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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_ 하늘에 기댄 나무 사랑 - 섬진강의 봄 - 일기예보 - 신석기인 - 숨비소리에 꽃잎 지고 - 잠자리 - 멸치 - 바람의 섬 - 외포리 - 사과 - 하늘에 기댄 나무 - 귀향 - 찍개 - 촛불맨드라미 - 소금꽃 - 솜사탕 - 위층 아기 - 잡초 - 부끄러움 - 두 개의 심방을 가진 나무 2부_ 이름값 생명의 숲 - 강화 바다 - 열정 - 까치 베개 - 나무의 잠 - 서울의 바다 - 굴비屈非 - 노다지老多地 - 배추 - 천국 열쇠 - 시래기 - 애기똥풀 - 위로慰勞 - 달걀 - 풀등 - 쉼 - 친구 - 감식초 향기 - 이름값 - 까치 3부_ 해녀의 꿈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 천 원의 행복 - 석정문학관에서 - 아파트 - 봄, 공개 수배 - 해녀의 꿈 - 진품 명품 - 나무, 강물이 되다 - 석송령石松靈 - 재인폭포 - 백송 - 석란연石卵硯 - 고불古佛 생각 - 망종芒種 - 맹아 - 말[言] - 새 - 빨래집게 - 오월이 오면 - 얼음새꽃 4부_ 키 작은 꽃 간벌間伐 - 느림과 비움 - 보리굴비 - 고수古樹 - 언총言塚 -이정표 - 차경借景 - 단풍 - 내가 좋아하는 반찬 - 미교다물요 - 가시나무 - 우산꽃 - 할아버지 - 산딸기 - 키 작은 꽃 - 산수유 시목 - 여왕과 설렁탕 - 그림자 - 난파선 - 산초 향기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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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가슴속에
새가 살고 있었네 깊은 상처 안에 어린 생명이 자라고 있었네 숲속에 울려 퍼지던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나무의 눈물이었네 어둠이 내리면 더욱 포근한 둥지 속 사랑은 가슴 한편을 내주는 것이었네 --- 「사랑」 중에서 비 오는 날보다 맑은 날이 많고 풍랑 이는 날보다 잔잔한 날이 더 많다 때로 폭우가 쏟아져도 먹구름 속에는 늘 태양이 빛나고 있지 매서운 꽃샘추위도 피어나는 꽃은 막을 수 없어 내일의 일기예보는 한때 흐린 후 곧 다시 맑음 --- 「일기예보」 중에서 꼭지 달린 사과 반으로 자르자 사뿐히 날아오르는 나비 한 쌍 봄날의 기억 되살아나는 듯 거실 한 바퀴 돌더니 살포시 쟁반 위에 내려앉는다 여기는 어디일까 창밖은 낯선 풍경 호기심 가득한 까만 눈동자 빨간 날개에 연노랑 속살 날갯짓마다 향기 가득하다 --- 「사과」 중에서 평화시장에서 등짐 지는 박 씨의 조끼에는 사철 하얀 꽃이 핀다 형광등 불빛 아래 겹겹이 피었다 지는 보석 같은 꽃잎들 사람들 하나둘 모두 떠나간 새벽 벽에 기댄 낡은 지게 하나 밤새 꽃 피우느라 뜨거워진 어깨 위로 졸음처럼 어른거리는 아지랑이 어떤 비바람에도 지지 않을 저 꽃송이 아버지의 등에서는 늘 향기가 난다 --- 「소금꽃」 중에서 들판에 휘도는 강물처럼 장다리꽃 앉은 나비처럼 쉬엄쉬엄 그렇게 살자 달빛에 함초롬 젖은 들꽃이 되어 외로움이란 호사도 누려보고 음력 스무닷새 터벅터벅 하늘 가는 조각달처럼 그렇게 비우며 살아가자 --- 「느림과 비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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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시를 쓰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하며, 오랫동안 삶의 의미와 달콤함을 모아야 한다. 그런 다음, 삶의 맨 마지막에 가서야 어쩌면 제대로 된 시구 열 줄쯤 쓸 수 있을 것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나의 시 「사랑」과 「일기예보」 두 편이 게시되어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사람들이 SNS에 내 시를 읽고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는 글을 올리고 이웃들에게 추천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대표작이 되었다. 쉽게 써진 시도 있지만 내 시의 대부분은 오랜 숙성을 거쳤다. 아직도 내 노트에는 햇빛을 못 본 시들이 많다. 내 경험으로는 적당히 묵힌 시가 제일 좋고, 내가 좋아하는 시와 독자들이 좋아하는 시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를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일을 즐기려고 한다. 시인으로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처럼 삶의 마지막에 제대로 된 시구 몇 줄쯤 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외로운 사람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시를 쓰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