 눈꺼풀 사이로 새어 나오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나 대개는 불타는 대기 속에서 그의 이미지가 춤을 추었다. 파도 소리가 정오보다 훨씬 더 나른했고, 훨씬 더 잠잠했다. 똑같은 모래 위의 똑같은 태양, 똑같은 햇빛이 지금 여기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한낮이 운행을 멈추고, 끓는 금속의 바다에 닻을 내린 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 수평선 위로 조그마한 증기선 하나가 지나갔고, 나는 아랍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기에 그 증기선이 눈가의 검은 얼룩처럼 느껴졌다.
--- p.91

내가 돌아서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날 터였다. 그러나 태양으로 진동하는 바닷가 전체가 내 뒤로 밀려들었다. 나는 샘을 향해 몇 걸음 옮겼다. 아랍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여전히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 탓인지, 그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기다렸다. 불타는 태양이 두 뺨을 엄습했고, 땀방울이 눈썹 위에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엄마의 장례식 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그때처럼 특히 이마가 아팠고, 이마의 모든 핏줄이 살갗 밑에서 한꺼번에 뛰었다. 더 이상 불타는 열기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며, 한 걸음 움직인다고 해서 태양을 떨쳐버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 걸음, 단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 p.92

내 변호인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두 팔을 높이 쳐들며, 소매가 내려오면서 풀 먹인 셔츠의 주름이 드러날 정도로 두 팔을 높이 쳐들며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피고인은 어머니를 매장했기 때문에 기소된 겁니까,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기소된 겁니까?” 방청객들이 웃었다. 그러나 검사가 다시 일어났고, 법복을 고쳐 입으며 존경하는 변호인만큼 순진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두 사실 사이에 존재하는 심오하고, 비장하고, 본질적인 관계를 느낄 수밖에 없으리라고 단언했다. “그렇습니다.” 하고 그가 힘주어 외쳤다. “저는 이 사람이 범죄자의 가슴으로 어머니를 매장했기 때문에 유죄를 주장하는 바입니다.”
--- p.136

당신은 몹시도 확신에 차 있어, 안 그래? 하지만 당신의 확신은 여자 머리카락 한 올만 한 가치도 없어. 당신은 죽은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조차 확신하지 못해. 나, 나야 겉보기에는 두 손이 텅 빈 것 같지. 그렇지만 내게는 나에 대한 확신, 모든 것에 대한 확신, 당신보다 더 깊은 확신, 내 삶과 다가올 그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 그래, 난 가진 게 이것밖에 없어.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 진리를 굳게 붙들고 있어, 이 진리가 나를 굳게 붙들고 있는 만큼 말이야. 나는 전에도 옳았고, 지금도 옳고, 언제나 옳을 거야.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았지만, 저런 식으로 살 수도 있었겠지. 나는 이런 일을 했고, 저런 일을 하지 않았어. 나는 이런 짓을 저지른 반면, 저런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어.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마치 나는 늘 그 순간을, 내가 정당화될 그 이른 새벽을 기다리며 살아온 것만 같아. 아무것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어. 당신 또한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어.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생애 전체에 걸쳐, 내 미래의 심연으로부터,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세월을 거쳐 나를 향해 올라오고 있고, 바로 그 바람이 지나가면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정히 현실적이지도 않은 세월 속에서 사람들이 내게 제안한 모든 것을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어.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뭐가 중요해, 당신의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 사람들이 선택하는 운명이 뭐가 중요해, 오직 하나의 운명이 나를, 또한 나와 함께 당신처럼 내 형제를 자처하는 수많은 특권자를 선택하게 되어 있으니 말이야. 이제 이해가 돼, 이해가 되느냐고?
--- p.166

아무도, 아무도 엄마로 인해 눈물을 흘릴 권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내게서 고뇌를 씻어주고 희망을 비워준 듯, 신호와 별들이 가득한 밤의 어둠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가슴을 열었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았고 그토록 형제 같으매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완결되도록, 내가 외로움을 덜 느끼도록, 내게 남은 일은 처형일에 모쪼록 많은 구경꾼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이해주기를 소망하는 것뿐이었다.

--- p.169

출판사 리뷰

여전히 부조리와 인간 소외로 가득한 현대사회,
소설 『이방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끝없는 물음표

1942년 출간된 부조리 소설 『이방인』은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 청년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성과 짧은 분량, 간결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은 읽기 쉬운 소설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방인』을 제대로 읽고, 카뮈가 『이방인』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과 울림을 발견해낼 수 있을까?

