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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치
쓰다 버려지는 삶을 거부한 아사히비정규직지회를 쓰다
소희
이매진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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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옥수수 두 자루와 노동조합

고요한 노동자 가슴에 돌 던지는
노동자 도시로 떠난 시골 청년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
은밀하고 수상하게, “노동조합 할래?”
회사가 강요하는 질서
노조를 하는 이유
‘단결투쟁’ 머리띠 맬 때
138 더하기 1
오랜 싸움을 준비하다
내가 하는 싸움이 역사가 될 때
덩치를 키우는 연대
살과 뼈를 태우는 27일
6년 만에 받은 협상안
진짜 사장을 찾아서
검찰 사물함에 불법 파견 증거물이 가득해도
6년이 아니라 60년도 싸워 주마
징벌 조끼 벗고 금속노조 조끼 입고
연대가 바꾸는 삶
“나는 센 자본이 좋더라고”
‘아사히지회’를 쓰다

나가는 글 한 청년 노동자가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 거대한 이야기

저자 소개 1

경상북도 성주군에서 사드 반대하는 주민으로 살고 있다. 노동자가 담대해지는 순간을 만나고 싶어서 취재하고, 노동자를 편들기 위해서 기록한다. 지금은 ‘싸우는 노동자를 기록하는 사람들, 싸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작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기록하고 있다. 《들꽃, 공단에 피다》(2017), 《회사가 사라졌다》(2020) 등을 여럿이 함께 썼다. 전국금속노조 케이이씨(KEC)지회 투쟁을 기록한 〈공장의 담벼락을 허문 연대의 시간〉으로 제30회 전태일문학상 르포 부문에 당선했고, 아사히글라스지회 투쟁을 기록한 〈우리 노조가 그렇게 대단한가요?〉로 제15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 수혜
경상북도 성주군에서 사드 반대하는 주민으로 살고 있다. 노동자가 담대해지는 순간을 만나고 싶어서 취재하고, 노동자를 편들기 위해서 기록한다. 지금은 ‘싸우는 노동자를 기록하는 사람들, 싸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작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기록하고 있다. 《들꽃, 공단에 피다》(2017), 《회사가 사라졌다》(2020) 등을 여럿이 함께 썼다. 전국금속노조 케이이씨(KEC)지회 투쟁을 기록한 〈공장의 담벼락을 허문 연대의 시간〉으로 제30회 전태일문학상 르포 부문에 당선했고, 아사히글라스지회 투쟁을 기록한 〈우리 노조가 그렇게 대단한가요?〉로 제15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 수혜자로 선정됐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95쪽 | 128*188*20mm
ISBN13
9791155311578

책 속으로

이영민은 공장을 바라보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공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한 아주 짧은 시간을 들려줬다. 고작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노동자들이 공장을 나서는 활기찬 모습과 공장 앞에서 집회하는 당당한 모습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공장을 향하는 눈빛에는 고통도 슬픔도 후회도 없었다. 뿌듯하고 자신만만한 기운이 느껴졌다. 해방감이었다.
--- p.19

“길에서 콜이 찍히기를 기다리면서 ‘노동조합 만들려고 이 짓을 해야 하나’ 하고 수백 번도 더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도 결론은 노조가 중독성이 굉장히 강하다는 거였죠. 금강화섬에 있을 때 조합원들이랑 싸운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싸워서 쟁취하는 성취감을 느낄 때 짜릿함,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열정, 노동조합이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 p.56

오수일은 공장 휴게실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친 구호가 마치 불에 덴 자국처럼 남아 있었다. ‘노동조합 만들어서 인간답게 살아 보자.’ 공장을 쩌렁쩌렁 울린 소리에는 자기 목소리도 묻어 있었다. 혼자서도 인간답게 살아 보자는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 목소리가 커질수록 회사 관리자가 더는 두렵지 않았고, 빅브라더의 수하 같은 관리자들이 가하는 통제를 부숴 버리고 싶었다.
--- p.98

아사히지회가 아사히글라스 파견법 위반 혐의 불기소 처분에 항고하고 문제 제기를 지속하자 대구고검은 2018년 5월 14일 검찰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재기 수사 명령을 내렸다. 재기 수사는 검찰 스스로 부실한 수사를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검찰이 기소하리라는 기대도 없이 싸운 아사히지회는 뜻밖에 작은 승리를 거뒀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 p.205

분노가 치밀어오른다던 송동주는 한결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가진 자를 편드는 사법부의 횡포를 숱하게 겪어 마음에 근육이 붙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한층 더 밝아진 듯했다. 이제는 자기가 느끼는 분노가 무엇인지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었다.
--- p.246

