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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희생화 데뷔작 발표 당시의 감상 그립은 흘긴 눈 현진건에 대한 김동인의 단평 작품 해설 |
玄鎭健, 빙허(憑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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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결 같은 두 손 사이로 보이는 얼골은 발그레하였다. 나는 웬일인가 하고 얼골 가린 두 손을 힘써 떼었다. 두 손은 젖어 있었다. 누님의 두 눈으로 눈물이 흘러나린다. 구슬 같은 눈물이 점점이 월계화에 떨어진다. 월계화는 그 눈물을 머금어 엷은 명주로 가린 듯한 달빛에 어렴풋이 우는 것 같다. 누님의 머리는 불덩이같이 더웠다.
“왜 안 자고 나왔니……?” 하며 내 손을 밀치는 그 손은 떠는 듯하였다. --- p.15 「희생화」 중에서 그는 남학생과 여학생이었다! 그와 누님이었다! 나는 가슴이 설렁하며 일종 호기심이 일어났다. 살짝 남의 집 담 모퉁이에 은신하였다. 둘은 내가 거기 숨어 있는 줄은 모르고 영어로 무어라고 소근소근거리며 지나간다. 그중에 이 말이 제일 똑똑히 들리었다.(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니 아마 이 말인 것 같다.) “Love is blind.(사랑은 맹목적이라지요.)” 라니까 누님은 소리를 죽여 웃으며, “But, our love has eyes!(그런데 우리의 사랑은 보는 사랑이지요.)” --- pp.27-28 「희생화」 중에서 암만 어머님이라도 그때는 부끄러웠어요. 이젠 서로 약혼까지 해놓으니 몸과 마음이 달아 부끄럼도 돌아볼 수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뻔뻔스럽게 여쭌 것이야요. 어머님 말씀같이 그가 저를 잊을 리는 없어요, 버릴 리는 없어요. 그다지 다정한 그가 그럴 리가 있다고요? 어제 공원에서 단단히 맹서하였습니다. 각각 부모님께 여쭈어 들으시면 이 위에 더 좋은 일이 없거니와 만일 그렇지 않거든 멀리멀리 달아나겠다구요. 배가 고프고 옷이 차더라도 부모도 못 보고 형제도 못 보더라도 둘이 같이만 있으면 행복이라구요. 온갖 곤란과 갖은 고통을 달게 겪겠다구요. 정말 그래요. 저도 그 없으면 미칠 것 같아요. 어머님이 허락을 아니 하신다 할 것 같으면 저는 이 세상에 살아 있을 것 같잖아요. --- p.41 「희생화」 중에서 “만일 내가 감옥엘 아니 가고 죽는다면?” 하고 그이는 나의 얼굴을 딱 노리었습니다. 그 시선이 전에 없이 날카로워서 슬쩍 외면을 하면서도, “따라 죽지.” --- p.81 「그립은 흘긴 눈」 중에서 한참 약을 내려다보고 울고 있던 그이는 무슨 비장한 결심을 한 듯이 몸을 흠칫하더니 그 약 한 개를 얼른 입에 집어넣고 한 개를 집어 나를 주지 않겠습니까? 나도 서슴지 않고 그 약을 받아 입에 넣었습니다. 약을 머금은 그는 손가락으로 자리끼를 가리켜 나한테 물을 마시란 뜻을 보이었습니다. 나는 그의 시키는 대로 물을 마시었으나 물만 넘기었지 약은 혀 밑에 감춰둔 것은 물론입니다. 내야 꿈에도 죽을 마음이 없었습니다. --- pp.85-86 「그립은 흘긴 눈」 중에서 물론 나는 고약한 년이지요. 그를 죽을 때까지 속인 몹쓸 년이지요. 그러나 그이는 나에게 “괴롭지?” 라고 묻지 않았어요? “배앝아.” 라고 하지 않았어요? 돌려내려고 내 입에 손까지 넣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약을 삼키지 않고 그저 있음을 보았으면 내 마음은 어떠하든지 그이는 - 죽어가면서도 나를 생각할 만큼 거룩한 사랑을 가진 그이는 기뻐해야 옳을 일이 아니야요? 그렇게 성을 내고 나를 흘길 일이 무엇이야요? 내 그른 것은 어찌겠든지 그때에는 그이가 야속한 듯싶었어요. 야속하다느니보담 의외이었어요. 그런데 시방 와서는 그 흘긴 눈이 떠오를 적마다 몸서리가 치이면서도 어째 정다운 생각이 들어요. 그립은 생각이 들어요! --- pp.91-92「그립은 흘긴 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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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북스의 ‘불멸의 연애’ 시리즈
이룰 수 없었기에 시공을 초월해 살아남은 얻은 100년 전 사랑 이야기 연애는 시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지만,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경험으로서 문학 속에서 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니케북스 ‘불멸의 연애 시리즈’는 고전과 근대문학에 담긴 사랑의 모습들을 현대의 독자와 다시 마주하게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시리즈는 연애를 단순한 낭만이나 감정의 발현으로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 제약, 개인의 욕망, 자유와 억압, 행복과 상처가 교차하는 장으로서 조명한다. 19~20세기의 작가들이 남긴 사랑의 서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 속에서 사랑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연애를 둘러싼 인간 존재의 복합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특히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문학 속 불멸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의 감정과 관계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