『이방인』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질문에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는다. 부조리란 무엇일까? 누가 이방인일까? 소설 『이방인』은 단일한 의미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수사학적으로 절제된 문체와 연결사의 생략은 문장과 문장 사이 인과관계를 희박하게 하고, 독자들의 해석 부담을 키운다. 사르트르는 이런 이방인의 서술을 마치 ‘유리 칸막이’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방인』은 주인공 뫼르소의 시선으로 이끌어가는 1인칭 소설이지만 치우치지 않는 객관성을 유지하며, 독자로 하여금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하게 한다.

『이방인』을 읽는 독자는 누구나 마르지 않는 성찰과 탐구로 빠져들 수 있다. 이방인은 답하는 소설이 아니라 질문하는 소설이다. 독자는 뫼르소가 겪은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그동안 옳다고 믿어왔던 관습과 세계가 정말로 그러한지 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파리에서의 삶이 알제리에서의 삶보다 훌륭한 것인가?’, ‘어머니의 장례식에 울지 않는 사람은 살인자와 다름없는가?’…

소설 『이방인』은 이해해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의심해달라고 말한다. 늘 익숙하고 안정된 세계가 돌연 나의 고향, 나의 왕국이 아니라는 느낌, 이 느낌을 얻는 자가 바로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 인간’, 즉 ‘부조리를 인식하는 인간’일 것이다.

익숙하고 관습적인 세계를 의심하던 닮은 듯 다른 두 ‘아웃사이더’,
알베르 카뮈와 뫼르소를 통해 읽는 『이방인』

소설 『이방인』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카뮈가 어떤 인물인지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카뮈는 그 자체가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인, 즉 ‘피에 누아르(pied noir)’로서 운명적으로 알제리에서나 프랑스에서나 뿌리 없는 이방인이었다. 학교에서는 빈민이어서 이방인이었고, 집에서는 지식인이어서 이방인이었다.

카뮈는 프랑스와 프랑스의 지배하에 있는 알제리 사이에 낀 애매한 인물이다. 이런 이중의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지중해는 그에게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었다. 그는 알제의 바다와 태양에서 행복을 느꼈고, 죽은 후에도 그곳에 묻히길 원했다. 이런 카뮈에게 부조리란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부조리 감정은 온갖 애매한 것으로 물든 세계와 인간 사이의 대립과 분리, 그로 인한 충돌에서 태동하기 때문이다. 소설 『이방인』, 에세이 『시시포스 신화』, 희곡 『칼리굴라』에 이런 카뮈의 부조리 인식이 잘 드러난다.

뫼르소는 어떨까? 육체와 감각에 충실한 주인공 뫼르소는 장구한 기독교 역사를 가진 프랑스 독자들의 눈에 패륜아에 가까운 이방인으로 보였다.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냈고, 어머니의 시신을 보려 하지도 않았고,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잠을 잤고, 장례식 이튿날 해변에서 만난 여자와 코미디 영화를 보고 섹스를 즐겼고, 동네 건달을 친구로 사귀고 수상한 치정 사건의 증인 역할을 수락한 뫼르소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뫼르소는 기존 사회가 규정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형당한다. 카뮈는 『이방인』을 이렇게 해설한 바 있다. “우리 사회에서 모름지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 독자는 어떠한가? 『이방인』의 사법적 기준으로 보자면, 우리 또한 사회적 의례를 무시하고 진실한 감정을 가감 없이 밖으로 드러내면 언제든지 사법적 유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부조리를 인식하고 반항하는 누구나 ‘이방인’이 될 위험이 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문체를 살린 가장 카뮈다운 번역과
탁월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일러스트로 만나는 최고의 『이방인』 번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8번째 책 『이방인』은 수십 년간 강단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 책을 읽어온 유기환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카뮈의 문체를 되살리는 일과 주인공 뫼르소의 성격을 원전 그대로 드러내는 일에 힘썼다. 간결하고 일상적인 카뮈 특유의 문체를 유지하면서도, 한 가지 해석으로만 읽히지 않는 『이방인』의 특징을 살리고자 애썼다. 주인공이 실존적으로 경험했던 이방감을 그대로 살려내기 위해 접속사 하나하나까지 치열하게 고민한 역자의 흔적이 가득하다. 이렇듯 원전에 가장 가깝게 되살려낸 번역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카뮈의 문체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현대지성 클래식 『이방인』은 다양한 관점과 깊이를 더하는 부록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먼저, 카뮈가 직접 쓴 미국판 서문과 『이방인』 출간 직전 작성한 노트를 옮겨 실었다. 이 노트는 학문적 신뢰도가 가장 높은 판본으로 평가되는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이아드 총서』 판본에 수록된 것으로 카뮈가 『이방인』에 대해 가졌던 가장 원초적인 생각을 가감 없이 표출한 육성이다. 또한, 옮긴이의 말과 더불어 심도 있는 해제를 통해 독자들이 더욱 다양한 시각으로 『이방인』을 바라보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의 탁월한 상상력과 독창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한 컬러 일러스트 11점으로 소장가치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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