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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을 찾아서
유리관
배드베드북스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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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회의를 지나서

GMCG / 검열사 / 輕惡黨 / 공짜책 / 관둠 / 국립출판사 / 금치산미디어 / 꽈배기책방

납골당 / 낱획 / 눈보라 / 데모판 / 돈버는방법 / 돌말 / 돼지와 개 / 두족류

랑데부 / 리비아 콜로라도

말시위 / 먼지로 / 몌구에서 / 무엇을 출판하지 않을 것인가 / 무자비 / 민중출판공사 / 밀고와투서

반지하출판사/ 배교밀담 / 보석내장 / 비몽사몽북스

ㅅㅈㅁㄹ / 사금파리 / 사타내셔널 / 생각의자 / 서가행 / 소각로 / 슈레더

야유회 / 엑토플라즘 / 오른날개 / 우리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 일망타진

작가훈련소 / 장마서림 / 잿더미 / 전쟁하는꿈

챔피언출판사 / 초오류의 책 / 초즌 / 침팬치

캐치북 / 콘테나-추레라 / 콜호스프레스

탐침 / 태업선 / 토렴집

파산사 / 팸플릿 / 플루크스

할매틀니 / 해골박 / 흡혈문화사 / 히드라

배드베드북스

저자 소개 1

일해야 한다, 일하고 싶다, 일하기 싫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출판노동자. 생계 외 마음의 보전을 위한 취미로 읽기와 쓰기를 하며, 문예계 팀 블로그 곡물창고(gokmool.blogspot.com)에서 사이버 창고관리인으로도 일하고 있다. 일기집 『교정의 요정』(민음사, 2024)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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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28*188*20mm
ISBN13
9791195556557

책 속으로

이 공짜책 출판사를 만든 계기가 된, 여전히 잊을 수 없는 댓글 하나가 있다. 그대로 옮길 수는 없고 내용만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지금 이 나라의 책값은 너무 비싸다, 정부가 이익집단들에 휘둘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이상한 정책을 자꾸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책값을 비싸게 만드는 것은 사실 이 정권 우민화 기조의 일환이다, 우리는 여기에 맞서야 한다…… 맞서야 한다……. 나는 이 댓글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맞선다니 어떻게, 누구에게 맞선다는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 p.31

출판사 관둠은 출판사를 관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출판사를 관둔 그 수많은, 수많은 사람들…… 그 수많은 사람들과의 외주 협력으로 출판사 관둠은 오늘도 돌아간다. 출판사 관둠의 외주 팀장님은 외주 디자이너님에게 오늘 전화를 걸어야 한다. 이상하다…… 분명히 때려치웠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 p.33

나는 멍하니 누워 있었다. ‘왜 내가 나의 재산을 멋대로 다룰 수 있는 거지?’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지 않던가? 도대체 어떻게, 내 재산에 대한 나의 엉망진창 재산 관리가 금지되어 있지 않은 걸까? 재산이란 게 정말 중요한 거라면, 거기 어떤 의미가 있다면 말이다.
--- p.37

나는 출판사 데모판으로 방향을 다시 잡는다. 데모판에서 나오는 책들은 마무리가 안 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의미에서든 그렇다. 내용, 표지, 편집, 교정, 어느 부분인가 하여튼 꼭 완성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 책이 너무 빨리 나왔나? 데모판의 구성원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하는 시간이 돌이킬 수 없이 정해져 있다면, 그 책을 만드는 데 사람들이 쏟을 수 있는 시간 역시 돌이킬 수 없이 정해져 있을 뿐이다.
--- p.55

어디서 일하십니까? 돼지와 개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돼지와 개 출판사다. 어디서 나온 책입니까? 돼지와 개 출판사에서 나온 책입니다, 이것이다. 안녕하세요? 돼지와 개 출판사입니다, 안녕하세요? 돼지와 개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싶습니다. 네? 책을 왜……. 출판사에서는 온갖 메일을 다 받는다. 언젠가 이런 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하나도 재미없어요, 재밌나요? 돼지와 개? 우리 출판사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재미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한 마리의 돼지라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다음 한 마리의 개라고…….
--- p.61

금은 어때? 우린 망했다. 망한 것은 우리다. 우리는 귀를 막고서 소리치고 있다. 우린 망했다! 망한 것은 우리다! 그것은 너희 탓이다! 그것은 너희 탓이다! 우린 귀를 막고서 소리치고 있다.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 p.66

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무엇을 출판하지 않을 것인가 출판사는 아무것도 출판하지 않는다.

--- p.84

출판사 리뷰

"당신은 절대 출판사를 만들지 마라”
저주와 악담으로 채워진 희망 가득한 도서
읽으면 당신도 출판사를 차리고 싶어진다!


유리관 작가가 출판사의 이름을 짓는다. 세상에 존재했으면 하는 출판사들의 이름을, 존재해선 안 되는 출판사들의 이름을.

책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책은 왜 자꾸 나오고, 출판사는 왜 자꾸 생기는 걸까? 만약 출판사의 쓸모가 다른 업종의 쓸모보다 형편 없는 것이라면…… 유리관 작가는 어째서 더 의미 없고 쓸모 없는 출판사를 자꾸만 지어내어 우리에게 소개하는 걸까? 가상의 출판사의 사명을 짓는 일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용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엄청난 무용함이 문학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문학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솔직히 그마저도 확언할 수 없다. 《사명을 찾아서》는 문학의 무용함을 찬양하지 않는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저주와 악담이다.

당연하게도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제일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출판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용기 따위는 없어도 된다!
하지 말라고 하니까 해야 할 뿐이다


무엇을 왜 출판할 것인가? 《사명을 찾아서》는 직접 답을 주거나 질문하지 않는다. 출판사를 차리지 말라고,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차리라고 명령하는 것 같다. 당연하게도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제일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출판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사한다. 용기 따위는 없어도 된다. 하지 말라고 하니까 해야 할 뿐이다.

우리가 꼭 출판사의 별명만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게 무슨 회사든 상관 없다. 회사는 사명(使命)을 잊게 되거나 망하게 된다. 사명을 잊지 않은 가상의 회사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Es ist schwerer, das Andenken der Namenlosen zu ehren als das der Beruhmten. Der Geschichtsschreibung ist das Gedachtnis der Namenlosen geweiht. 유명한 자보다 이름 없는 자를 추모하는 것이 더 어렵다. 역사적 해석은 이름 없는 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 발터 벤야민의 묘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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