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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붉은 바람
조총련 의장 북조선에 대한 호기심 평양 시민이 줄어든 이유 우리 조국은 어딘가 요시히로 부사장 청진에 째포들이 온다오 1959년 12월, 니가타항 동해 선상에서 이거 말조심 해야겠구먼 귀국, 북송… 귀환 한덕수의 똥개 ‘거포’… 그리고 ‘상포’ 엄마 생일인데 왜 우나 함흥농마국수 회사와 귀국 준비하다 가부키초 사카바 도쿄보다 멋진 평양을 우리 이제는 함께 살아요 탈출 모의 니가타 버드나무길 째포들의 죽음 귀국청년 3인의 운명 강력한 항의 원산항… 만경봉호 꿈 인민의 지상낙원 부록 등장인물 소설 배경장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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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기백은 마음 속 조용히 품은 북조선 귀국 문제로 어머니와 갈등이 심했다. 초기에는 사실 자기처럼 대학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여동생과 함께 귀국선에 승선하려고 계획을 했었다. 그것이 경제적으로 어머니를 조금 돕는 선심으로 생각해서다.
그러나 자기의 북조선행 귀국선 승선문제를 어머니가 한사코 반대하자 여동생은 마음을 달리했다. 슬하의 자식 둘이 동시에 어머니 곁을 떠나면 향후 홀어머니가 고생을 할 것 같아 여동생은 손사래를 쳤다. 자기도 돌아설까? 하고 고뇌하던 독고기백은 어느 날 조총련의 귀국사업 설명회에 참가하고 배에 오를 결심을 확실히 굳혔다. 무엇보다 대학공부를 무료로 할 수 있어서다. 그는 자기의 꿈인 공부만 할 수 있다면 북조선이 아니라 세상 어디든 갈 기세이고 배짱이다. 독고기백이 말한다. “이제 북조선으로 가서 나는 대학생이 되고…” “나는 멋진 자동차 운전수가 되고…” “그러면 일본의 친구들이 우리를 많이 부러워하겠지.” “그거야 물론이지.” “나는 기계학자가 되고파. 일본 놈들 과학기술이 좀 발전했다고 다른 나라를 얼마나 깔보고 무시하는지 너도 알지?” “응! 그건 사실이잖아.” “저! 일본 놈들의 콧대를 팍! 꺾어놓고 싶어.” “정말? 대단한데…” --- pp.107-108 “요즘 째포들의 마음과 동향은 어떤가요?” 순간 낯 색이 변하는 조춘심. “어머! 내무원 동지도 우리를 ‘째포’로 불러요?” “허허! 다소 불쾌한 기분인가 보지요? 사실 그게 ‘재일동포’의 약자 ‘재포’인데 억양을 강하게 ‘째포’로 부르죠.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게 나쁜 표현은 아니지요.” “어머! 그래요?” “굳이 비교하면 일본인들이 우리를 ‘조센징’으로 부르는 것과 같죠. 번역하면 ‘조선인’인데 그게 왜 나쁜가요?” “호호! 그러네요.” 조춘심이 조금은 안도하는 눈빛이다. 북조선 인민들이 자기 같은 귀국동포를 지칭한 ‘째포’라는 소리이다. 주변의 일부가 당사자들 앞에서보다는 뒤에서 흉보듯이 몰래하는 잡담이기도 하다. 주로 일상서 어떤 부정적인 일이 있을 때 소곤소곤 들려온다. 인간이 감정을 가진 동물인지라 인격비하적인 어감의 그런 소리를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자기도 그동안 ‘째포’ 소리를 들으며 다소 불쾌했다. 그런데 오늘 공화국 내무원(경찰)인 연창식한테서 ‘째포’의 뜻을 확실하게 알고는 마음을 달리해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이제부터 자신의 생각을 바꿀 것이다. 주변에서 자기를 째포로 부르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안 그러면 자기만 손해가 아니겠는가. --- pp.183-184 미애 아버지! 정말 미안합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나쁜 모습으로 애석한 작별의 인사를 고하는 이 못된 아내를 많이 원망하세요. 이렇게 두 딸 수애와 미애, 남편을 두고 자기만 편한 세상으로 훌쩍 가는 내 시신을 마구 두들겨 패도 좋고 아니면 침을 뱉어도 아무 할 말이 없어요. 정말이지 내가 바보였어요. 10년 전 일본에서 무슨 환각이 끼었기에 여기 북조선으로 온, 그것도 어린 세 딸을 앞세우고 왔던 이 머저리 신영자는 죽어 마땅한 년이에요. 나는 순결한 어머니 자격도 두 남편의 아내 자격도 없는 그야말로 한갓 속물인간이었죠. 두 남편의 복도 이기적으로 받고 오로지 자기 고집으로 살아온 저의 일생. 어머니로서 뭔가 의무를 다한다고 했으나 그건 망동이었죠. 지금 돌아보면 모두 제 부덕함이 빚은 오늘의 비참한 모습이에요. 내가 딸들을 데리고 찾아온 이 인간 생지옥! 북조선에 비하면 일본은 천국이죠. 우리 아이들이 태어난 일본은 누구나 평등하게 일할 수 있고 자기 재능과 열정대로 살아갈 수 있는 나라죠. 정치가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자기가 일한 만큼의 충분한 보수와 대가가 있는 곳이 자본주의 나라임을 잘 알았네요. 이 저주로운 북조선으로 지금도 계속 귀국선을 타고 오는 재일동포들을 막아야 해요. 여기는 인민의 지상낙원이 아니고 끔찍한 생지옥임을 어떤 방법으로든 세상에 알려야 해요. 날강도 조총련 사기집단의 허위선전에 속는 재일동포들을 꼭 말려야 해요. 미애 아버지! 사랑했어요. 우리 수애, 미애 잘 부탁드려요… --- pp.330-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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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낙원으로 속아서 간 사람들