박세정을 따라 농성장으로 들어갔다. 권재덕이 난롯가에 앉아 있었다. 황태섭도 보였다. 전영주가 들어왔다. 전영주도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전영주는 전민관으로 개명했다. 최진석은 여전히 청년 같은 모습으로 들어왔다. 이민우의 목소리도 들렸다. 생계팀에는 노조를 출범할 때 세 아이 아빠이던 한상기도 있었다. 문자 한 통으로 해고를 통보받은 날, 한상기는 갓 태어난 셋째를 돌보는 아내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고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도 없어서 고민이 깊었다. 일단 한번 싸워 보기로 했다. 당장 생계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우유 배달을 했다. 부족한 잠은 공장 앞 천막 농성장에서 해결할 셈이었다. 그렇게 2년 넘게 투쟁팀에서 버텼지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들어가는 생활비를 감당할 처지가 못 됐다.
--- p.285~286

대법관이 아사히글라스 불법 파견 판결문을 읽는데 첫마디에 ‘파, 기, 환, 송’이라고 들렸다. ‘파’라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와’ 탄성을 지르고 있는 힘껏 양손을 마주치며 손뼉을 쳤다.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탄성을 지르고 손뼉을 치면서 일어섰다. 이겼다. 드디어 우리가 이겼다. 노동자들이 이겼다. 아사히글라스 자본을 법정에 세워서 형사 처벌을 받게 했다. 9년 만에 거둔 결실이었다. 2024년 8월 1일,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을 뗀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깃발을 안고 공장으로 복직했다.

--- p.294

출판사 리뷰

3321일 ― 9년 만에 공장 담벼락을 넘은 들꽃들 이야기

2024년 8월 1일,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을 뗀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깃발을 안고 공장으로 돌아갔다. 1907년에 설립된 아사히글라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전범 기업 미쓰비시 그룹 계열사로, 텔레비전, 컴퓨터, 노트북,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아주 얇은 액정 유리를 만든다. 2015년 4월 13일, 아사히글라스는 비정규직 노동자 16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다. 5월 29일, 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한다. 6월 30일, 노동자 178명이 문자 메시지로 해고된다. 9년 동안, 투쟁과 재판과 희비가 교차한다.

파치인 양 버려진 노동자들은 공장 담벼락에 핀 들꽃처럼 자그마치 9년을 끈질기게 버틴다. ‘서울에 본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사장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생산하는 공장만 있’는 센 자본에 맞서 싸우느라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은 일본 도쿄에 자리한 본사에도 달려가고, 투쟁팀과 생계팀으로 나눠 유연하게 투쟁을 이어가고, 전국 곳곳을 돌며 ‘투쟁 사업장 공동투쟁’과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 공동투쟁단’에 참여한다. 그런 시간이 천막 농성장 앞 눈처럼 쌓이고 쌓여 노동자들은 연대란 다른 사업장을 ‘도와주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변화’시키는 ‘교육’이라는 사실도 깨닫는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완벽한 100퍼센트 승리는 불가능합니다. 패배도 하고 승리도 하고 그렇게 투쟁하면서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원정 투쟁 때 통역을 도맡은 오키야마 요시타다도 이런 말로 국경을 넘는 끈끈한 동지애와 연대가 지닌 힘을 증언한다. 제대로 된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키는 데 필요한 그런 힘은 노조에 가입할 때, 해고될 때, 어떤 일이 닥칠 때도 해탈한 듯한 안진석이 던진 한마디에 오롯이 담겨 있다. “공장은 우리를 경쟁하게 하지만, 노동조합은 우리를 협력하게 하죠.”

“괜찮냐고 묻고 싶어요” ― 쓰다 버려지는 삶을 넘어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지회장님은 조합원들에게 한 가지만 묻는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어요?” “괜찮냐고 묻고 싶어요.” 캠코더를 든 소희가 묻자 차헌호 지회장은 담담하게 대답한다. 엄마가 쓴 르포를 읽은 첫 독자 ‘또레미’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 투쟁한다’는 《데미안》의 첫 문장을 떠올린다. 사건과 숫자와 법률 용어를 뛰어넘는 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9년 동안 노동자들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지키고 만 이야기는 쓰다 버려지는 삶들이 온갖 제약을 뚫고 한계를 지나 일하는 사람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힘을 지닌 존재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노동조합 만드는 이야기는 결코 가벼울 수 없고, 서류 몇 장과 숫자 몇 개로 짧게 끝날 수도 없고, ‘한 청년 노동자가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 거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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