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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황지운 - 밀크티 끓이기 그림과 글 김원경x최지선 최지선 - 점유하고 싶은 것 김원경 - 사랑으로 환산 가능한 분노 최지선 - 언덕 위의 김원경 - 성실한 발신자 되기 최지선 - 풀 풀 풀 김원경 - 우리 집에 놀러와 김조라x최지선 최지선 - 떠올리는 마음 김조라 - 조각가와 할머니와 은행 최지선 - 가장자리 김조라 - 새잎이 나려고 한다 윤연우x이서영 윤연우 - 외부의 방 이서영 - 가볍게 흔들리는 잠 가볍게 흔들리는 꿈 윤연우 - 장마산책 이서영 - 내부의 방 윤연우 - 인테리어 이선미x황지운 이선미 - You Love Me In My Dream 황지운 - You Love Me In My Dream 이선미 - 사랑니 덕에 구사일생 황지운 - 사랑니 덕에 구사일생 이선미 - Line Without a Hook 황지운 - Line Without a Hook 이선미 - 벽장이라 다행 황지운 - 벽장이라 다행 이선미 - 너와 나의 멜로디1 황지운 - 너와 나의 멜로디1 이선미 - 잘가, 반가워 황지운 - 잘가, 반가워 이선미 - 너와 나의 멜로디2 황지운 - 너와 나의 멜로디2 음성해설 최지선 - 점유하고 싶은 것 - 언덕 위의 - 풀 풀 풀 - 떠올리는 마음 - 가장자리 윤연우 - 산책 이선미 - You Love Me In My Dream - 사랑니 덕에 구사일생 - Line Without a Hook - 벽장이라 다행 - 너와 나의 멜로디1 - 잘가, 반가워 - 너와 나의 멜로디2 작가프로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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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건 나쁜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벌려주고, 우리는 그 간격 속에서 말하고 듣고 생각할 시간을 얻으면 된다고. 무엇보다 넌 십 년 뒤에는 혼자 살고, 여전히 조용한 수다쟁이라고. 혼자 있는 집에는 혼잣말과 묵묵부답이 혼재한다. 그 고요는 단정하고, 중요한 말을 하려고 목소리를 가다듬는 순간 같다. 그리고 나보다도 말이 없는 식물 둘이 있다. 이름은 오리(몬스테라), 아리(아스파라거스)이다. 이름을 지어주던 순간을 생각하며 조금씩 마음을 준다.
--- 「김원경, 성실한 발신자 되기」 중에서 조각가 둘이 더해져 도합 조각가 셋과 나 이렇게 넷이 모여 코스트코에 갔다. 우리는 물건을 고르며 필요한 사람과 소분을 하기로 하면서 파스타 면은 넷이서, 빵도 넷이서, 치즈는 둘이서, 지퍼백도 둘이서 나눴다. 소분된 올리브유를 사고 싶었는데 없어서 사지 못한 일을 빼고는 구매한 모든 물건과 음식은 예상했던 것들이었고 예상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은행을 사기 전까지는. 조각가는 은행을 발견하더니 돌연 은행을 사겠다며 은행팟을 모았다. 나는 ‘은행’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실감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며 은행팟에 붙었다. 그렇게 내 장바구니에는 내가 예상하지 않았던 단 하나, 은행이 추가되었다. --- 「김조라, 조각가와 할머니와 은행」 중에서 진심은 뒤덮인 이끼처럼 혹은 넝쿨이 휘감기는 것처럼 드리워지는 것입니다 마음이 초록과 검정을 반복할 때 가지고 있는 문들을 잠시 지우고 앉아있기 마음이 어엿한 활자가 되어 일어설 때까지 어두운 산으로 영영 떠나버린 바람에 더는 만질 수 없는 얼굴들, 창문 위에 안부처럼 남겨진 손바닥 자국들, 책상 위에는 쓰다 만 편지와 이합집산한 이야기 --- 「이서영, 인테리어」 중에서 은정은 주연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따뜻했고, 손끝은 까칠했다. “보고 싶었어. 많이 걱정도 되고.” 보고 싶었다는 말에, 주연은 은정에게 입을 맞췄다. 은정은 주연이 입을 떼고도 한참 동안 허공을 바라봤다. 한참 후에 은정이 말했다. “너무 짧아.” 주연은 뭐가 짧다는 건지, 입맞춤이 짧은 건지 아니면 그리움이 짧다는 건지 몰랐다. 주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은정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 뼘 더 주연에게 다가왔다. “그리움에 비해서, 입맞춤이 너무 짧아.” --- 「황지운, You Love Me In My Dream」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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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밀크티 키트를 선물 받았다. 얼그레이 티백과 각설탕이 들어 있었고, 우유(혹은
두유나 다른 것)를 넣어 끓이면 맛있는 밀크티를 만들 수 있게 돼 있었다. 아주 간편하고 신기했다. 일 리터의 우유를 넣어서 끓이라고 했다. 하지만 혼자 사는 나는 일 리터 분량의 밀크티를 소비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일인분의 티백과 설탕, 우유를 넣고 카페에서 사 먹는 따뜻하고 달달한 밀크티를 상상하며 끓였다. 놀랍게도 정말 맛이 없었다. 밀크티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오래 끓여야 그 맛이 나는 거였다. 결국은 일 리터의 우유를 사서 오래 끓였다. 그제야 카페에서 먹는 맛있는 밀크티의 맛이 났다. 남은 밀크티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불러 함께 먹었다. 혼자 살면 그런 순간들을 맞았다. 밀크티를 맛있게 끓여 먹고 싶을 때, 피자를 한 판을 맛있게 먹고 싶을 때도 그렇고, 팥빙수를 먹고 싶을 때도 그렇다. 하지만 그런 것들 때문에 지금 내가 가진 공간과 시간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적절한 때 함께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다. 이런 지점들을 글과 그림으로 만들고 싶었다. _ 프롤로그 「밀크티 끓이기」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