“지난 1959~1984년까지 25년간 ‘귀국선’(북송선)이 일본 니가타-북조선 청진?원산을 운항했다. 국제적십자사, 평양, 도쿄의 공동사업이다. 모두 186회에 걸쳐 93,339명의 재일동포(째포)들이 조총련의 허위선전을 믿고 ‘지상낙원’ 북조선(북한)으로 갔다. 이들 절반이 일본서 태어났고 전체 98%가 고향이 한국이다.” 탈북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림일의 신작 장편소설 《째포》는 지상낙원으로 속아서 간 사람들인 재일조선인을 다룬 작품이다. 일제감정기에 자의든 강제든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 중 대다수는 경상도나 제주도 출신이었는데, 해방 후 분단된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다가 조총련의 북송사업으로 고향도 아닌 북한행 귀국선을 탄 사람들은 인민의 지상낙원에서 지옥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일본에서의 차별을 피해 조국으로 돌아갔지만 ‘째포’라는 멸시는 여전했던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될지 모르나 이때 북한으로 간 젊은이들을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학교에서 사회에서도 천대받던 이들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 그 안타깝고 기구한 삶을 소설로 생생하게 만나보자. 살기 좋으면 그저 그만이지 “미국식, 소련식, 중국식도 아닌 그야말로 세상에 처음으로 만드는 북조선식 제도인가. 그게 ‘인민의 낙원’인가. 누구나 마음껏 배우며 일하는 삶의 터전, 웃음과 기쁨이 넘치는 동산에서 행복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진짜 가족 분위기가 아닐까. 그러면 미지의 북조선은 남자들보다 자기 같은 여성들이 더욱 살기 좋은 사회가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여성을 존중하고 우대하는 사회이면 너무나 좋은 세상일 것이다. 사회주의, 자본주의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는가. 살기 좋으면 그저 그만이지.” 조총련은 1945년 8·15해방 후 재일조선인들 중에 극성좌익계열이 설립했다. 이즈음 일본은 소련을 추앙하는 공산당의 활동과 사회좌경화가 극도로 심했다. 그 영향인지 재일조선인 과반이 조총련 회원이었다. 1946년에는 친남단체 ‘재일본조선거류민단’이 설립되었으며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민단’(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분단된 조국처럼 재일조선인도 두 단체로 갈린 것이다. 그런데 이 당시 남한보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더 나았고 북한의 재일조선인이 지원도 활발했다. 아직 남과 북 모두 일본과 수교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귀국사업을 추진하자 적지 않은 수의 재일조선인이 북한행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물론 대부분 이념이 아니라 차별받는 일본보다 북한이 살지 좋으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기대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돈 보내는 기계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다. 자기는 일본서 북조선으로 간 가족에게 돈 보내는 기계인가. 자식과 가족사랑, 이런 것은 돈으로 대체하지 못한다. 그러니 북조선의 자기와 애들 곁으로 오지 말고 일본서 돈만 보내라는 아내 신영자의 편지가 야속하다. 식구들은 바다 건너 북조선에서 어렵게 사는데. 3년을 보냈어도 쉽게 잊혀 지지 않는 가족이다.” 북한으로 간 재일조선인들의 환상이 깨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북한은 자유롭게 살던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삼엄한 통제 사회였고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았다. 동포라는 환대보다는 멸시를 받기 쉬웠고 그나마 일본에서 돈과 물품을 보내주도록 독촉하는 인질이 되었다. 작가는 재일조선인이 귀국선을 타고 북한에 도착하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한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그들이 느꼈을 막막한 감정을 그대로 그리고 있다. 또한 일본에 남은 가족과 친척, 북송사업을 둘러싼 조총련, 민단, 일본 정치인들의 배후까지 저간의 사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안타까운 째포들의 최후 “인민들이 자기의 자주성은 없이 그냥 맹목적으로 당과 사회에 절대 순종해야 하는 체제이다. 살려달라고 빌까? 아니다. 이런 천하의 악당들이 사는 북조선 사회에 무슨 미련이 있다고 빈단 말인가? 그냥! 이 자리에서 숨을 거두는 것이 낫다. 남겨진 가족에게는 미안하지만 더는 살고 싶지 않다. 지옥의 이 땅에서 말이다.” 림일 장편소설 《째포》의 결말은 안타까운 째포들의 최후를 다루고 있다. 북녘에서 1990년대 중후반 노동상 정책의 오류로 ‘북한주민아사대참사’(고난의 행군)가 있었다. 이때부터 북에서 살던 북송재일동포와 후손(2세, 3세)들이 비운의 탈북자가 되어 한국과 일본으로 입국했다. 2025년 9월 현재 약 500여 명의 북송재일동포(째포)와 후손 출신의 탈북민이 있다. 이중 약 70%가 대한민국에, 30%가 일본국에 있다. 이처럼 우리가 북으로 간 재일조선인의 비참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작품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