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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의뢰인, 그놈
축 개업, 시간을 파는 상점 잘린 도마뱀 꼬리 크로노스 대 카이로스 지구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 어머니를 냉동실에 넣어주세요 천국의 우편배달부 자작나무에 부는 바람 가네샤의 제의 불곰과 살구꽃 일 년 전에 멈춘 시계 망탑봉 꼭대기에서 뿌려주세요 시간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바람의 언덕 미래의 시간에 맡겨두고 싶은 일 특별판에 부쳐 작가의 말작가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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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명치끝이 아프다며 오랫동안 밥을 먹지 못했다. 소금에 절인 것처럼 슬픔에 절여져 영영 웃지 않을 것 같았다. 온조도 꽃처럼 예쁜 엄마가 너무나 슬퍼서, 하얀 재가 되어 떠나버린 아빠의 고통이 너무나 뜨거워서 봄이면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해마다 봄은 왔다. 눈부셨다. 그래서 더욱 슬펐다. --- p.28
온조는 아빠의 영정 사진을 보며 약속했다. 아빠가 바라는 대로 씩씩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겠다고. 아빠의 제상 앞에 서 있는 온조의 손끝에서는 PMP를 제자리에 돌려놓았을 때의 손맛이 짜릿하게 살아났다. 온조는 열 개의 손가락을 옴지락거려 보았다. 미끄러지듯 제자리로 돌아간 PMP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를 선물해주었을 것이다. 온조는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움직였다고. 어쩌면 어떤 한 생명을 구했을지도 모른다고. 아빠처럼. --- p.44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같은 공기 속에서 같은 음악을 들으며 마주 보고 밥을 먹는다는 것은 묘한 힘이 작용하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도 밥을 함께 먹는 친구는 따로 있다. 반이 달라도 급식실에서 기필코 한자리에 모여 밥을 먹는다. 인간의 본능 중 행복한 행위를 함께 하고 싶은 욕구, 그게 바로 카이로스의 시간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 p.66 시간은 그렇게 안타깝기도 잔인하기도 슬프기도 한 것인가. 삶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람 사이의 전쟁 같기도 했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는 그렇게 애달파 하고, 싫은 사람과는 일 초도 마주 보고 싶지 않은 그 치열함의 무늬가 결국 삶이 아닐까? --- p.106 그 아이는 우리와 함께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로 나온 발톱이 더 튼튼해지면 그때 돌아가겠다고 했다. 누구도 그 말에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정이현은 그 아이를 꽉 껴안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둘은 엉겨 붙어 있었다. 온조와 난주는 그 아이와 악수를 한 후 헤어졌다. 악수할 때 그 아이는 고맙다고 했다.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 p.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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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흐르는 것이지만,
흘러간 시간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주인공 온조는 인터넷 카페에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을 달고 ‘시간을 파는 상점’을 오픈한다. 훌륭한 소방대원이었지만 젊은 나이에 죽은 아빠의 못다 이룬 뜻을 이어받은 온조는 손님들의 의뢰를 해결해 주는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 크로노스가 된다. 첫 번째 의뢰인은 온조의 옆 반에서 일어난 PMP 분실 사건을 의뢰한다. 훔친 물건을 제자리에 놓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작년에 온조네 학교에서는 MP3 도난 사건이 있었다. 훔친 친구는 야자 시간에 바로 들통이 나고 말았고, 그 사실을 안 선생님은 내일 보자는 말로 시간을 미뤄 버린다. 내일 보자는 선생님의 그 말은 어떠한 협박보다도 더한 폭력이 되었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밤사이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MP3를 잃어버린 아이는 바로 전학을 갔고, 학교도, 가족도 모두 이 사건을 덮어 버렸다. 온조는 또다시 일어난 도난 사건에 또 한 명의 친구가 그와 같은 죽음을 맞닥뜨릴까 봐 몸서리치며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스스로 시간을 놓지 않는다면 누구나 특별한 시간을 만날 수 있다! 날이 갈수록 시간을 파는 상점에 더 많은 의뢰가 들어온다. 시간을 잡아두고픈 간절함으로 천국의 우편배달부가 되어 달라는 의뢰, 자신의 친구가 되어 달라는 가네샤의 의뢰 등 온조는 다양한 의뢰를 맡아 처리한다. 의뢰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PMP 분실 사건으로 죽음에 이를 뻔한 친구가 밝혀지며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온다.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답을 찾아가며 온조는 시간에 대해서 깨닫는다. 시간은 ‘지금’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시간은 지금의 이 순간을 또 다른 어딘가로 안내해 준다는 것이다. 온조는 위기를 극복하고 의뢰를 해결하며, 스스로가 그 시간을 놓지 않는다면 절망의 시간을 희망이 속삭이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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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의 틈에서 카이로스를 발견하는
한 소녀의 근사한 성장담 이 작품은 흐르는 시간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다분히 철학적이고 관념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놀랍도록 편안하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추리소설 기법을 빌려와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발하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 펼쳐내는 문장과 어휘의 선택에서 독자에 대한 배려,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사유와 책임감이 느껴진다. 주인공 온조는 인터넷 카페에 손님들의 의뢰를 해결해 주는 ‘시간을 파는 상점’을 오픈한다. 훌륭한 소방대원이었지만 젊은 나이에 죽은 아빠의 못다 이룬 뜻을 이어받은 온조는 여러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며 ‘크로노스’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예상치 못한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시간을 파는 상점』은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큰 의미가 있어 눈에 띄는 작품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하지 못하는 것, 그런 요소를 자신만의 이야기로 되새김질한 다음, 특유의 색깔을 입힌 이 소설은 청소년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 디딤돌이라는 칭호를 받기에 충분하다. |